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화 - 꽃을 사르는 불
이경민 지음 / 노블마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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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빌려온 것, 그래서 손은 다른 사람 손

 

 

 

지금 시대에 일어나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조선시대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런데 그런 책 많이 못 보았다. 조선시대 하면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드라마에서는 왕과 그 둘레 사람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예전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왕권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이 말이다. 드라마 <대장금>은 수라간 궁녀에서 내의원(내의녀)이 되는 이야기지만 여기에도 왕을 사이에 둔 다툼이 있었다. 궁 사람들의 힘 싸움도. 조선시대에도 서민이 살았을 텐데 그런 사람들보다 궁 사람 이야기가 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알고 싶으면 찾아서 보아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는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조선시대는 어느 때보다 오래 이어져 왔다고, 그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는. 이 말을 들었을 때도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그게 정말 대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500년 동안 신분제도가 있었으니 말이다. 양반이야 좋았겠지만 양반이 아닌 사람은 그리 좋지 않았을 테니까. 평민도 있었겠지만 사회는 양반을 주체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신분제도가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구나. 오래 이어져 온 조선왕조는 무너지고 왕이라는 신분은 아주 없어졌다. 이것은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름뿐이어도 왕이 있는 것도 괜찮을 테니까.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왕이 사라진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무엇인가를 해서가 아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지배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에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나서 지금 시대가 왔다면 좋았을 텐데. 조선시대에도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잘 모르는 말을 했다. 그냥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다. 역사책에는 몇 사람의 이름밖에 없지만, 우리나라를 이끌어온 것은 이름 모르는 백성이다. 백성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나라가 있는 거다. 그런 사람들 삶을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왕과 궁과 그 둘레 사람들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다. 조선 과학수대라고 해서 <별순검>이라는 것도 했다.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다. 책이 아닌 드라마만 말하다니. 이 책에는 조선시대 소방서 수성금화사의 소방관 멸화군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말했지만 수성금화사가 지금의 소방서라고만 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불은 지금도 무섭지만 조선시대 때는 더 무섭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연장도 없이 불을 끄려 한 멸화군에도 죽은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그리고 불에 덴 상처가 언제나 사라지지 않았겠지. 이 책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왕권을 둘러싸고 궁에서 일어나는 힘 싸움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그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크게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한성에서는 까닭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지 한달 이상이 지났다. 범인으로 보이는 빠른 발을 잡지만 다시 불이 난다. 호림은 답교놀이가 있던 날 모르고 빠른 발을 달아나게 해주어서 방화범으로 몰려서 한성부에 잡혀간다. 그것을 수성금화사 별제 의준이 빼내준다. 의준은 호림한테 멸화군 두령이 되어 연쇄살인방화범을 찾으라고 한다. 불을 껐을 때 인두로 지진 시체가 나왔다. 그래서 연쇄살인방화라 한 거다. 호림은 조사를 해나가다 십년 전 한성에서 일어난 큰불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과 십년 전 사건, 이어져 있을까. 이런 애매한 말을 하다니.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한성에서 일어난 큰불의 범인을 처형하고 끝낸 일에 의문을 갖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실제 일어난 일과 상상한 일이 함께 나오는 거다. 전에도 말한 적 있는데 어딘가에서 본 글 한줄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 부럽다. 무엇이든 그냥 보기보다 의문을 갖고 생각해보면 좋겠지. 나도 잘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아주 가끔 생각한다. 생각만으로 끝내지 않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여기 나오는 주요 인물 넷은 호림, 채령, 의준, 자란이다. 호림과 의준은 위에서 조금 말하였고, 채령은 궁녀고, 자란은 기생이다. 책을 읽다 보니 조선시대 사람은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을 테니(오래 산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어도 어른 같지 않은 사람이 많다. 나 또한 그렇다. 힘 있는 사람들 싸움에 힘든 것은 힘 없는 사람들이다. 그 안에는 죄까지 뒤집어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이 옛날에만 있었을까.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네 사람뿐 아니라 호림이 멸화군 두령이 되어서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궁녀인 채령을 만나는 일은 두 사람 사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의준과 자란도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아주 아니라고 하지는 않겠다. 마음은 있지만 기생이기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조선시대는 여자가 살아가기 어려운 때였다. 그래서 궁녀나 기생이 되는 사람이 많았을 거다. 이것은 내가 잘 모르고 하는 말인가.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궁녀가 되고 어쩔 수 없이 기생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서 말이다.

 

잘 알기 어려운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사람 마음이다.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벌인 사람 마음이다. 이 사람과 비슷한 사람을 마쓰모토 세이초 소설 《모래그릇》에서 보았다. ‘모래그릇’에서는 자신의 지난날(아버지에 대한 일)이 세상에 드러나는 게 무서워서 사람을 죽였다. 이 소설에 나온 사람도 비슷해 보인다(똑같은 일은 아니다). 떨쳐내고 지워버리고 싶은 지난날이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역사와도 같구나. 이 말 전에도 생각했다. 어머니가 십년 전에 당한 일 때문에 복수를 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것은 아닌 것 같다. 어머니를 생각했다면 힘들게 살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테니까. 내가 잘 못 본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한테 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마음은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이 십년 전에 일어난 일을 숨기려고 하는 것에 자기 일도 숨기려고 한 것 같다. 어쩌면  마음속 어둠이 사라지기보다 자꾸 커져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왜’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알고 싶기도 하다. 그 사람이 좀 뜻밖의 사람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때 앞에서 왜 그런 일을 했을까 했다. 그것은 단지 계획 가운데 하나였을까.

 

다른 사람은 눈여겨보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인데, 나쁜 일에 아이를 끌어들인 일은 안 좋게 보였다. 그 아이는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다른 감정이 없었다. 아니 그 아이 마음이 어떤지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그 아이를 보는 것만 나왔다. 열너서 살이면 생각이 있을 텐데, 시키는 일을 그냥 하는 듯했다. 자기가 하는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몰랐던 걸까. 나중에는 호림과 채령이 아이를 거둔다. 다른 것보다 그 아이에 대해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도. 호림과 채령이 그 아이를 거둔 것은 십년 전 자신들이 생각나서일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보다 더 나쁜 사람도 많이 있다. 아이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한성에 큰불이 났을 때 아이들은 부모를 잃기도 했다. 성저십리에서 살던 아이들이다. 호림, 채령, 의준, 자란 네 사람의 공통점은 그곳에서 살았다는 거다. 저마다 상처가 있다. 어릴 때 모습이 좀더 나왔다면 좋았을 테지만 지금 모습도 보여주어야 해서 그랬는지 얼마 나오지 않았다. 내가 잘 모르는 거고 그 정도가 적당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과 지난날을 왔다갔다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성저십리는 성에서 십리 떨어져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보아도 이 책이 어떤지 잘 모를 것 같다. 이 책이 보고 싶어지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쓴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번도 없는 듯하다. 어떻게 쓰면 그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소개를 잘 못했지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소설이니까.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나올지 기대하는 것도 괜찮겠다. 어쩐지 무언가 받고 쓰는 듯한 느낌이다. 받은 것은 작가 사인이 들어간 책이다. 첫 책을 그렇게 받게 되어서 기뻤다. 앞으로 잘돼서 이름이 많은 사람한테 알려진다면 좋겠다.

