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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문 ㅣ 이모탈 시리즈 2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지 말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냥 읽었다. 첫번째인 《에버 모어》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에버 모어》를 본 게 몇해 전이라 어떤 이야기였는지 거의 잊어버렸다. 여기에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게 조금 나와서 괜찮기는 했다. 이 책은 이모탈 시리즈(Immortals Series)의 두번째다. ‘이모탈이 뭐지?’ 하며 찾아보니 ‘죽지 않는’이었다.(전에는 시리즈라는 것을 몰랐다) 이 말대로 여기에는 죽지 않는 사람이 나온다. 뱀파이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러고 보니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해도 뱀파이어도 죽을 수 있고, 여기에 나온 죽지 않는 사람도 죽을 수 있다. 뱀파이어는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식구들과 사고를 당해서 죽었는데, 죽지 않는 사람 데이먼 때문에 다시 살아나고 에버도 죽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초능력도 있었다.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물건을 옮기거나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죽지 않는 것뿐 아니라 다른 힘까지 생기다니……. 데이먼이 왜 에버를 살려주었느냐 하면, 오랫동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데이먼은 오래전부터 에버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찾아다녔다. 사백년 정도.(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제대로 만나지 못했느냐 하면, 데이먼을 좋아하는 드리나 때문이었다. 드리나가 늘 에버를 죽였다. 꼭 이런 삼각관계를 만드는구나. 《에버 모어》에서 에버는 드리나와 싸우고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읽다보니 드리나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먼도 드리나를 좋아했던 때가 있었는데, 에버를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드리나는 나빠지고. 드리나가 데이먼을 좋아한 것은 집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할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좋아하지만 망설인다고나 할까. 학교에 새로 온 남자아이 로만 때문에 데이먼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이상해졌다. 에버는 로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안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데이먼은 로만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에버가 마음을 먹고 데이먼과 함께 밤을 보내려고 한 날 데이먼이 아무 말 없이 돌아가 버렸다. 얼마 뒤 만난 데이먼은 아주 달라져 있었다. 자기가 언제 에버를 좋아했냐는 듯했다. 학교 아이들도 에버를 따돌렸다. 에버는 로만한테 오로보로스 문신이 있나 찾아봤지만 바로 보이지 않았다. 오로보로스 문신은 죽지 않는 사람이 나빠지면 생기는 것이다. 나중에 그게 나타났다. 드리나는 손목에 있었는데 로만은 목에 있었다. 로만이 에버를 좋아해서 데이먼을 죽이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에버가 죽인 드리나 때문이었다. 이것을 써 버리다니. 세상에는 서로 마음이 딱 맞는 두 사람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쪽에서만 좋아하는 경우도 아주 많다. 책 속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만을 빛나게 한다. 책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에버는 데이먼을 본래 데이먼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데이먼의 지난날을 본다. 마지막에 데이먼이 늙어죽는 것을 로만이 웃으며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로만이 데이먼한테 안 좋은 것을 먹여서 데이먼을 보통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던 거였다. 에버가 해독제를 만들고, 자신은 데이먼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이 데이먼과 만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려나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에버는 알게 되었다. 로만을 믿지 않았던 에버가 왜 나중에는 로만의 말을 믿고 따랐는지 모르겠다. 진짜로 에버를 도와주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음 이야기를 위해서 그렇게 쓴 것인가. 여기에서 일이 아주 좋게 끝나면 다음으로 잇기가 어려운 것인지도. 예전에도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끝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있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인가.
요즘은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서로 좋아하게 된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기도 할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식기도 할 테니 말이다. 데이먼은 육백년 넘게 살았고 사백년 동안 에버를 찾아다녔지만, 에버는 데이먼을 좋아하게 된 지 얼마 안 되었다. 당연히 에버는 예전에 데이먼이 만난 사람에 대해 마음을 쓰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앞부분에 나온다. 에버와 데이먼은 죽지 않는 사람이다. 죽지 않고 한 사람만 좋아하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작가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 단단해져 가는 모습을 그려가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버는 데이먼을 위해서라면 자기 목숨도 내놓을 정도가 되었다. 두 사람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해독제도 찾아야 한다. 나중에는 둘이 잘될 것이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데이먼이 죽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현자의 돌 ‘엘릭서’ 때문이다. 현자의 돌은 정말 빨간색일까. 다른 데 나온 현자의 돌도 빨간색이었다. 엘릭서를 데이먼과 에버는 늘 주스처럼 마신다. 다른 음식은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은 좀 재미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음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오면 볼까 한다.
희선
☆―
“돌아갈 수 없어, 언니. 지난날을 바꾸진 못해. 본래 그런 법이야.”
라일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나는 그 애를 흘겨보았다. 그러나 내가 물어보려는 순간, 라일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게 우리 운명이야, 언니 운명이 아니라. 어쩌면 언니는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해 본 적 없어? 그게 어쩌면, 언니를 구해준 게 꼭 데이먼 오빠가 아니더라도 말야?” (3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