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뭐냐구요. 뭐는 선물입니다. 누군가한테 축하할 일이 생기면 뭘 주면 좋을까 해서. 축하할 일에 따라서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른 날은 잘 몰라서 태어난 날만 축하합니다. 그날이 가장 좋은 날이기는 하죠. 어릴 때는 그날 무엇을 받을까 기대해도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 태어난 날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도 하네요. 그날은 잊어버리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누군가 자신이 태어난 날을 기억해주면 기쁘기는 하겠습니다. 어릴 때는 그런 것도 쉽게 물어봤는데, 이젠 물어보기 쉽지 않아요. 아니 친하게 지내다 보면 물어볼지도 모르고, 어쩌다 시간이 흐르고 물어볼 때를 놓치기도 하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다음엔 물어보기 멋쩍지요. 우연히 알게 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정확한 날짜는 모르고 그저 달만 기억합니다. 기억한다고 다음해에 축하한 적 있던가. 잊어버려서 못했을지도.


 자신이 태어난 날 기쁠까요. 자신이 태어난 날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엔 부모가 자라면서는 친구나 아는 사람이. 그저 아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을지도. 세상에는 아이가 태어난 걸 기뻐하지 않는 부모도 있군요. 부모는 그랬다 해도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은 기뻐할 겁니다.


 친구는 많지 않습니다. 어릴 때 친구는 이제 없군요. 언제는 있었던 것처럼 말했군요. 어릴 때 있었지요. 학교 친구도 그때만 있었어요. 저는 태어난 날 친구 불러서 놀아본 적 없어요. 그런 거 못했다 해도 괜찮습니다. 제 친구에서 자신이 태어난 날 자기 집에 부른 아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주 없었던 건 아닌데 저는 가 본 적 없는 듯합니다. 이런 거 생각하니 조금 슬프네요. 그렇게 슬퍼할 일은 아닌가요. 친한 친구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사람한테 선물하기에 좋은 건 뭘까요. 저는 거의 책을 보내줬어요. 어릴 때는 책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그때는 뭘 줬던가. 책을 보게 되고는 태어난 날엔 책을 선물했어요. 태어난 날 아닐 때도 책을 보내주기도 하는데. 어느 날 책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 잠깐 먹을 게 낫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한 적도 있군요. 과자. 시간이 조금 지나고는 과자 괜찮을까, 건강에 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것이든 받으면 기쁠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담긴 거면. 이렇게 말하고 말았군요. 뭐든 마음을 담아 주기. 그게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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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05 0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선물은 책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으니 ㅋ 텀블러도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5-03-09 17:35   좋아요 1 | URL
새파랑 님이 텀블러를 좋아하시는가 봅니다 책도 좋아하시죠 새파랑 님이 읽고 싶은 책을 받으면 좋아하실 것 같네요


희선

모나리자 2025-03-0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 선물을 좋아하겠지요. 물어보고 선물하는 것도 좋겠네요.
나이가 들어가면 친구는 예전보다 적어지는 게 정상적이라고 하더군요.

3월에도 좋은 날 보내세요. 희선님.^^

희선 2025-03-09 17:37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면 책 좋아하겠지요 물어보면 좋을 텐데, 묻기가 어려운... 마음 편하게 물어보면 괜찮을 텐데, 쉽지 않은 거네요 편하게 읽을 만한 걸로...

삼월도 하루하루 잘 갑니다 곧 삼월 삼분의 일이 가겠습니다 모나리자 님 좋은 봄날 자주 만나시기 바랍니다 밖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오늘 날씨가 좋아서 이런 말을 했네요


