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아줌마의 햇살도서관 일공일삼 68
김혜연 지음, 최현묵 그림 / 비룡소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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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다 봐서 그런지 ‘도서관’이 나오는 책을 가끔 본다. 예전에는 《맑은 날엔 도서관에 가자》와 두번째인 《도서관의 기적》(미도리카와 세이지)을 보고서, 나는 도서관에 자주 가지만 다른 일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썼다. 그 뒤로도 그랬다. 그냥 책만 빌리고 바로 와서 그럴 것이다. 그것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있는 게 싫은 것인지도. 집에서는 책읽기가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집에서 보는 게 더 편하다.(가끔 집 둘레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서 안 좋지만, 차도 가끔 지나가고, 요새는 가까운 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집이 아닌 다른 데서는 책을 잘 못 본다. 어디에서든 편하게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쓰는 것도 그렇다.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이런 점 때문에 집이 아닌 다른 곳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꼭 낯선 곳이 싫고, 집을 떠나면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이금례 도서관’은 마을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다. 이런 도서관은 무슨 돈으로 해나가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건물을 짓고 이 안에 들어가는 책을 비롯한 여러가지 물건은 김밥을 팔아 돈을 벌었던 이금례 할머니가 낸 돈으로 했다고 한다. 그 뒤에도 돈이 들 텐데. 시에서 도움을 주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어쩌면 이금례 할머니가 도서관을 짓는 데 쓰라고 돈을 시에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을 기념해서 도서관 이름을 ‘이금례 도서관’이라고 했는지도. 내가 다니는 곳은 시립도서관이다. 여기에는 시립도서관뿐 아니라 작은도서관도 여러 곳 있다. 책을 더 빌릴 수 있다면 다른 곳에도 갈 테지만, 모두 합쳐서 세권밖에 빌릴 수 없어서 그냥 한곳에만 다닌다.(이 말 전에도 썼는데, 이런 것은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구나) 나도 도서관에 오래 있다 보면 무엇인가 다른 일을 겪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구나. 책을 보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할 뿐이다.

 

미용실을 하는 엄마가 말을 더듬어서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는 아이 진주, 축구를 하게 됐지만 키가 작아 축구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하는 정호, 이금례 할머니한테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가서 사서가 된 진주 씨, 삼형제 가운데 둘째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수정이, 말을 더듬지만 수다쟁이가 되고 싶은 진주 엄마 명혜 씨. 다섯 사람의 이야기이며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 중심에는 도서관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한테 영향을 주고받고 살고 있다. 그것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여기에는 그런 게 잘 나와 있다. 도서관에 있으니 당연히 책도 나온다. 진주는 책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정호는 축구 선수들이 나온 책을 보고 다시 축구를 하게 된다. 진주 씨는 사서여서 다른 사람한테 책으로 도움을 주려고 했다. 수정이한테 도서관은 자기만의 방 같은 곳이다. 명혜 씨는 말더듬이를 고치고 싶어한다. 진주 씨가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하며 《빨강머리 앤》을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이제는 도서관에 갈 일만 남았다.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해도 사람을 볼 수는 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고 앞에 썼는데, 도서관에 온 사람을 보며 그 사람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지금은 이렇게 썼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못할 것이다.

 

 

 

희선

 

 

 

 

☆―

 

진주는 이곳, 이금례 도서관이 천국 같다고 생각했다. 펄 미용실에서 길을 하나 건넜을 뿐인데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진주에게 말더듬이 딸이라고 놀리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다정한 사람들, 신나는 미끄럼틀도 있었다. 또 이곳에는 햇살과 색깔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저 길을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진주는 이 도서관이 마음에 꼭 들었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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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4-30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집이나 도서관이나 별 생각 없이 잘 읽지만, 굳이 따진다면 제 3의 장소, 서점에 서서 또는 쪼그려 앉아서 읽는 걸 가장 좋아한답니다. 강남의 교보문고는 거의 아지트였어요, 푸하하. 갑자기 교보문고에 서서 읽고 싶네요.

사람이 많으면 번잡긴 하지만 동시에 그런 느낌도 받긴 해요, 마치 어린애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날 보고 있으니 열심히 읽어야지, 그런 느낌이랄까.. 시립도서관 뿐만 아니라 여러 도서관이 뭉쳐있으면 제법 큰 도시에 사시나봐요? 저도 도서관 참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 갔을때 도서관 어딨나, 살펴볼때도 있고, 쿡.

희선 2013-05-01 02:40   좋아요 0 | URL
책방에서 서서 읽기, 저는 예전에 한번 그런 적 있어요 자주는 아니고 한번...
다른 때는 가서 대충 훑어보기만 했죠 어떤 책이 있나 하면서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도서관이나 책방에 있는 많은 책을 보면 그냥 좋기도 해요 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그러시군요 아무도 안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사는 곳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작은도서관은 이름처럼 작아요 한 곳에 가 본 적 있는데 학교 교실 하나 정도 크기였나 그런데 시립도서관에 없는 책이 있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곳에 가서 빌려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멀고 어디 있는지 모르는 곳도 있어서 안 갑니다 그 도서관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은 편하기는 할 것 같아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