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 베케이션
아오야마 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마지막 모습은 영화 같다. 누군가를 잡아가려고 온 사람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가운데 비눗방울이 날아온다. 사람들은 그 비눗방울에 잠시 눈을 빼앗긴다. 커다란 것과 작은 것이 부딪쳐 터져서 그 밑에 있는 사람은 물을 맞는다. 그 뒤에 그냥 웃고 끝나지 않겠지. 폭풍이 일어나기 전에 조용한 것과 같은 일이다. 그저 잠시 움직임을 멈춘 것뿐이다. 지금 이렇게 말하지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이게 끝이야’ 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 필요는 없겠다. 한사람이 끌려갔을지도 모르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끝까지 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보다 먼저 일어난 일은 벌써 이야기가 끝났다. 조금 남은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 그리고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미야 운송에는 어디에도 갈 데가 없는 사람이 모여든다. 여러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시라이시 겐지다. 지금 겐지는 구치소에 있다. 마지막을 먼저 말했더니 이 말도 나왔다. 죄를 지으면 유치장, 구치고 다음에 형무소로 넘어가는 건가. 겐지는 무슨 죄를 지었을까. 오래전에도 사람을 죽일 뻔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죽였다. 처음에는 왜 그랬을까 했는데, 겐지는 죽일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것보다 작가는 왜 그렇게 썼을까 했다. 그렇게 쓴 작가 마음을 알아야 하는 건지, 겐지 마음을 알아야 하는 건지. 마음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게 삶이기는 하다. 아무리 잘 살려고 발버둥쳐도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가끔 나는 그것은 왜 그럴까 생각한다. 남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나 또한 바꾸지 않고 늘 똑같이 살아가니까. 살아가는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쉽지 않다’는 말로 달아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꼭 바꿔야 한다는 크나큰 바람은 없는 건지도. 이게 맞는 말이다.

 

책을 보면서 세상에는 남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했다. 남들처럼 살아가는 게 가장 힘들다. 평범한 게 가장 좋지만 그 평범함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다. 조직폭력배 친구가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쓶으면서 여동생을 겐지한테 맡겼다. 겐지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병원에 들락날락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겐지 어머니는 겐지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겐지 어머니 일이 가장 먼저구나. 사실 어떤 일은 잘 모르겠다. 겐지 친구 야스오는 왜 조직폭력배에 들어가고 나중에는 사람을 죽이게 되는지(배신당해서일지도), 겐지는 누구한테 쫓기는 건지. 다른 이야기에 그런 게 있을까. 이게 세번째라고 한다. 연작이라고 해도 다른 이야기가 앞에 다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겐지는 자신과 아버지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달아난 어머니 치요코를 미워했다. 어머니가 겐지와 살았다면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간 역사를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 일어난 일도 되돌릴 수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오래 갈까. 이렇게 말하니 생각났다. 미워해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은 오래 가지 않아도 싫어서 안 보는 건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매듭을 짓는 게 나을까.

 

앞에서 겐지가 누구한테 쫓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하나는 중국 마피아다(책 뒤에 중국 마피아라 쓰여 있어서). 겐지는 중국에서 몰래 일본에 들어오는 사람을 옮기는 일을 했는데 중국 아이를 겐지가 데리고 있게 되었다. 중국 마피아한테 사람은 돈이 된다. 중국에서도 힘들게 살았을 사람들이 일본에서도 힘들게 살아가겠지. 이런 이야기 다른 소설에서도 본 것 같다. 동유럽 여자아이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일을 찾으러 가는 것과도 같겠다. 노예제도가 없어졌다 해도 그건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 보이지 않는 곳에는 여전히 노예제도가 있다. 겐지는 중국 마피아를 피해서 대리운전을 한다. 어느 날 태운 손님은 마미야 운송 사장이었다. 그곳에서 겐지는 자신과 아버지를 버린 어머니 치요코를 본다. 이런 우연이 일어나다니 싶다. 같은 시에 살아도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일은 드물다(나만 그런가). 반대로 같은 지역에 살아서 우연히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감동스럽게 다시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아오야마 신지는 그렇게 쓰지 않았다.

 

자신을 버렸다 해도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 처음에는 미워하는 마음이 커도 시간이 흐르면 그런 마음을 푼다. 하지만 겐지는 그러지 않았다. 어쩐지 나쁜 마음이 더 자라난 듯하다. 아버지가 다른 동생 유스케와도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지난 일을 용서하고 잘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아니, 어쩌면 겐지는 어머니하고 연을 끊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죽인 또 다른 아들을 기다리기로 한다. 겐지가 사에코와 유리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제와서 이런 이름을 말하다니. 사에코는 겐지가 사귀는 사람이고 유리는 친구가 맡긴 동생이다. 사에코 이야기는 따로 조금 나온다. 어머니라고 해서 자식이 한 일을 모두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치요코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것은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도 하다면서. 마미야도 같은 마음이다.

