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영화를 보러 가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영화 상영 시간은 매우 축소된 상태였다. 어차피 내가 보는 영화야 관객몰이를 염두에 두고 개봉을 하는 영화는 아니어서 이 시국과 상관없이 영화관에 관객은 별로 없을 터였기에 그냥 티켓을 샀다.

영화에서는 마이클(로레)의 정확한 나이가 나오지 않았다. 동생 잔의 나이가 6살이라고 분명하게 말을 했으며, 이번에 1학년이 된다고 했다. 마이클은 잔보다는 3~4살 정도 많아 보였는데, 아직 2차 성징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이클이 이사 간 마을에서 친해진 리사가 2차 성징이 막 시작된 것처럼 보였고 둘의 나이는 동갑이었으니 대략 10~11살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극 중 나이가 딱 10살이라고 나왔다.

마이클(로레)가 여성보다는 남성의 옷이 더 편해 보였고, 치마보다는 바지를 더 좋아했으며, 분홍색보다는 파란색을 더 좋아하는 것은 꼭 그 나이쯤의 내가 생각나게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 만 10살 무렵의 나는 치마는 '절대' 입지 않고 바지만 입으려고 했으며 분홍색보다는 파란색을 더 좋아했다. 가끔가다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늘 엄마와 힘겨운 씨름을 하다 결국 치마를 입고 몇 시간 동안 울어버렸다. - 아니 왜 도대체 하기 싫다는 것을 강제로 시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마이클(로레)는 성별이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세상에 'XX'염색체로 태어났다. 마이클의 부모는 마이클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마이클이 왜 그렇게 행동하려고 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마이클이 잔을 넘어뜨린 남자아이와 싸우고 들어온 날, 마이클의 엄마는 '친구와 싸웠다.'라는 사실보다 '밖에서 만난 친구에게 성별을 속였다.'라는 사실에 더 화가 난 것 같았다. 마이클은 엄마가 화를 내는 사실이 '성별' 때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았고. 마이클은 새로운 마을에 이사를 가서 새로 만난 친구들 앞에서 늘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축구를 할 때는 윗도리를 벗었고, 자신이 가진 원피스 수영복을 직접 잘라서 남성 수영복처럼 입었다.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 숲에 갔다가 바지에 쉬를 싸기도 했다. 마이클이 FTM을 원하는 트랜스젠더인지 아니면 레즈비언인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이클은 자신을 '여성화' 시키는 것에 거부감이 컸다.

마이클의 엄마가 마이클을 앞장세워 마이클과 싸운 남자아이, 그리고 리사에게 성별을 정정을 '당하고' 나서 마이클은 숲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한참을 울었다. 숲의 나무에는 친구의 집에 갔을 때 입었던 파란색 원피스가 걸려져 있었다. 순간적으로 나무에 걸린 것이 마이클의 시체가 아니라 옷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청소년'의 자살률은 '자신이 이성애자(헤테로 섹슈얼)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보다 3배가 더 높다는 통계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자살률 통계가 생각이 나면서 청소년을 죽게 만드는 것은 부모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마이클의 성별을 확인해야 한다며 모인 아이들은 리사에게 '여성끼리 키스를 한 것이 역겹지 않느냐.'라고 물으며 리사에게 성별 확인을 하라고 한다. 많은 사람이 어린애가 성인보다 더 무섭다고 하는데 어린아이의 악함은 성인에게서 배운 것이다. 주위의 성인이 계속 동성의 키스가 역겹다고 말을 하니 그대로 받아들인 것 뿐이다.

영화가 끝났을 때, 마이클이 자살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아이의 정체성과 상관없이 죽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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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5-2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궁금했는데 마침 이렇게 리뷰를 읽게 되니 좋네요. 저도 보고 싶어서 지금 영화상영 시간표 봤는데, 제가 갈 시간이 마땅치가 않네요. 저는 나중에 굿다운로드 뜨면 봐야겠어요. 셀린 시아마 감독이라 너무 보고싶어요.

sijifs 2020-05-20 09:30   좋아요 0 | URL
요즘 영화보러 영화관 가기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막상 보고싶은 영화가 개봉을 해도 볼 수 있는 시간을 고르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 영화는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