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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평점 :
바나나의 글을 마주할 때면
아, 그냥, 먹먹하던 마음이
멈춰있는 풍경 앞에
흔들리다 함께 흔들리다
부드럽게 녹아들어 편안해진다.
섬세한 울림을 가진 문장들
과 여백의 호흡이_좋다
이 책 역시도 가까운 이의 죽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일상의 상처를 건드리고, 자연스러운 치유를 유도한다.
작가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같은 패턴.
거기다 조금은 거북할 수 있는 소재.
하지만,
이대로도 좋아_
*
그러니까, 먹고 싶지 않을 때는 먹지 않고,
자고 싶지 않을 때는 자지 않는 것이 좋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균형을 유지하면서
빛을 잃지 않도록 사는 거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아질 때까지 떨어져 있으면 돼
이 세상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잖아? 아무리 해도.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안 되는 사람.
하지만 그 사람도 죽잖아. 똑같이, 화를 내고 울기도 하고, 사람도 좋아했다가, 죽잖아? 그런 생각이 들면, 용서해 주자고 생각하기도 하고, 싫어할 수 없게 되잖아.
그건 멀리서 본다는 거야. 저 파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빛하고 구름이 아름다우면, 그 사람도 아름답게 보이고, 바람이 상쾌하면, 용서하잖아? 그럭저럭 좋아지잖아?
모두가 우리처럼만 살고 있다면, 얼마나.
상대방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자기 자신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친절할 수 있을 텐데.
어느 틈엔가 유유히 흘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 있기를.
나는 하치를 잊지는 않지만, 잊으리라.
슬프지만,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