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이런 자명한 사실은 잊어버리기 쉽다. 이런 사실을 기억한다면 두 문화, 즉 정신과학—예술적 문화와 기술—과 자연과학 사이의 간극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P7

이 책에 나오는 대화는 원자물리학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인간적, 철학적, 정치적 주제들도 종종 도마 위에 오른다. 자연과학은 이런 일반적인 문제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기를 바란다. - P7

1920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차 대전이 종결되었을 때 독일의 젊은이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했다. 패전으로 깊은 실의에 빠진 기성세대는 더 이상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길을 새롭게 모색하거나, 최소한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새로운 이정표를 찾고자 했다. 예전에 통용되던 이정표는 더 이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P9

쾌활한 젊은이들이 약동하는 자연 속에서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시대적 상황 덕분이었다. 평화로운 시절 그들을 보호해주던 가정과 학교는 이제 혼란스러운 시대를 맞아 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었으며, 대신 젊은이들에게 독립적인 사고가 싹터서, 사회 규범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점점 더 자신들의 판단에 의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 P9

엔지니어를 꿈꾸던 쿠르트는 평소 나의 관심사에 기꺼이 함께해주었다. 쿠르트는 개신교도 장교 집안 출신으로 운동도 잘하고 매우 믿음직한 친구였다. 작년에 뮌헨이 정부군에 포위되어 집에 식량이 거의 동났을 때 나와 쿠르트는 내 형과 함께 포위망을 뚫고 가르힝으로 가서 빵, 버터, 베이컨 등 생필품을 배낭 가득 짊어지고 돌아왔다.이런 일들을 함께하는 가운데 우리는 서로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무슨 일에든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연과학에 관한 대화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 P10

그의 목소리에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울림이 있었고, 나는 프룬 성으로 가기로 했다. - P22

그는 이런 말장난을 하고는 얼른 도망쳐 버림으로써 우리의 원성을 모면했다. - P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시작할 때는 이 사람이 지금껏 누구도 그러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고, 이따금 내가 쓸쓸할 때 친절하게 선뜻 받아들여 준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계속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안의 대부분은 여전히 그가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그가 눈치채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가 둔하거나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다. - P1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런 시각은 근본적으로 인간을 어둡게 보는 것이지만 동시에 유용한 인간관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 보면 깊숙한 문제가 있고 함께 살기가 힘든 사람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아직 잘 모르는 사람‘뿐이다. - P7

우리는 타인이나 주어진 상황을 끔찍이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고, 타인과 가까워지는 어려운 과제에 자주 실패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이 그저 좇아가야 할 ‘충동‘이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본다. - P7

우리는 섹스와 관련된 수치심을 제거하고, 많은 욕구가 실제로는 친밀함을 찾는 복잡한 과정의 산물임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P8

물질적 대상은 우리 삶에서 심리적 또는 영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가장 고매한 이상은 물리적 대상으로 ‘물질화‘될 수 있고, 그런 것을 구매하거나 사용한다면 더 훌륭한 자아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소유물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건설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할 대상을 찾는 데 정말로 집중한다면 훌륭한 소비지상주의가 생겨날 것이다. - P18

그러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는 결국 매우 선량한 한두 사람을 만났을 때다. 우리가 선량함을 제대로 이해할 때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인생의 의미가 된다. - P21

선량함은 실제로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많은 가치를 지켜주고 있으며, 이 가치들은 선량함과 상충하지 않는다. 착하면서도 성공한 사람, 착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사람, 착하면서도 부유한 사람, 착하면서도 관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선량함은 자신에게 덧씌운 혐의를 벗을 날을 기다린다. 우리는 선량함이 다른 자질과 상생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가치를 새롭게 재발견해야 한다. - P33

우리가 관계 맺는 가족, 친구, 동료와의 사이에서 자선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행위를 ‘해석하는 자선‘을 베푸는 데 인색한 편이다. - P37

자비심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마음을 쓴다. 그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해석한다. 그 사람이 보이는 조급함이나 지나친 야심, 무모함이나 수줍음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그가 살아온 궤적을 알아차린다. - P38

자비심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옳다고 믿는 자의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안다. - P38

자비심은 사람이 몹시 지치고 압박감에 시달릴 때면 형편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마음이다. 자비심은 어떤 이가 욕설을 내뱉을 때 그것이 본심이 아님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대개는 자신이 쉽게 반격하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애꿎은 이에게 화풀이하고 상처를 주려는 것임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 P39

일장일단 이론에 따르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누군가의 장점 이면에는 반드시 그만한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당장은 그 단점으로 어떤 손실을 보게 될지 몰라도 상황이 달라지면 바로 그 단점 덕분에 혜택을 볼 일이 생긴다. 나의 눈에 거슬리는 상대방의 결점은 나쁘기만 한 결점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장점의 어두운 이면일 뿐이다. 장점에서 비롯한 단점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장점을 차례로 열거하고 나서 단점을 열거해보면 좋은 점에는 대체로 그에 상응하는 나쁜 점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P41

한 개인의 모든 장점 이면에는 단점이 존재한다. 단점 없이 장점만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장점에는 약점이 따라온다.‘ 한 사람이 모든 장점을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 P42