 

보통 생각밖에 못하는 나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이야기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일만 일어나지 않는구나. 마음에 안 든다 생각하면 자꾸 나쁜 마음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다른 사람은 알아본 것을 겐지는 몰랐다. 그것은 어머니가 편하게 살지 않았다는 거다. 겐지는 어머니가 자신과 아버지를 버린 일만을 나쁘게 본 거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치요코가 ‘자식은 언제나 자식이다’고 하는데 이 말이 맞다.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미처하지못한말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아가는 건 어떤 걸까. 나 또한 거기에서 멀다. 나고 자라고 학교에 다니고 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 낳고 살아가는 것, 일까.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꼭 이게 평범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없어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거나, 자라면서 엄청난 일을 겪어서. 나는 부모도 있고 엄청난 일을 겪은 것도 아닌데. 살면서 조금씩 무엇인가 쌓였겠지. 겐지나 마미야 운송에 온 사람들과도 다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곳에는 누군가한테 쫓기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을 보고 그나마 나는 낫구나 했다. 세상에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보다 나는 그렇게 나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니. 본래 그런 거 아닐까. 피가 이어진 사람만이 식구일까. 그것은 아니겠지. 마미야 운송 사람들든 피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식구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서로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어느 때는 가정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하고, 어느 때는 가정이 아닌 곳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두워보이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내가 생각을 잘 못하고 잘 못 썼을 뿐이다.

 

 

 

희선

 

 

 

 

☆―

 

“어머니하고 인연을 끊을 작정이었는데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해봐도 휘휘 휘감겨서 떨어지지를 않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한테까지 이어지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한 일을 죄다 용서하고 품어준다. 그런 어머니라는 거, 뭔가 밑 빠진 듯 넓은 품이 말이지 너무 무서웠던 거 아닐까.”  (292쪽)

 

 

“떠돌이를 고용해서 반듯하게 갱생하도록 돌봐주고, 그랬는데도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나고…… 그런데도 겐지를 기꺼이 맞아주실 수 있습니까?”

.

.

.

 

“입에 발린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피가 섞이지 않아도, 아들이건 아니건, 이것도 인연이야. 아니, 인연이라고도 못하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해야겠지만…… 하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하고 똑같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내 자식이 아닌 사람한테 폐를 끼친 사람들도 내가 맡아왔는데, 내가 자식을 죽인 사람이라고 어떻게 안 맡을 수가 있겠어. 형이 확정되고 착실하게 징역 살고 나오면 내가 확실하게 겐지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293~294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4-11-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아무래도 전편의 배경들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겁니다. 헬프리스, 유레카, 새드 베케이션 이렇게 3편의 영화가 있죠. 저는 그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보았습니다만, 솔직히 지금은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네요. 기억이 나면 위에 의문을 가지신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릴 수도 있을텐데. 다만 `유레카`의 마지막 엔딩이 아주 좋았다는 것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영화와 이 소설을 보고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어두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희선 2014-11-05 01:17   좋아요 0 | URL
아주 좋은 마지막은 어떨까 싶네요 다는 아니더라도 예전에 일어난 일을조금 이야기해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알기 어렵더군요 맨 처음에 말하는 사람이 갑자기 들어가서, 다음에는 잘못 보기도 했습니다 거기도 그 사람이 말하는 걸로 알고 봤는데 아니더군요 제가 예전에 유레카라는 소설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제목이 비슷한 ‘유레루’였어요 그것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해서 그랬습니다 거기에 오다기리 죠가 나온다고 하네요

얼핏 보면 어두워보이는데 자꾸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더군요 책 다 읽고 다른 생각도 했어요 이 소설 조금만 바꾸면 따듯한 이야기가 됐겠다고 그러면 좀 흔한 이야기가 되지만... 그렇게 안 한 게 더 나은 거군요


희선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항설백물어(巷說百物語)’는 민중 사이에 떠도는 백가지 이상야릇하고 신기한 이야기다. 백이라는 숫자는 무엇일까. 예전에도 이런 생각해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사람이 나고 백일이 지나면 축하한다. 나고 백일을 넘기면 죽음에서 조금 멀어지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기원할 때도 백일기도를 드린다(백일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백가지라고 하지만 이 숫자에 맞아떨어지는 만큼만 있을까. 어쩐지 더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냥 백가지라고 정해둔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모여서 백가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도 그런 사람(야마오카 모모스케) 나온다. 괴담, 기담 백가지를 모아서 책으로 내려고 하는. 백가지 이야기 하면 생각나는 건 미야베 미유키가 쓰는 미시마야변조괴담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세권 나왔는데, 교고쿠 나쓰히코가 쓰는 항설백물어는 더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두권 나왔다. 다른 건 못 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형식은 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교고쿠 나쓰히코 소설은 그렇게 많이 못 봤다. 그것보다 우리나라에 많이 안 나온 건가. 교고쿠도 시리즈로 나오는 것 조금, 괴담으로 쓴 소설 두권(‘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헤이지’), 그리고 항설백물어(얼마전에 ‘싫은 소설’도 봤다. 싫은 일이 끝없이 일어나는, 이것도 괴담에 가까우려나). 세가지는 동떨어져 있지 않다. 교고쿠도 시리즈에도 괴담, 기담이 나온다. 괴담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 해석하는 것이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요괴 연구가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거겠지. 교고쿠도 시리즈에서 탐정으로 나오는 추젠지 아키히코는 음양사로 헌책방(고서점)을 한다. 탐정을 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헌책방 이름이 ‘교고쿠도’다. 예전에 작가 이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가 아닌가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작가 이름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은 책방 이름에 ‘당(堂 どう도)’을 쓰기도 한다(책방에만 쓰는 건 아닐지도). 교고쿠도는 교고쿠당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빵집에 ‘당’을 붙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이름이 많이 없어졌구나(금은방에도 붙였던가).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데. 교고쿠도 시리즈는 그거고 이것은 이것인데. 그래도 이 책을 보다보니 그게 생각났다. 비슷한 점도 있다. 진짜 요괴 귀신은 안 나오는 것.