 

 

 

희선

 

 

 

 

☆―

 

“병판 대감 말로는 신료들 사이에서 한양에 이토록 수상쩍은 화제가 나는 이유는 다 터의 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구나. 목멱산의 형세는 불꽃과도 같다지. 경복궁 연못에 청동으로 만든 용을 넣어 목멱산의 화기를 누르려 해보았지만 타고난 기를 바꿀 수는 없었으니, 머지않아 큰불이 날 것이라고들 한다. 빠른 발이 죽은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지.”  (49쪽)

 

 

“동향?”

 

“경우회의 ‘경’자가 개경을 뜻하는 거랍디다. 거기서 나고 자라왔는데 선대 임금께서 한양으로 천도하면서 한꺼번에 다 내려온 거요. 아 나고 자란 고향이니 얼마나 그립겠어? 그래서 그렇게 모임이나 만들어서 철철이 나들이도 가고 연회도 열고, 기생집도 가고…….”

 

“개경이라고?”  (190쪽)

 

 

“처음에 화재는 시전 쪽에서 주로 일어났습니다. 시선을 끌고, 민들의 불안감을 끌어올리는 데 더할 나위 없는 곳이죠. 그리고 그 후, 본격적으로 경우회 대신들이 살해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범인은 양쪽 모두에게 한이 있는 자입니다.”  (235쪽)

 

-어쩌면 이것 때문에 일을 벌인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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亂反射 (朝日文庫) (文庫)
누쿠이 도쿠로 / 朝日新聞出版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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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

 

 

 

“겐타는 이제 없어.” 혼잣말을 하니, 미쓰에는 바다 멀리를 꼼짝 않고 바라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599쪽)

 

마지막 말을 보기까지 아흐레가 걸렸다. 일본말로 쓰인 소설을 보는 것은 이걸로 네권째다. 가끔 책을 보다가 잠깐 잘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 책을 읽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번에도 얼마 안 남았을 때 조금 잤더니 또 책을 읽는 꿈을 꾸었다. 재미있게도 꿈에서도 일본말로 쓰인 책을 보았다. 이 책을 보기 시작하고 이틀째가 되어도 아주 조금밖에 못 봐서, 그냥 다른 도서관(내가 늘 가는 도서관이 아닌)에서 우리말로 나온 이 책을 빌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하게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끝까지 보아서 기쁘다.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두껍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2권을 합쳐도 이 책이 더 두껍다. 솔직히 말하면 아흐레에서 오래 책을 본 날은 며칠 안 된다. 이틀이나 사흘은 줄일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아쉽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해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앞으로 잘 하도록 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늘 먹는데.

 

책 제목인 ‘난반사’는 빛이 울퉁불퉁한 면에서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반사하는 것이다. 이 말을 봐도 바로 뜻을 알기는 어렵다. 나만 그런 것인가. 이 책을 다 보고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작은 일(공중도덕을 어기는)이 어디에서 누구한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고. 정확하게는 공중도덕을 어기는 일만은 아니다. 이 책을 거의 다 보아갈 때쯤 일본드라마 <사키>가 떠올랐다. 사키라는 여자는 만나는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이끈다. 처음에는 ‘저 여자 왜 저러지’ 했다.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람을 죽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사키가 남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것은 복수였다. 사키는 어릴 때 부모한테 버림받았다. 사키 부모가 일부러 사키를 버린 것은 아니다. 집안이 못 살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어른이 된 사키는 엄마와 만나기로 했던가보다. 그런데 그날 엄마가 길에서 쓰러진다. 엄마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에 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엄마는 죽고 만다. 구급차가 병원에 늦게 가게 만든 사람(남자)들이 있었다. 사키는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오랫동안 준비했다. 그런 이야기다. 실제 구급차가 빨리 병원에 가지 못해서 죽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일은 더 복잡하게 여러 사람이 얽혀 있다.

 

만약에 가로수가 센 바람에 쓰러져서 거기에 깔려서 죽는다면 그 사람은 그저 운이 나쁜 걸까. 맨 앞에서 이것은 두 살 아이가 죽은 일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하고, 아이는 많은 사람한테 죽임 당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야기는 -44부터 시작한다. 마지막이 0인가 했는데, 0이 지나고 다시 1부터 시작한다. 먼저 이런저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들과 아이가 죽는 일은 대체 어떻게 이어질까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가야마 사토시가 집 쓰레기를 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 이때 가야마는 다른 사람도 할지 모르고 이번 한번뿐이다 한다. 나중에 가야마가 그 일을 떠올리고 무척 괴로워하지만. 가야마는 죽은 아이 겐타 아빠다. 앞에서 말했듯이 겐타는 센 바람에 쓰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맞고 죽는다. 가야마는 신문기자로 겐타가 왜 죽어야 했는지를 알아본다. 만약 가야마가 신문기자가 아니었다면 겐타의 죽음을 오래 슬퍼하기만 했을까, 아니면 그래도 아이가 죽게 된 까닭을 알아봤을까.

 

