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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감상문 - 읽거나 믿거나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뭉클스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식후감상문의 저자가 이번에는 채식감상문을 가지고 돌아왔다. 아직 식후감상문을 읽지 않았던터라 책을 한 번 찾아보았다. 식후감상문을 찾아보니 '가장 원초적인 행복은 미각에서 오며 먹는 시간만큼은 내가 주인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작가 이미나의 자기고백적인 글 조각 모음이라는 소개글이 쓰여있었다. 목차에는 혼밥부터 시작하여 경양식 돈까스에 다양한 디저트까지 저자가 즐겼을 것 같은 각종 음식의 이름이 나열되어있었다. 저자가 비건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채식감상문'이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비건을 하게 되었나? 아니면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았다.
저자가 갑작스레 채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기독교에서 진행하는 금식기도 때문이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21일간의 금식기도 제안에 덜컥 페스코를 시작하게 된 논비건. 짧은 기간이나마 페스토 도전만이라도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을 터인데, 페스코에서 비건까지 최대 74일동안 비건 인생을 스스로 '경험'한 저자의 글을 보며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할 당시 목격했던 '장애인당사자가 비장애인의 장애체험감상문을 읽고 난 뒤에 얼굴에 떠오르는 떨떠름한 표정'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비자발적 페스코에서 자발적 비건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일시적이기는 하여도 채식을 하면서 든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기록한 것은 가히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스스로 일정기간 비건을 하면서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밝히기 꺼렸던 내용을 쓰며 비건을 하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자신이 비건임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 공감도 하고 있었고. 다이어트를 원해서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지만 비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된 부분을 기록한 것도 있었는데, 사실 채식을 하거나 비건을 한다고 하여 다 다이어트가 되는 것은 아님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밝힌다. 기억하자. 코끼리도 비건이다.
심리적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 종교에게 도움을 받은 기억으로 기독교에 대한 부분이 많이 의탁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비기독교인 입장에서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섭식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유한 부분은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