 

첫번째 <아즈키아라이>에서 비 오는 날 밤 오두막에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서 이런 게 죽 이어지는 건가 했다. 앞에 조금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오두막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스님 엔카이는 두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를 듣고 무서워했다.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자기와 상관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엔카이는 예전에 혼례식을 하려는 여자를 끌고 가고, 그 모습을 본 여자 동생을 죽였다. 이렇게 바로 말을 한 건 아니고 이상한 이야기로 꾸몄다. 그렇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아는 사람은 겁을 먹겠지. 빗소리 사이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아즈키아라이는 팥을 씻는 소리를 내는 요괴로 개울에서 팥을 씻는 동승이 앙심을 품은 동승한테 죽임 당한 뒤부터 그 동승 영혼이 가끔 나와 팥을 씻고 울고 웃는 이야기다. 엔카이는 빗소리 사이에서 팥 씻는 소리를 듣고 미쳐서 오두막에서 뛰쳐나갔다. 바깥으로 나가기보다 오두막 안에 있는 게 안전할 텐데 정신이 나가버렸으니 그런 생각은 못했겠지(방 안이 무서운 분위기를 냈구나). 엔카이는 돌에 머리를 찧고 죽었다. 그것을 안됐다고 생각해야 할지, 벌을 받았다 생각해야 할지. 오두막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한 것은 우연일까. 그것은 여러 사람이 꾸미고 마련한 자리다. 마지막에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에도시대에도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렀을 거다. 하지만 모두가 그랬을까. 확실하게 알면 죄 지은 사람을 잡았겠지만 잡히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다. 정의를 위해서 하는 건 아니고, 돈을 받고 죄를 지은 사람을 혼내주는 사람이 있었다. 산묘회(인형사) 오긴, 어행사(승려 차림으로 액막이 부적을 팔고 돌아다니는 걸식인 한 부류)로 꾸미고 다니는 잔머리 모사꾼 마타이치, 신탁자(가고시마 신궁 신관을 흉내내고 부적을 달던 걸식인) 지헤이, 여기에 수수께끼 작가 야마오카 모모스케도 함께 한다. 언제나 네 사람이 다 같이 하는 건 아닌데 거의 같이 한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연극을 한다. 거의 연극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은 옛이야기를 이용했지만(교고쿠도 시리즈에도 그런 거 나온다). 앞에서 혼내준다고 했는데, 이 말처럼 가볍지 않다. 왜냐하면 상대는 거의 사람을 죽인 사람이니까. 끝이 어떻게 될지 알고 한 건 아닌 듯한데 마지막에는 죽는다. 여우를 잡고 살던 사람은 도적부하가 되어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결국 자기 아내와 아이까지 죽인다. 그 사람만은 죽지 않았다. 도적부하를 그만둘 수 있게 해달라고 한 사람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많은 사람이 죽고 그 사람만 살았다. 지금은 정신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자신의 업보를 생각하고 살겠지.

 

나쁜 사람 때문에 나쁜 짓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일에서 풀려났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 집안을 이용하려는 사람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져버렸다. 그 사람 사이코패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에도시대 때도 사람을 많이 죽이는 사람 있었을 거다. 미야베 미유키도 그런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 쓴 적 있다. 자기 아이만 보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왜 그랬을까. 사람이 죽어도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도 나왔다. 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죽일까. 한번 그 선을 넘으면 되돌아오기 어렵겠지. 정신에 병이 든 걸까. 어쩐지 그런 사람이 많이 나온 듯하다. 그것은 자기 뜻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다. 내가 쓴 마음 길 잃지 않기(예전에도 비슷한 제목을 썼다)는 처음부터 할 수 없을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우리도 마음 길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잘 잡아야 한다.

 

이 책을 지금 보아서 다행이다. 왜냐하면 틀린 게 있다는 걸 알아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 교토’를 안 봤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 거다. 틀린 것은 314쪽 하타노 가와카쓰(秦河勝 진하승) 각주다. 진하승은 신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인데, 책에는 ‘중국에서 건너온 진 씨 일족 수장’이라 쓰여 있다. 이것은 우리말로 옮긴 사람이 잘못한 거다. 소설은 잘못 썼다고 말하기 애매하다. 하타노 가와카쓰(진하승)가 대륙에서 건너왔다고 하는 말은 없고, ‘원악이라고 하면 또 하타노 가와카쓰를 꼽지.’ 했다. 교고쿠 나쓰히코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희선

 

 

 

 

☆―

 

“자신은 젊다. 젊고 아름답다는 꿈. 자신의 진짜 모습은 더러운 노파고, 추한 괴물이라는 현실을 그 여자는 못 본 척했어. 아니 안 보고 살고 있었던 거야.”

.

.

.

 

“이 세상은 참으로 서글퍼. 그 노파만이 아니라고. 너도 나도, 사람은 모두 같아.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면서 가까스로 살고 있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살아있지 못해. 더럽고 냄새 풍기는 자신의 본성을 알면서도 속이고 어르면서 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삶은 꿈같은 게 아닐까.

 

마타이치는 그렇게 말했다.