여러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가장 책임감을 느낀 사람은 다섯해마다 하는 나무 검사를 단 한그루 하지 않은 아다치 미치히로였다. 아다치 미치히로는 아들이 태어나고는 결벽증이 심해졌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일을 했다. 아다치가 나무 검사를 하지 못한 것은 나무 밑에 개똥이 쌓여 있어서였다. 시청에서 일하는 고바야시 린타로는 나무 밑에 있는 개똥을 치워달라는 전화를 받고 갔지만, 그곳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놀려서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 자기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공무원이 된 게 아니라면서. 겐타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 의사 구메가와 하루아키. 구메가와는 소송 당하는 게 싫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겐타를 받지 않은 것은 구메가와가 내과의사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였지만, 환자가 많다는 핑계를 댔다. 그곳에 있던 사람은 거의 감기로 야간진료를 받으려 했다. 그렇게 밤에 감기 환자가 병원에 가득찬 까닭은 대학생 안자이 히로시 때문이었다. 안자이 히로시가 환자가 붐비는 낮이 아닌 사람이 적은 밤 시간에 병원에 간다는 말을 한사람한테 했는데 그게 널리 퍼졌다. 아다치가 가로수 검사를 하려고 할 때 방해한 사람들이 있었다. 길을 넓히는 공사 때문에 가로수를 벤다는 말을 들은 다루마 하나는 그 일을 반대했다. 사실 그 일을 하기로 한 까닭은 딸이 자신을 다시 봐주기를 바라서였다. 차 운전이 서툰 에노키다 가쓰코는 겐타가 사고가 난 날 차를 자기 집 차고에 넣다가 잘 안 되어서 차를 길에 버려두고 집에 들어가버린다. 그 일 때문에 겐타를 실은 구급차가 15분이나 멈추어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된 개똥을 그냥 놔두고 간 사람은 미스미 고조다. 그거라도 없었다면 아다치가 가로수 검사를 제대로 했을 텐데. 미스미 고조는 정년이 되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을 할 때는 미스미가 바빠서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지금은 아내와 딸이 미스미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개를 키우게 되었다. 미스미 고조는 허리가 안 좋았다. 허리를 굽힐 수 없어서 개똥을 치우지 않고 나무 밑에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는 본래 개똥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생각했다. 죄책감은 처음에만 조금 있었고 나중에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결벽증이 심해서 나무 검사를 하지 않은 아다치 미치히로만이 겐타를 죽게 한 일을 미안하다(이 말을 한다고 용서받을 수 없지만)는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 잘못이 아니다고 했다. 가야마가 신문기자여서 더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신문에 쓸까봐. 사실 가야마 아내인 미쓰에도 잘못을 했다. 어두운 밤에 선글라스를 쓰고 유모차를 밀고 갔으니까. 이런 말은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센 바람이 불고 가로수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을 때 미쓰에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미쓰에도 그때 자신이 왜 그랬을까 하면서 슬퍼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규칙을 어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겠다. 무엇인가 작은 일을 어길 때 잠깐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바로 잊어버리겠지. 많은 사람이 하는데 나 한사람 더한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은 안 된다. 그 일이 언제 어떤 일로 다른 사람한테 해를 입힐지 알 수 없다. 반대로 자기한테 돌아올 수도 있겠지. 다른 사람이 하더라도 나만은 안 해야겠다는 게 좋다.

 

책을 보면서는 이런저런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한 일 때문에 아이가 죽게 되는 이야기를 잘 썼지만, 그저 잘 썼다고만 할 수 없다. 어떤 사고, 사건 뒤에는 여기 나온 것처럼 여러 사람이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끝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은 할 수 있는 한 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

 

겐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알아냈지만, 그 죄를 엄하게 따져서 밝힐 수 없다. 법이 아닌 도덕으로는 죄 있는 사람을 엄하게 따지고 나무랄 수 없다.  (506쪽)

 

 

 

 

 

 

 

 

 

 

 

 

 

 

책 두께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사진을 담았지만 별로 두꺼워 보이지 않는다 599쪽이다 문고라서 그렇다 사실 단행본으로 나온 것은 아직 한번도 사본 적 없다, 비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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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달빛에 빛나는 벚꽃

한때뿐인 아름다움

스러져감은 자연스러운 일

슬퍼하지마

 

 

 

 

해마다 사월 십일이 넘어서 피던 벚꽃이 벌써 피어버렸다. 삼월에 그렇게 따듯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른 해보다 따듯했기 때문에 꽃이 빨리 피어버린 거겠지. 꽃이 피었다, 했는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서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조금 불었다. 그 바람에 꽃잎이 흩날렸을 테지.

 

 

 

 

 

멸화 - 꽃을 사르는 불, 이경민 (노블마인, 2014)

 

꽃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책을 먼저 말하면 좋겠다. 우연히 나오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운이 좋아서 작가 사인이 들어간 책을 받았다. 곧 만나볼까 한다. 조선시대 소방관이 멸화군인가보다. 이런 것도 모르고 있다니(들어본 적 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얼마전에 김진명 소설을 보면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한성대화제의 미스터리를 밝히려는 이야기다. 한성대화제가 아주 큰불이었나보다. 말에 그렇게 나타나 있는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큰불을 내서 왕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을까. 그런 음모도 있을지 모른다고 책소개에 쓰여 있다. 그리고 범인으로 잡혀 처형당한 사람들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도 알아본다고 한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이자가 깨어날 때까지.”

화마에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불과 싸우는 남자, 호림

 

“믿어요. 난 당신을 믿고 있어.”

궁궐에 매인 몸으로 자유를 꿈꾸는 여자, 채령

 

“네가 죽어줘야 바람대로 되는 것이다.”

가슴속 불을 차가운 가면으로 가린 남자, 의준

 

“내가 원한 길이야. 나 스스로 원해서.”

스스로 휘황한 불꽃이 된 여자, 자란

 

-책 뒷면에 있는 말

 

 

 

 

 

 

 

다정한 호칭, 이은규 (문학동네, 2012)

 

오랜만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집을 샀는데 아주 많이 달라진 것을 알았다. 사실은 지난해 사고 며칠전에 한번 보았다. 샀을 때도 보고 시집이 예전보다 커졌네, 했다. 이렇게 나오게 된 지는 좀 된 것 같은데 내가 알고만 있었고 사지는 않아서 몰랐다. 이 시집은 한번 훑어보았다. 훑어보았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런데 처음 보았을 때 마음에 딱 드는 시가 없었다. 시인이 생각나는 시말도 있었다. 이상, 윤동주, 기형도 어쩌면 기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흐가 떠오르는 한줄도 있었다. 다른 시인 이야기도 있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보면 처음 보았을 때보다 나을지,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정한 호칭은 무얼까,

지금 생각나는 건 이름.

 

 

 

 

 

 

 

 

붉은 까마귀, 마야 유타카 (북스토리, 2014)

 

아직까지 마야 유타카 소설은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책이 여러권 나온 사람인데 그렇게 되었다. 마야 유타가 소설에는 메르카토르 탐정이 나온다. 메르카토르라는 말로 알라딘에서 한번 찾아보니 지도를 그린 사람이 나왔다. 그때는 지도를 그린 사람으로 알았고, 다시 보니 지리학자였다. 그 메르카토르를 생각하고 이 이름을 쓴 것인지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메르카토르가 여기에서는 짧게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 형제가 나온다. 카인과 아벨은 성경(구약)에 나오는 이름인데, 인류가 가장 처음 저지른 형제 살인사건이 바로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일이란다. 그런 이야기와는 별로 상관없을까. 카인은 동생 아벨이 죽임 당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어떤 마을에 간다고 하는데 정말 수수께끼를 풀려고 가는 걸까. 읽어보면 알겠지. 형제와 자매는 세상에 나서 처음 경쟁하는 사이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장 미워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나온다고 하니, 새가 사람을 공격해서 죽이는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새>를 언제 보았지. 아주 옛날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잠깐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본래 제목은 그냥 ‘까마귀(鴉 갈가마귀)’다. 붉은 까마귀는 피를 뒤집어쓴 까마귀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구나. 붉은 까마귀에서 붉은 것은 피가 아니고 저녁놀인가보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을유문화사, 2013)

Uncommon Grounds (2010)

 

이 책은 지난달에 도서관에서 보고, 언젠가 빌려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시는 건 인스턴트지만 그것도 커피는 커피니까. 예전에 아프리카 아이들이 커피와 초콜릿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을 해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지구촌에 그런 아이가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이 책을 보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도 다 보고 정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씨앗 편지, 에롤 브룸 (책과콩나무, 2010)

