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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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빛이 되려면 타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빅터 프랭클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자신이 바라는 일이나 식구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죠. 누군가를 위해서, 하는 말이 참 좋은 것 같은데 정말 좋은 걸까요. 때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잖아요. ‘내가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은 모두 너를 위해서다’ 고. 거기에서 너는 아이와 배우자일 때가 많겠죠. 그나마 식구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좀 나은 편입니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성공한 삶은 부동산 개발, 주식 투자, 사업 다각화로 재산을 늘린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여기에 나오는 앤서니 스펜서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크리스마스 캐럴》(찰스 디킨스)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책으로는 읽어본 적 없습니다. 제가 이 말을 해서 이 책 《갈림길》에서 말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여러분이 먼저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지금 마음속에 떠올랐나요. 갑자기 《크리스마스 캐럴》과 이 책을 함께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책을 읽지 않아서 그렇게 못하겠네요. 읽었다 해도 못했을 겁니다. 기적은 크리스마스에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이 책 속에서 일어난 일 또한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한테는 참 안 좋은 버릇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한테 어떤 일이 닥쳐야 자기 삶을 되돌아본다는 겁니다. 토니(앤서니 애칭) 또한 그랬습니다. 귀신이 나타나 스크루지한테 지난날, 지금 그리고 앞날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토니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을 때 만난 사람은 예수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스크루지한테 나타난 귀신도 하나님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사실 저는 스크루지가 왜 돈만 버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왔을 것 같은데.(앞에서 쓰지 못하겠다고 하고는 스크루지에 대해 썼군요) 토니가 왜 돈만 많이 벌게 되었는지는 조금 압니다. 토니는 사람보다 돈을 믿었던 것은 아닐까 싶군요. 토니는 남동생이 하나 있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토니는 신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형제만이 남게 되면 더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토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토니는 동생 제이크도 경쟁자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군요. 토니는 결혼을 하고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얻었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 병으로 죽었습니다. 이 일은 토니한테 아주 슬픈 일로, 토니가 아무도 믿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믿지 않게 되었다보다는 세상한테 마음을 닫았다고 해야 할까요. 토니는 상처받는 게 무서워진 겁니다. 딸을 잃지 않기 위해 딸을 멀리 하게 되었거든요.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군요. 토니는 죽음이 끝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관계맺기를 바라지 않았죠. 토니가 다운증후군인 캐비 몸에 들어가고, 캐비 둘레에 있는 사람과 만나고는 알아갑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죽음이 끝이 아닌 것도. 마음을 닫고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는 게 더 좋겠죠. 아니, 토니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했을 때도 사실 토니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토니 곁에는 늘 하나님이 있었습니다. 토니가 보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거죠. 어디에선가 본 적 있는데 하나님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하나님, 예수, 성령이 나온다고 해서 종교와 상관이 있는 것인가 할지도 모르겠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신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신도 종교와 뗄 수 없는 것이군요. 자신이 믿는 무엇인가 라고 하면 어떨까 싶네요.

 

지금 앞만 보며 달려가고 있는 분한테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앞만 보고 달려본 적이 거의 없어서 열심히 사는 분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20%의 사람이 이끌어간다고도 하잖아요.(이것은 개미도 그렇다고, 어쩌면 벌도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열심히 돈을 버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만 하다가 옆사람이나 식구 얼굴을 못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주 가끔은 쉬기도 하면서 친구도 만나고 식구들과 이야기도 나누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산 거지 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이렇게 쓰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애써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한테 배신당해서 사람을 믿기 어려운 분도 보시기 바랍니다. 배신이라기보다 누군가 때문에 마음 아팠던 분이라고 해야겠네요. 세상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 대가없이 사랑을 나누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은 바로 그거죠.

