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온 편지는

한순간에 지난날로 돌아가게 했다

오래전에 한번 읽었을 테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다

그때에서 아주 멀리 와 버린 나

이젠 소식이 끊긴 너

늘 잘 지내길

 

 

 

2

 

시간은 많은 걸 만나게 하고 잊게 한다

만나고 헤어지고 잊는다고 슬퍼하지 마

그게 사는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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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메리 크리스마스 하소서! ^^

희선 2018-12-24 23:50   좋아요 1 | URL
몇 분 지나면 성탄절이네요 성탄절에는 눈이 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올해는 오지 않는군요 그래도 식구들과 편안하게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자유로운 마음

 

 

 

몸은 멀리에 갈 수 없다 해도

마음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상상하면 자신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하늘에서 마주친 새와 이야기도 나누고

세계 곳곳을 누빈다

 

현실이 아니면 어떤가

마음이 자유로우면 사는 게 즐겁다

 

 

 

 

 

 

 

더운 마음

 

 

 

따스한 바람에

마음이 풀린 적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매서운 바람만 불고

마음은 얼어붙었다

 

마음이 따스함을 잊을 때쯤

더운 마음이 찾아와

얼어붙은 마음을 녹였다

 

이제 마음은

찬 바람 속에도

더운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

 

 

 

 

 

 

 

돌아선 마음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생각해도 답은 알 수 없어요

그건 천천히 가만히 찾아오기에

알아채도 다시 돌릴 수 없어요

아쉽고 슬프다 해도

받아들여야 해요

 

 

 

 

 

 

 

바람 같은 마음

 

 

 

잡을 수도

잡힐 수도 없는

바람 같은 마음


바람이 어디로 불든 내버려 두듯

마음이 어디로 가든 내버려 두자

 

언젠간 바람이 서로 만나듯

우리 마음도 어디선가 만나기도 하리라

 

 

 

 

 

 

 

소풍

──들뜬 마음

 

 

 

소풍 가기 전날 밤에는

잠을 잘 못 자도

다음날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잘 일어나요

 

소풍 가는 날에는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가도 즐거워요

가방에는

어제 사다 넣어둔 과자랑

아침에 엄마가 싸준 김밥이 들었어요

 

학교에 가니

친구들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어요

소풍 가는 날에는

하늘도 함께 웃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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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29

히구치 아사

講談社  2018년 03월 23일

 

 

 

 지난번에 사키타마가 여름대회 때하고 달라졌다고 했는데, 정말 그때보다 잘한다. 여름대회 끝나고 열심히 연습했나 보다. 니시우라 아이들이라고 연습 게을리한 건 아니다. 한번 지면 다음에는 꼭 이길 거야 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사키타마가 니시우라와 싸울지 알았을지 모르겠지만 어디보다 이기고 싶다 생각했겠지. 여름에는 공격을 제대로 못하고 사키타마에서 점수를 내는 사쿠라는 볼 넷으로 그냥 내 보냈으니.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공을 잘 치는 타자가 나오면. 하지만 응원하는 곳이 그런 일을 당하면 상대팀 왜 저래 하겠지. 예전에 사키타마를 응원하는 부모도 그런 마음이었겠다. 그나마 미하시는 그걸 그렇게 마음 쓰지 않는다. 미하시는 타자가 공을 치는 걸 더 싫어했다.

 

