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요정을 믿으세요

이 말은 외계인을 믿느냐는 말과 비슷할지도

세상에는 요정도 외계인도 있어요

그들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게 보이고

평범하게 살아요

그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잘 생각해 보세요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뭔가 다르게 보일 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바로 요정이에요

하지만 오랫동안 사람으로 살아서 마법은 못 써요

마법은 쓰지 못해도 마법 같은 일은 해요

그건 요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구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세상에는 생각보다 요정이 많을지도

 

당신도 요정인가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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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시인선 125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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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집 사고 한해 넘게 지난 것 같아. 첫번째 시집도 사고 시간 많이 지난 다음에 본 것 같은데, 두번째도 그러다니. 그래도 보기라도 해서 다행 아닐까. 예전에 산 시집은 거의 한번은 보기는 했어. 아니 사두기만 하고 한번도 안 본 거 몇권 있을지도. 그건 시집을 어쩌다 한번 샀을 때였을 거야. 지금도 시집 자주 사지 않고 자주 못 만나. 한달에 한권 봐야지 한 적도 있는데. 어느 달에는 여러 권 만나기도 했는데. 이 말 예전에도 한 것 같군. 시를 보면 좋기는 한데, 시집을 보고 나서 무슨 말을 써야 할지 걱정스러워서 시집 보기 미뤄. 이 시집도 그랬어. 마음먹고 빨리 만나려 했다면 더 좋았을걸. 시집을 한권 보면 다음에 볼 게 없어서 또 살지도 모르잖아.

 

 첫번째 시집 제목은 《다정한 호칭》이었는데, 이번에는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야. 이 시집 어디에서 샀을까. 책방에서 샀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책방에 갔더니 이 시집이 없더라고. 책 나오고 거의 한달 되려 했을 때였는데. 거기에는 새로 나온 시집이 있을 것 같아서 갔는데. 주문하고 며칠 뒤에 사 왔어. 이 시집은 2019년 7월 여름에 나왔어. 시집 색 봄 같지 않아. 시를 보니 봄을 말하는 게 많더군. 좋은 봄은 아니야. 그렇다고 안 좋은 봄도 아니야. 잊지 않아야 할 봄이야. 알지 2014년 4월 16일. 이은규는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시를 여러 편 썼을까. 봄이 올 때마다 썼을지도. 2014년이 가고 봄은 여러 번 다시 왔지. 그때와는 다른 봄이겠지만. 언제든 같은 날은 아니지.

 

 

 

누가

봄을 열었을까, 열어줬을까

 

허공에서 새어나온 분홍 한 점이 떨고 있다

바다 밑 안부가 들려오지 않는데, 않고 있는데

 

덮어놓은 책처럼

우리는 최선을 다해

세상에서 가장 이기의 말을 반복했다

미안(未安)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

이제 그 말을 거두기로 하자, 거두자

 

슬플 때 분홍색으로 몸이 변한다는 돌고래를 본 적이 있다

모든 포유류는 분홍분홍 울지도 모른다

 

오는 것으로 가는 봄이어서

언제나 봄은 기억투쟁 특별구간이다

그렇게 봄은 열리고 열릴 것

 

인간의 한에서 악을 골랐다고 말한다면

오래 바다에 귀 기울이자

슬픔은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그 무엇이어서

봄은 먼 분홍을 가까이에 두고 사라질 것

 

성급한 용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만든다

오래 이어질 기억투쟁 특별구간

 

멀리서 가까이서 분홍분홍 들려오는 말

덮어놓은 책은 기도와 같다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오고 있을 문장은 기도가 아니라 선언이어야 할 것

 

봄을 닫기 전에, 닫아버리려 하기 전에

누군가

 

-<봄의 미안>, 66쪽~67쪽

 

 

 

 미안하다는 말은 ‘잘못을 저지른 내 마음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말’이었군. 미안하다는 말 자주 안 하는 게 좋겠군. 아주 큰일에는 더하겠어. 많은 아이가 세상을 떠났잖아. 아이뿐 아니라 누군가의 식구도.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뭐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해. 말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서겠지. 이런 바람도 있어. 아이들이 어딘가 다른 세상에서 잘 지냈으면 하는. 내가 산 사람이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군. 다시 좋은 세상에 나기를 바라는 게 나을까. 잘 모르겠군.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뭐든 좋을 건 없을 듯해.