그리스인은 개인이 유능하고 선한 사람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45

우리가 그토록 쉽사리 암담한 결론을 내고 상대방이 나를 모욕하고 상처 주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가슴 아프지만 자기혐오라는 심리 현상과 관련이 있다.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자신을 남에게 조롱받거나 상처받기 쉬운 먹잇감으로 바라본다.
일하려고 방금 자리에 앉았는데 왜 하필 밖에서는 훈련이 시작된 걸까? 곧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째서 룸서비스는 아침을 가져오지 않는 걸까? 전화 교환원이 어째서 빨리 번호를 알랴주지 않고 꾸물거리는 걸까? - P49

"사람들이 사악하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 바늘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만 하면 된다." - P52

기분 나쁘게 툭 던지는 한마디, 나를 놀리는 오랜 친구의 농담 한자락, 비아냥거림, 비웃음, 공격적인 댓글 한 줄을 우리는 꽤 자주 마주친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우리는 이런 언행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그럴듯한 설명을 찾아보지만, 만족스러운 해명도, 나를 진정시키는 설명도 찾기 어렵다.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남들의 불량한 언행에 당황한 채 그런 짓을 당하는 것이 혹시 내 책임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사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맞다. 여기에는 아주 단순하고 냉엄한 진실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게 못되게 구는 것은 그들이 괴롭기 때문이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내면 어딘가에서) 스스로 상처를 나고 있디 때문이다. 나를 헐뜯고 멸시하고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은 몸과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당당하고 씩씩하고 말짱해 보여도 그들이 보여주는 언행은 곧 그들이 병들었다는 증거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은 못되게 굴 필요가 없다. - P54

그들이 타인을 괴롭히고 싶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그들이 벌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 P56

마음이 평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 마음이 괴로움으로 들끓지 않는다면 남을 못살게 굴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 P56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에는 공손함을 중시하는 사람의 특별한 지혜를 재조명하고 전파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본다. 공손함의 지혜에는 솔직함을 칭송하는 문화가 일으킨 역효과와 현대 사회의 무도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힘이 담겼다. - P68

인간의 삶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언제라도 수치와 좌절을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여기서 미친 사람은 나뿐인가‘라는 물음표를 영원히 달고 살아야 하는 위험에 놓여 있다. 예의범절을 따지는 사회에서 타인을 속속들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친구들이 몹시 필요하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는 내 안에사 일어나는 성적 충동이나 후회, 분노와 소란을 털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은 그들도 살짝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 앞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내게 필요하고 위안이 되는 친구는 그가 저지른 수치스럽고 어리석은 행동을 똑바로 인정하고 그 모습을 내보인다. 이런 친구를 통해 나 자신을 올바로 평가하고 내면의 충동과 저열함을 좀 더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통찰을 얻는다. - P75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이들의 능력은 상대방이 다소 위협적이고 외계에서 온 것처럼 낯설어도 그 사람이 진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때까지 만남을 지속하고 인내하는 데서 나온다. 이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파악한다. - P81

과잉 친절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감을 상실한 이들이 타인의 기분과 필요를 파악하는 데 자신의 경험을 지침으로 삼지 않고 섣부르게 자세를 낮추기 때문이다. - P82

과잉 친절을 보이는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의 근원에는 지나친 겸손함이 자리한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남이 무엇을 좋아할지 파악하는 데 쓸모 있는 자신의 경험을 무시할 정도로 자신감을 잃은 죄밖에 없다.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이 겪는 실패를 보면서 우리가 기억할 교훈이 있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되려면 나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고, 먼저 그 솔직함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위험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들은 설령 관계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으려다 일을 망쳐도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그리고 당당하게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선의 길이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실패할 위험을 감수해야만 실제로 친구를 사귈 기회를 얻는다. - P83

수줍음의 뿌리는 타인을 해석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숫기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쑥스러워하지는 않는다. 나이, 계층, 기호, 습관, 신념, 성장 배경, 종교 등의 다양한 지표를 기준으로 자기와 매우 다른 사람들 앞에 있을 때 입이 얼어붙는다. 다소 불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수줍음은 마음에서 형성되는 일종의 ‘지역감정‘이라고 보아도 좋다. 이들은 자신의 삶과 경험에서 발생하는 부속물에 집착한 나머지 자기와 부속물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들에게 상대방을 위협하는 이방인, 해독이 불가능한 이방인이라고 크게 딱지를 붙인다. - P84

함께 웃거나 장난스러운 농담을 던지거나 편안하게 있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기에 공통분모가 없기 때문이다. 숫기 없는 이들이 일부러 불쾌하게 굴거나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인식하는 모든 차이점을 넘기 힘든 장애물로 바라보기 때문에 호의를 표현하지도 못하고 자신의 개성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 P85

유난히 활발한 성정도 아니고 사람과 어울리기 좋아하지 않아도 인간 본성에 대한 깨달음을 기반으로 세계시민이 되는 사람이 있다. 겉모습과 상관없이 인간은 모두 같은 종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기에 모임에서 굳게 입을 다무는 사람이나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서먹하게 만드는 사람은 상대방을 암암리에 배척하는 죄를 짓는 셈이다. - P87