 이번에는 여름대회에 나오지 않은 이시나미 토모야가 나왔다(이건 지난번에도 말했구나). 저번에 2회초에서 사키타마는 1점을 넣었다. 그리고 이시나미가 5번 타자로 나왔다. 이시나미는 자신이 잘 칠 수 있는 공을 기다리고 잘 쳤다.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기다리는 걸 잘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 자신이 바라는 공을 상대 투수(배터리라고 해야 할까)가 던지게 했구나. 이시나미를 보고 다른 아이는 자신도 머리를 써야겠다 한다. 2회초에서 사키타마는 2점을 얻는다. 여름대회 때는 그 반대였는데. 어쩐지 안 좋은 느낌이 든다. 2회말 니시우라 공격은 4번 타자 하나이부터 시작했다. 이제는 타지마가 아닌 하나이가 4번 타자가 되다니. 가을에는 죽 그랬던가 보다. 그건 잊고 있었구나. 한번은 홈련도 쳤으니. 감독은 하나이가 자신감을 갖게 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이번에 하나이는 4번 타자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니시우라는 2회말에서 1점밖에 얻지 못했다. 1점이라도 얻었으니 다행인가.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3회초, 3회말은 빨리 지나갔다. 사키타마도 니시우라도 점수 내지 못했다. 4회초 사키타마 공격은 4번 타자 사쿠라부터 시작하고 사쿠라는 1루로 나갔다. 다음이 이시나미 차례였다. 사실 이시나미가 사쿠라한테 미하시 직구를 기다리지 말고 치라고 했다. 이시나미는 이번에도 공을 쳤다. 이때 치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든 친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해서 사쿠라가 들어오고 사키타마는 3점이 됐다. 어디나 4번과 5번으로 점수를 넣으려고 하겠지. 공격하는 쪽은 4번과 5번이 오기 전에 주자가 나가기를 바라고 수비는 주자가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 4회말에 사키타마 배터리가 바뀌었다. 사쿠라는 줄곧 포수를 했는데 투수를 하고 이시나미가 포수를 했다. 사쿠라는 포수일 때 견제구를 자주 던졌다. 이번에는 포수일 때 그걸 하지 않았는데 투수가 되고 견제구 던졌다. 그걸로 니시우라는 아웃이 되기도 했다. 4번 타자 하나이는 삼진이었다. 사쿠라는 포수보다 투수에 더 맞을까. 빠른 공을 던지지만 제구력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하다보면 잘할지도.

 

 어느새 경기는 5회초를 맞았다. 이때 사키타마 타자는 뒷번호여서 니시우라가 잘 막았다. 5회말 니시우라 공격은 5번 타자 타지마부터였는데 치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공이 떨어졌다. 포크처럼. 포크를 던지려고 한 게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변화구는 거의 없는데 사쿠라가 던지는 공 치기 어려운 듯하다. 니시우라 걱정이다. 이번에 또 견제로 아웃당하고. 4번 5번 앞에는 주자가 나가지도 못하다니. 어떻게 될지. 이제 후반인데. 6회초에서 사쿠라를 볼 넷으로 내 보냈더니 사키타마를 응원하는 부모가 안 좋게 여겼다. 다음은 이시나미 차례다. 이시나미는 이번에도 공을 칠까. 이번 29권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기 나온 거 거의 말했구나. 자세한 건 못 썼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것 말이다. 타자는 어떤 공이 올지 생각하고 배터리는 어떤 공을 던질지. 서로 생각을 읽히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 해도 공격이 이길 때도 있고 수비가 잘할 때도 있다. 운동 경기는 그런 거기는 하다. 이기는 사람이 있으면 지는 사람이 있다.

 