 

“억지로 쥐어흔들고, 찬물 끼얹고, 볼때기 때려서 눈을 뜨게 해봐야 좋을 것 없어. 이 세상은 모두 거짓투성이야. 그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니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거야. 그렇다고 눈을 떠서 진짜 현실을 보게 되면 괴로워서 살아가지 못해. 사람은 약해. 그러니까 거짓을 거짓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것밖에 길이 없는 거라고. 연기 피우고 안개 속에 숨어 환상을 보고, 그래서 만사가 원만하게 수습되는 거라고. 그렇지 않나?”  (500~503쪽)

 

 

- 어쩐지 조금 어려운 말이다. ‘거짓을 거짓으로 알고 살아간다’가 맞을까 했는데, 진실로 알면 정신이 이상해진다고 하니 맞는 듯하다. 자신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있을지라도 제대로 보고 살고 싶기도 하다. 아무리 삶이 꿈같다 해도. 세상에 조금이라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게 너무 지나치면 안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오래전 친구가 준 백석 시집

백석이라는 이름을 알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뿐

내 마음과 눈이 어두웠던 탓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친구는 시 <흰 바람벽이 있어>를 새롭게 보게 해주었다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는 언제 다시 보았을까

 

안도현은 백석 시를 스무살에 만나 읽고 베껴쓰고 시를 썼다

서른해가 흘러 백석평전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북쪽으로 간 사람 글은 볼 수 없었다

사상 때문에 북쪽으로 간 사람도 있지만,

백석은 부모가 있고 고향이어서 그곳에 남았다

세상을 조금 살펴보고 남으로 왔다면 좋았을 텐데

친구 허준 정현웅이 북으로 와서 백석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까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백석은 시를 쓰기보다 러시아 소설과 시를 번역하였다

순수한 시를 쓰지 못하는 백석이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조금 자유롭게 써도 괜찮다고 여긴 것은 아동문학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백석은 평양에서 쫓겨나 추운 삼수군에 가서 양치기를 한다

다시 시를 쓰고 싶어했으나 북에서는 백석을 내버려두었다

자신은 일을 해서 개조되었다고 보여주기까지 했는데

그런 시를 쓴 백석 마음은 어땠을까

자기 마음과 다른 말을 써야 하는 건 괴로울 듯하다

일제시대 때도 백석은 언제나 우리말로 시를 썼는데,

그때 마음이 꺾이었구나

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2

 

무엇보다 백석이 북한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게 되었다. 다른 것은 벌써 알고 있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모두 다 처음 안 일이다. 아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 나오는 나타샤가 자야를 가리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야는 기생인 김진향이다. 시에 나오는 나타샤가 자신이라고 한 여성이 많았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에드거 앨런 포가 쓴 <애너벨 리>다. 여성도 그런 일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남성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영감을 더 받는 듯하다. 더욱이 백석은 친구 허준 결혼 축하 자리에서 만난 통영 아가씨 박경련을 만나고 마음에 들어한다. 백석은 통영에 다녀오고 시도 썼다. 박경련을 ‘난’이라 하기도 했다. 그때 함께 있던 친구 신현중 마음에도 박경련이 자리하고 말았지만. 자야를 처음 만났을 때는 ‘지금부터 너는 내 마누라다’ 했는데, 그때도 백석은 박경련을 생각했다. 그럴 수가. 박경련이 신현중과 결혼했을 때는 아주 놀랐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 백석은 박경련한테 청혼했다. 그런데 신현중이 백석 어머니를 나쁘게 말해서 그 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현중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사랑을 골랐구나. 백석은 부모 때문에 결혼을 여러번 했다. 결혼하기만 하고 함께 산 시간은 짧았나보다. 그 부분은 왜 자신이 확실하게 하지 못했을까, 그런 시대였기 때문일지도. 북에서 백석은 서른네살에 열네살(스물) 어린 리윤희와 결혼하고 자식까지 두었다. 혹시 다른 사람은 아이를 낳지 못해서 헤어졌던 걸까. 백석 스스로 그런 게 아니고 부모가 그렇게 하게 만든 건 아닐지.

 

백석은 최정희, 노천명, 모윤숙과도 친하게 지냈나보다. 세사람이 백석을 말하는 게 재미있다. ‘사슴’ ‘사슴군’이라 했다. 백석은 오산고보를 나오고 한해쯤 집에서 보냈다. 집이 가난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다. 그 시간 동안 백석은 글쓰기를 생각하고 썼다. 백석이 학교 다닐 때는 김소월 시를 보았다. 김소월은 백석보다 여섯살 많다. 1940년 백석은 정주 출신 사업가 방응모 때문에 일본 아오야마학원에 공부하러 간다. 영어사범과다. 백석은 시골에서 교사를 하면서 시를 쓰고 싶었는데 일본에서 돌아와서 한 일은 신문기자다(함흥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리고 시집 《사슴》을 100부 낸다. 이 시집을 좋게 말한 사람도 있지만 안 좋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 시가 33편 담긴 것을 다르게 해석한 사람도 있다.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백석이 어떤 뜻을 가지고 그렇게 한 건 아닌 것 같다. 백석이 우리나라 독립을 바라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앞에 나서서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시로 말한 건 아닌가 싶다. 우리말 거기에서 평안도 사투리로 시를 쓴 것 말이다.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때 백석은 시를 쓰지 않았다. 우리말로 쓸 수 없었으니까. 그때 많은 문인이 친일을 했다. 전쟁에 나가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말하는 시도 있었다. 억지로 그런 글을 쓴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그런 마음으로 쓴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구나. 지금도 우리는 힘을 못 내고 있는 듯하다.

