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우체국 - 황경신의 한뼘스토리
황경신 지음 / 북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읽은 기억이 조금은 까마득한데
읽었을 때의 좋은 느낌-
아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발견했던 좋은 느낌은
아직 잊혀지지 않았나 보다

한뼘만한 작은 이야기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공감되는 이야기들,

분명 가지고픈 책이다.

아련한 멜로 영화 한편을 보고난 느낌이랄까-


'오렌지 빛깔의 꽃, 식물의 모양을 한 사랑이 가장 나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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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깊이에의 강요 외 승부, 장인 뮈사르의 유언, ......그리고 또하나의 고찰 이란 제목의 단편모음집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 그의 이야기는 거의 언제나 한 템포 빨리 여운을 준다는 것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 얻어낼 것이 없을까 생각 속에서 탐색하고 있노라면-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버린다.
한 템포 빠르게 여운을 주기에 나도 한 템포 빠르게 생각을 진척시켜야 한다.
이 단편들 중에서 단연 '깊이에의 강요'와 '그리고 또하나의 고찰'이 좋았다. 짧은 분량이었지만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 그 생각이란 건, 언젠가는 했어야하는 생각이다.

'깊이에의 강요' 에선 한 평론가가 어떤 젊은 여류화가에게 별 뜻 없이 당신의 작품에선 깊이가 부족하다 고 말한다. 그 후 그 비평이 신문에 실리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그 화가는 스스로 자신에겐 깊이가 부족하다며 자책하고 재능있는 화가이며 젊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삶은 순식간에 황폐해지고,무너져간다.
결국 그녀는 자살하고 이후, 그 평론가는 그녀에게서 깊이에의 강요를 느낄 수 있었다고 기고한다.
깊이에의 강요라..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그림, 조각, 음악, 글에 깊이가 없는 것 같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것만큼의 악평이 또 있을까.
깊이에의 강요- 그건 그렇게 혹독한 거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찰' 에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문학의 건망증'.
이건 작가의 에세이같은 건데,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고, 또 몇번 반복해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책들에 관한 기억이 없다는 것. 알렉산더 대왕의 전기를 다 읽었지만 지금 알렉산더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고 30년 전쟁에 관해 읽었지만 지금 그것에 관해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수치스러운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30년 전 나는 글읽는 것을 배웠고, 그리 많지는 않지만 웬만큼은 읽었다. 그런데 고작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수천 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의 제2권에서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한다는 희미한 기억이다. 30년 동안 읽은 것이 다 헛일이라니! 유아기, 청년기, 장년기의 수천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냈는데도, 망각 이외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니."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분명히 그 책을 읽었었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이 없다. 왜냐면, 지금 그 책을 다 기억하고 있지 않으니까.

작가는 말한다. 책을 읽었으면, 그 책이 나를 변화시켜야 되지 않았겠느냐고.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또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분명 기억에는 거의 남지 않은)을 통해서 내 삶을 변화시켰던가. 그 책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던가.
이렇게 문학의 건망증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또 하나의 괴로움이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감탄해야한다니!

그래도 마지막 작가의 (독자를 위한, 자신을 위한)합리화는 조금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 있다. 의식 깊이 빨려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문학의 건망증으로 고생하는 독자는 독서를 통해 변화하면서도, 독서하는 동안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줄 수 있는 두뇌의 비판 중추가 함께 변하기 때문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

오랜만에 글을 길게 써봤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문학의 건망증으로 인해 또다시 잊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난 후 짧게든 길게든 좋든 나쁘든 약간의 평을 덧붙여 본다는 건, 문학의 건망증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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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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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멘트에 반해 산 책이다.
작가 폴오스터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자전적 소설이다.
글 쓰는 것이 좋아 그것에 몰두하고 싶어하지만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폴 오스터는 이런 저런 일을 해대지만
결코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즉 자신이 작가로서의 삶에 방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도저히 돈을 벌지 않을 수 없을 상황이 되었을 때, 폴오스터는 예전에 자신이 고안했던 야구게임을 다시 다듬어 여러 게임회사에 찾아다니지만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다.
밑바닥 수준의 재정상황에 글을 쓰지 못하던 때, 가난하지만 글은 쓸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느껴지는 때를 반복하며 폴오스터는 이것저것 글을 쓴다.
희곡을 써서 무대에 올렸다가, 실패하고,
자신이 쓴 글을 출판해주겠다는 이를 만나서 결국 책을 출판하게 되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떼고 자신에게 남은 돈은 단돈 900달러였다.
폴오스터는 마지막에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쓴다는 건 그런 것이다. 헐값에 팔아 치운다는 건 그런 것이다."