 

 

 

희선

 

 

 

 

☆―

 

“아, 당신이 알아야 할 건 이겁니다. 모든 존재의 핵심에는, 나를 내어주고 남을 중심에 놓는 사랑 곧, ‘하나됨’이 있다는 겁니다. 그 무엇도 그보다 더 깊고 더 단순하고 더 순수할 수는 없지요.”  (103쪽)

 

 

“믿을 사람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고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벽이 필요하지. 악을 물리치기 위한 자기 방어의 벽. 그런데 그 벽 안에 악이 있어. 처음엔 자넬 지켜준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 자넬 파멸로 몰아가는 거야.”  (305쪽)

 

 

“믿음에는 모험이 따르죠. 관계에도 언제나 위험이 따르고요. 하지만 결론이 뭔지 아세요? 관계가 없다면 이 세상은 아무 뜻도 없어요. 어떤 관계는 다른 관계보다 좀 더 엉망이고, 어떤 관계는 오래가지 않고, 또 어떤 관계는 힘들어요. 반대로 어떤 관계는 쉽기도 하죠. 어찌 되었든 그 모든 관계가 다 소중해요.”  (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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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문 이모탈 시리즈 2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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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냥 읽었다. 첫번째인 《에버 모어》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에버 모어》를 본 게 몇해 전이라 어떤 이야기였는지 거의 잊어버렸다. 여기에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게 조금 나와서 괜찮기는 했다. 이 책은 이모탈 시리즈(Immortals Series)의 두번째다. ‘이모탈이 뭐지?’ 하며 찾아보니 ‘죽지 않는’이었다.(전에는 시리즈라는 것을 몰랐다) 이 말대로 여기에는 죽지 않는 사람이 나온다. 뱀파이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러고 보니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해도 뱀파이어도 죽을 수 있고, 여기에 나온 죽지 않는 사람도 죽을 수 있다. 뱀파이어는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식구들과 사고를 당해서 죽었는데, 죽지 않는 사람 데이먼 때문에 다시 살아나고 에버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초능력도 있었다.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물건을 옮기거나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죽지 않는 것뿐 아니라 다른 힘까지 생기다니……. 데이먼이 왜 에버를 살려주었느냐 하면, 오랫동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데이먼은 오래전부터 에버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찾아다녔다. 사백년 정도.(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느냐 하면, 데이먼을 좋아하는 드리나 때문이었다. 드리나가 늘 에버를 죽였다. 꼭 이런 삼각관계를 만드는구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드리나와 싸우고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읽다보니 드리나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먼도 드리나를 좋아했던 때가 있었는데, 에버를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드리나는 나빠지고. 드리나가 데이먼을 좋아한 것은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할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좋아하지만 망설인다고나 할까. 학교에 새로 온 남자아이 로만 때문에 데이먼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이상해졌다. 에버는 로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데이먼은 로만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에버가 마음을 먹고 데이먼과 함께 밤을 보내려고 한 날 데이먼이 아무 말 없이 돌아가 버렸다. 얼마 뒤 만난 데이먼은 아주 달라져 있었다. 자기가 언제 에버를 좋아했냐는 듯했다. 학교 아이들도 에버를 따돌렸다. 에버는 로만한테 오로보로스 문신이 있나 찾아봤지만 바로 보이지 않았다. 오로보로스 문신은 죽지 않는 사람이 나빠지면 생기는 것이다. 나중에 그게 나타났다. 드리나는 손목에 있었는데 로만은 목에 있었다. 로만이 에버를 좋아해서 데이먼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에버가 죽인 드리나 때문이었다. 이것을 써 버리다니. 세상에는 서로 마음이 딱 맞는 두 사람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만 좋아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책 속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만을 빛나게 한다. 책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에버는 데이먼을 본래 데이먼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데이먼의 지난날을 본다. 마지막에 데이먼이 늙어죽는 것을 로만이 웃으며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로만이 데이먼한테 안 좋은 것을 먹여서 데이먼을 보통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던 거였다. 에버가 해독제를 만들고, 자신은 데이먼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이 데이먼과 만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려나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에버는 알게 되었다. 로만을 믿지 않았던 에버가 왜 나중에는 로만의 말을 믿고 따랐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에버를 도와주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 그렇게 쓴 것인가. 여기에서 일이 아주 좋게 끝나면 다음으로 잇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예전에도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끝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가.