 

백석보다 다섯살 밑인 윤동주는 백석 시집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 1937년 8월 도서관에서 《사슴》을 빌리고 공책에 베껴쓰고 감상을 적었다. 그 뒤에도 백석 시를 좋아하게 된 시인은 많을 거다. 역사에 휩쓸려 산 사람은 백석만이 아니다. 일제시대 때는 자신의 신념이라는 것을 지켰지만 북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때 백석이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까. 백석이 쓴 동시는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될 텐데, 북한에서도 아직 자유롭게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3

 

백석 님,

이젠 마음껏 쓰고 싶은 시 쓰기를 바랍니다

이 땅에서는 그 시를 만날 수 없겠지만,

어느 눈이 푹푹 나리는 날

고조곤히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르겠지요

 

 

 

희선

 

 

 

 

☆―

 

‘유아들이 읽을 동시이므로 길이가 짧아야 하고, 지나치게 사상성이나 계급의식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어린아이일수록 동물에 관심이 많으므로 동물 생태에 더욱 유의해서 쓰자.’  (342쪽)

 

 

“본래 남편은 글밖에 모르는 사람이었지요. 삼수군으로 와 농장원으로 일했지만 농사일은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을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어요. 남편은 도리깨질을 못해서 처녀애들에게 배웠을 정도였고, 너무 창피해서 달밤에 혼자 김매기를 연습하기도 했지요.”

 

지윤희 증언은 이어졌다.

 

“남편은 하루에 한사람을 열번 만나도 그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곤 했어요.”

 

일본 유학 뒤 조선일보사에서 일할 무렵 백석은 “녹두빛 ‘더블부레스트’를 젖히고 한대 바닷물결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머리 ‘웨이브’를 휘날리면서 광화문통 네거리를 건너가는 한 청년”이었다. 그는 남들이 자주 잡는 문 손잡이를 잡지 않던, 결벽증이 심한 모던보이였다. 그런 백석이 삼수군 관평에서는 누구보다 인사성이 밝고 겸손했으니 삼수군 사람들 가운데는 백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백석은 삼수군 문화회관에서 가끔 청소년들에게 문학 창작 지도를 했고, 그에게 배운 학생 가운데는 평양 중앙무대에서 상을 받거나 우수한 평가를 받은 청년들도 있었다.  (371~372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당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5 ~(メディアワ-クス文庫) (文庫)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 (文庫) 5
미카미 엔 지음 / アスキ-·メディアワ-クス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미카미 엔

 

 

 

책을 다 보고도 깨닫지 못했다. 맨 앞에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인 것을. 앞과 뒤 날짜가 다르다는 것만 생각하고 잘못 쓴 거 아닌가 했다. 그 말 안 써서 다행이다. 앞에 나온 사람은 시오리코, 다이스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그랬는데도 몰랐다니. 시오리코와 엄마 지에코가 만났을 때 한 이야기로 알 수 있었는데, 그때도 그냥 같은 달이구나 했다. 다시 생각하니 첫번째 이야기에도 나왔구나. 그런 걸 그냥 지나치다니. 내가 스스로 알지 못한 게 아쉽다. 지난 4권까지는 드라마로 보기도 해서 대충 알고 있었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번 5권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내가 어느 정도나 알까 했다. 시오리코가 말하기 전에 안 건 조금뿐이다. 아주 모른 건 아니어서 다행인가. 눈치챘다고 해서 다행이고 몰랐다고 해서 안 좋을 건 없는데. 여기 나오는 일은 무서운 일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보면서 책에 이런저런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첫권에서 시오리코는 사람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는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했다. 그때는 그런 이야기까지 알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은 다는 아니어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책 벌써 다섯권이나 보았구나. 우리말로도 다섯권 다 나왔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말하는 게 조금 다르다. 이렇게 말하지만 확실하게 아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말하는 걸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해서. 하나 알고 싶은 건 사귀고 싶은 상대한테 어떻게 말하는가다. 그냥 ‘사귀자’ 할까. 일본말로 무언가를 부탁할 때 주의를 줄 때 말끝에 ‘주세요ください(ってください나 してください도 있다)’가 붙는다. 우리말로 ‘조심하세요’하는 것을 일본말로는 ‘조심해주세요気をつけてください’한다. 우리말로 옮길 때는 조심하세요 하지만, 직역을 하면 그렇다는 거다(주세요, 라고 해도 되는 말도 있다). 왜 이런 말이 나온 거지(잘 아는 것도 아닌데 썼다). 우리나라 사람도 사귀고 싶은 상대한테 ‘사귀어주세요’하고 말하는지 알고 싶어서구나. 다이스케는 지난번에 시오리코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자신과 사귀어달라고 했다(사귀어달라고 한 것도 결국 사귀어주세요 한 것과 같구나). 내가 언젠가 시오리코가 자기 마음을 깨닫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번에 보고 그건 내가 잘못 생각한 거였다는 걸 알았다. 시오리코 행동으로 마음은 알았다. 그것을 시오리코 자신은 잘 모르는 게 아닐까 한 거다. 시오리코는 그 마음을 말로 할 수 없었던 거였다. 엄마 지에코처럼 자신도 다이스케를 내버려두고 어딘가에 가 버릴까봐. 시오리코는 지에코와 아주 많이 닮았다. 얼굴은 거의 같다고 한다. 엄마와 딸이 그렇게 닮을 수 있을까. 하나 다른 거 있다. 지에코는 혼자서도 사람을 잘 만나지만 시오리코는 다이스케와 함께여야 한다. 이것은 책과 관계있는 문제를 풀 때. 지에코는 시오리코가 자신과 함께 다니기를 바랐다. 지에코가 다이스케를 샘하고 미워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확실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 조금 있을 거다. 그래도 지에코가 시오리코를 억지로 데려가는 일은 없을 듯하다.