 

편지에 오늘이 나무를 심는 날이다, 썼더니 이 책이 생각났다. 다 쓰고 나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병속에 담긴 편지》와 예전에 읽어본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에 사는 여자아이 안케는 학교에서 하는 행사 때 풀색 풍선에 씨앗을 매달아서 날려보냈다. 거기에는 편지도 있었다. 그것을 시골에 사는 남자아이 프레디가 받았다. 받았다기보다 땅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런 우연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제대로 써서 보낸 편지가 아니니까. 안케네 학교에서 답장을 받은 사람은 일곱뿐이었다. 처음에 프레디는 나무 씨앗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빠가 심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심은 거다. 프레디는 농장 언덕에 옮겨 심은 나무를 926그루까지 세고는 더 세지 못했다. 이 말을 보고 씨앗이 엄청나게 많았나보다 했다. 안케와 프레디는 그 뒤에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것도 아홉 해나. 그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언제나 좋지만은 않았다. 안케는 안케대로 프레디는 프레디대로 힘든 때가 있었다. 그래도 둘한테 편지가 힘이 되어주었다. 프레디가 심은 나무가 커다란 숲을 만들었지만 폭풍우가 치고 불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불이 난 일은 나무가 씨앗을 여기저기로 퍼뜨릴 수 있게 해주었다. 안 좋은 일이 나중에 좋은 일로 바뀐 거다. 그곳은 다시 멋진 숲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무를 심어본 적 없다. 기념 나무를 심기도 하던데 그런 나무 한그루쯤 있으면 좋겠다. 뜻깊은 일이 없어서.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사월에는 지난달보다 책을 좀더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잘될지 모르겠다. 사실 보는 것은 괜찮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집중해서 잘 본다면 어렵지 않을까. 그것보다는 재미있게 보아야 할 말도 좀 생기는 듯하다. 아니 그때그때 다르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사람은 자기한테 익숙한 것만을 좋아한다.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을 보고 재미있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자세가 좋은데.

 

이런 말하면 내가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벚꽃 냄새를 잘 모르겠다. 냄새가 나기는 하는 걸까. 그런데 얼마전에 벚꽃 냄새를 맡은 것도 같다, 달콤했다. 그게 맞는 걸까.

 

 

 

꽃은 피고 지고

사람은 오고 간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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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0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0 0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제 시작

 

  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ソロモンの証 第I部 事件 (2012)

  미야베 미유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3년 06월 12일

 

 

 

 

 

 

 

 

 

 

 

 

세권에서 이제 겨우 한권 보았습니다. 다음을 바로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리를 조금 해두는 게 좋을 듯해서 이렇게 씁니다. 아이들도 여럿 나오고 그 아이 부모도 나오더군요. 이런저런 가정입니다. 얼마전에 이 이야기를 다른 데서 보았는데, 그게 이거였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집안에 건강이 안 좋아서 부모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남은 아이는 그것 때문에 좀 안 좋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것은 죽은 가시와기 다쿠야 집이더군요. 먼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야겠네요. 1990년(지금에서 오래전입니다) 12월 25일 성탄절(성탄절 전날 풍경도 조금 나옵니다) 도쿄 조토 제3중학교 2학년 노다 겐이치는 뒷문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눈속에 묻힌 같은 반 아이 가시와기 다쿠야의 시신을 봅니다. 가시와기 다쿠야는 학교 옥상에서 스스로 떨어져서 죽은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결론납니다. 그런데 얼마 뒤 가시와기 다쿠야가 학교의 나쁜 아이 패거리한테 괴롭힘 당하고 그 아이들한테 죽임 당했다는 고발장이 옵니다. 고발장은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모리우치, 그리고 2학년 A반 반장인 후지노 료코한테 보냅니다.

 

고발장을 보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책을 보는 사람한테는 알려줍니다. 고발장을 받아야 하는 세 사람 가운데서 한 사람은 그것을 받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 일과 관계없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진짜 미워해야 하는 사람은 자기 남편인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다른 사람을 비뚤게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고발장을 쓴 아이도 그렇군요. 고발장을 쓴 미야케 주리(이름이 나오니까)는 가시와기 다쿠야가 죽은 일로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오이데 패거리를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미야케 주리가 오이데 패거리한테 괴롭힘 당한 까닭은 여드름 때문입니다. 그런 것 때문에 남을 못살게 구는 오이데, 이구치, 하시다가 나쁘기는 하죠. 미야케 주리는 담임선생님, 반장인 후지노 료코도 싫어했습니다. 얼마전에 본 글에 ‘악의는 진화한다’는 말도 있던데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미야케 주리는 또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도와준 아사이 마쓰코가 사고가 났을 때는 마쓰코가 죽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마쓰코가 죽었을 때는 미야케 주리가 이상해졌지만(충격받은 거겠지요). 이 말을 좀 빨리 했군요.

 

가시와기 다쿠야는 확실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 여겼기 때문에 교장선생님과 경찰은 고발장을 아이들한테 숨기기로 하고 그것을 누가 썼는지만 알아냅니다. 숨기기로 한 판단이 잘못되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야케 주리가 고발장을 썼다는 것을 알았지만 바로 무엇인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긴 미야케 주리를 불러다가 무슨 말을 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시간이 흘렀다면 미야케 주리 마음을 풀어주었을 테지만, 담인인 모리우치 선생님을 미워하는 사람 때문에 고발장을 텔레비전 방송국 사람이 받게 됩니다. 가시와기 다쿠야 부모도 알게 되어, 우리 아이는 불량 아이들한테 죽임 당한 것이냐 하는 말을 합니다. 고발장을 받은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 모기는 그 일을 방송으로 내보냅니다. 그 일 때문에 아사이 마쓰코는 교통 사고로 죽습니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을 괴롭힌 오이데 슌지 집에 불이 납니다. 가시와기 다쿠야 귀신에 씌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어쩌면 정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하나가 죽은 일은 아주 큰일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도, 왜 그렇게 했을까를 밝혀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시와기 다쿠야는 일기도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그걸로 끝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왜 죽었을까를 밝혀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네요. 경찰은 그런 일에 시간을 내지는 않겠죠. 그래도 가끔 혼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던데, 여기에는 그런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미야케 주리가 그런 고발장을 쓴 거겠죠. 아이들을 괴롭히는 오이데와 이구치, 하시다도 그냥 내버려두었기 때문이겠죠. 아무리 오이데 아버지가 큰 소리치고 화를 내도 거기에 맞서야 하지 않았을까요. 오이데 아버지는 자식이 잘못을 해도 벌을 받게 하지 않았습니다. 집에서는 오이데를 때렸을 것도 같지만, 그걸로 끝입니다. 그저 돈만 벌려고 했어요. 오이데 패거리한테 맞은 피해자한테는 돈을 주고 일을 끝내려 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오이데를 따끔하게 혼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혼이 나서 오이데가 마음을 바로잡을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인데 그렇게 옛날 같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앞에서 여러 가정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가시와기 다쿠야 집도 그렇게 괜찮지 않았습니다. 다쿠야한테 네 살 많은 형이 있는데 따로 떨어져 살았습니다. 왜냐하면 집안이 다쿠야를 중심으로 돌아갔거든요. 다쿠야는 어릴 때부터 자주 아팠는데 이것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달랐습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머리가 좋은 아이였습니다. 다쿠야가 죽고 엄마가 형 히로유키한테 하는 행동을 보니 《퍼펙트 블루》가 생각나더군요. 여기에서는 동생이 아닌 형이 죽었지만. 그런데 엄마가 왜 네가 아닌 그 애가 죽었을까 하고 말하는 것은 똑같았습니다(‘퍼펙트 블루’에는 다른 비밀이 있지만). 가시와기 다쿠야 시신을 가장 먼저 본 노다 겐이치 집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엄마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했고, 아빠는 그런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살려고 했습니다. 노다 겐이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는 《낙원》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거의 잊어버렸는데도 말입니다. 다행하게도 노다 겐이치는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노다를 생각하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가시와기 다쿠야 방송이 나간 뒤 노다 겐이치는 학교에서 다른 학교 아이를 만납니다. 그 아이는 대체 누구일지, 아주 잠깐 나왔는데 가시와기 다쿠야를 아는 아이였습니다. 2학년 A반 반장 후지노 료코 집은 괜찮습니다. 아빠는 형사고 엄마도 일을 해서 바쁘지만 료코와 이야기를 잘 합니다. 료코가 부모님과 이야기를 하려는 거겠지요. 하지만 료코 엄마는 료코한테 너는 아직 어리니 가만히 있어라 하더군요. 이 말 때문은 아니지만 가시와기 다쿠야가 죽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료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나오겠지요.

