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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같은 사람들 ㅣ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8년 4월
평점 :
멀리 있는 형제보다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구나. 이건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이런 걸 아쉽게 여길 수도 없다. 나도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니. 내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이웃과 말을 한 것 같다. 어른은 아니고 언니나 친구하고. 바로 옆집에 살지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 살아서 친하게 지냈다. 그곳을 떠난 뒤로는 옆집 사람과 친하게 지내본 적 없다. 내 또래 아이가 없어서였을까. 아이가 없으면 어른하고라도 조금 말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학교에서 날마다 만나는 같은 반 아이하고도 쉽게 친해지지 못했는데. 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 그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난 이웃과 친하게 지내지 못해도 다른 사람은 이웃끼리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 아니 친하게 지내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으면 잠시 들여다봐도 괜찮겠다. 그걸 괜한 참견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 하고 둘레에서 그냥 내버려두기도 한다. 싸우는 사람을 말려도 ‘뭐야’ 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겠지. 거기에 아이가 있다면 어떨까. 부모가 싸우다가도 아이를 보고 멈추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을까. 그때는 이웃이 잠시만이라도 아이를 맡아주면 좋을 텐데. 나라면 다른 집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는 싸우지 않는 게 가장 좋겠다. 싸우려면 밖으로 나가든지. 한국은 부부싸움에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그저 집안 일로 여긴다. 그러다 큰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 늦은 밤에 옆집 사람이 ‘도둑이야’ 한다면 많은 사람은 어떻게 할까. 옆집에 가기보다 자기 집에서 숨을 죽이고 있겠지. 나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도둑이 들면 ‘도둑이야’ 하기보다 ‘불이야’ 한다고 한다. ‘불이야’ 하면 모두 바깥으로 뛰어나올 테니.
다른 나라는 이웃에서 아이를 때리는 것 같으면 바로 신고한다. 그거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제대로 알아본 다음에 신고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다, 잘못 알았다 해도 신고하는 게 좋겠다. 난 아이가 맞는 것 같은 소리 들어본 적 없다. 어쩐지 다행이다 싶다. 아이가 맞는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무척 괴로웠을 것 같다. 그 집에 가서 무슨 일이냐 말하지도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난 소심한 사람이다. 지금은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이 아이를 보호할까, 그런 일하는 곳에 맡길까. 그 뒤에 일어날 일도 걱정이다. 아이가 좋은 곳에 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보호 받겠지만, 다른 안 좋은 일을 겪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부모가 자기 아이를 때리지 않으면 괜찮겠구나. 부모는 왜 자기 아이를 때릴까. 시험 문제 한두 개 틀리면 어떻고 말 조금 안 들으면 어떤가. 아무 까닭없이 아이를 때리는 부모도 있구나.
이 소설을 보고 학교 폭력은 왜 생기는 걸까 생각하니, 가정에 문제가 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서 학대받은 아이는 자기보다 힘없는 동물에서 시작해 다음에는 자기보다 힘없는 아이를 괴롭혀 그걸 푼다. 학교에서 폭력 피해를 입었다 말한 아이는 실제는 가해자였다. 친구가 그 아이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것을 본 다른 친구가 화를 참지 못하고 친구를 괴롭힌 아이를 때렸다. 그 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교와 선생님은 피해를 당했다고 한 아이 말만 듣고 두 아이는 처벌했다. 그런 모습 보고 난 왜 사실을 말하지 않을까 했다. 입다물지 않고 말했다면 더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가해자로 몰린 아이는 그 일을 말하지 않았다기보다 말할 수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지만, 말하지 않는 것도 누군가 알아주면 조금 나을 텐데. 그런 걸 할 사람은 선생님이 아닐까. 선생님도 사람이고 예전에 안 좋은 일을 겪어서 더는 그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도와야 했는데.
처음부터 괴물 같은 아이(사람)도 있겠지만, 어른이 괴물 같은 아이를 만들기도 한다. 부모 학교 선생님. 부모는 아이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는 걸 알아야 하고, 학교 선생님은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잘 잡았으면 한다. 부모가 안 되면 선생님이라도 아이를 구하면 좋을 텐데. 아니 도와주는 쪽만 잘해야 하는 건 아니다. 도움 받으려는 사람도 남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한번 하고 안 된다고 그만두지 말고 자꾸 도와달라고 말하는 게 좋다. 말하기 힘든 일일지라도 누군가한테 말하면 조금 나을 거다. 자기 잘못이 아닌 일로 죄책감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미투운동 여성이 더 많이 하는데, 남성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이라고 그런 일 없지 않을 거다. 여기 나오는 일은 조금 다르지만. 누군가한테 손을 내밀 용기, 누군가 내민 손을 잡을 용기 둘 다 중요하다.
희선
☆―
‘무언가 잘못되었다. 준성이, 훈정이, 민기에게 우리 어른들은 잘못을 하고 있다.’
학대당하는 아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무관심, 귀찮은 일이 생길까 신고하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알아도 모른 척하는 이기심이 거울에 비춰 반사돼 돌아와 서로를 날카롭게 후벼 판다.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