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反射 (朝日文庫) (文庫)
누쿠이 도쿠로 / 朝日新聞出版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반사

 

 

 

“겐타는 이제 없어.” 혼잣말을 하니, 미쓰에는 바다 멀리를 꼼짝 않고 바라보면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599쪽)

 

마지막 말을 보기까지 아흐레가 걸렸다. 일본말로 쓰인 소설을 보는 것은 이걸로 네권째다. 가끔 책을 보다가 잠깐 잘 때가 있는데, 그러면 그 책을 읽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번에도 얼마 안 남았을 때 조금 잤더니 또 책을 읽는 꿈을 꾸었다. 재미있게도 꿈에서도 일본말로 쓰인 책을 보았다. 이 책을 보기 시작하고 이틀째가 되어도 아주 조금밖에 못 봐서, 그냥 다른 도서관(내가 늘 가는 도서관이 아닌)에서 우리말로 나온 이 책을 빌려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하게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보아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끝까지 보아서 기쁘다.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두껍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 2권을 합쳐도 이 책이 더 두껍다. 솔직히 말하면 아흐레에서 오래 책을 본 날은 며칠 안 된다. 이틀이나 사흘은 줄일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못했는지 아쉽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해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앞으로 잘 하도록 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늘 먹는데.

 

책 제목인 ‘난반사’는 빛이 울퉁불퉁한 면에서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반사하는 것이다. 이 말을 봐도 바로 뜻을 알기는 어렵다. 나만 그런 것인가. 이 책을 다 보고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작은 일(공중도덕을 어기는)이 어디에서 누구한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고. 정확하게는 공중도덕을 어기는 일만은 아니다. 이 책을 거의 다 보아갈 때쯤 일본드라마 <사키>가 떠올랐다. 사키라는 여자는 만나는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이끈다. 처음에는 ‘저 여자 왜 저러지’ 했다.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사람을 죽게 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사키가 남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것은 복수였다. 사키는 어릴 때 부모한테 버림받았다. 사키 부모가 일부러 사키를 버린 것은 아니다. 집안이 못 살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 어른이 된 사키는 엄마와 만나기로 했던가보다. 그런데 그날 엄마가 길에서 쓰러진다. 엄마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에 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엄마는 죽고 만다. 구급차가 병원에 늦게 가게 만든 사람(남자)들이 있었다. 사키는 그 사람들을 모두 죽이려고 오랫동안 준비했다. 그런 이야기다. 실제 구급차가 빨리 병원에 가지 못해서 죽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여기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일은 더 복잡하게 여러 사람이 얽혀 있다.

 

만약에 가로수가 센 바람에 쓰러져서 거기에 깔려서 죽는다면 그 사람은 그저 운이 나쁜 걸까. 맨 앞에서 이것은 두 살 아이가 죽은 일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하고, 아이는 많은 사람한테 죽임 당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야기는 -44부터 시작한다. 마지막이 0인가 했는데, 0이 지나고 다시 1부터 시작한다. 먼저 이런저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 사람들과 아이가 죽는 일은 대체 어떻게 이어질까 생각하게 한다.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가야마 사토시가 집 쓰레기를 고속도로 휴게소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 이때 가야마는 다른 사람도 할지 모르고 이번 한번뿐이다 한다. 나중에 가야마가 그 일을 떠올리고 무척 괴로워하지만. 가야마는 죽은 아이 겐타 아빠다. 앞에서 말했듯이 겐타는 센 바람에 쓰러진 가로수에 머리를 맞고 죽는다. 가야마는 신문기자로 겐타가 왜 죽어야 했는지를 알아본다. 만약 가야마가 신문기자가 아니었다면 겐타의 죽음을 오래 슬퍼하기만 했을까, 아니면 그래도 아이가 죽게 된 까닭을 알아봤을까.