 사키타마 아이들 여름보다 아주 많이 잘하는구나.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이대로 니시우라가 지는 건 아니겠지. 지지 않아야 할 텐데. 난 니시우라가 이기기를 바란다. 니시우라 감독이 공격이 잘 안 됐을 때 좋게 생각해야지 하는 모습 재미있었다. 니시우라 아이들은 마음 단련을 배우기도 했다. 그건 지금도 하고 있겠지. 지고 있다 해도 마음이 꺾이지 않으면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올 거다. 니시우라가 그 기회를 잡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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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같은 사람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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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있는 형제보다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구나. 이건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이런 걸 아쉽게 여길 수도 없다. 나도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니.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이웃과 말을 한 것 같다. 어른은 아니고 언니나 친구하고. 바로 옆집에 살지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 살아서 친하게 지냈다. 그곳을 떠난 뒤로는 옆집 사람과 친하게 지내본 적 없다. 내 또래 아이가 없어서였을까. 아이가 없으면 어른하고라도 조금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학교에서 날마다 만나는 같은 반 아이하고도 쉽게 친해지지 못했는데. 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 그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난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못해도 다른 사람은 이웃끼리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 아니 친하게 지내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면 잠시 들여다봐도 괜찮겠다. 그걸 괜한 참견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하고 둘레에서 그냥 내버려두기도 한다. 싸우는 사람을 말려도 ‘뭐야’ 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 거기에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부모가 싸우다가도 아이를 보고 멈추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을까. 그때는 이웃이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맡아주면 좋을 텐데. 나라면 다른 집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좋겠다. 싸우려면 밖으로 나가든지. 한국은 부부싸움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그저 집안 일로 여긴다. 그러다 큰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 늦은 밤에 옆집 사람이 ‘도둑이야’ 한다면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할까. 옆집에 가기보다 자기 집에서 숨을 죽이고 있겠지.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도둑이 들면 ‘도둑이야’ 하기보다 ‘불이야’ 한다고 한다. ‘불이야’ 하면 모두 바깥으로 뛰어나올 테니.

 

 다른 나라는 이웃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 같으면 바로 신고한다. 그거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제대로 알아본 다음에 신고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다, 잘못 알았다 해도 신고하는 게 좋겠다. 난 아이가 맞는 것 같은 소리 들어본 적 없다. 어쩐지 다행이다 싶다. 아이가 맞는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무척 괴로웠을 것 같다. 그 집에 가서 무슨 일이냐 말하지도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난 소심한 사람이다. 지금은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아이를 보호할까, 그런 일하는 곳에 맡길까. 그 뒤에 일어날 일도 걱정이다. 아이가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보호 받겠지만, 다른 안 좋은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모가 자기 아이를 때리지 않으면 괜찮겠구나. 부모는 왜 자기 아이를 때릴까. 시험 문제 한두 개 틀리면 어떻고 말 조금 안 들으면 어떤가. 아무 까닭없이 아이를 때리는 부모도 있구나.

 

 이 소설을 보고 학교 폭력은 왜 생기는 걸까 생각하니,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서 학대받은 아이는 자기보다 힘없는 동물에서 시작해 다음에는 자기보다 힘없는 아이를 괴롭혀 그걸 푼다. 학교에서 폭력 피해를 입었다 말한 아이는 실제는 가해자였다. 친구가 그 아이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을 본 다른 친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친구를 괴롭힌 아이를 때렸다. 그 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와 선생님은 피해를 당했다고 한 아이 말만 듣고 두 아이는 처벌했다. 그런 모습 보고 난 왜 사실을 말하지 않을까 했다. 입다물지 않고 말했다면 더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해자로 몰린 아이는 그 일을 말하지 않았다기보다 말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지만, 말하지 않는 것도 누군가 알아주면 조금 나을 텐데. 그런 걸 할 사람은 선생님이 아닐까. 선생님도 사람이고 예전에 안 좋은 일을 겪어서 더는 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도와야 했는데.

 

 처음부터 괴물 같은 아이(사람)도 있겠지만, 어른이 괴물 같은 아이를 만들기도 한다. 부모 학교 선생님. 부모는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는 걸 알아야 하고,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잘 잡았으면 한다. 부모가 안 되면 선생님이라도 아이를 구하면 좋을 텐데. 아니 도와주는 쪽만 잘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움 받으려는 사람도 남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한번 하고 안 된다고 그만두지 말고 자꾸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 말하기 힘든 일일지라도 누군가한테 말하면 조금 나을 거다. 자기 잘못이 아닌 일로 죄책감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미투운동 여성이 더 많이 하는데, 남성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이라고 그런 일 없지 않을 거다. 여기 나오는 일은 조금 다르지만. 누군가한테 손을 내밀 용기, 누군가 내민 손을 잡을 용기 둘 다 중요하다.

