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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들의 숙제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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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부터 다산책방에서 박경리 작가 소설을 다시 냈던가. 박경리 하면 《토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예전에는 읽지 않은 소설이었는데, 이젠 그것만 읽었다고 말해야 하려나. 아니 박경리가 쓴 동화 하나 봤다. 그 책도 다산책방에서 다시 나오려나 보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도 잘 알려졌구나. 그 책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작가한테 대하소설을 쓰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짧은 시간도 아니고 스물여섯해쯤 썼던가. 그 소설을 다 쓴 건 자랑스러워도 사람들이 그 소설만 알면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 박경리는 ‘토지’뿐 아니라 여러 소설을 썼다. 《죄인들의 숙제》는 처음 들어 본 제목이다. 이 소설 제목만 그런 건 아니구나. 박경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토지’뿐 아니라 다른 소설도 만났겠다. 난 그러지 못했구나. ‘토지’는 알아도 다른 소설은 잘 몰라서 그랬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한국 소설 많이 봤는데. 그때 소설 다 알고 본 건 아니고 그냥 봤다. 지금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이 소설 《죄인들의 숙제》를 3분의 1 정도 연재했을 때 《토지》 연재를 시작했던가 보다. 소설을 하나가 아니고 두 가지나 썼구나. 하나도 쓰기 쉽지 않을 텐데. 지금 생각하니 박경리 대단하다. 먹고 살려고 ‘토지’ 썼다는 말도 했지만, 꼭 그것만 있었던 건 아니겠다. 아직도 ‘토지’ 이야기를. 내가 그 소설을 봐서 그런지 이 책 ‘죄인들의 숙제’를 보다보니 ‘토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시대는 다른데. 여기 나오는 사람이 토지에 나온 누군가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누군지 뚜렷하게 말하기 어렵다. 이복자매 이야기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은 연애소설 같은 느낌도 조금 들었다. 희정과 희련은 엄마가 다른 자매로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 희정은 팔을 잃고 희련은 혼자가 되었다. 희정이 희련을 돌보기는 했지만, 그걸로 희련을 얽매는 것 같아 보인다. 희련은 희정한테 죄의식을 느끼기도 하면서 벗어나고 싶어하기도 한다.
희련이 희정을 벗어나려고 한 게 결혼인데, 그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런 일 있을지도 모르겠다. 식구, 부모에서 벗어나려고 결혼하는 사람 말이다. 희련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는데, 남편은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은 화가였다. 장기수는 자신이 희련한테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희련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도 희련 둘레를 맴돈다. 지금으로 보면 스토커에 가깝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대는 60년대에서 70년대 초쯤 되겠다. 소설인데 옛날 흑백영화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방, 레지 이런 말도 나오고. 아주 가난한 사람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어쩐지 다들 큰집에 사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서 일하는 식모도 있으니. 옛날엔 어린 여자아이가 식모살이를 했구나. 식모를 두는 건 어느 정도 산다는 거겠지.
소설 제목에 쓰인 죄인은 누굴까. 사람은 다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갖고 있다고 하던가. 기독교에서는 원죄라고 하는구나. 여기 나온 사람 모두 좀 그랬다. 그랬다는 게 뭔지. 희련과 희정. 예전에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도 했구나. 희련이 결혼했다 이혼하니 친구는 다시 결혼하라 하고, 다른 사람도 희련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희정은 팔 하나가 없어서 자격지심을 갖고 희련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비뚤어진 사람일까. 희정은 어릴 때 외할머니와 살면서 제멋대로 했다. ‘토지’에도 그런 사람 있었는데. 희련 친구 은애는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내가 있는 사람이었다. 은애는 그 사람과 헤어지고 그 사람 친구와 결혼하고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모르는 척했다. 어느 날 은애는 백화점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걸 보고는 좀 이상해진다. 은애가 이상해진 건 엄마한테 물려받은 정신병 때문이었을까.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바람 피워도 모르는 척하다가 상대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아진 거 아닐까.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게 한꺼번에 몰려온 거지. 희련은 은애 오빠 강은식을 만나고 잠시 좋아하기도 했는데, 서로 오해하고 헤어진다.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거기에 푹 빠지지 못한 건가. 시대 때문이었을지도. 희련이 전남편 장기수나 송인숙은 여기에서 안 좋게 보인다. 좀 웃겼던 건 그런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한 거다. 정말 했을까.
여기에 나온 사람은 크든 작든 죄가 있어 보인다. 나도 그렇겠지. 사람은 살아가면 그럴 수밖에 없겠다. 죄인들의 숙제는 뭘까. 잘 모르겠다. 죄를 모르는 척할지 똑바로 바라볼지일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