* 박홍규, "샌델의 정의와 법", 민주법학, 제46권 (2011. 7.) 을 읽고 간단히 메모
『정의란 무엇인가』가 별로라는 취지의 글을 어딘가에 썼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여튼 박홍규 교수의 위 논문은 샌델 교수가 어떻게 자유주의를 오독, 모함하고 있으며, 그의 '도덕주의적 공동체주의'(?)가 얼마나 애매하고, 보수적이고, 황당하기까지 한지를 비교적 잘 정리하고 있다. 논문 심사위원 명단(김도균, 이재승, 정태욱)도 흥미를 끈다.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은 그야말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자 징후였는데, 책을 제대로 읽은 덕분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던지지만 결국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결코 답하지 않는다. 그가 "자유 남용" 내지 "극단적 개인화에 따른 자유 가능성 파괴"의 근거로 드는 법과 정책들은 주로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편견에 따라 주관적으로 선택된 것들이다. 가령 7강에서 다룬 '소수 집단 우대정책'은 소수 집단이 차별받아온 현실을 개선하려는 '목적'에서, 도리어 극단적 개인화로 인한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하는, 반개인주의적이고 공동체주의적인 정책으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불만』에서는 자유주의에 근거한 무책주의(파탄주의)적 이혼법이 도덕적 판단을 제외함으로써 가족 등 성적 공동체를 파괴했다고 비판하나, 무책주의는 이미 파탄된 부부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 그 자체가 부부관계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Public Philosophy』 6장(우리말 본 제목은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에서는 클린턴 정부의 '덕치'를 칭송하면서 클린턴의 성추문을 교묘하게 옹호하기까지 한다. 낙태나 동성애, 종교의 자유 문제 등에서 '도덕'을 앞세우는 것은 그 자체로 보수적, 폭력적 논리로 흐를 위험이 다분하다.
샌델의 막무가내적 도덕주의=꼰대성(?) 내지 샌델 열풍의 맹목성을 비판하거나 다룬 책, 논문은 위 논문 외에도 꽤 많이 있는데, 아무튼 '자유주의 v. 공동체주의'를 다룬 문헌들을 찾아 읽다가 메모하여 둔다. 미국과는 달리,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고 덜 위험한 '공동체'가 되기 위하여 당장 더 필요한 것은, 둘 중에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침해부터 하지 않는) 자유주의 쪽이라고 생각한다(공동체주의자들의 자유주의 비판은 부당한 경우가 많은데, 『정치의 생각』, 201-233쪽이 잘 다루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생각된다. 패션처럼 유행을 좇지 말고, 차라리 마이클 왈저를 읽고, 존 스튜어트 밀을 읽자.
『무엇이 정의인가?』에도 박홍규 교수의 글이 한 편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