 

 

 

 

☆―

 

같은 학년이나 같은 반이라고 모두가 격의 없이 지내는 건 아니다. 현실은 반대다. 성적. 겉모습. 운동신경. 적절한 형편에 재치 있는 말을 던지는 능력. 밝거나 어두운 성격. 학생들은 서로 온갖 잣대로 측정하고 측정 당한다. 그렇게 해서 친하게 지낼 상대를 정한다. 선생님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어른 사회에 구별이나 격차가 있듯 학교에도 그런 것이 있다. 아이들은 누구나 그것을 안다. 이해한다. 인정한다.  (353쪽)

 

 

“지금껏 우리는 선생님이나 매스컴 같은 둘레 사람들한테 모든 걸 맡기고 아무 행동도 하려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 좀더 일찍 우리가 바로 나서야 했던 게 아닐까?”  (667쪽)

 

 

“이제 지긋지긋하다고요. 경찰도 학교도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죠? 그러니 우리 매스컴을 믿으라는 건가요? 그런 말이 하고 싶어요? 그러니 우리한테 뭐든 다 털어놔라, 모든 정보를 넘겨라, 너희한테 해로울 건 없을 거다?”  (690쪽)

 

 

 

 

 

준비하다

 

  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ソロモンの証 第II部 決意 (2012)

  미야베 미유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3년 06월 26일

 

 

 

 

 

 

 

 

 

 

 

 

조토 제3중학교 2학년 가시와기 다쿠야가 죽고 시간이 흘렀다. 가시와기 다쿠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걸로 마무리지었지만, 얼마 뒤 학교의 불량한 아이들이 가시와기 다쿠야를 죽였다는 고발장이 날아왔다. 그리고 그 일이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고 2학년 A반 아사이 마쓰코가 죽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일을 즐기던 오이데 슌지 집에 불이 나서 할머니가 죽었다. 이런저런 일이 끊이지 않는 조토 3중학교의 인상은 아주 안 좋아졌다.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마음은 어떨까,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이다. 바깥에서 보는 사람은 아주 적고 자극을 주는 말만 듣고 조토 3중학교를 안 좋게 여길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확실한 것은 가르쳐 주지 않고 너희는 몰라도 된다고 말하는 것을 참지 못한 아이, 2학년 A반 반장이었던 후지노 료코는 가시와기 다쿠야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얼마 앞두고 그 일을 2학년 A반이었던 아이들한테 말한다. 우리 힘으로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의 참모습을 밝혀내자고, 자신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아서 다른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어땠던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떠오른 게 거의 없었다. 책을 보다보면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할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설명이 모자란 듯한데, 그러니까 내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가운데 낄 수 있을까다. 아마 어렵겠지. 그냥 잠시 생각해본 거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후지노 료코가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이것은 료코만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을 몰랐느냐 하면 오이데 슌지 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무슨 편 가르는 것 같은데, 이 말보다는 오이데 슌지한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고 해야겠다. 이 세상에 사정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료코와 아이들은 가시와기 다쿠야를 죽였다는 말을 들은 오이데 슌지를 피고로 재판을 열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할 때는 조금 재미있게 보였다. 무엇인가 시작할 것 같아서.

 

처음에는 료코가 오이데 슌지를 변호하려고 했는데 오이데 아버지 때문에 료코는 검사가 되었다. 오이데 슌지를 변호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다른 학교 학생 간바라 가즈히코였다. 그리고 노다 겐이치는 조수를 하겠다고 했다. 간바라 가즈히코는 노다 겐이치가 가시와기 다쿠야 시체를 본 곳에서 만난 아이다. 그 아이가 또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나왔다. 간바라 가즈히코한테는 어렸을 때 엄청난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엄마와 간바라를 때렸다. 그러다 아버지가 엄마를 죽이고 아버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바라는 이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인데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다니. 솔직히 간바라 마음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그것을 봤을 때 《츠나구》(츠지무라 미즈키)에 나온 남자아이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아이도 부모가 그런 식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비슷한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츠나구’에 나온 남자아이 부모는 사이가 좋았다. 간바라는 가시와기 다쿠야와는 어떤 사이였을까. 노다 겐이치는 간바라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변호인 조수를 하겠다고 했던 거다. 가장 많이 달라진 사람은 노다 겐이치다. 겐이치 엄마는 여전히 아프지만 겐이치가 아빠와는 곧잘 이야기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아니다. 간바라와 가시와기 다쿠야 일은 다음에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간바라가 오이데 슌지 변호를 맡은 것은 자신한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으니까. 가시와기 다쿠야한테 해주지 못한 일을 오이데 슌지한테 해주려는 것일까.