 

혼자 떠나는 지에코가 조금 쓸쓸하게 보였다. 만약 지에코한테 쓸쓸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것 같다. 자신은 사람들과 살아가는 것보다 이 세상에 있는 지식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하겠다. 지에코는 꿈꾸는 사람이구나. 그렇기는 해도 순수하지만은 않다. 지에코 같은 사람이 형사를 하면 범인 잘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만 보고도 지에코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아니까. 책을 보고도 잘 알았다. 아쉽게도 지에코는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주는 일에는 관심없다. 가끔 변덕으로 누군가를 도와준 적은 있지만. 책등빼기 시다가 그런 사람 가운데 한사람이다. 지에코는 시오리코와 만나는 조건으로 책과 관계있는 문제를 풀라고 한다. 이것은 마지막 이야기다. 집안에서 문제만 일으킨 셋째한테 큰형이 죽기 한주쯤 전에 전화해서 데라야마 슈지의 《나에게 오월을》 초판본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가도노 스미오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비블리아 고서당에 찾아왔다. 지에코가 아는 사람으로 가도노 스미오는 몇해전에 비블리아 고서당에 안 좋은 일을 했다. 자신은 좋은 뜻으로 한 일이지만, 그게 나쁜 짓이면 안 되겠지. 스미오가 자주 거짓말을 해서 이번에도 거짓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시오리코는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스미오 큰형 집에 찾아간다.

 

앞에서 두 사람 시오리코와 지에코가 만났다고 말했구나. 시오리코가 문제를 풀었는데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게 좋은 쪽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부모와 자식은 그렇게 된다 해도 형제는 그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스미오는 이제 조금 철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를 닮은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책을 준 건지도. 지에코가 오래전에 오해를 풀게 해줬다면 지금은 달랐을까. 그것은 알 수 없다. 자신이 잘못한 일을 사과하고 싶어도 못하면 아쉽겠지. 상대가 사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해도. 늦지 않게 마음을 알게 된 일도 있다. 시오리코 친구 다키노 류가 소개한 사람 일이다. 이제까지 다키노 류는 이름만 나왔는데 이번에는 실제 나왔다. 많지는 않아도 시오리코한테 친구가 한사람 있었다. 가까이에 살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은 거다. 류가 소개한 사람은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로 집에서 책이 몇권 사라졌다고 했다.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으로 책을 가져간 사람은 남동생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집에 없는데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책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책 때문에 아버지와 남동생 사이가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 엄마는 다섯해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다가 책방에 들러서 데즈카 오사무 《블랙잭》 4권 초판본을 샀다. 아들은 어릴 때여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조금 큰 지금은 아버지가 엄마보다 아주 낡은 그 책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책을 가지고 간 거다.

 

데즈카 오사무 이야기도 나와서 재미있다. 이 사람 잘 모르지만 ‘우주소년 아톰’은 안다. 《블랙잭》은 의학이 나오는데 거기에 틀린 것도 있었다고 한다. 데즈카 오사무는 의사 면허가 있지만 환자를 본 적은 없다.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만화를 그렸다. ‘블랙잭’ 처음에는 5화까지 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늘어났다고 한다. 그때 데즈카 오사무가 좀 힘들었는데 ‘블랙잭’ 이 잘되어서 힘을 냈다. 데즈카 오사무는 연재한 것을 책으로 낼 때 많이 고쳤다. 여러 판으로 나온 ‘블랙잭’ 은 차례와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4권에는 처음 나올 때는 들어간 이야기가 나중에는 빠졌다. 초판본에는 그 이야기가 실렸다. 데즈카 오사무를 얼마나 좋아하면 그렇게까지 찾아서 볼까 했다. 아버지가 《블랙잭》을 두권씩 갖고 있는 데는 다른 까닭도 있었다. 그런 것을 아이들한테 말해주지 않다니, 말해주었다면 아들이 잘못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이야기 쉽게 꺼내기 어렵겠지. 잘 모를 말을 늘어놓았다. 하나만 말할까 한다. 아버지와 엄마는 데즈카 오사무 만화 때문에 만났다. 그 가운데서도 ‘블랙잭’을 많이 좋아했다고 해야겠다. 앞으로 그 아버지와 아들은 사이가 좀 나아질까.

 

처음 이야기를 보면서 또 생각했다. 뭐냐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는 나를 다 알 수 없겠다는(이 말 얼마전에도 했구나). 나는 책에 아무 표시도 하지 않는다. 내가 읽은 책 목록이나 이렇게 쓴 글을 보면 조금은 알겠구나. 어떤 거 하나만 집중해서 보는 게 아니고, 그때그때 보고 싶은 책(주로 소설)을 본다는 거, 그 안에서도 일본소설이 많다는 거. 사실 그것은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만. 책 안에 누군가한테 할 말을 남기는 거 재미있게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쉽겠다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한테나 시간이 많을까. 나이를 먹은 사람은 앞으로 살아갈 얼마 안 되는 날을 소중하게 여기면 괜찮지 않을까. 어떤 결론이 나온 건 아니다. 앞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예전에도 한 말인데, 어떤 사람은 누구한테나 앞날이 있다고 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마음 따듯하게 사는 게 더 좋다고 본다(다른 사람한테는 말해도 나는 못하는 거구나).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건 아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살아있을 때 마음을 알고 전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것은 책속에 나오는 사람한테 하는 말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그러는 게 좋겠다.

