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동물단체에 말을 때리는 영상이 메일로 들어왔다.

꽃마차를 끄는 말을 마차주인과 마부 여럿이 사정없이 때리고 있는 영상이었다.

동물단체에서는 해당 말과 같이 있던 늙은 말 한 마리를 구조해서 말을 키우는 분께 위탁을 맡겼다.

그 말이 깜돌이와 삼돌이다.

- 네이버에 '꽃마차 학대 동영상'을 검색하면 해당 동영상과 함께 그 이후의 사건 경위에 대해 알 수 있다.


이틀 전, 아침에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거의 바로 깜돌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카톡이 들어왔다.

- 깜돌이는 영상에서 사람에게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당하던 바로 그 말이다.


너무 놀라 깜돌이와 삼돌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더니, 깜돌이는 누워있었다.

- 말은 누워서 일어서지 못 하면 안락사를 시킨다.





깜돌이가 일어서려고 하다 넘어져 마방 벽에 머리를 부딪히기를 수십번.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포기를 하겠는데 깜돌이는 살려는 의지가 있어서인지 계속 일어서려고 하고, 건초를 먹으려고 하였다.

며칠 전부터 깜돌이의 몸이 안 좋아 몇 번을 쓰러졌던 것을 다시 일으켜세웠는데,

어제는 아침에 넘어진 후로 7~8시간을 계속 누워있었다.

- 말은 계속 누워있으면 장이 꼬여 결국 안락사를 시킬 수 밖에 없어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몇 시간을 누워있던 깜돌이는 오후 4시가 넘어 겨우 일어났다.

몸을 씻고, 수액을 4~5봉지를 맞을 동안 몇 번을 휘청거려 조마조마했지만 그래도 다시 넘어지지는 않았다.


깜돌이가 왜 넘어졌는지,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마차주인에게 죽어라고 맞아서 속으로 골병이 들었는지,

아니면 너무 늙어 몸이 힘이 풀렸는지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깜돌이가 다시 일어났고,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꽃마차를 끌며 학대당한 깜돌이가 맨 처음 위탁처로 옮겨졌을 때,

사람을 너무나 무서워하여 어떤 사람도 제대로 다가갈 수 없었고 사람을 물기까지 하였다.

4~5개월이 지난 지금은 사람이 만져도 가만히 있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알아본다.

학대당한 깜돌이와 늙고 지친 삼돌이 모두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 깜돌이를 죽어라 때리던 사람은 깜돌이의 몸에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 어떤 사람이 10살 아이를 죽어라 때렸는데, 아이 몸에 상처가 없으면 때린 사람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까? 아마 영상이 있으면 벌금이던, 징역이던 받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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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8-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세훈 서울 시장할 때 민원실로 전화한 적 있습니다. 종로에도 꽃마차 운행을 했거든요. 8월 어느날 종로를 걷는데 신호 대기 중인 말을 보다가.. 아, 말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걸 어디서 들었는데 이런 종로 한복판에.... 열받아서 민원실 전화 해서 항의한 적 있습니다. 정말 저런 볼거리로 동물 끌어들이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sijifs 2015-08-21 16:55   좋아요 0 | URL
법적인 것을 하나하나 따져서 확인해보니, 말이나 소가 끄는 마차도 차량이라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은 도로교통법상으로 합법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것 자체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죠.

말이나 소가 끄는 마차의 속도와 일반차량의 속도가 다르니 언제 어느때고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도, 불법이 아니라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동물과 사람의 안전과 생명 모두를 위험하게 하는 부분인데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소리가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