 

앞에서 말하다가 말았는데 오이데 슌지는 아버지한테 맞았다. 오이데 아버지는 폭력으로 엄마와 오이데를 꼼짝 못하게 했다. 엄마는 슌지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밖으로 자주 나갔다. 노다 겐이치는 오이데 슌지가 집에서 맞고 밖에서 풀었나 했다. 하지만 이것은 좋게 봐줄 수 없다. 아무리 집에서 그런 일이 있다 해도 다른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면 안 된다. 오이데 아버지 회사 고문 변호사가 오이데 슌지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오이데 슌지한테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 마음도 몰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미야케 주리를 괴롭힌 일도 오이데 슌지는 잊고 있었다. 돈이 최고고 아내와 아들을 폭력으로 지배하는 오이데 아버지는 달라질 수 있을까. 그래도 오이데 슌지는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재판이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미야케 주리한테도 그러기를 바란다. 료코는 변호인이었을 때는 고발장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검사가 되어서 그것을 그냥 놔둘 수 없게 되었다. 미야케 주리한테 안 좋은 감정을 가졌던 료코는 주리 말을 믿고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뭉뚱그려서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다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관심을 가질 수 없겠지만 담임선생님은 자기 반 아이들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도 사람이기에 아이들을 모두 좋아하고 똑같이 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렇게 하려고 애써야 한다. 2학년 A반 담임이었던 모리우치 에미코는 아이들을 가르친 지 얼마 안 되었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하지 않았다. 귀찬은 일은 피했다. 이것은 모리우치 선생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학교는 오이데 슌지, 하라다, 이구치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일을 아주 못하도록 하지 못했다. 한번 말한다고 그 말을 듣지 않을 테지만. 그것도 있지만 학교(선생님)는 괴롭힘 당하는 아이도 모르는 척했다. 이런저런 문제가 없는 학교는 없을 것이다. 선생님만은 인격을 보고 뽑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선생님도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지는지도. 뭔가 좋은 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 제목인 ‘솔로몬의 위증’에 맞는 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권에 나오려나보다. 아니 위증은 꼭 재판에서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재판을 준비하는 아이들 대단해보였다. 그런 것을 몇 사람은 안 좋게 봤지만 아이들을 응원해주는 어른도 있었다. 재판을 해서 상처받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필요한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그리고 재판을 하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전보다는 좀더 나아질 것 같다.

 

 

 

 

☆―

 

“우리는 지금껏 아무것도 못했어. 어중간한 처지에서 방송국이 일으킨 소동에 휘말리기만 했고, 그러면서도 진실이 뭔지 누구한테도 듣지 못했어. 그런 게 불만스럽지 않았니? 난 너무 싫었어!”

.

.

.

 

“싫었지만, 뭐라고 말을 꺼냈다가 말썽에 휘말리긴 더 싫어서 입다물고 있었어. 난 중학생이니까 부모님과 학교에 맡겨두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그랬더니 결국 어떻게 됐어? 고발장 건은 해결되지 않고, 아사이가 죽고, 이구치와 하시다한테 그런 일이 생기고, 게다가 이게 끝도 아니야. 이번에는 오이데 집에 불이 났어. 다들 벌써 알겠지만,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른 걸 수도 있어! 불이 나기 전에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대. 오이데 아버지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말하는 거 봤지?”  (17~18쪽)

 

 

“아사이라는 아이는 억울하게 죽은 거야. 정말 운이 나빴어. 조금만 더 일찍…… 뭔가 할 수 있었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데.”  (212쪽)

 

 

가즈히코가 글을 외는 듯한 투로 말했다. “나한테 가치 있는 것은 내 둘레에 없다. 세상 어딘가에,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 나를 둘러싼 것은 쓰레기뿐이다. 언제쯤이면, 어떻게 하면 이 쓰레기 더미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

.

.

 

“정말 현명한 녀석은 타협할 줄 알아. 자기가 아이라는 사실이 어떤 뜻인지 이해하지. 꼭 남한테 말하거나 일기에 쓰지 않더라도 알고는 있어. 아니까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그러나 가시와기는 달랐다.  (324쪽)

 

 

“고발장을 쓴 여자애한테도.”

 

“누군가 자기 말에 귀기울이고 믿고 편들고 함께 싸워주는 경험이 절실하게 필요할지도 몰라. 바로 지금 너희가 슌지 군한테 해주는 것처럼.”  (377쪽)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닷새

 

  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ソロモンの証 第III部 法廷 (2012)

  미야베 미유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3년 07월 10일

 

 

 

 

 

 

 

 

 

 

 

 