 

 

 

희선

 

 

 

 

☆―

 

 ‘무언가 잘못되었다. 준성이, 훈정이, 민기에게 우리 어른들은 잘못을 하고 있다.’

 

 학대당하는 아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무관심, 귀찮은 일이 생길까 신고하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알아도 모른 척하는 이기심이 거울에 비춰 반사돼 돌아와 서로를 날카롭게 후벼 판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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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토니오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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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다. 내가 책을 보면서 어디에서 무엇을 떠올렸는지 잘 몰라서. 이 책을 보기 전에 다른 책을 볼까 한 게 두권 있다. 두권에서 한권은 생텍쥐페리가 쓴 《인간의 대지》다. 사두고 아직 읽지 않아서 이제는 봐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어린 왕자》가 떠오르고 우편 비행사라는 말을 보면 생텍쥐페리가 떠오른다. 어린 왕자를 먼저 떠올렸는지 생텍쥐페리를 먼저 떠올렸는지. 토니오 이름을 다 알파벳으로 썼을 때도 난 그걸 제대로 읽지 못했다. 거기에서 바로 알아본 사람도 있겠구나. 시몬과 데쓰로가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이다 했을 때, 그 사람이구나 했겠다. 콘수엘로도 알았겠지. 난 생텍쥐페리는 조금 알았지만 콘수엘로는 잘 몰랐다. 내가 그렇지. 정말 신기하지 않나. 《인간의 대지》를 만나볼까 잠깐 생각했는데 다른 책에서 생텍쥐페리를 만나다니 말이다(이 말 하면 안 될까). 《인간의 대지》 곧 만날 수 있을까.

 

 인터넷 책방에서 정용준 소설 《프롬 토니오》가 나왔다는 걸 봤을 때 조금 관심이 갔다. 그건 책 겉에 있는 고래 때문이었을지도. 고래 배 속에 사람이 든 모습이다. 고래 배 속 하면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트가 생각난다. 제페트는 고래 배 속에 있기도 했다. 자세한 건 잘 모른다. 피노키오는 만화영화와 영화만 보고 책은 읽지 않았다. 나무 인형이었던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는 감동스런 이야기지만. 그 동화를 쓴 시대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썼다고 한다. 어린이한테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말하려고 했겠지. 그것만 담긴 게 아니어서 지금도 읽히겠다. 잠깐 다른 말을. 이 책 ‘프롬 토니오’를 읽다가 왜 이때가 1997년 12월인지 조금 깨달았다. 지금이었다면 토니오는 흰수염고래 룸 안에서 나오고 금세 죽었을지도. 2016년 2017년이었다면 생텍쥐페리는 백살이 훨씬 넘는다. 아흔일곱살은 몸이 힘들긴 해도 살아있기는 하겠지. 이런 재미없는 생각을 하다니. 자주 그러는 건 아니다.

 

 포르투갈 화산섬 마데이라 남쪽 바닷가 포르투노브에는 많은 게 떠밀려온다. 어느 날 그곳에 파일럿고래 스물여섯마리와 흰수염고래가 밀려온다. 그 모습을 보던 미국인 화산학자 시몬 엘리엇은 흰수염고래 안에서 무언가 나와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간다. 그건 사람 같기도 하고 사람을 닮은 생물 같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자 그건 조금씩 사람 모습으로 바뀌고 말도 한다. 나이도 아주 많은 사람으로 보인다. 맞다, 그게 바로 토니오다. 토니오Tonnio는 n을 두개 써야 한다. 이걸 봤을 때 n이 두개인 Anne앤이 생각났다(그러고 보니 앤은 e가 붙는 Anne이라고 하는구나). 별로 상관없는 걸 떠올리다니. 토니오가 흰수염고래 룸에서 얼마 안 됐을 때는 물속에 들어갔다 돌아오지 않은 시몬 애인 앨런을 깊은 바닷속에서 만나고 온다. 토니오는 앨런 영혼은 죽지 않고 깊은 바닷속에 있다고 말한다.

