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캐롤
감독 토드 헤인즈
주연 케인트 블란쳇, 루니 마라
영화 캐롤의 후기를 쓰려고 앉아서 모니터만 무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써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 어제부터 그러니까 2016년 2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연극 하나, 뮤지컬 하나, 영화 하나, 사진전 하나를 보고 차례로 후기를 쓰다보니 진이 빠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 캐롤를 보고 나서 느낀 다양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아, 단어를 하나 생각하는 것에도 큰 힘이 든다.
캐롤과 테레즈. 두 여성의 조심스러운 사랑 이야기가 심장을 자꾸 건드렸다.
- 서로 사랑하지만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워보였다.
영화의 중반부까지 사랑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확신하지만, 서로에게 표현하지 못 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시선과 감정표현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였어도 헤어지고, 보고싶어도 제대로 연락하지 못 하는 캐롤과 테레즈
- 섹스 이전보다 그 이후가 더 절절하고 슬퍼보였다.
- 테레즈가 캐롤에게 전화를 하지만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전화가 끊긴 후에 보고싶다고 하는 장면과
- 테레즈가 캐롤의 사진을 인화하고 바라보는 시선과 행동이 특히나 더.
영화가 끝나갈 때, 캐롤이 남편과 양육권 소송에서 "나 자신을 부정하지 않지만, 딸을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안다."라는 대사를 한다.
당시 미국사회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LGBT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지만,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캐롤이 좋았다.
- 사실 캐롤은 시대상황과 기타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남성과 결혼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여성을 사랑하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부터 그 사실을 부정한 적은 없는 듯 하다.
테레즈에게 같이 살자고 하는 캐롤과 (아마도) 승낙을 하러 캐롤에게 달려가는 테레즈.
내가 보고 또 기억하는 LGBT 영화 중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사랑에 초점을 두었으며, 제일 긍정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 여성의 누드가 나오거나, 섹스신이 나온 것과 자극적이라는 것이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내가 지금까지 봤던 LGBT 영화 중 캐롤을 제외하고는 꼭 누가 죽거나 헤어지거나 끝이 매우 나쁘거나 셋 중 하나였다.
- 테레즈를 연기했던 루니 마라의 눈동자 색깔이 아름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