여기까지 책을 다 읽으면 책 제목이 이해가 된다.
빵굽는 타자기. 돈버는 글쓰기란 뜻이다.
글쓰기로 돈을 번다는 건 어려운 일이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지망하고 글을 쓰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 글쓰기란 것만 하면서 살기에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많은 작가들이 교사 등의 직업을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글쓰는 일도 어렵지만,
글쓰기 위해 돈과 시간을 마련해야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길이 작가가 되는 것뿐이라는 걸 스스로 인식했다면,
폴 오스터의 말마따나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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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유승준 노래를 들어본다.  

'니가 뭘 알아' 

이 노래를 들으면 슬픔이 밀려온다. 그건 아주 오래전의 '시간'에 관한 슬픔이기도 하고, 순전히 가슴아픈 가사 때문이기도 하고, 목소리의 주인에 대한 어떤 연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감정들이 복합되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조금씩, 조금씩, 노래와 함께 깊숙히 스며듦을 느낀다. 

제목처럼, '니가 뭘 알아' 라고, 대꾸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유승준은. 

대중 앞에 섰다는 이유로, 너무나 손쉽게 대중이 휘두르는 칼날을 맞아야 한다. 대중심리 앞엔 관용이란 없다. 가장 무서운 건 대중의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힘과, 기업의 힘 또한 무섭지만 대중의 권력은 통제할 장치 자체가 없다. 특히 애국심과 도덕성이라는 코드에 맞물리게 되면 그때부터 무차별적인 집단의 인민재판적 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틈'을 보인 틈을 타 비도덕성과 몰양심, 부정직함 온갖 윤리적 죄목을 내세워 비난을 가하고 나면, 스스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애국자가 되는 것 같아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정확한 정황은 알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을 전부로 취급한다는 건,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다.  

(유승준이 처음엔 시민권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콘서트에서도 팬들에게 군대가면 기다려줄거냐며 울음으로 물었던 그였다. 그러나 콘서트 후, 미국에 갔을 때 마지막 기회-때마침 911테러 이후 미국법이 엄격해면서 한국에 돌아와 군대를 가게되면 그동안 영주권을 박탈당하고 그러면 이후, 가족과 친척들이 살고있는 미국에 들어가긴 힘들어진다- 가 주어지고, 이에 부모님의 강한 설득과 소속사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 그만, 대중 앞에 한 약속을 저버리는 잘못을 하고 만 것이다.  

" 나이도 어렸고, 부모님께서도 평생 다시는 안올기회다. 부모님 생각 한번쯤 해줬으면 한다. 라는 의견을 듣고, 소속사에서도 부상경위와 시민권에 대해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면 될거다. 라는 말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민권 취득 후, 용서를 구하기 위해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러 한국에 입국하려했지만, 당시 의원들의 병역비리로 어수선했던 정치권은 유승준을 타겟으로 삼았고, 해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입국금지가 되었다. 당시 진실을 밝히겠다던 김장훈은 방송정지처분을 받았다.)

우린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만큼 타인을 잘 알 수 없기에,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건 물론 나도 어려운데. 그렇다면 적어도 '도'는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것.
잘못은 비판하는 게 맞지만, 잘못을 넘어서 전체를 비난하고 매질을 가하는 건 옳지 않다.

그에게서 무대를 박탈하고, 나라를 박탈하고, 하나의 삶을 박탈한 댓가로, 우린 훌륭한 목소리를, 싱어를, 댄서를, 한 사람을 박탈당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미안할 뿐이다. 

  

+덧, 혹시 이글을 볼 모든 사람들에게-   

유승준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땐 어려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가족을 보면 힘이 난다고. 건강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며 기다려준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이에요. 팬들이 정말 보고싶다고,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네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얼마나 한국에 오고싶을까요. 언젠간 꼭 입국허가를 받고 국민들께 용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차이나타운에서 자신을 소개했듯, 그는 Steve Yoo이자 여전히 Korean singer이니까요. 

+2009 인터뷰 

지난 2000년 군입대 파문을 겪었던 유승준이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심정을 고백했다.
특히, 유승준은 "인생에서 남은 목표는 한국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매우 조심스러웠던 유승준은 나이도 생각도 너무 어렸던 시절 한순간의 실수가 너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유승준은 당시 군입대를 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1년전 거부되었던 시민권이 다시 통과되었고, 부모님들과 이별 할 수 없어 긴 설득 끝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승준은 자신의 꿈이 '월드스타'가 아닌 한국에서 용서를 받고 다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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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el 2009-12-0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TOP9에 들었다! 와우! 감사!
 

 

그리워하면 

정말  

언젠가는 만나게 될까  

...? 

 

김태원 아저씨 

노래 하난 참 잘 만들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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