 

요즘은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서로 좋아하게 된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식기도 할 테니 말이다. 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고 사백년 동안 에버를 찾아다녔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당연히 에버는 예전에 데이먼이 만난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쓰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앞부분에 나온다. 에버와 데이먼은 죽지 않는 사람이다. 죽지 않고 한 사람만 좋아하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 단단해져 가는 모습을 그려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버는 데이먼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내놓을 정도가 되었다. 두 사람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해독제도 찾아야 한다. 나중에는 둘이 잘될 것이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현자의 돌 ‘엘릭서’ 때문이다. 현자의 돌은 정말 빨간색일까. 다른 데 나온 현자의 돌도 빨간색이었다. 엘릭서를 데이먼과 에버는 늘 주스처럼 마신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은 좀 재미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오면 볼까 한다.

 

 

 

희선

 

 

 

 

☆―

 

“돌아갈 수 없어, 언니. 지난날을 바꾸진 못해. 본래 그런 법이야.”

 

라일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나는 그 애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내가 물어보려는 순간, 라일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게 우리 운명이야, 언니 운명이 아니라. 어쩌면 언니는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해 본 적 없어? 그게 어쩌면, 언니를 구해준 게 꼭 데이먼 오빠가 아니더라도 말야?”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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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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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3 0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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夏目友人帳 15 (コミック) 夏目友人帳 (コミック) 15
미도리카와 유키 지음 / 白泉社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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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츠메 우인장》을 잡지에 싣게 된 지 10년째라고 한다. 벌써 그렇게 되다니. 잡지에 실린 것은 본 적 없고, 책으로 본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리고 다 봤구나. 지난해 삼월부터 십이월까지 열네 권을 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오래 걸린 것인지도. 그래도 나는 한 해 동안 다 봐서 기쁘다. 더 걸릴 수도 있었으니까. 지난해에는 조금 부지런히 책을 봤는데 올해는 게으르게 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치즈 스위트 홈》도 10년 넘었겠다. 이것도 시간을 내서 봐야 할 텐데. 《나츠메 우인장》이 잡지에 실린 것을 먼저 보고 책으로 나오면 그것까지 사서 보는 사람도 있겠지. 책으로 봐도 다음 이야기가 어떨까 빨리 다음 권이 나오기를 바라는데, 잡지에 실린 것을 보면 그런 마음이 더할 것 같다. 이 책은 다음 권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볼 책이 있어서 다음 권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인가. 다음 16권은 올여름에 나온다. 그래도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고 싶지는 않다. 그냥 지내다 보면 여름이 오겠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물건 여기에 하나 더 사람과 요괴(사람을 먼저 쓴 것은 내가 사람이기 때문이겠지)는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 지금까지도 여기에는 그런 일들이 많이 나왔다. 거의 나츠메한테 일어난 일이었다. 이번에는 나츠메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일어난 일이다.(나츠메한테 일어난 일도 있고)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했던 사람이다. 