 

다이스케가 사귀어달라고 한 말에 시오리코는 엄마를 만나고 와서 대답한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말 안 하겠다. 제목에 썼으니까(우리나라하고는 좀 다르지만). 다이스케는 시오리코가 좋아할 만한 말을 했다. 그것은 ‘시오리코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자신도 같이 가면 된다’ 다. 시오리코와 사이스케가 만난 걸 아버지도 기뻐할 것 같다. 이번에 좋은 일만 있지 않았다. 앞에도 그 이름이 몇번 나왔는데 마지막에 또 나왔다. 그 사람하고 일은 다 끝난 게 아니었구나. 전에도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다. 좋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만년》을 쓴 다자이 오사무 때문에 데즈카 성을 처음에는 다자이라고 썼다. 바로 알고 고쳤다.

 

 

 

희선

 

 

 

 

☆―

 

“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이 세상에 현실만 있고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 삶은 아주 팍팍할 겁니다. 우리는 현실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읽습니다. 분명 당신 아버님도 그러셨을 거예요.”  (1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섀도우 랜드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에버

나한테는 너뿐이야

너는

나로 괜찮아

 

 

 

지난번에 이 시리즈(Immortals Series) 두번째를 보고 기회가 되면 다음 것을 보겠다고 했는데 기회가 왔습니다. 두번째 《블루 문》 보고 한해쯤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었어요.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으로 육백년 동안 살았고, 좋아하는 에버를 사백년 동안 찾아다녔다는 것밖에는. 지난번에 나온 이야기가 이번에 조금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거 보니 조금 생각났습니다. 데이먼은 오래전에 집안 사람들이 모두 죽임 당했습니다. 연금술사 집안이었던가 봅니다. 부모가 죽임 당하는 걸 데이먼이 보았어요. 데이먼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엘릭서’라는 걸 만들었는데 그것을 마시고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른 몇 사람도. 데이먼이 육백년 살았는데 사백년 동안 에버를 찾아다녔다고 하니 시간이 안 맞지요. 이백년 동안은 다른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드리나가 나오는 것은 첫번째 《에버 모어》예요. 데이먼이 에버와 잘되지 못하게 줄곧 드리나가 에버를 먼저 찾아내서 죽였습니다. 드리나의 집념 대단하지요. 예전에는 그런 사람 나쁘구나 했을 텐데 지금은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리나는 데이먼을 좋아한 것뿐인데 나쁜 사람처럼 보이고 말았으니까요. 드리나는 첫번째에서 죽었습니다. 죽지 않는 사람도 죽을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에버와 데이먼은 서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차 사고가 나서 죽어가는 에버를 데이먼이 살렸어요(에버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요). 그때 바로 좋아한 건 아니고 에버가 데이먼을 좋아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번에는 다른 사람 로만이 나타났습니다. 로만도 죽지 않는 사람으로 드리나를 좋아했어요. 엇갈린 마음이라니. 로만이 드리나를 좋아하는 것과 드리나가 데이먼을 좋아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두번째에서는 에버 학교 아이들과 데이먼이 로만한테 조종당했습니다. 데이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에버는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애씁니다. 죽지 않는 사람은 죽지 않기도 하고 거기에 초능력도 있습니다. 물건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없애기도 하고, 잘 조절하면 앞날도 볼 수 있습니다. 데이먼은 로만이 먹인 것 때문에 보통 사람이 되어 죽어가고 있었어요. 에버가 해독제를 만들어서 데이먼을 살렸지만 로만 말에 속아서 에버 피를 거기에 넣었습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이 일어나게 했느냐 하면 두 사람이 가까이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 말 조금 이상하군요. 이런 말이 있더군요. 데이먼과 에버가 DNA를 나누면 데이먼은 죽는다고. 손을 잡아서 땀이 나도 그런가봐요. 에버는 데이먼한테 닿을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었느냐 하면 그러지 않았습니다. 데이먼이 장갑을 끼고 에버 손을 잡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는 데이먼이 자기 몸에 얇은 막을 둘렀습니다. 데이먼은 겉모습은 고등학생으로 보여도 실제 살아온 시간은 육백년이에요. 그래선지 조금 느긋했어요. 하지만 에버는 열일곱(열여섯인가)이에요. 이 나이 모습으로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에버는 시간을 기다리기보다 빨리 치료제를 찾고 싶어했어요. 데이먼이 로만을 만나지 마라 했는데 찾아갔습니다.

