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읽어드립니다 - 수학과 코딩을 가르치는 별난 영문과 교수의 특별하고 재미있는 수학이야기
남호성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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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읽어드립니다는 자발적 수포자였던 영문학도가 언어공학을 연구하게 되면서 '수학의 필요성'에 대한 실제 사례를 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사람이 '진정한 수포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진정한 수포자라면 무릇 수학 때문에 고려대 진학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하게 쓰자면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시험 성적을 얻기 위해서 전략적인 문과 전향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학이나 물리를 전공하는 사람보다야 수학적 감수성이나 재능이 모자라지만 한국의 교육에서 추구하는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수학을 포기하거나 수학을 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공부를 '점수를 잘 받아서 대학을 잘 가기 위한 도구'로서만 보는 데 있다. 사회를 비롯하여 모든 교과목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인데 애초에 교육 자체를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니 수포자라는 단어도 생긴 것이다. 국어를 제대로 배운다면 문해력과 글쓰기 능력이 발달하여 다른 분야의 지식이나 사회에 대해서 빠르게 받아들여 대처 능력이 올라가는 것이고 영어를 제대로 배운다면 외국인과 최소한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인데 한국의 교육은 그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교육만 진행하다 보니 청소년 입장에서 '도대체 일상생활에 전혀 쓸모없는 교육을 왜 받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학과 과학도 그렇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개념 이해만 잘 되다면 스스로 코딩 공부를 하여 셀프 홈페이지 제작이 가능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점수를 잘 받는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니 이 학문이 쓸모없다는 인식을 만들어버렸다. 책에도 나오지만 어떤 대학원생이 저자에게 음성학과 언어공학 연구를 할 때 사인과 코사인이 매우 유용하게 쓰였다는 말을 한다. 이처럼 내가 오늘 배운 이론이 어디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르고 문제가 틀려 점수가 낮게 나오면 혼이 나는 일이 다반사였던 청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은 당연 수포자의 길을 가게 될 뿐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공교육에서 청소년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 자체가 문제였음을 다시 한번 여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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