희선
 




아침 해는 얼굴 씻었을까

얼굴을 씻다 불이 꺼지지는 않겠지


아침 해는

아침을 맞는 사람을

따스한 빛으로 바라 봐


아침 해는

점심을 지나

저녁 해가 돼


저녁 해는

하루 일을 끝낸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걸 지켜 봐


사람들 얼굴은

저녁 해에 물들어

편안해 보여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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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들의 숙제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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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부터 다산책방에서 박경리 작가 소설을 다시 냈던가. 박경리 하면 《토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예전에는 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이젠 그것만 읽었다고 말해야 하려나. 아니 박경리가 쓴 동화 하나 봤다. 그 책도 다산책방에서 다시 나오려나 보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도 잘 알려졌구나. 그 책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작가한테 대하소설을 쓰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짧은 시간도 아니고 스물여섯해쯤 썼던가. 그 소설을 다 쓴 건 자랑스러워도 사람들이 그 소설만 알면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박경리는 ‘토지’뿐 아니라 여러 소설을 썼다. 《죄인들의 숙제》는 처음 들어 본 제목이다. 이 소설 제목만 그런 건 아니구나. 박경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토지’뿐 아니라 다른 소설도 만났겠다. 난 그러지 못했구나. ‘토지’는 알아도 다른 소설은 잘 몰라서 그랬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한국 소설 많이 봤는데. 그때 소설 다 알고 본 건 아니고 그냥 봤다. 지금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이 소설 《죄인들의 숙제》를 3분의 1 정도 연재했을 때 《토지》 연재를 시작했던가 보다. 소설을 하나가 아니고 두 가지나 썼구나. 하나도 쓰기 쉽지 않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박경리 대단하다. 먹고 살려고 ‘토지’ 썼다는 말도 했지만, 꼭 그것만 있었던 건 아니겠다. 아직도 ‘토지’ 이야기를. 내가 그 소설을 봐서 그런지 이 책 ‘죄인들의 숙제’를 보다보니 ‘토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대는 다른데. 여기 나오는 사람이 토지에 나온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누군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복자매 이야기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은 연애소설 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다. 희정과 희련은 엄마가 다른 자매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희정은 팔을 잃고 희련은 혼자가 되었다. 희정이 희련을 돌보기는 했지만, 그걸로 희련을 얽매는 것 같아 보인다. 희련은 희정한테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면서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희련이 희정을 벗어나려고 한 게 결혼인데, 그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식구, 부모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는 사람 말이다. 희련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다. 장기수는 자신이 희련한테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희련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희련 둘레를 맴돈다. 지금으로 보면 스토커에 가깝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대는 60년대에서 70년대 초쯤 되겠다. 소설인데 옛날 흑백영화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방, 레지 이런 말도 나오고. 아주 가난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어쩐지 다들 큰집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일하는 식모도 있으니. 옛날엔 어린 여자아이가 식모살이를 했구나. 식모를 두는 건 어느 정도 산다는 거겠지.


 소설 제목에 쓰인 죄인은 누굴까. 사람은 다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갖고 있다고 하던가. 기독교에서는 원죄라고 하는구나. 여기 나온 사람 모두 좀 그랬다. 그랬다는 게 뭔지. 희련과 희정. 예전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도 했구나. 희련이 결혼했다 이혼하니 친구는 다시 결혼하라 하고, 다른 사람도 희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희정은 팔 하나가 없어서 자격지심을 갖고 희련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비뚤어진 사람일까. 희정은 어릴 때 외할머니와 살면서 제멋대로 했다. ‘토지’에도 그런 사람 있었는데. 희련 친구 은애는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내가 있는 사람이었다. 은애는 그 사람과 헤어지고 그 사람 친구와 결혼하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모르는 척했다. 어느 날 은애는 백화점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걸 보고는 좀 이상해진다. 은애가 이상해진 건 엄마한테 물려받은 정신병 때문이었을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바람 피워도 모르는 척하다가 상대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진 거 아닐까.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게 한꺼번에 몰려온 거지. 희련은 은애 오빠 강은식을 만나고 잠시 좋아하기도 했는데, 서로 오해하고 헤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거기에 푹 빠지지 못한 건가. 시대 때문이었을지도. 희련이 전남편 장기수나 송인숙은 여기에서 안 좋게 보인다. 좀 웃겼던 건 그런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한 거다. 정말 했을까.


 여기에 나온 사람은 크든 작든 죄가 있어 보인다. 나도 그렇겠지. 사람은 살아가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죄인들의 숙제는 뭘까. 잘 모르겠다. 죄를 모르는 척할지 똑바로 바라볼지일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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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5-03-04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는 꼭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는 읽겠죠? 희선 님 읽으실 때 참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고등학생 때 <김약국의 딸들>을 읽었는데 충격 받았어요. 이 책도 읽고 싶습니다. 전쟁은 참혹하군요ㅠㅠ

희선 2025-03-05 00:09   좋아요 1 | URL
책이 많아서 읽기 힘들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토지》 읽다 보면 한권 한권 죽 나갈 거예요 꼬마요정 님은 읽기 시작하면 금방 다 보실 듯합니다 언젠가 볼까 하고 보시면 괜찮을 듯합니다 박경리 작가 다른 소설도 보면 좋을 텐데...


희선

서니데이 2025-03-05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선생님의 책은 토지가 너무 유명해서 토지나 김약국의 딸들이나 또는 에세이 정도는 들어본 것 같은데, 이 책은 잘 모르는 책이예요. 토지 연재 전에 시작한 책이라고 하니, 책속 배경이 되는 시대가 한참 전이겠지요. 소설 속의 시대상 같은 것들도 지금과 다를테니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님, 오늘 경칩이라고 해요. 어제보다 덜 춥다고 하고요.
그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5-03-05 00:35   좋아요 1 | URL
토지가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기는 하죠 박경리 작가는 그밖에 다른 소설도 많이 쓴 듯합니다 《김약국의 딸들》도 잘 알려졌군요 아직 못 봤네요 이 책은 한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어제도 비가 오고 흐린 날이었는데, 낮 세시쯤에는 해가 나왔어요 하루 내내 비가 왔다면 기분이 가라앉았을 것 같은데 해가 나와서 좀 나았습니다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5-03-08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3-09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만 받겠다지만,

정말 마음을 받은 걸까요


마음은 보지이 않지만

받는 거기도 하네요


주고 받고

오고 가는 마음


마음이 더 무거운 걸지도 몰라요

무거워도 마음이라면

덜 부담스럽겠네요


마음

마음

마음은

“나쓰메 소세키”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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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따스한데,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이야


차가운 바람만 불고

한바탕 비가 올 것 같아


마음에 머문 겨울은

언제 떠나갈지,

떠나기는 할까


철은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데

마음속 철은

쉽게 오고 가지 않아


따스한 마음은 어디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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