세계시민은 사람들 간에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다만 그런 차이에 압도당하거나 겁을 집어먹지 않을 뿐이다. 그들은 차이점 너머에서 우리가 모두 하나로 결합되어 있음을 감지한다(좀 더 현실성 있는 표현을 쓰자면, 그러리라고 짐작한다). (...) 초반 만남에서 실패하더라도 머지않아 공통점을 찾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모든 인간은 (아무리 겉모습이 달라도) 몇 가지 기본 관심사에서 틀림없이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공통의 기호와 미움, 희망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설령 그 공통점이 공굴리기라거나 일광욕처럼 사소한 취향일지라도. - P87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비관적이다. 이들이 보는 세상에서는 근대주의자와 전통주의자가 서로 전혀 대화가 안 되고, 열렬한 좌파 활동가는 우파에게 전혀 곁을 내주지 않으며, 무신론자는 성직자와 어울릴 수 없고, 기업주는 사회주의자 사이에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 뿐이라고 확신한다. - P88

숫기가 없는 사람은 온통 상대방과의 격차에만 시선이 쏠려 있다. - P89

직관이 뛰어나서 수줍음을 타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이 배어 있다. 타인이 자기 때문에 언짢아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음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은 자신이 성가신 존재로 전락할 위험성을 감지하는 촉각이 무섭게 발달되어 있다. - P89

내 안에 있는 박애심을 표현할 줄을 모르고 자기 감정을 억압한 까닭에 나에게 마음을 열었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하게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계를 긋고 자기 안의 지역감정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여드름투성이 소년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예쁜 소녀가 자기와 유머 코드가 비슥하고 자기처럼 아버지와 사이가 몹시 나쁘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보지 못한다. 중년의 변호사는 이웃집 여덟 살짜리 소년이 자기와 마찬가지로 로켓에 대한 꿈아 있음을 찾아내지 못한다. 인종과 나이는 장벽이 되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손해를 초래한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지만, 결국 수줍음이란 자신을 너무 특별하게 보기 때문에 생겨나는 부당한 감정이다. - P89

유혹하는 행위가 이상적으로 기능을 한다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자신감과 자존감을 무료로 재분배하는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유혹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가장 떳떳한 방식으로 유혹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는 마치 기본적으로 거대한 물질적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유전, 통신위성, 대규모 쇼핑 단지, 화려한 유흥가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인상 깊은 요소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는 상당 부분 우리의 집합적인 취향과 상상, 갈망에 의해 추진되는 심리적 현상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어디에 기꺼이 돈을 쓰려고 하느냐‘가 이윤을 창출하고 투자 시스템 전체를 조직화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소비자 교육이 핵심적인 경제 운동의 하나가 되었다. - P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의 속 얘기를 듣고 그것을 갚자면 자기 속을 털어놓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을 것 같지 않다. - P28

명준은, 대들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숨을 죽였다. 그를 향하고 있는 네 개의 얼굴. 그것은 네 개의 증오였다. 잘잘못간에 한번 윗사람이 말을 냈으면, 무릎 꿇고 머리 숙이기를 윽박 지르고 있는 사람들의, 짜증 끝에 성 낸, 미움에 일그러진 사디스트의 얼굴이었다. 빌자, 덮어놓고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자. 그의 생각은 옳았다. 모임은 거기서 10분 만에 끝났다. 명준은 사무친 낯빛을 하고, 장황한 인용을 해가며, 허물을 씻고 당과 정부가 바라는 일꾼이 될 것을 다짐했다. 지친 안도감과 승리의 빛으로 바뀌어가는 네 사람 선배 당원의 낯빛이 나타내는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명준은, 어떤 그럴 수 없이 값진 ‘요령‘을 깨달은 것을 알았다. 슬픈 깨달음이었다. 알고 싶지 않았던 슬기였다. 그는 가슴에서 울리는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 P127

싸움이 멎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명준은 깊은 구렁에 빠졌다. 북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예 없었다. 아버지가 전쟁중에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을 알 수는 없었으나, 설령 살아 있다 하더라도 그 한 가지만으로 북을 택하기에는 너무 약했다.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살 테지. 효도 같은 걸 하기엔, 현실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리고 북녘 같은 데서 살붙이란 무엇이던가. 그러고 보면, 이제 그가 북으로 가야 할 아무 까닭도 없었다.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은혜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사회에 들어 있다는 것은 풀어서 말하면, 그 사회 속의 어떤 사람과 맺어져 있다는 말이라면, 맺어질 아무도 없는 사회의, 어디다 뿌리를 박을 것인가. 더구나 그 사회 자체에 대한 믿음조차 잃어버린 지금에, 믿음 없이 절하는 것이 괴롭듯이, 믿음 없이 정치의 광장에 서는 것도 두렵다. 코뮤니스트란, 월북할 때 그러려니 그려본, 그런 인종들이 아니었다. 한때 그들의 존재를, 믿음이 없어진 현대에서, 한 가지 기적으로 생각했다. 이상주의의 마지막 지킴꾼들. - P1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