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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기의 러우전쟁사 - 러우전쟁은 어떤 세계질서를 만드는가?
최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러우전쟁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전쟁은 비극이다. 전쟁은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러우전쟁도 그렇다. 전쟁은 정치권력의 계산과 이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러우 전쟁은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EU(독일, 프랑스 등)와 같은 주요 국가의 정치인이 특정 이념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내린 선택이 충돌한 결과물이었다. 러우전쟁은 한국과 정치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보이고, 특히 전쟁지역인 우크라이나가 한국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러시아 철수, 에너지 수입 가격의 비용증가, 특정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 충격, 안보 불안정성 확대로 보여지는 한국 경제와 안보이 이상점은 이 전쟁이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러우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재점화된 신냉전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러우전쟁은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화시대의 종말을 알려주는 신호 중 하나이며, 신냉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 전쟁은 서구중심의 세계질서가 분열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다. 미국이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것처럼 각 나라의 민족주의가 재편되고 그 틈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나라가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데 있다.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유럽과 미국의 반러감정인 루소포비아(Russophobia)는 러우전쟁의 발발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러우전쟁의 이면에는 유럽과 미국 사회에 만연해있던 반러시아 정서가 존재한다. 유럽과 미국에서 러시아는 비문명화되고 폭력적이며 전체주의 국가로 규정하였다. 문명의 적이라는 낙인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전체를 악마화하고 특정 상황에서 정치적, 군사적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이념이 되었다. 러우전쟁 역시 야만적인 러시아가 '선량한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으로 단순화 되었고, 유럽과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정의로운 일로 비춰졌다. 문제를 단순화 시킨 것은 '공공의 적'을 만들기 쉽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균열, 젤렌스키 정부의 취임 이후 분쟁지역에 취한 과격한 군사대응, NATO의 일방적인 동진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러우전쟁은 감정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과 역사적 맥락에서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치의 판을 어느 정도 정리해주고 있다.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질서에서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자리잡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