지난번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사람보다 요괴가 더 정이 깊은 느낌이 들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뜻으로. 요괴가 보이지 않게 된 타쿠마(아저씨)는 나토리나 나츠메의 앞날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나츠메는 죽을 때까지 요괴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보이다가 안 보이면 무척 쓸쓸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언젠가 나츠메가 그런 일을 겪었다. 그래도 목소리는 들었구나. 볼 수 없게 되면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된다. 가까이에 있어도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기억은 하고 있겠지. 앞에서 요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했는데, 다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요괴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잘 모른다. 그런 요괴가 사람과 함께 지내다 그것에 대해 알게 되고 사람한테 정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 함께 지낸 요괴는 그 사람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했던 타쿠마는 어느 날 요괴를 볼 수 없게 되어 그 일을 그만두었다. 딸 츠키코는 그런 아버지한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집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을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 몰래 츠키코는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나토리한테 집에 와서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에 어떻게 나츠메가 관계하게 되었느냐 하면, 영화를 보고 나온 나츠메와 야옹 선생은 길에 떨어져 있는 나토리의 종이 인형을 본 것이다. 글자가 지워졌지만 거기에 남아 있는 글자를 보고 나츠메는 거기에 가 보기로 했다. 나토리가 걱정돼서. 우연히도 츠키코가 나츠메를 보았다. 비를 맞고 있는 나츠메를 츠키코가 도와주려고 했다. 나츠메와 야옹 선생은 츠키코의 집으로 갔다. 나츠메는 그 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츠메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려고 했을 때 나토리가 ‘짠’ 하고 나타났다. 요괴를 물리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요괴와 계약을 맺어서 식으로 쓴다. 계약에 묶여있는 요괴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타쿠마는 갑자기 요괴를 볼 수 없게 되어서 요괴와 맺은 계약을 끊지 못했다. 계약을 맺은 사람이 죽으면 요괴는 자유로워진다. 나토리는 자유로워지고 싶은 식이 타쿠마한테 해코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했다. 하지만 나츠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가정부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람이 아닌 요괴였다. 그 요괴는 나쁜 일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타쿠마한테는 식이 셋이었다. 하나는 집 안에 있었고 둘은 집 밖에 있었다. 둘이 집에 들어오려고 했던 거다. 식인 요괴들은 앞으로도 타쿠마를 도우며 살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딸 츠키코가 아버지 타쿠마를 보호하려고 집 안에 부적을 붙여두었다. 집 밖에 나갔던 요괴 둘이 그것 때문에 집에 들어올 수 없게 되었다. 둘은 타쿠마가 자기들을 내쫓은 것은 아닐까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타쿠마한테 나쁜 짓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타쿠마가 저주를 풀면 다시 자기들이 타쿠마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요괴를 보니 좀 안타까웠다. 나츠메는 타쿠마한테 요괴하고 맺은 계약을 끊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타쿠마가 아니어도 요력이 센 사람이라면 할 수 있었다. 식이었던 요괴 가운데 둘은 아쉬워하면서 자기들의 길을 떠나고, 하나는 집에 남았다. 타쿠마가 죽을 때까지 지켜보겠다고. 말도 나누지 못하고 보기만 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을 하려고 하다니. 집 안에 있던 요괴 때문에 나츠메가 가지고 있는 우인장에 대해 나토리가 조금 알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모르고 나츠메한테 남한테는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토리는 자기 식한테 그게 뭔지 알아보게 했다. 나츠메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름을 받아두는 것은 요괴를 물리치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레이코가 그것을 알고서 한 것은 아닐 텐데.

