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외롭다는 가면을 쓴다.

모두가 아프다는 가면을 쓴다.

울고 있는 가면과 웃고있는 가면이

화려한 무대위에서 티없이 교차한다.





외롭다 말하면서 외롭지 않은 것들.

아프다 말하면서 아프지 않은 것들.

너희들은 고통의 가면을 쓰고 이 곳을 수놓지만.

너희들은 가면을 벗은 순간 웃고 있다.


너희들의 언어는 이 잔치를 화려하게 수놓는,

너희들의 가면과 닮았다.





비진정성이. 진정성의 탈을 쓴채로.

여기저기 가짜 외로움과 가짜 아픔으로

자신의 청춘을 수놓는 가면무도회.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피를 흘리려 들지 않는 자들이.

예수의 피를 팔고 있다. 이 더러운 가면무도회에서.







한마디의 말은 하려고 하면서. 한방울의 피를 흘리려하지 않는 자.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하지 않는 자.


오직 폐허만이 가득한 사랑의 자리에 너희는 없다.



오직 화려한 궁전을 뒤로 한채로

\"나는 가난해\"라고 말하는 너희들.



고흐가 죽어간 그방에서

\"심오한 표정을 지어봐\"라고 말하는 너희들..









난 그런 너희들의 가면 무도회를 떠난다.

그 무도회장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는 너희들의 언어.

너의 언어는 장식적 ,수사적 아름다움만 가득하다.맛없이


























































p/s 중요한것은 말의 껍질이 아니라. 말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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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 . 아무것도 모르고 잠든 딸아이의

얼굴에서 가만히 머리카락을 훔치다가,

미안하다는 읍조림과 함께

방문을 나서는 아버지.



방문을 닫는 소리에 눈물 가득한 눈망울로

잠든 척하고 있어야만 했던 딸.





사랑한다며, 그의 짓눌린 어깨에 두 팔을 올리고

그의 낡은 얼굴에, 작은 온기하나 전해주지 못한

자신의 용기없음에 그녀는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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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며 누군가를 질투하고 누군가를 증오하며

누군가를 싫어하며 누군가를 동정하고 누군가를 연민한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누군가를 애원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며

누군가를 가여워하며 누군가를 싫어하며 누군가를 좋아한다.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잊고 누군가를 잃고

누군가와 울고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헤어지며

누군가를 찾고 누군가와 깨지며 누군가를 아끼며,

누군가에 빠지고 누군가에 설레고

누군가를 죽이며 누군가를 살리고

누군가를 때리며 누군가를 껴안고

누군가를 이해하고 누군가를 오해하며

누군가에 복수하고 누군가를 멀리하며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를 공유하며 누군가를 기억한다.

누군가를 버리고 누군가를 지우며 누군가에 도전하며

누군가를 망각하며 누군가는 소중하며 누군가는 죽어간다.

누군가를 아끼며 누군가를 피하고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누군가에게 미치고 누군가에게 매달리고 누군가에게 버림받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누군가에게 상처입고 누군가를 치유하며

누군가를 돌보고, 누군가를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미안하고

누군가를 욕하고 누군가를 칭찬하고 누군가를 존경하며

누군가를 우대하고 누군가를 홀대하며

누군가를 찾아가고 누군가가 되고싶어 한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살아가며 누군가옆에서 죽는다.





결국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의 누군가이며,

동시에 누군가에게의 모두다.

우리가 부르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언제나 누군歌며.

힘들때 찾아가는 것도 , 누군伽이며

언제나 걷고 싶은 거리는, 누군街다.

누군可와 누군假 사이에서 고민하며 결국은

누군家 곁에서 평생 살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누군가는 오직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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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오래전 태초의 밤을 상상했다.

지상에 남겨진 자들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드넒은 평원을 혼자 거닐던 어두운 밤을.
그때에는, 거리위의 가로등도, 밤을 밝히는 빛도 없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렇게 어두운 밤을 해매다가, 어떤 사람은 차가운 바닥 위에 쓰러지듯 잠들고,
어떤 이들은, 함께 낮을 치르던 사람도 잃어버린채
밤 왠종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어둠을 해맸다.

마치 조명이 꺼진 쇼윈도우 안에서, 눈물도 자기 손으로 닦지 못하는 마네킹처럼
태초의 밤에는, 네온사인의 화려함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수있는 수화기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있는 것은 오직, 나 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뿐인 그 밤에,
사람이 자신을 위로할수 있는 방법은 오직 다른 "사람"뿐이었기에,
원시인들은 어떻게든 누군가를 찾아야만 했다.

어쩌면, 바로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혼자 남겨지는 것에 몸부림 쳤던 원시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절실한 시간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그때 그들이 느낀 외로움의 증거가 지금의 나에게도 남아있어서,
지금의 나는 범인을 찾지 못해 초조해하는 형사처럼 아무도 없는 방을 살피고
누군가가 남긴 흔적을 계속 되내여 보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년 전,
그 태초의 밤을 해매며, 아직 어떤 말도 배우지못한 원시인이
누군가를 찾기위해 처음으로 뱉어낸 소리가 울음소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20년전,탯줄이 끊기는 그 순간에, 내가 왜 그렇게 소리내어,간절히 울었는지를.
그리고 20여년이 흐른 지금에도, 밤이 되면 사람들은 왜 그토록 간절히 우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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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이라는 말은 24시간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입할수 있게 되었다.
잔뜩 술에 취해 들어간 노래방에서, 화면사이로 반복되는 사랑이란 단어.
사랑이란 말로 시작하는 수많은 노래가 체워진 몇장의 폐이지 앞에서
더이상 부를 노래가 없는 가수의 기분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새벽 늦은 시각, 부끄러운 마음으로 편의점의 계산대에
성인용품을 올려놓을때 사람들의 시선은 언제나 밖을 보고 있다.
나는 군밤장수의 성의없는 손버릇처럼 바코드를 찍고 물건을 건네고
돈을 받지만, 막상 도망치듯 달아나는 사람들의 무심한 뒷모습에서
나는 사랑이라는 낱말을 쓰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진부함을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詩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의 홈피 여기저기에 스티커처럼 붙어있는 사랑을, 습관처럼 가렸고,
유행가 안에 천연덕스럽게 앉아서 얼굴을 들이미는 사랑에 침을 뱉었다.

집착을 사랑이란 말로 쓰지말고 집착한다고 말하고,
상처를 사랑이란 말로 변명하지말고 상처라고 말하고,
그냥 나는 너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그러나 고맙고 아끼고 생각한다 라는 말로
사랑이라는 말을 대신해주었으면 , 우리는 어쩌면 서로에게 더 많은 낱말로
마음을 전할수도 있었을텐데, 왜 사람들은 쓰다버린 콘돔처럼 의미없는
감정의 부산물조차 사랑이라는 말로 수식하는 걸까.


21세기.

사랑을 하기보다 , 사랑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시대.
자판기의 커피처럼 몇전의 동전과 간단한 터치만으로 우리는 뜨거운 너를
마시는 듯하지만, 정작 1회용 종이컵처럼 사랑을 쓰다 말고 버리는 시대
여자라서 행복한 시대가 아니라, 냉장고가 있어서 행복한 이 시대에서
사랑은 냉장고보다 가볍고, 불나간 핸드폰처럼 켜지지 않는다.

사랑이란 말로 가득한 이 글에 사랑이 없듯,
사랑이란 말로 가득해질 연말에, 우리는 사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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