짧다고 생각하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이 책을 본 시간보다 책 속 시간이 더 길지만, 다른 때보다 이번에는 느리게 봤습니다. 마지막에서야 조금 부지런히 봤습니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그것보다 가시와기 다쿠야가 죽은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또 가시와기 다쿠야는 어떤 아이였나도 알고 싶었습니다. 1, 2권에도 조금 나왔지만 다쿠야 형 히로유키는 다쿠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불량한 아이들 오이데 슌지, 이구치, 하시다는 다쿠야를 어쩐지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했어요. 다쿠야 부모, 아버지가 법정에서 다쿠야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쿠야는 생각이 깊고 삶과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아이였다고 하더군요. 아버지는 다쿠야를 특별하게 여기고 자라면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답니다. 그런 말을 할 때 형 히로유키는 그것은 아버지가 만든 다쿠야의 허상이라고 했습니다. 누구 말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습니다. 사실 가시와기 다쿠야 자신이 말을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쿠야는 이 세상에 없어서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오이데 슌지 패거리가 가시와기 다쿠야를 죽였다는 고발장을 쓴 미야케 주리도 증인으로 나온다고 해서 사람들 많은 데서 말할 수 있을까 했는데 미야케 주리 때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게 했습니다. 학생들이 하는 재판이지만 진짜 재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실제 재판을 본 적은 없지만. 저는 미야케 주리가 하는 말을 보면서 여전히 화가 났는데, 배심원을 하는 아이는 슬펐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는 죽은 아사이 마쓰코를 생각했거든요. 미야케 주리는 살아서 말을 하는데 아사이 마쓰코는 죽어서 말을 할 수 없다면서. 오이데 슌지를 따라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나쁜 짓을 하던 하시다도 말을 했습니다. 이구치가 먼저 했지만. 가시와기 다쿠야가 학교에 나오지 않았을 때 하시다는 다쿠야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다쿠야가 기분 나쁜 말을 해서 하시다는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고 하더군요. 중학생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말이어서 그랬습니다. 기분 나쁜 것보다 무서워진 거였습니다. 하시다는 그 일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더군요. 어른이나 친구한테 말했다면 좋았을지도 모를 텐데. 하시다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것인지도. 무슨 말이었는지는 말하지 않고 이런 말을 했군요. 다쿠야는 오이데 슌지, 이구치, 하시다한테 누군가를 죽여달라고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또 죽음입니다. 다쿠야는 살아가는 것보다 죽음을 더 생각했습니다. 불합리한 세상을 살아가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생각을 조금 바꿔서 이 세상을 바꿔야겠다 생각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다쿠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아이들은 하시다 말을 듣고 다쿠야한테 말을 해볼걸 그랬다고 합니다. 이 학교에 다른 사람한테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만화를 보면 그런 사람 하나쯤은 있어서 혼자 있는 사람을 조금 귀찮게도 하거든요. 솔직히 저는 혼자 있는 사람 가만히 두지 않는 사람 별로지만, 나중에는 혼자였던 사람이 나아지기도 해서 그런 사람 있는 거 나쁘지는 않구나 했습니다. 가시와기 다쿠야가 생각이 깊다고 해도 아직은 어리거든요. 그러니까 다쿠야가 다른 아이들과 바보 짓(바보 짓이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은 아닙니다)도 하고 놀기도 해야 했는데 그런 일은 거의 안 했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다쿠야 형 히로유키가 이런저런 말을 했을 때 후지노 료코는 히로유키가 다쿠야한테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말도 맞습니다. 히로유키는 부모에 대한 서운함이 있어서 그러기도 했을 거예요. 그리고 다쿠야 엄마 아버지는 다쿠야를 조심스럽게 대했습니다. 부모가 마음을 써주는데도 다쿠야는 그것을 잘 느끼지 못한 것 같더군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상대한테 그대로 전달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괴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아이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오이데 슌지 변호를 맡은 간바라 가즈히코입니다. 간바라는 다쿠야와 초등학생 때 같은 학원에 다니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쿠야는 간바라가 일곱살 때 겪은 일을 알았습니다. 그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남다른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죽이고 스스로 묵숨을 끊었는데 간바라는 왜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지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정말 다쿠야는 간바라가 지금 괴로워하고 살기를 바랐던 걸까요, 아니면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부러워했던 걸까요. 3권을 보다보니 미나토 가나에 소설 두편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장편 《소녀》고 다른 하나는 중편 <15년 뒤의 보충수업>입니다. ‘소녀’에는 죽음을 생각하는(자기와 가까운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나오고, ‘15년 뒤의 보충수업’에는 중학생 때 친구한테 일어난 일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썼다면 나쁜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옵니다. 간바라가 나빠지지 않은 것은 간바라를 거두고 키워준 부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바라를 따스하게 감싸준 어른이 있었던 거예요. 다쿠야한테는 다쿠야를 이끌어줄 사람이 없어서였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쿠야 자신이 다른 사람이 내미는 손을 잡지 않은 것 같기도 하거든요. 누군가 다쿠야한테 아무리 도움을 주고 싶어해도 그 마음을 다쿠야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혼자가 되는 거죠. 그래도 끈질기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간바라는 간바라대로 힘들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본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렇게 쓰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내가 왜 이렇게 썼을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살면서 언제나 안 좋은 일만 있었을까요. 가시와기 다쿠야는 이것을 잘 모르더군요. 그리고 다쿠야가 잘 몰랐던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이것은 어렸기 때문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안 좋은 세상을 살아가도 뜻이 없다는 생각을 하다니.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만, 살아가는 뜻을 찾기보다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것을 잘 못하고 있지만. 미야케 주리 말을 잘 들어준 사람은 간바라더군요. 그것 때문에 주리가 더 나빠지지 않고 자신이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오이데 슌지는 재판 때 상처를 받았지만, 슌지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한 것에 견주면 덜하다고 봅니다. 재판이 끝나고 슌지도 달라졌겠지요. 학교라는 사회에서는 어느 한쪽만 잘 하면 안 될 듯합니다. 어느 사회든 그렇겠군요.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기와 상관없고 귀찮은 일은 보아도 못 본 척하기 일쑤니까요. 그래도 아주 조금은 관심을 갖고 보면 좋겠습니다.

 

이 책(세권)을 보는 동안 이상한 꿈도 꾸었습니다. 잘 생각나지 않지만, 오래 보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시와기 다쿠야 같은 아이가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이 대하기 어려울지라도 관심을 가져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죽어서 알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덧없다 해도 살아있는 게 낫다고 봅니다. 작은 즐거움은 자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냥

 

얼마전에 본 책에는 사는 게 먼저고 생각하는 것은 나중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 아니 몇 번이고 나는 왜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겠지요. 그때 바로 답은 알 수 없을 겁니다. 답을 몰라서 아쉬워하기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이 세상에는 답이 없는 게 많습니다. 그리고 답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자기한테 맞는 답을 찾으면 좋을 듯합니다. 이 말 조금 상관없는 걸까요.

 

 

 

희선

 

 

 

 

☆―

 

놀라움이 평상심이면 된다. 살다보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다고 평소에 생각해놓으면 된다. 어쩌다 흠칫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생리 반응이지 놀라움과는 다르다.  (209쪽)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수 없어.” 료코가 말했다. “모두 상처투성이야. 진흙탕에 빠졌어. 얻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애쓰는 거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404쪽)

 

 

─나 있잖아, 후지노.

 

자기 방 벽을 바라보고 주리가 중얼거렸다.

 

─어제 병원에서 깨달았어.

 

의식을 되찾고 몸을 일으켜, 병실 화장실에 가서 언뜻 거울을 본 순간 깨달았어.

 

─그제 뉴스에서, 체포된 가키우치 마나에라는 사람 사진을 봤을 때,

 

저런 얼굴을 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누구 얼굴인지 알았어.

 

내 얼굴이다. 주리는 생각했다. 가키우치 미나에 얼굴은 나와 똑같다.

 

그것은 거짓말쟁이 얼굴이다. 거짓말을 해서 남한테 상처주고 자신도 상처받은 사람 얼굴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절망한 사람 얼굴이다.

 

─그게 내 판결이야, 후지노.  (508쪽)

 

 

“본 법정에 불려온 증인은 모두 선서를 했습니다. 평의에 들어가기 전 배심원 여러분도 마음속으로 선서해주십시오. 진실을, 오로지 진실만을 마주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해주십시오. 왜냐하면 여러분 평결에 오이데 슌지라는 한 중학교 3학년생 마음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비뚤어지고 철없고 제멋대로지만, 그래도 틀림없이 사람 마음입니다. 살아있는 마음은 바뀔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없애지 말아주십시오.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여러분한테 걸었던 것을 받아들여주십시오. 앞으로는 지금껏 해본 적 없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마주하고 바뀌어갈 기회를 피고인한테 주십시오.”  (621쪽)

 

 

 

 

 

 

 

     책을 보다가 그림을 이어보니 이어졌다 학교가 실제 이런 모습은 아닐 테지만...

 

 

 

 

 

밑에 있는 말은 미야베 미유키가 한 겁니다 제가 듣고 우리말로 옮겼지만 틀린 부분도 있을 겁니다. 여러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이 있어서 대충 끼워맞췄습니다. 혹시 틀린 부분 아시는 분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미야베 미유키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겼다기보다 조금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군요. 이것도 많이 해봐야 좋아질 텐데...