 

요괴도 수행을 하는가보다. 아주 작은 요괴 미츠자라는 선술의 길을 걷는 고귀한 분인 주온이 이끄는 행렬에 끼고 싶어했다. 주온은 미츠자라가 짐승한테 먹힐 뻔했을 때 도와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길을 떠났다. 미츠자라는 자기 모습이 좋아지면 주온 일행에 끼워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나츠메와 만나서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다. 어떤 요괴들이 주온한테 재물을 바쳐야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잠시 나츠메를 바치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일은 안 했다. 주온 일행이 왔을 때 미츠자라는 자기도 데려가달라고 말했지만 주온은 미츠자라한테 돌아가라고 했다. 그 길이 쉽지 않아서였다. 얼마 뒤 일행 가운데 하나가 돌아와서는 미츠자라한테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쓰여 있는 책을 주었다. 만약 행렬에 끼고 싶다면 그곳을 다 다녀오라고. 미츠자라는 그것을 받고 기뻐했다. 꿈을 가진 요괴라고 해야겠다. 야옹 선생은 주온과 미츠자라가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것은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기도 하구나. 그래도 나는 좋게 생각하고 싶다. 언젠가 미츠자라가 주온 일행에 들어갈 거라고.

 

후지와라 부부 토코와 시게루는 아이가 없어서 둘만 살았다. 나츠메가 아직 이 집에 오기 전 이야기이다. 토코는 밭에서 삽에 깔린 까마귀를 구해주었다. 그 뒤부터 까마귀가 마당에 있는 나무에 찾아오고 비가 오면 가르쳐주었다. 토코는 까마귀가 짝을 만나지 못한 것인가, 헤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시게루는 먼 친척 장례식에 가서 나츠메에 대해 알게 되고는 이런저런 일을 알아보았다. 토코한테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토코는 친구와 놀러가서는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게루 혼자 있는 게 마음 쓰인 것이다. 집에 돌아온 토코한테 시게루는 나츠메 얘기를 하고, 집에 데리고 오기로 했다. 토코는 나츠메와 함께 살게 된 일을 기뻐했다. 언젠가 나츠메가 식구처럼 편하게 말해주기를 바랐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츠메한테 토코는 나무 위에 있는 까마귀가 자기 친구라고 했다. 그런데 나츠메는 까마귀가 두 마리 있다고 말했다. 한 마리는 하얀색이라고. 토코는 하얗고 빛나서 자기는 보기 어려운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까마귀가 혼자가 아닌 것을 알고 다행이다 생각했다. 까마귀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보통 사람은 볼 수 없는 까마귀와 함께 있었다니. 이야기가 시작했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이기도 했는데 나츠메가 오고 나서는 그런 게 덜해 보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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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아줌마의 햇살도서관 일공일삼 68
김혜연 지음, 최현묵 그림 / 비룡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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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다 봐서 그런지 ‘도서관’이 나오는 책을 가끔 본다. 예전에는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와 두번째인 《도서관의 기적》(미도리카와 세이지)을 보고서,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가지만 다른 일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썼다. 그 뒤로도 그랬다. 그냥 책만 빌리고 바로 와서 그럴 것이다.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는 게 싫은 것인지도. 집에서는 책읽기가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집에서 보는 게 더 편하다.(가끔 집 둘레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서 안 좋지만, 차도 가끔 지나가고, 요새는 가까운 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집이 아닌 다른 데서는 책을 잘 못 본다. 어디에서든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쓰는 것도 그렇다.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이런 점 때문에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꼭 낯선 곳이 싫고, 집을 떠나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이금례 도서관’은 마을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은 무슨 돈으로 해나가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건물을 짓고 이 안에 들어가는 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물건은 김밥을 팔아 돈을 벌었던 이금례 할머니가 낸 돈으로 했다고 한다. 그 뒤에도 돈이 들 텐데. 시에서 도움을 주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쩌면 이금례 할머니가 도서관을 짓는 데 쓰라고 돈을 시에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기념해서 도서관 이름을 ‘이금례 도서관’이라고 했는지도. 내가 다니는 곳은 시립도서관이다. 여기에는 시립도서관뿐 아니라 작은도서관도 여러 곳 있다. 책을 더 빌릴 수 있다면 다른 곳에도 갈 테지만, 모두 합쳐서 세권밖에 빌릴 수 없어서 그냥 한곳에만 다닌다.(이 말 전에도 썼는데, 이런 것은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구나) 나도 도서관에 오래 있다 보면 무엇인가 다른 일을 겪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구나. 책을 보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할 뿐이다.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말을 더듬어서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는 아이 진주, 축구를 하게 됐지만 키가 작아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는 정호, 이금례 할머니한테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가서 사서가 된 진주 씨, 삼형제 가운데 둘째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수정이, 말을 더듬지만 수다쟁이가 되고 싶은 진주 엄마 명혜 씨.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며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한테 영향을 주고받고 살고 있다. 그것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여기에는 그런 게 잘 나와 있다. 도서관에 있으니 당연히 책도 나온다. 진주는 책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정호는 축구 선수들이 나온 책을 보고 다시 축구를 하게 된다. 진주 씨는 사서여서 다른 사람한테 책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다. 수정이한테 도서관은 자기만의 방 같은 곳이다. 명혜 씨는 말더듬이를 고치고 싶어한다. 진주 씨가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하며 《빨강머리 앤》을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도서관에 갈 일만 남았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을 볼 수는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고 앞에 썼는데, 도서관에 온 사람을 보며 그 사람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지금은 이렇게 썼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못할 것이다.

 

 

 

희선

 

 

 

 

☆―

 

진주는 이곳, 이금례 도서관이 천국 같다고 생각했다. 펄 미용실에서 길을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진주에게 말더듬이 딸이라고 놀리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정한 사람들, 신나는 미끄럼틀도 있었다. 또 이곳에는 햇살과 색깔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저 길을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진주는 이 도서관이 마음에 꼭 들었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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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3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이나 도서관이나 별 생각 없이 잘 읽지만, 굳이 따진다면 제 3의 장소, 서점에 서서 또는 쪼그려 앉아서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강남의 교보문고는 거의 아지트였어요, 푸하하. 갑자기 교보문고에 서서 읽고 싶네요.

