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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전 태초의 밤을 상상했다.
지상에 남겨진 자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드넒은 평원을 혼자 거닐던 어두운 밤을.
그때에는, 거리위의 가로등도, 밤을 밝히는 빛도 없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을 해매다가, 어떤 사람은 차가운 바닥 위에 쓰러지듯 잠들고,
어떤 이들은, 함께 낮을 치르던 사람도 잃어버린채
밤 왠종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어둠을 해맸다.
마치 조명이 꺼진 쇼윈도우 안에서, 눈물도 자기 손으로 닦지 못하는 마네킹처럼
태초의 밤에는, 네온사인의 화려함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수있는 수화기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있는 것은 오직, 나 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뿐인 그 밤에,
사람이 자신을 위로할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다른 "사람"뿐이었기에,
원시인들은 어떻게든 누군가를 찾아야만 했다.
어쩌면, 바로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혼자 남겨지는 것에 몸부림 쳤던 원시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절실한 시간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그때 그들이 느낀 외로움의 증거가 지금의 나에게도 남아있어서,
지금의 나는 범인을 찾지 못해 초조해하는 형사처럼 아무도 없는 방을 살피고
누군가가 남긴 흔적을 계속 되내여 보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년 전,
그 태초의 밤을 해매며, 아직 어떤 말도 배우지못한 원시인이
누군가를 찾기위해 처음으로 뱉어낸 소리가 울음소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20년전,탯줄이 끊기는 그 순간에, 내가 왜 그렇게 소리내어,간절히 울었는지를.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밤이 되면 사람들은 왜 그토록 간절히 우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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