 

 시몬은 앨런이 죽지 않았다고 믿고 반년이나 찾아다녔다. 앨런이 깊은 바닷속에서 죽었다는 말을 봤을 때는 그렇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죽은 몸은 바닷속으로 사라질 테니까. 그러면 누군가 그 사람 장례식을 치르거나 무덤을 만들지 않아도 되겠지. 또 조금 엉뚱한 생각을. 장례식이라는 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시몬도 죽은 앨런을 보지 못해서 아직 살아있다 여긴 거겠지. 시몬 영혼은 밤마다 앨런을 찾아다녔다.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토니오는 바다 깊은 곳에서 앨런을 만나고 앨런이 한 말을 시몬한테 전한다. 시몬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앨런 목걸이를 보고 토니오가 한 말을 되새기고 믿는다. 영혼이 다른 곳에서 다르게 산다는 것을. 영혼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이어지지 못하겠지만 정말 영혼만이 사는 곳이 있다면 괜찮을 듯하다. 지구에는 아주아주 오래전 것도 여전히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사람이 죽어도 모두 사라지지 않고 이 지구에 남는다.

 

 어딘가에 죽은 사람 영혼이 있다는 말도 중요하지만, 토니오가 비행을 하다 바다로 떨어지고 고래를 만나고 유토라는 곳에 다녀오는 이야기도 중요하다. 유토는 신이 만든 곳 같기도 하다. 유토에서 사람은 아주 다른 모습이 되고 자유롭게 산다. 유토는 바다 밑 바다에 있다. 이건 <원피스>에서 본 어인섬을 생각나게 했다. 유토와 어인섬은 다르지만. 유토라는 곳이 자유롭고 좋아 보이지만 그곳에 오래 있다 보면 심심할 것 같다. 우주 법칙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거다. 유토라는 곳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달랐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저런 일을 걱정하거나 힘든 일을 겪으면 괴로워도 그런 시련이 살아갈 힘을 줄 거다. 유토에는 번뇌가 없다(유토는 유토피안가). 그곳이 무척 쓸쓸해서 유토에서 우토로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토니오도 그저 멈추는 우토에 갔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콘수엘로를 떠올리고 유토로 오고 다시 룸과 함께 세상으로 돌아온다.

 

 아흔일곱살 몸이 된 토니오는 프랑스 그라스로 가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콘수엘로를 만나려고. 더는 이 세상에 없는 콘수엘로지만 토니오가 만났기를 바란다. 난 영혼과 영혼은 만날 수 있을 테니 그때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혼이라고 해서 여기저기 다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영혼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토니오는 아직 자신이 살아있을 때 콘수엘로 영혼을 찾으려 한 건 아닐까.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겠다 생각했다. 토니오가 콘수엘로를 쓸쓸하게 만들었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을 거다. 콘수엘로는 토니오가 있어서 살아갈 힘을 얻었을 거다. 좋아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지.

 

 

 

희선

 

 

 

 

☆―

 

 “죽음이 없는 세계는, 끝이 없는 삶은 끔찍한 거야.”  (232쪽)

 

 

 “우리들에게 죽음이 두려운 까닭은 뭘까? 죽는 순간의 아픔? 더 살 수 없다는 아쉬움? 아니야.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혼자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지. 떠나는 자도 남은 자도 같은 까닭으로 두려워하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야. 죽음 저 너머로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속에 데리고 간다네. 남은 자들은 반대로 죽은 자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기억속에 담아 함께 살아가지. 데쓰로 자네처럼 말일세. 그것이 기억이고 추억이야. 그것은 환상이나 환영 같은 것이 아니야. 영혼은 바로 그곳에 머문다네. 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아. 내가 앨런을 만나고 온 것처럼. 만날 수 있지. 아니, 반드시 만나게 되네. 죽은 자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누군가 간절히 찾는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어.”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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