 

여러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가장 책임감을 느낀 사람은 다섯해마다 하는 나무 검사를 단 한그루 하지 않은 아다치 미치히로였다. 아다치 미치히로는 아들이 태어나고는 결벽증이 심해졌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일을 했다. 아다치가 나무 검사를 하지 못한 것은 나무 밑에 개똥이 쌓여 있어서였다. 시청에서 일하는 고바야시 린타로는 나무 밑에 있는 개똥을 치워달라는 전화를 받고 갔지만, 그곳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놀려서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 자기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공무원이 된 게 아니라면서. 겐타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 의사 구메가와 하루아키. 구메가와는 소송 당하는 게 싫어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겐타를 받지 않은 것은 구메가와가 내과의사로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어서였지만, 환자가 많다는 핑계를 댔다. 그곳에 있던 사람은 거의 감기로 야간진료를 받으려 했다. 그렇게 밤에 감기 환자가 병원에 가득찬 까닭은 대학생 안자이 히로시 때문이었다. 안자이 히로시가 환자가 붐비는 낮이 아닌 사람이 적은 밤 시간에 병원에 간다는 말을 한사람한테 했는데 그게 널리 퍼졌다. 아다치가 가로수 검사를 하려고 할 때 방해한 사람들이 있었다. 길을 넓히는 공사 때문에 가로수를 벤다는 말을 들은 다루마 하나는 그 일을 반대했다. 사실 그 일을 하기로 한 까닭은 딸이 자신을 다시 봐주기를 바라서였다. 차 운전이 서툰 에노키다 가쓰코는 겐타가 사고가 난 날 차를 자기 집 차고에 넣다가 잘 안 되어서 차를 길에 버려두고 집에 들어가버린다. 그 일 때문에 겐타를 실은 구급차가 15분이나 멈추어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된 개똥을 그냥 놔두고 간 사람은 미스미 고조다. 그거라도 없었다면 아다치가 가로수 검사를 제대로 했을 텐데. 미스미 고조는 정년이 되어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일을 할 때는 미스미가 바빠서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지금은 아내와 딸이 미스미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개를 키우게 되었다. 미스미 고조는 허리가 안 좋았다. 허리를 굽힐 수 없어서 개똥을 치우지 않고 나무 밑에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는 본래 개똥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거잖아 생각했다. 죄책감은 처음에만 조금 있었고 나중에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결벽증이 심해서 나무 검사를 하지 않은 아다치 미치히로만이 겐타를 죽게 한 일을 미안하다(이 말을 한다고 용서받을 수 없지만)는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 잘못이 아니다고 했다. 가야마가 신문기자여서 더 그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일을 신문에 쓸까봐. 사실 가야마 아내인 미쓰에도 잘못을 했다. 어두운 밤에 선글라스를 쓰고 유모차를 밀고 갔으니까. 이런 말은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서 눈을 떼면 안 된다. 센 바람이 불고 가로수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을 때 미쓰에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미쓰에도 그때 자신이 왜 그랬을까 하면서 슬퍼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규칙을 어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무렇지도 않지는 않겠다. 무엇인가 작은 일을 어길 때 잠깐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바로 잊어버리겠지. 많은 사람이 하는데 나 한사람 더한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은 안 된다. 그 일이 언제 어떤 일로 다른 사람한테 해를 입힐지 알 수 없다. 반대로 자기한테 돌아올 수도 있겠지. 다른 사람이 하더라도 나만은 안 해야겠다는 게 좋다.

 

책을 보면서는 이런저런 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거의 떠오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한 일 때문에 아이가 죽게 되는 이야기를 잘 썼지만, 그저 잘 썼다고만 할 수 없다. 어떤 사고, 사건 뒤에는 여기 나온 것처럼 여러 사람이 관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끝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은 할 수 있는 한 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

 

겐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알아냈지만, 그 죄를 엄하게 따져서 밝힐 수 없다. 법이 아닌 도덕으로는 죄 있는 사람을 엄하게 따지고 나무랄 수 없다.  (506쪽)

 

 

 

 

 

 

 

 

 

 

 

 

 

 

책 두께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사진을 담았지만 별로 두꺼워 보이지 않는다 599쪽이다 문고라서 그렇다 사실 단행본으로 나온 것은 아직 한번도 사본 적 없다, 비싸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