 

 

 

책장 한편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이 놓여 있다

고요한 세계, 시인이

아름다운 나타사를 사랑해서

눈이 푹푹 내린다

 

문득 스노볼을 흔들면

눈송이들 반짝이며 흩어졌다 약속처럼 가라앉는다

그 시간을 한 생이라 하자

시인은 아직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맑은 술을 마시며, 혼자 쓸쓸히 많이 생각한다

 

사계절 겨울인 세계에서는

눈 내리는 동안만 사랑이 있을까 사랑이 되돌아올까

고요에 눈이 멀고 귀가 멀고

 

눈이 푹푹 쌓이는 밤 나타샤와 시인은

흰 당나귀 타고 마을로 가자

작은 새가 우는 눈 내리는 마을로 가 살자, 노래하고

 

스노볼을 흔들면 문득

약속들 반짝이며 흩어졌다 눈송이처럼 가라앉는다

그 시간을 한 생이라 하지 말자

 

눈은 푹푹 내리고 시인은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오지 않을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고조곤히

눈 내리는 마을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 버리지 못하는

 

고요한 세계, 시인이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 응앙응앙 울 것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이 놓여 있다

책장 한편

 

-<스노볼*>, 64쪽~65쪽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기대어 쓰다.

 

 

 

 앞에 옮겨 쓴 시 <스노볼>은 <봄의 미안> 바로 앞에 실린 시야. 이걸 먼저 쓰려고 했는데 봄 이야기를 먼저 해서 차례가 바뀌었어. 이 시는 좀 익숙해 보이지.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백석 시가 생각나게 해. 백석 시에 기대어 썼다는 말이 있군. 이런 시는 한편 더 있어. 여기 담긴 시에는 처음과 끝이 비슷한 시 많아.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 그런 걸 수미상관이라 하지.

 

 여기 실린 시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보니 괜찮았어. 우연히 이은규 첫번째 시집을 봐서 두번째 시집이 나왔을 때 관심을 가졌다가 이렇게 봤어. 이 시집 제목에서 말하는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는 잊지 않아야 할 이야기인 듯해. 그런 건 속삭이기보다 조금 크게 말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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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20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 내리는 마을 스노볼]

시인 백석의 나타샤 ㅠㅠ

희선 2021-04-21 01:08   좋아요 1 | URL
눈 내리는 마을이 작아졌네요 그런 걸 보고 백석 시를 떠올리고 시를 쓰다니...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4-20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날은 오래 속삭이고 싶지 않은 날 ㅠㅠ
세상에 모르는 시인도 넘 많네요. 담아가요. 고마워요~~~~

희선 2021-04-21 01:10   좋아요 0 | URL
어느새 일곱해가 되다니... 그날은 오래 속삭이지 못할 일이네요 저는 다 알지 못했지만 행복한책읽기 님은 잘 보실 듯합니다


희선
 

 

 

 

어둠에 싸이려 한

내 마음을 밝혀준 너

넌 어둠속에서 더 빛나지

 

가끔 빛나는 게 힘들면

쉬어도 돼

 