사람이 많으면 번잡긴 하지만 동시에 그런 느낌도 받긴 해요, 마치 어린애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날 보고 있으니 열심히 읽어야지, 그런 느낌이랄까.. 시립도서관 뿐만 아니라 여러 도서관이 뭉쳐있으면 제법 큰 도시에 사시나봐요? 저도 도서관 참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 갔을때 도서관 어딨나, 살펴볼때도 있고, 쿡.

희선 2013-05-01 02:40   좋아요 0 | URL
책방에서 서서 읽기, 저는 예전에 한번 그런 적 있어요 자주는 아니고 한번...
다른 때는 가서 대충 훑어보기만 했죠 어떤 책이 있나 하면서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책방에 있는 많은 책을 보면 그냥 좋기도 해요 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러시군요 아무도 안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작은도서관은 이름처럼 작아요 한 곳에 가 본 적 있는데 학교 교실 하나 정도 크기였나 그런데 시립도서관에 없는 책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곳에 가서 빌려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멀고 어디 있는지 모르는 곳도 있어서 안 갑니다 그 도서관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은 편하기는 할 것 같아요


희선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몇해 전에 이 책을 읽었답니다. 그때 재미있게 읽어서 다른 데서 나온 것도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기회가 왔습니다. 예전에 본 것은 ‘창작과비평사’에서 나왔습니다. 보고 싶었던 까닭은 재미있게 봐서이기도 하고 그때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기도 해요. 책을 다 보고 그때 썼던 것을 찾아보니 신기하게도 요점은 잘 써두었더군요. 잘 못 썼다고 생각한 것은 제 잘못된 기억인가봐요. 그것보다는 책을 읽고 바로여서 그때 쓴 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죠. 어떤 책을 읽지 않은 사람한테도 그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번 읽어보고 싶게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그러고 보니 책을 읽기만 하고 아무것도 쓰지 않아서 시간이 흐른 다음에 책을 다시 읽고 쓴 적은 몇번 있지만, 두번 읽고 두번 쓰기는 처음이네요. 두번째는 이제 쓰기 시작했지만. 예전에 쓴 것과 비슷하게 쓰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쓰고 싶은 말이 거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것을 또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여름방학이 되었지만 톰은 집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동생 피터가 홍역에 걸렸거든요. 톰은 여름방학에 피터와 뜰에서 함께 놀 계획을 세웠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홍역을 피해서 톰이 간 곳은 이모네 집입니다. 이모네 집은 다세대 주택 2층으로 그곳에는 뜰이 없었습니다. 일층 뒷문을 열면 밖에는 쓰레기통만 있다고 했습니다. 톰은 이모네 집에 가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누군가와 함께 놀지도 못했습니다. 일층에는 집주인 바솔로뮤 부인의 괘종시계가 있었는데, 시간은 잘 맞았지만 종은 틀리게 쳤습니다. 늦은 밤 톰은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서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자정이 넘고 한 시가 되자 괘종시계가 종을 열세 번 치는 겁니다. 톰은 열세 시는 이 세상에 없는 시간인데 하며, 시계바늘이 어디를 가리키나 보러 일층으로 내려갔어요. 일층은 어두워서 시계바늘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톰은 뒷문을 열면 달빛이 들어와서 밝아지지 않을까 했지요. 톰이 뒷문을 열자 그곳에는 아름다운 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시계바늘은 까맣게 잊고 톰은 뜰에 넋이 빠졌습니다. 이모와 이모부가 거짓말했다는 생각도 했죠.

 

이튿날 밝을 때 톰은 뜰에 나가서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낮에는 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모가 말한대로 쓰레기통이 있었고, 맞은 편에는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톰은 다시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괘종시계가 열세 시를 알릴 때 뒷문을 열어보았어요. 그곳에는 다시 뜰이 나타났지요. 톰은 밤마다 뜰에서 놀았습니다. 톰이 뜰에 있다가 돌아와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톰을 볼 수 없었답니다. 동물은 톰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눈길을 톰이 느꼈습니다. 톰은 뜰에서 남자아이들과 그 뒤를 따라다니는 여자아이를 보았습니다. 남자아이가 자신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 해티는 톰을 볼 수 있었어요. 그곳에서 일하는 아벨 아저씨도. 그 뒤 톰은 해티와 만나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톰이 사는 곳과 뜰의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고 했잖아요. 뜰의 시간이 빨리 흐르기는 했는데, 가끔 톰은 뒤로 가서 어린 해티를 보기도 하고 아주 앞으로 간 적도 있어요. 앞으로 갔던 것은 나중에야 깨달았군요.