 

미야베 미유키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얼굴하고 목소리가 어울립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신초사 공식 사이트를 보시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이번은 다섯해 만에 나온 현대 미스터리로 《솔로몬의 위증》이라는 작품을 내게 되었습니다. 10년 걸린 작품으로 제1부, 제2부, 제3부 세 권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쓴 것 가운데서 가장 긴 작품입니다. 이 더운 여름에 이렇게 긴 책을 읽게 해서 조금 미안합니다. 먼저 제1부에서는 어떤 학교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어떻게든 좋게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들 마음과 행동이 뒤로 갈수록 나쁜 쪽으로 나아가서 자꾸 일이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집니다. 그 안에서 무대가 되는 학교 학생들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어떻게든 자신들이 그 일을 헤쳐나갈 수 없을까 하는 것까지가 제1부입니다. 그 뒤 제2부 결의, 제3부 법정까지 가져갑니다.

 

단지 제1부에서 주요 인물이 모두 나오니까 거기에서 ‘아, 이 아이가 주인공인가’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떤 노릇을 하는가’ ‘이 선생님, 아 우리 학교에도 이런 선생님 있지’ 하는 그런 인물을 찾는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뜻 깊은 이 작품 제목이 ‘솔로몬의 위증’인데, 법정 미스터리여서 위증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쓰고 싶었습니다. 왜 ‘솔로몬의 위증’인가 누가 위증하고 있는지 이 제목에는 어떤 뜻이 있는 것인지 저 자신도 작품을 끝내 보고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지혜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가장 옳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또는 가장 권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어떤 것일까 하는 식으로 저도 지금 생각했습니다. 제1부, 제2부, 제3부 읽으시고 먼저 제1부를 읽으신 뒤 ‘솔로몬의 위증’이라는 제목은 어떤 뜻인지도 여러분 저마다 수수께끼로 풀어주신다면 무척 기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세요.

 

 

 

 

 

신초사 공식 사이트를 보시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미야베 미유키입니다. 《솔로몬의 위증》 모두 세 권, 끝까지 써서 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이 작품 연재가 끝났을 때 저도 담당 편집자도 손을 맞잡고 마라톤을 다 뛴 듯한 마음으로 갑자기 힘이 다 빠져버렸지만, 먼저 이 세권을 읽어주신 분 고맙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 말하고 싶습니다. 길었습니다. 그리고 긴 사건이었고 해결까지도 길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와서 많은 사실이 새로 파헤쳐져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여러가지 나타났습니다. 제1부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좋아한 사람이 뜻밖의 얼굴을 보여주거나, 싫다고 생각한 사람이 뜻밖에 힘을 내거나, 여러가지 형태로 일이 작품 안에서 이러나도록 저도 열심히 쓰려 했습니다. 여러분 저마다 마음속에 마음에 드는 인물이나 '아, 이 애한테는 배신당했다' 거나 '이 애 뜻밖에 좋은 아이였구나' 하거나 '이 사람 마음은 알겠다' 하는 그런 울림같은 게 남아있다면 좋겠습니다. 10년 걸려 쓴 작품으로 저도 이 작품 원고가 끝나서 드디어 졸업한 기분입니다. 제가 이 작품을 써서 얻은 것을 다시 다음 작품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져온 곳 : http://www.shinchosha.co.jp/solomon/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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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의 그녀   陽だまりの彼女 (2011)

  고시가야 오사무   한성례 옮김

  씨엘북스  2013년 01월 25일

 

 

 

 

 

 

 

 

 

 

 

 

 

1

 

많은 사람이 너를 잊어도

나만은 너를 기억할게

잠시라도 나와 함께 해주어 고마워

 

볕이 잘 드는 곳을 좋아하던 너

그곳은 언제나 너를 위해 비워둘게

몇 번이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줘

 

 

 

2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당신이 좋았습니다

저도 당신과 똑같은 모습이 되고 싶었어요

한번의 삶을 버리고,

저는 당신 앞에 나타났지요

모든 게 서툴렀던 저를 감싸주었던 당신

가끔 투덜거리기도 하고, 한번은 저를 떠나갔지만

우리는 다시 만났지요

당신과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저는 행복했어요

다른 모습으로라도 언제나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왜 두번째에서 말투가 달라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소설에서는 둘 다 편하게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책을 본 다음에 첫번째까지만 썼다. 조금 더 뭔가 쓰면 좋을 텐데 하고 쓴 게 두번째다. 그래서인 듯하다. 이 소설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몇 번 봐서 그런지 나는 마지막을 보고도 앞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이것과 비슷한 것을 본 적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고 어느 부분만 비슷하다). 사실은 책을 보다가 살짝 뒤를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로 보아야 하는데 가끔 그렇게 뒤를 먼저 보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놀라야 하는데 별로 놀라지 않아서 말이다. 끝까지 보고 얼마나 좋아하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알 수 없는 말인가. 실마리는 안데르센이 쓴 《인어공주》다. 인어공주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인어공주는 슬프게 끝나지만, 이것도 슬프지만 아주 많이 슬프지는 않다. 따듯한 슬픔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렁 각시인데,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른다. 이런 것을 말하면 어떤 이야기인지 눈치챌 것 같다.

 

 

 

네가 낮꿈처럼 사라져버린대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아

 

 

 

희선

 

 

 

 

 

 

 

     Daydreamin'

                                   谷山紀章(타니야마 키쇼)

 

  

 

 

 

 

   記憶の君が 微笑みかけるたび

   沈めたはずの陽炎がゆらめく

 

   기억 속 네가 웃음 지을 때마다

   가라앉았던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アスファルト溶かす罪

   この胸を焦がしてく

   朽ち果てた未より 君が欲しい

 

   아스팔트를 녹여버린 죄가

   내 가슴속을 태워가

   썩어 없어진 앞날보다 너를 바라

 

   愛は Daydreamin' 儚い影

   幻と消えていく前に 手を伸ばせ

   引き換えに何もかも失うとしても

   抱きしめたい もう一度

 

   사랑은 Daydreamin' 덧없는 그림자

   환상처럼 사라지기 전에 손을 뻗어

   그대신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한번 더 안고 싶어

 

   螺旋が決めた出いはいつのまに

   狂い始めた暗闇に途切れる

 

   나선이 정한 만남은 어느새

   어긋나기 시작한 어둠에 끊겨

 

   錆び村いた 夢の中

   君だけを探してる

   囚らわれた想いだけ 時を超えて

 

   녹슨 꿈속에서

   너만을 찾았어

   사로잡힌 마음만이 시간을 넘어

 

   今は Daydreamin' 走る鼓動

   魂に響き合う奇蹟 呼びませ

   見つめたら現れるとしても

   確かめたい もう一度

 

   지금은 Daydreamin' 뛰는 고동

   영혼을 끌어당기는 기적을 두드려 깨워

   바라보면 현실이 부서진다 해도

   한번 더 확인하고 싶어

 

   愛は Daydreamin' 儚い影

   幻と消えていく前に 手を伸ばせ

   引き換えに何もかも失うとしても

   抱きしめたい もう一度

 

   사랑은 Daydreamin' 덧없는 그림자

   환상처럼 사라지기 전에 손을 뻗어

   그대신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한번 더 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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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6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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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7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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