다시 네가 빛날 때까지

기다릴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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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TONE 14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Dr.STONE (ジャンプコミックス) 14
이나가키 리이치로 / 集英社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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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톤 14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이 책 <닥터 스톤>은 지난해에 1권을 만나고 거의 한해가 지났다. 그건 2017년 7월에 나왔는데, 책이 두달에 한권 나와서 벌써 20권까지 나왔다. 이번에 본 <닥터 스톤> 14권은 언제 나왔을까. 2020년 2월이다. 그러니까 지난해에 첫번째로 나온 거다. 더 빨리 볼 수도 있었는데, 게으르고 마음이 영 아니어서 빨리 못 봤다. 그래도 어느새 14권이다. 이달에 15권까지 볼 생각이다. 15권에서 이번에 간 섬 이야기 끝날 것 같다. 다는 아니고 조금 남겨두고. 이것도 원피스처럼 시간이 갈수록 나오는 사람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한동안 일본에 있었지만 지금은 배를 타고 다른 곳에 왔구나. 다음에도 다른 곳에 가지 않을까 싶다. 왜 가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 이야기가 나오는 거 보면 알겠지. 미국에 간다던데. 벌써 이 말을 하다니.

 

 코하쿠가 찾아내고 보내준 백금으로 센쿠는 질산을 만들었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빼앗으려고 드론을 만들려 했는데, 센쿠는 만드는 건 잘 못해서 만들기 장인 카세키를 깨우려 했다. 하지만 섬 사람이 돌이 된 센쿠 동료를 부숴서 바다에 빠뜨렸다. 그냥 버리지 않고 깨뜨려서 버리다니. 그런 걸 보면서 스이카가 류스이가 바다를 잘 안다고 말했다. 그 류스이를 총재인 이바라가 침입자를 찾아내는 데 쓰려고 했다. 후궁에 온 사람한테 류스이를 깨게 했다. 코하쿠는 그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하고 말리려 했는데, 센쿠한테 연락을 받고 코하쿠 차례가 오자 류스이를 조각조각낸다. 그걸 센쿠 쪽으로 보낸다. 돌을 맞추면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다니. 코하쿠가 잘 맞출 수 있게 조각냈다.

 

 류스이 몸을 잘 맞추고 돌에서 깨어나는 액체(이건 공업용 부식 용액 나이탈 용액일지도)를 끼얹었더니 사람으로 돌아왔다. 류스이는 해류를 잘 읽었다. 섬사람이 바다에 빠뜨린 돌이 어디로 흘러갔을지 알아냈다. 하지만 바닷속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센쿠는 스쿠버 다이버가 쓰는 산소통을 만들었다. 거기에 산소 넣는 건 시간과 힘이 많이 들었는데, 바닷속에서는 겨우 10분 버틸 수 있었다. 그런 거라도 만들어서 다행이지만. 돌이 되고 조각난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고 카세키도 찾았는데, 카세키는 바닷속 진흙에 묻혀서 꺼낼 수 없었다. 류스이는 위에서 기다리는 센쿠와 겐한테 신호를 보냈다. 센쿠는 돌에서 깨어나는 액체를 류스이한테 보내주었다. 난 그걸 카세키한테 끼얹으려는 건가 했는데, 타이주를 먼저 깨웠다. 물속에서 액체를 쓰다니, 류스이는 산소통에 든 산소를 이용했다.

 

 힘 하면 타이주다. 타이주가 힘은 세지만 사람한테 그 힘을 쓰지는 않는다. 타이주는 깨어나서 바로 알아듣고 카세키를 바닷속 진흙에서 꺼냈다. 타이주가 깨어나기 전에 팔이 없었는데, 그 팔은 소유즈가 찾아왔다. 소유즈는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아기 때 일도 기억했으니. 다들 한가지 뛰어난 게 있게 했나 보다. 카세키를 깨우려 하니 등에 한조각이 없었다. 타이주는 산소통도 없이 잠수해서는 돌이 된 동료를 조금씩 가지고 왔다. 타이주 체력은 바닥이 없어 보인다. 바닷속에 갔다 오는 건 힘들게 여기지도 않았다. 카세키는 할아버지인데 돌에서 깨어나고 몸이 더 좋아졌다고 했다. 돌에서 돌아오면서 안 좋았던 게 나았다. 정말로 이건 닥터 스톤이구나. 카세키는 바로 드론 만들기에 들어갔다. 처음 만든 건 정밀도가 떨어졌지만 어쨌든 만들었다.

