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끝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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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동아시아권 문화라서 아예 읽어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도 중국소설, 일본소설, 한국소설의 뉘앙스는 정말 많이 다르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출간된 '그 해 여름 끝'은 옌롄커의 또 다른 저서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당씨 마을의 끝'과 함께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되어 출간되지 못 하고 있다. 희안하게도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루쉰의 이름을 딴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소설이 금서로 지정되다니 중국도 참 이상한 나라이다.

'그 해 여름 끝'의 배경은 중공-베트남 전쟁(1979년 2월 17일 중공 국경수비대가 국경을 넘어 베트남령에 침공함으로써 일어난 전쟁) 이후 아니면 그 전쟁의 막바지이다. 같은 전쟁에 참여했던 자오린과 가오바오신의 이야기이자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3중대 소속 취사병 샤를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국은 워낙 땅이 넓다보니 이사 또한 국가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니 농촌 출신의 병사와 도시 출신의 병사가 군대에 입영한 이유는 다를 수밖에 없다. 자오린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농촌에서 도시로 진출시키고 싶었고 가오바오신은 진급을 하고 싶었다. 샤를뤄. 책의 중국어 제목과 같은 한자를 쓰는 샤를뤄는 왜 자살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단지 샤를뤄의 성격과 이상은 군대라는 장소와 어울리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밖에 없다. 군대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처신이 매우 별로라고 생각한다. 배경이 1970~80년대 중국군대가 아니라 현대의 한국군대라고 했어도 있을법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 해 여름 끝'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이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옌롄커도 왜 이 책이 금서로 지정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모든 사상이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그 해 여름 끝'이 공산당의 사상을 저버렸다고 생각해서 금서로 지정한 것이었을까? 2021년에 존재하는 중국 공산당은 1970년대의 박정희 정권, 1980년대의 전두환 정권과 닮아있다. 무조건 억압하고 금서로 지정하면 사라지는 줄 안다. 문학은 억압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옌롄커의 소설이 중국어로 출판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한국어를 비롯하여 조만간 다른 언어로 출판될 것이다. '그 해 여름 끝'은 끕끕하고 습한 것이 마치 동아시아의 여름소설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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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 2021-09-3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 표시를 해주시면 좋겠네요. 주요 등장인물이 죽는다는 얘기가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