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과 남편, 여동생에 대한 습관적인 걱정과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에밀리 탈리스의 신경을 갈수록 예민하게 만들었다. 또한 편두통과 모성애 덕분에,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침대에 죽은 듯 누워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탓에, 이 예민한 육감이, 자기가 누워 있는 어둠침침한 방에서 빠져나와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는,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촉수가 달린 감각이 생겨났다. 이 육감 덕분에 그녀는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카펫이 깔린 바닥을 통해 들려오는 불분명한 소리가 타자로 친 대본보다 더 명료하게 이해되었고, 한두 개의 벽을 지나 들려오는 말소리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감정과 미묘한 뉘앙스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소음기(消音器)를 달았다고 느껴질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낡은 라디오의 주파수처럼 불안하게 맞춰져 있는 그녀의 예민한 감각에는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외침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어둠 속에 누워 있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수록 알게 되는 것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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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18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장, 좋네요... ^^

베텔게우스 2021-01-19 13:05   좋아요 1 | URL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눈에 보이듯 묘사했다는 게 참 감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