 

 후궁에서는 두령이 긴로를 불렀다. 긴로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센쿠가 준 파인애플을 떠올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쓰려고 했다. 그건 파인애플 안에 여러 가지 약품을 넣은 거였다. 그 냄새를 맡으면 어지러운가 보다. 두령은 그림자만 보였는데, 다른 곳에 총재인 이바라가 있었다. 이바라가 있는 걸 보고 놀란 긴로가 파인애플 액체를 쏟았다. 이바라는 어지러워 보였다. 긴로는 바로 달아나려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이라도 뭔가 알아내야 한다 하고는 두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사람이 아닌 돌이 된 사람이 있었다. 얼굴은 소유즈를 닮았다. 소유즈는 두령 아이였나 보다. 긴로가 그걸 본 걸 알고 이바라가 긴로를 등 뒤에서 공격했다. 손가락에 뾰족한 걸 끼웠는데 그걸로 찔렀다. 두령한테 뭔가 있을지 알았는데, 실제 두령은 없고 이바라가 자기 멋대로 한 거였다.

 

 이 섬에서 가장 힘이 센 건 모즈였다. 모즈는 코하쿠한테 침입자가 아니냐 하고 동료가 있는 곳을 말하라고 했다. 코하쿠가 그런 걸 말할 리 없지 않나. 코하쿠와 모즈가 싸우는 곳에 다친 긴로가 떨어졌다. 코하쿠가 있던 곳과 긴로가 있던 곳은 멀지 않았다. 긴로는 힘을 내서 코하쿠한테 두령의 비밀을 말했다. 코하쿠는 아마릴리스한테 그걸 전하고 큰 소리로 말하려 했다. 그때 이바라는 키리사메한테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걸 쓰게 했다. 이것도 작전이기는 하다. 아직 긴로가 살았을 때 돌이 되면 나중에 돌아올 때 그게 낫는다. 코하쿠와 긴로는 돌이 되고, 아마릴리스는 그 틈에 그곳을 빠져나와 센쿠와 모두가 있는 곳에 간다. 다른 사람은 눈을 감고 있어서 아마릴리스 모습은 못 봤다. 하지만 한사람이 아마릴리스를 따라왔다.

 

