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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홍준이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쓴 글이 책으로 처음 나온 게 20년 전이라는 말이 있어서 조금 놀랐다. 그렇게 오래되었나 해서. 내가 첫번째 책을 본 것은 20년 전은 아니다. 처음 알게 된 게 확실하게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문화유산답사기’를 알게 된 것은 책이 나오고 시간이 지난 뒤였던가 보다. 그때 여러 권이 나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난해 제주도를 보고 사진이 컬러가 되었다는 생각은 했다. 20년 전에도 컬러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책에는 흑백으로 실었다. 그동안 책 만드는 환경, 기술이 많이 좋아져서 바뀌어온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 언제부터 컬러 사진을 실었을까. 시간이 흐르는 것과 함께 우리뿐 아니라 우리 둘레에 있는 것은 모두 바뀌어간다. 그 안에서 바뀌지 않고 늘 그곳에서 우리한테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주고 우리가 가야할 길까지 보여주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문화유산이다. 어쩌면 유홍준은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속에서 바뀌지 않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이다. 유홍준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미술을 공부하고(동양철학도 공부했다)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많이 알고 소중하게 여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주제로 글을 써온 게 아닐까. 이 말은 좁게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여기기만 하면 안 된다. 잘 지켜가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배우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도 생각해야 한다.
어디 멀리에 떠나는 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책이 나온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놀러가는 것과는 조금 다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화유산 하면 조금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자연과 사람 이야기도 있다. 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유산답사는 공부를 하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따로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니 잠시 공부해보는 거 좋지 않을까. 뜻밖에 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들고 실제로 그곳에 찾아가면 훨씬 좋겠지만 책으로나마 역사와 문화를 아는 것도 좋다. 유홍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에도 다니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다 끝내고서 그것을 내려고 했는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가 안 좋아지는 것을 보고 일본편을 앞당겨서 펴냈다. 지금까지 나온 문화유산답사기와는 다르게 책 겉이 눈에 띈다. 먼저 두권이 나왔는데 앞으로 몇권이나 더 나올까. 일본 속 한국문화를 찾아가는 답삿길은 네 갈래로 나뉜다고 한다. 오사카 · 아스카 · 나라 · 교토의 긴키 지방,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 우리가 대마도라고 하는 쓰시마, 그리고 규슈다. 가장 처음 나오는 곳은 규슈 지방이다.
일본은 섬나라로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와 같은 큰 섬 4개와 작은 섬 약 7천개로 이루어져 있다. 섬나라라는 것을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크다는 것을 안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도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어서 말이다. 일본말을 조금 알게 되고 지도를 찾아봤다. 그때도 그저 길기만 하다고 생각했다. 큰 섬 네개가 모여 있다는 것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라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인지 몰랐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잘 모르는 것처럼 가까이에 있는 나라를 잘 모르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빙하기 때는 지구에 있는 모든 땅이 이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 빙하기가 끝날 때 땅이 떨어져서 섬이 된 곳이 많을 것이다. 일본도 그렇게 넓은 땅과 떨어져 섬나라가 되었다. 그곳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곳은 바로 한반도다. 저기 멀리에 있는 터키를 우리는 형제 나라라고도 하는데, 가까이에 있는 일본은 원수처럼 여긴다. 사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그런 마음이 뿌리내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와 일본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가까운 곳에 살고 같은 동아시아 사람으로 좀더 잘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준다면 말이다. 벌써부터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일본이 역사를 사실과 다르게 꼬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일이 없을까. 남의 잘못만 볼 게 아니고 우리 자신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역사 시간에 들었는지, 책에서 본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주 옛날에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에 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뒤 조선시대에 일어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도공이 많이 끌려갔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도. 처음 일본에 간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땅을 찾아나선 것이다. 일본에 간 사람들은 청동기문명과 벼농사를 일본에 전해주었다. 이것을 일본 역사책에서 ‘한반도를 거쳐서’들어왔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것이 한반도를 거쳐서 일본으로 갔다는 뜻이다. 2002년에 ‘건너왔다’가 ‘전해졌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4세기에서 6세기까지는 고구려 · 백제 · 신라 삼국시대가 아닌 가야 · 왜까지 오국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는 거 재미있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 백제 무령왕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백제와 왜는 친하게 지냈다. 왜는 가야에서 철기문화를 받아들였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사이가 멀어진 것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였다. 이때 백제 사람들이 일본으로 많이 떠났다. 지금 일본 사람 DNA에는 오래전 한반도 사람의 DNA가 들어있다. 일본은 이 일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모두 한민족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한민족’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제는 이 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같은 나라 사람으로 느끼는 자랑스러움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부끄러운 일은 많이 있다. 그런 일을 잘 보고 고쳐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는 한반도에서 그곳에 간 사람을 도래인이라고 했다. 도래인이 그곳에서 발전시킨 것은 한국문화가 아닌 일본문화다. 이것은 우리가 새겨두어야 하는 일이다.