 

에버가 데이먼을 살릴 때 서머랜드와 이 세상에서 쌍둥이가 도와주었는데, 이 쌍둥이는 서머랜드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서머랜드는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인 듯합니다(이 세상과 저세상 중간인지도 모르겠네요). 쌍둥이는 죽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아서 늙지 않았습니다. 에버는 쌍둥이를 데이먼한테 맡겨요. 데이먼과 쌍둥이가 알고 있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에버는 조금 샘 내기도, 그러면서 자신은 일하기로 한 책방에서 만난 주드를 보고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어요. 데이먼은 에버한테 주드가 누군지 알려줍니다.  어쩌면 데이먼은 주드를 처음 봤을 때 바로 안 건지도. 주드는 전생에서 에버가 데이먼을 만나기 전에 좋아한 사람이에요. 데이먼은 지금까지 자신이 에버 삶에 끼어들어 에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면서 이번에는 에버가 결정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에버가 친구 헤이븐 고양이를 살리려고 했을 때도 데이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데이먼과 에버한테도 해당하는 말이었군요. 에버는 주드를 보면 마음이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건 데이먼이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데이먼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워해요. 에버는 주드의 책방에서 찾은 <어둠의 경전>으로 주문을 거는데 그게 잘한 게 아니었어요. 주문을 걸 때는 보름달이 떠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거든요. 에버는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별로 걱정 안 하고 로만이 치료제를 건네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더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에버 친구 헤이븐이 죽어갔습니다. 그것은 로만이 꾸민 일입니다. 로만은 에버가 헤이븐을 그냥 내버려두면 해독제를 치료가는 치료제를 주겠다고 해요. 에버가 그 말에 따를 수 있을까요, 아무리 데이먼을 좋아한다 해도. 데이먼은 헤이븐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에버는 헤이븐을 살립니다.

 

어쩐지 해결되는 일 없이 여러가지 일만 늘어난 듯합니다. 데이먼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있었지만 아직이군요. 서머랜드에 돌아가지 못한 쌍둥이. 저는 저번에 로만이 어디론가 사라진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에버와 데이먼 둘레에서 무엇인가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로만이 죽지 않는 사람을 몇 사람 늘렸습니다. 이제는 에버 친구 헤이븐까지 그렇게 되었군요. 헤이븐은 아직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릅니다. 다음 편에 어떤 마음일지 알 수 있겠네요. 에버가 전생에서 데이먼을 만나기 전에 좋아한 주드 문제도 깨끗하게 해결된 건 아닌 듯합니다. 에버는 데이먼만이 자신의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면 시련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하더군요. 데이먼은 그런 모습이 조금 보입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는 좀 다르게 살려고 했어요. 에버는 죽지 않는다 해도 아직 열일곱이니 이 나이에 맞게 행동했습니다. 겉모습이 열일곱이라도 오래 살다보면 마음이 자라겠지요. 에버한테는 그런 시간이 있어야 할 듯합니다. 두 사람은 죽지 않는 사람입니다. 서로만을 보고 살려면 단단하게 둘을 이어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시련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시련이 두 사람을 단단하게 이어주고 자라게 해주겠지요.

 

 

 

데이먼

너만이 내 소울메이트야

 

 

 

*미처하지못한말

 

제목 ‘섀도우 랜드’는 죽지 않는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으로 그곳은 춥고 쓸쓸한 곳입니다. 아무리 죽지 않는 사람이라도 죽을 수 있다고 했지요. 드리나는 죽었으니까요. 데이먼은 에버가 그곳에 가게 만든 건 자신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에버가 섀도우 랜드에 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찾아보려 합니다. 아직 확실한 방법은 모르고 부적만 에버한테 만들어주었어요. 죽지 않고 산다 해도 지금 바로 무엇인가를 못하면 조급해지는가 봅니다. 에버 말이에요. 데이먼 치료제 천천히 찾아도 괜찮을 텐데. 죽지 않는 사람이 놓아야 하는 건 먹는 즐거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뱀파이어도 다른 것보다 사람 피만 먹지요. 여기에서도 빨간 주스처럼 보이는 엘릭서를 마십니다. 음식 자체가 사람한테 독이 될 수 있기도 하지요. 먹는 것만 빼고 다른 건 보통 사람과 비슷하다니 재미있기도 하네요. 죽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래 살면 지루할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혼자면 쓸쓸하겠지요. 전에도 한 생각인데 제가 더 걱정이 됩니다. 둘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갈까 하는. 그렇게 되겠지요. 에버와 데이먼은 살아가는 즐거움도 찾을 겁니다.

 

이모탈 시리즈 여섯권 나왔는데 그걸로 끝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보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잖아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

어제(10, 8) 개기 월식이 일어난다는 말을 라디오 방송에서 듣고 몇 번이나 밖에 나가서 달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곳에 달이 없어서 달 안 보이네 했습니다. 한달 전보다 더 동쪽에 달이 있었습니다. 지구 그림자에 가려 작아져가는 달을 보니 신기하더군요. 그 모습을 쭉 보신 분도 있을까요. 저는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린 모습, 다시 나오는 모습만 조금 봤습니다. 불빛 하나없는 아주 옛날에는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무척 놀랐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선

 

 

 

 

☆―

 

“(……) 네가 서클을 깨고 들어와 내게 해독제를 먹이기 전까지 그 짧은 순간, 너도 알다시피 난 죽어가고 있었어. 그때 눈앞에 내 온 생애가 빠르게 펼쳐졌어. 지난 육백여 년 동안 무절제한 허영과 자기도취, 이기심, 그리고 탐욕의 시간들이 말이야. 내 모든 행동과 내가 저지른 잘못들, 그러니까 내가 잘못해서 남들한테 끼친 정신, 몸의 해까지, 끝도 없는 필름처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어. 물론 몇 가지 칭찬받을 만한 행동도 사이사이 있긴 했지만, 몇 세기 동안 거의 나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했고, 남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었어. 오로지 내 영혼에 해만 끼치는 물질 세계에만 관심을 쏟았던 거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은 바로 그 내 업 때문이야.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건 분명해.”  (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