 

어린 여자아이였던 해티는 자라서 거의 어른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톰이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왔어요. 톰은 뜰에서 더 놀고 싶어했습니다. 뜰에 있다가 돌아와도 톰의 지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으니까, 톰은 아예 뜰에 오래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 일을 해티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말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티와 스케이트를 탄 뒤 올라간 성당 탑에서 톰은 피터를 만났습니다. 톰은 피터한테 보내는 편지에 뜰과 해티 이야기를 썼거든요. 톰이 깜박하고 편지를 쓰지 않은 날 피터가 그곳에 찾아온 겁니다. 피터는 톰이 뜰이 아닌 곳에 있어서 아쉬워하고, 어른인 해티를 보고는 다른 사람이라고 했어요. 톰은 그때 알았을 겁니다. 자신이 뜰에 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던 해티는 톰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잠에서 깬 톰은 자신이 이모네 집에 있는 것을 알고는 조금 놀랐어요. 다음 날이면 톰은 집에 돌아가야 했거든요. 그날 밤 톰은 다시 뜰에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뒷문을 열어도 그곳에는 뜰이 없었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일어난 신기한 일인 듯하죠.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답니다. 톰이 뜰에서 만나 해티는 진짜 사람이었어요. 둘은 서로가 유령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톰과 해티가 사는 시대가 달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해티는 아직도 살아있었습니다. 바로 집주인인 바솔로뮤 부인이었어요. 예전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는 감동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 까닭은 시간이 멈추지 않고 자꾸 흘러가기만 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톰한테는 여름방학 동안 일어난 일이고, 해티한테는 꽤 오랫동안 일어난 일이잖아요. 톰이 이모네 집에 온 것은 운명이었던 거예요. 톰은 나중에 피터와 함께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바솔로뮤 부인, 아니 해티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군요. 예전과 다르지않게 쓴 것 같군요. 그때는 괘종시계 때문에 일어난 신기한 일이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톰이 뜰에 오래 있으려고 했을 때 그럴 수 없었잖아요. 해티가 어른이 되어버린 까닭도 있지만, 톰이 살아야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겠죠. 환상은 잠시뿐이죠. 우리 삶에 환상은 필요합니다. 환상은 팍팍한 일상이 잘 굴러갈 수 있게 해주는 기름 같은 것이니까요.

 

 

 

희선

 

 

 

 

☆―

 

“톰, 그때 나는 알았단다. 뜰도 늘 달라져가고 있다는 걸. 달라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 기억 속에만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지.”  (287쪽)

 

 

톰은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바닥까지 다 내려오자, 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다시 층계를 뛰어올라갔다. 한꺼번에 두 계단씩 뛰어오르더니, 아직도 문간에 서 있는 바솔로뮤 부인한테 달려갔다.

 

나중에 그웬 이모는 이 두번째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남편한테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톰이 미친 듯이 뛰어올라가더니, 둘이 얼싸안지 뭐예요.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라, 오랫동안 사귄 친구 같더라니까요. 그보다 더 신기한 일도 있었다구요. 당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바솔로뮤 부인이 꼬부랑 할머니이긴 하지만, 몸집이 톰과 비슷하잖아요. 그런데 톰이 바솔로뮤 부인이 조금만 여자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팔로 껴안으며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더라구요.”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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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2014-11-2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창작과 비평에서 나온 책과 비교해서 해석이 잘 되어 있나요?
참고로 전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바로 이 책을 어제 샀습니다.
창작과 비평에서 나온 책이 더 비싸던데요.

희선 2014-11-22 22:55   좋아요 0 | URL
둘 다 읽어보기는 했는데, 번역이 어땠는지 그것은 잘 생각나지 않네요 여기에서 나온 것도 그렇고 창비에서 나온 것도 번역을 한 사람이 이름이 아주 없지 않으니까(햇살과나무꾼은 한사람은 아니군요) 보기에 문제는 없습니다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말을...

이야기가 잘 전해지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