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은 내 몸이 나한테 몸 좀 잘 돌보라고 신호를 보낸 달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귀에서 맥박소리가 들린 건 며칠 지나고 나아서 다행이다 했는데, 며칠 뒤 다른 곳이 이상해졌다. 자고 일어나서 손가락을 굽히려고 하니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 뼈가 뻑뻑하고 굽히니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다른 사람은 못 듣는 걸지도. 내 몸에 울리는 소리가 아니었을지.
꽤 예전에 손가락이 아프기는 했다. 그때는 컴퓨터 마우스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하루 마우스를 많이 눌렀더니,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아팠다. 다른 때는 잠깐 그러다 나았는데 그날 뒤로는 낫지 않았다. 그건 그냥 내버려뒀다. 지금도 조금 안 좋다. 아팠을 때 약이라도 사 먹었다면 괜찮았을까. 모르겠다.
어느 날 아픈 곳이 생겼는데, 그것도 오래 놔두었다. 그때는 한달쯤 지나고 병원에 갔는데, 작은 병원이어서 엑스레이만 찍고 약과 물리치료만 한번 했다. 겨우 한번만 하다니. 병원에 가도 잘 안 나을 것 같아서 그 뒤로 안 갔다. 그게 거의 두해가 다 되어간다. 큰 병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하고 치료하는 게 나을지. 요새 거기는 더 아프다.
얼마전에는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이라니. 이건 며칠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였다. 약국에서 한번 약이라도 사 먹어 볼까 했다. 처음에는 못 사고, 다른 약국에 갈 일이 있어서 거기에서 말하고 약을 샀다. 오래전에 자고 일어났더니 다리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적이 있다. 그때는 겨우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 먹고 나았다. 그때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 약을 사 먹기로 한 거다.
약국에서 사 온 약을 밤에 먹고, 조금 있었더니 어지러워서 잤다. 약을 먹고 어지러웠던 건 처음인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덜 어지러울까 했는데, 자고 일어나도 조금 어지러웠다. 손가락도 달라지지 않았다. 깨어서 이것저것 하고 시간을 보내니 손가락 소리가 덜 나고 덜 아픈 듯했다. 약이 효과가 있나 하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 겨우 한번 먹고 바로 달라진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잠깐이나마 약 먹고 나아진 것 같아서, 다른 데 아픈 것도 그냥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 건데 했다. 두해가 다 되어가는 건, 이제 약 먹어도 좋아지지 않을지도.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 약 먹고 좀 낫는가 했는데, 자고 나니 그대로였다. 병원에 가 봐야 할까. 약국에서 사 온 약 다 먹고도 그대로면 그때 결정해야겠다. 많이 아픈 건 아니지만, 안 좋다. 뼈가 뻑뻑한 느낌 별로다. 글씨도 써야 하는데. 며칠전에 편지지 사면서, 손가락 아픈데 편지지를 사다니 했다. 아직 손으로 글 쓰기 힘든 때는 아닌데. 슬프다.
손가락에서 소리 나는 것도 인터넷에서 찾아봤다. 손을 많이 쓰는 사람한테 나타난다고 쓰여 있었다. 난 그렇게 손 많이 안 쓰는데. 그저 글씨를 쓸 뿐인데. 이것도 오래 쓰면 많이 쓰는 걸까. 글씨 쓸 때 네번째 손가락은 아무것도 안 하는데. 약 다 먹은 다음에 나으면 좋겠다. 낫기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