 동굴에서는 유즈리하 크롬 우쿄가 돌에서 깨어났다. 우쿄는 깨어나고 바로 동굴로 누군가 온다는 걸 알았다. 그건 아마릴리스였다. 아마리릴리스가 말해준 걸로 센쿠는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건 하나라는 걸 알았다. 거기에 섬에서 힘이 가장 센 모즈가 나타났다. 모즈는 거기 있는 사람 모두를 죽일 수 있었다. 모즈는 코하쿠 긴로 아마릴리스를 수상하게 여겼지만 총재인 이바라한테 말하지 않았다. 그걸 생각하고 겐이 모즈한테 힘을 합치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이렇게 바로 말했지만 거기 공기는 아주 팽팽했겠지. 모두가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말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겐은 사람 심리를 잘 이용해서 모즈가 모두를 죽이지 않게 했다. 잠시 동안이지만 모즈는 같은 편이 됐다. 가장 큰 힘을 얻기는 했지만, 위험이 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번 권에서 마지막에 만든 건 총이다. 지금 쓰는 것 같은 건 아니지만 힘은 낼 수 있는. 모즈한테 그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죽이기보다 마취하는 걸로 쓸 수 있다고. 그래도 센쿠는 총을 만들고는 자신은 지옥에 가겠다고 했다. 사람이 죽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그 총은 예전에 경찰이었던 요한테 주었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 코하쿠와 긴로 구하고 사람을 돌로 만드는 것도 빼앗겠지.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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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파수꾼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나무는 사람보다 아주 오래 산다. 오래 살기에 나무가 신비한 힘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녹나무는 삼천년 이상 산 것도 있단다. 녹나무 이름은 들어봤지만 실제 본 적은 없다. 내가 사는 곳보다 더 남쪽에 있어서 못 본 건 아닐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보게 되고 히가시노 게이고를 일찍 알고 해마다 책을 여러 권 만났는데, 지난해에 나온 《녹나무의 파수꾼》은 이제야 봤다. 아직 못 본 책 몇 권 있지만. 이 책은 여러 나라에서 함께 나왔다. 자기 책이 여러 나라 말로 나오는 기분은 어떨까. 세계 사람이 자기 소설을 보면 기분 좋을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여러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듯하다. 《녹나무의 파수꾼》은 그런 마음에 보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나가이 레이토는 주거 침입, 기물 파손, 절도 미수로 감옥에 들어가게 생겼다. 변호사가 나타나서는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면 감옥에 들어가지 않게 해준다고 한다. 감옥에 들어가느니 다른 일을 하는 게 더 낫겠지. 레이토가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은 좀 짧았다. 그러니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도둑질을 하려 했겠지. 레이토는 변호사 아니 야나기사와 치후네가 시키는 일을 하기로 한다. 그건 녹나무를 지키는 일이다. 야나기사와 치후네는 레이토와 성이 다르지만 레이토 엄마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언니였다. 어느 날 갑자기 친척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치후네가 레이토를 반긴 건 아니어서 그저 그랬겠다. 지금까지 뭐 하다 이제와서 하는 느낌도 들었겠다. 아니 난 친척이어도 연락 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나기사와 집안은 대대로 녹나무를 지켰나 보다. 녹나무는 소원을 이뤄주는 걸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실제는 그것과 달랐다. 그믐날 녹나무에 마음을 맡기면 보름에 그 마음이 뿜어나온다고 한다. 녹나무에서 기념을 하는 건 그믐날과 보름날이다. 이런 게 바로 나오지 않고 좀 봐야 나온다. 녹나무에서 기념하는 사람을 만나는 레이토는 그게 뭔지 얼마나 알고 싶었을까. 일하면서 기념이 뭔지 알려 하지 마라니. 레이토는 보름에 오는 사지 도시아키 딸 유미와 함께 사지 도시아키가 왜 녹나무를 찾아오는지 알아보다 녹나무에 마음을 맡기고 핏줄이 그걸 받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핏줄이라는 말이 좀 걸렸는데 꼭 그런 사람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핏줄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도 녹나무가 아니어도 마음을 주고 받는다.

 

 사람은 평소에는 중요한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런 사람한테 녹나무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녹나무에 남기는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걸 받을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기에 남기는 건지도. 실제 말로 하기보다 조금 편하겠지. 이런 거 정말 신기하지 않나. 식구가 남긴 마음을 보름쯤에 받을 수 있다니.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어야 더 잘 받는다고 한다. 사지 도시아키는 형이 남긴 마음과 형이 지은 곡을 들었다. 형이 만든 곡을 악기로 연주해서 치매인 어머니한테 들려주고 싶었다. 형이 피아노를 잘 쳐서 어머니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바랐다. 음악은 즐기기만 해도 좋을 텐데, 부모는 자식이 잘한다고 하면 천재인가 할지도. 형이 많이 괴로웠을 것 같다.

 

 레이토는 녹나무 파수꾼을 하면서 예전보다 마음이 조금 자란다. 다행이구나. 이모인 치후네 일도 알게 된다. 앞으로도 레이토는 녹나무 파수꾼 잘 하겠지. 아직은 아니어도 레이토한테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다. 녹나무 파수꾼만 하면 가난하려나. 그걸 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한데. 녹나무가 아니어도 사람 마음은 다른 사람한테 전해질 거다. 서로 잠시라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눈다면. 작가는 녹나무가 가진 신비한 힘에 기대기보다 그걸 더 바란 거 아닐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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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7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 읽고 저런 나무가 진짜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 보다는 이런 따뜻한 내용이 더 좋더라구요.

희선 2021-04-17 23:40   좋아요 1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에서도 따듯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더군요 말은 하기 어렵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적을 듯합니다 여기 나온 것 같은 나무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말을 남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