일본 센고쿠시대 때는 다문화가 널리 퍼졌다. 차를 마시는 모임이기도 하고 음모를 꾸미기도 하는 자리였다. 마지막에는 모임을 연 사람이 그곳에 있는 사람한테 다기를 보여주었다. 거의 ‘나는 이런 것도 가지고 있어’하는 자랑하는 자리였다. 그때 일본에는 도기가 거의 없었다. 그것을 만들 기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선에서 들여온 도기는 아주 비싸게 팔렸다. 조선에서는 서민이 쓰는 막사발인데 일본 사람은 그것을 아주 좋아했다. 센고쿠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지나 중국, 인도까지 갖고 싶어했다. 먼저 조선에 쳐들어왔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한다. 이때 우리나라 지방에 살던 도공이 아주 많이 일본으로 끌려갔다. 그 안에는 요새 드라마로 하고 있는 백파선도 있었다(드라마 끝났을까). 유홍준은 일본은 생활 도자문화가 아주 발달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일을 아쉬워했다. 그것은 조선시대가 그런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선시대는 유교사회로 학문을 가장 첫째로 생각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은 평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이 점은 정말 아쉬운 점이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런 생각이 아직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조선시대 도공은 억지로 일본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게 힘들었겠지만 사람들은 도자기를 만들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조선 도자기가 아닌 일본 도자기가 되었지만. 조선 도공 이삼평을 신으로 받들고 신사도 지었다. 일본에는 이런 문화가 있다. 무엇이든 신으로 모시고 받드는. 일본에 있는 많은 신사 가운데는 도래인 신사와 백제 왕 신사도 있다.
규슈 지방이라는 말을 하고 다른 것은 거의 쓰지 못했다. 한번만 보고 쓰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고시마가 예전에는 사쓰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이고 다카모리라는 이름도 들은 적 있다. 사카모토 료마에 대한 것은 아주 조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삿초동맹을 맺게 한 사카모토 료마. 규슈 남부에 있는 남향촌 백제마을에서 12월에 하는 시와스마쓰리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것이지만, 서정창원이라는 전시관은 억지스럽다. 일본 역사에 대해 보다보니 하나 재미있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만화 《원피스》에 일본 역사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벌써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인섬편을 볼 때 느꼈다. 그때 이상하게 일제강점기가 생각났다. 일본에는 바깥에 알려지지 않은 100년(한세기)이 있다고 한다. 원피스에도 ‘공백의 100년’이 나온다. 일본에서 기독교를 탄압했을 때는 예수를 믿는 사람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다리 위에 예수 초상화를 펴놓고 그것을 밟게 했다. 초상화를 밟지 않으면 예수를 믿는다고 여겼다. 이것과 비슷한 게 원피스에도 나온다. 어인섬에는 어인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 오토히메 왕비가 있었다. 이런 모습을 안 좋게 여긴 어인이 있었다. 그 어인 호디 존스는 어인해적단이 되고 나중에 어인섬에 와서는 오토히메 왕비 초상화를 사람들한테 밟게 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일본 역사를 잘 아는 게 아니어서. 내가 잘 모르는 것이지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조금 바꾸어서 쓰는 일이 많겠지.
우리나라와 일본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일본을, 일본은 한국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덮어놓고 일본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좋겠다. 일본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책이 일본에도 번역되어 나온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일본말로 나온다고 한다).
*그냥
우리나라에는 생활도자문화가 널리 퍼져 있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 흙을 써서 그릇을 만들면 그 흙도 언젠가는 다 사라질 텐데 하는.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쓰는 것은 자연에도 사람 몸에도 좋지 않다.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다시 쓸 수 있는 것을 쓰면 좋을 텐데. 흙으로 만든 그릇은 오래 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산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드는 것보다 좋은 흙으로 그릇을 빚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지금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은 기술자일까 예술가일까. 기술자이면서 예술가일지도 모르겠다.
희선
☆―
제국주의자들이 벌인 전쟁놀음에서 희생당한 것은 거기 휘말린 백성들뿐이다. 그 억울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전쟁 중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사람들이 원폭에 죽음을 맞은 것보다 더한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원폭기념관에는 이들을 애도하는 말은 고사하고 이런 사실조차 밝혀놓은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일본사람들이 지난날 일에 대해 섬세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는 한 단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의 희생을 말하려면 자신들이 피해를 준 것에 대한 반성을 같이 해야 더 호소력이 있음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