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을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유승준 노래를 들어본다.  

'니가 뭘 알아' 

이 노래를 들으면 슬픔이 밀려온다. 그건 아주 오래전의 '시간'에 관한 슬픔이기도 하고, 순전히 가슴아픈 가사 때문이기도 하고, 목소리의 주인에 대한 어떤 연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감정들이 복합되어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조금씩, 조금씩, 노래와 함께 깊숙히 스며듦을 느낀다. 

제목처럼, '니가 뭘 알아' 라고, 대꾸해주고 싶지 않았을까. 유승준은. 

대중 앞에 섰다는 이유로, 너무나 손쉽게 대중이 휘두르는 칼날을 맞아야 한다. 대중심리 앞엔 관용이란 없다. 가장 무서운 건 대중의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힘과, 기업의 힘 또한 무섭지만 대중의 권력은 통제할 장치 자체가 없다. 특히 애국심과 도덕성이라는 코드에 맞물리게 되면 그때부터 무차별적인 집단의 인민재판적 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틈'을 보인 틈을 타 비도덕성과 몰양심, 부정직함 온갖 윤리적 죄목을 내세워 비난을 가하고 나면, 스스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애국자가 되는 것 같아 희열을 느끼는 것일까. 정확한 정황은 알지 못한 채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을 전부로 취급한다는 건, 정말이지, 무서운 일이다.  

(유승준이 처음엔 시민권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콘서트에서도 팬들에게 군대가면 기다려줄거냐며 울음으로 물었던 그였다. 그러나 콘서트 후, 미국에 갔을 때 마지막 기회-때마침 911테러 이후 미국법이 엄격해면서 한국에 돌아와 군대를 가게되면 그동안 영주권을 박탈당하고 그러면 이후, 가족과 친척들이 살고있는 미국에 들어가긴 힘들어진다- 가 주어지고, 이에 부모님의 강한 설득과 소속사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 그만, 대중 앞에 한 약속을 저버리는 잘못을 하고 만 것이다.  

" 나이도 어렸고, 부모님께서도 평생 다시는 안올기회다. 부모님 생각 한번쯤 해줬으면 한다. 라는 의견을 듣고, 소속사에서도 부상경위와 시민권에 대해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면 될거다. 라는 말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민권 취득 후, 용서를 구하기 위해 63빌딩에서 기자회견을 하러 한국에 입국하려했지만, 당시 의원들의 병역비리로 어수선했던 정치권은 유승준을 타겟으로 삼았고, 해명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입국금지가 되었다. 당시 진실을 밝히겠다던 김장훈은 방송정지처분을 받았다.)

우린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만큼 타인을 잘 알 수 없기에,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건 물론 나도 어려운데. 그렇다면 적어도 '도'는 지나치지 말아야 하는 것.
잘못은 비판하는 게 맞지만, 잘못을 넘어서 전체를 비난하고 매질을 가하는 건 옳지 않다.

그에게서 무대를 박탈하고, 나라를 박탈하고, 하나의 삶을 박탈한 댓가로, 우린 훌륭한 목소리를, 싱어를, 댄서를, 한 사람을 박탈당했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미안할 뿐이다. 

  

+덧, 혹시 이글을 볼 모든 사람들에게-   

유승준은 최근 인터뷰에서 그땐 어려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정말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가족을 보면 힘이 난다고. 건강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응원하며 기다려준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이에요. 팬들이 정말 보고싶다고, 애써 눈물을 참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네요.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얼마나 한국에 오고싶을까요. 언젠간 꼭 입국허가를 받고 국민들께 용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차이나타운에서 자신을 소개했듯, 그는 Steve Yoo이자 여전히 Korean singer이니까요. 

+2009 인터뷰 

지난 2000년 군입대 파문을 겪었던 유승준이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심정을 고백했다.
특히, 유승준은 "인생에서 남은 목표는 한국에서 직접 용서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매우 조심스러웠던 유승준은 나이도 생각도 너무 어렸던 시절 한순간의 실수가 너무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유승준은 당시 군입대를 하지 않으려는 목적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1년전 거부되었던 시민권이 다시 통과되었고, 부모님들과 이별 할 수 없어 긴 설득 끝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승준은 자신의 꿈이 '월드스타'가 아닌 한국에서 용서를 받고 다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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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tel 2009-12-06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거뉴스 TOP9에 들었다! 와우!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