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달빛에 빛나는 벚꽃

한때뿐인 아름다움

스러져감은 자연스러운 일

슬퍼하지마

 

 

 

 

해마다 사월 십일이 넘어서 피던 벚꽃이 벌써 피어버렸다. 삼월에 그렇게 따듯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른 해보다 따듯했기 때문에 꽃이 빨리 피어버린 거겠지. 꽃이 피었다, 했는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서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조금 불었다. 그 바람에 꽃잎이 흩날렸을 테지.

 

 

 

 

 

멸화 - 꽃을 사르는 불, 이경민 (노블마인, 2014)

 

꽃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책을 먼저 말하면 좋겠다. 우연히 나오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운이 좋아서 작가 사인이 들어간 책을 받았다. 곧 만나볼까 한다. 조선시대 소방관이 멸화군인가보다. 이런 것도 모르고 있다니(들어본 적 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얼마전에 김진명 소설을 보면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한성대화제의 미스터리를 밝히려는 이야기다. 한성대화제가 아주 큰불이었나보다. 말에 그렇게 나타나 있는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다. 큰불을 내서 왕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을까. 그런 음모도 있을지 모른다고 책소개에 쓰여 있다. 그리고 범인으로 잡혀 처형당한 사람들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도 알아본다고 한다.

 

 

 

 

 

 

“너무 오래 기다렸어. 이자가 깨어날 때까지.”

화마에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불과 싸우는 남자, 호림

 

“믿어요. 난 당신을 믿고 있어.”

궁궐에 매인 몸으로 자유를 꿈꾸는 여자, 채령

 

“네가 죽어줘야 바람대로 되는 것이다.”

가슴속 불을 차가운 가면으로 가린 남자, 의준

 

“내가 원한 길이야. 나 스스로 원해서.”

스스로 휘황한 불꽃이 된 여자, 자란

 

-책 뒷면에 있는 말

 

 

 

 

 

 

 

다정한 호칭, 이은규 (문학동네, 2012)

 

오랜만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집을 샀는데 아주 많이 달라진 것을 알았다. 사실은 지난해 사고 며칠전에 한번 보았다. 샀을 때도 보고 시집이 예전보다 커졌네, 했다. 이렇게 나오게 된 지는 좀 된 것 같은데 내가 알고만 있었고 사지는 않아서 몰랐다. 이 시집은 한번 훑어보았다. 훑어보았다는 게 맞는 말이다. 그런데 처음 보았을 때 마음에 딱 드는 시가 없었다. 시인이 생각나는 시말도 있었다. 이상, 윤동주, 기형도 어쩌면 기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고흐가 떠오르는 한줄도 있었다. 다른 시인 이야기도 있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보면 처음 보았을 때보다 나을지,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시를 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은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정한 호칭은 무얼까,

지금 생각나는 건 이름.

 

 

 

 

 

 

 

 

붉은 까마귀, 마야 유타카 (북스토리, 2014)

 

아직까지 마야 유타카 소설은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책이 여러권 나온 사람인데 그렇게 되었다. 마야 유타가 소설에는 메르카토르 탐정이 나온다. 메르카토르라는 말로 알라딘에서 한번 찾아보니 지도를 그린 사람이 나왔다. 그때는 지도를 그린 사람으로 알았고, 다시 보니 지리학자였다. 그 메르카토르를 생각하고 이 이름을 쓴 것인지 그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메르카토르가 여기에서는 짧게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카인과 아벨 형제가 나온다. 카인과 아벨은 성경(구약)에 나오는 이름인데, 인류가 가장 처음 저지른 형제 살인사건이 바로 카인이 아벨을 죽인 일이란다. 그런 이야기와는 별로 상관없을까. 카인은 동생 아벨이 죽임 당한 수수께끼를 풀려고 어떤 마을에 간다고 하는데 정말 수수께끼를 풀려고 가는 걸까. 읽어보면 알겠지. 형제와 자매는 세상에 나서 처음 경쟁하는 사이로,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가장 미워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나온다고 하니, 새가 사람을 공격해서 죽이는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새>를 언제 보았지. 아주 옛날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영화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잠깐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 본래 제목은 그냥 ‘까마귀(鴉 갈가마귀)’다. 붉은 까마귀는 피를 뒤집어쓴 까마귀일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구나. 붉은 까마귀에서 붉은 것은 피가 아니고 저녁놀인가보다.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을유문화사, 2013)

Uncommon Grounds (2010)

 

이 책은 지난달에 도서관에서 보고, 언젠가 빌려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시는 건 인스턴트지만 그것도 커피는 커피니까. 예전에 아프리카 아이들이 커피와 초콜릿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일을 해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지구촌에 그런 아이가 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이 책을 보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도 다 보고 정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씨앗 편지, 에롤 브룸 (책과콩나무, 2010)

 

편지에 오늘이 나무를 심는 날이다, 썼더니 이 책이 생각났다. 다 쓰고 나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병속에 담긴 편지》와 예전에 읽어본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에 사는 여자아이 안케는 학교에서 하는 행사 때 풀색 풍선에 씨앗을 매달아서 날려보냈다. 거기에는 편지도 있었다. 그것을 시골에 사는 남자아이 프레디가 받았다. 받았다기보다 땅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았을까. 그래도 그런 우연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제대로 써서 보낸 편지가 아니니까. 안케네 학교에서 답장을 받은 사람은 일곱뿐이었다. 처음에 프레디는 나무 씨앗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빠가 심어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심은 거다. 프레디는 농장 언덕에 옮겨 심은 나무를 926그루까지 세고는 더 세지 못했다. 이 말을 보고 씨앗이 엄청나게 많았나보다 했다. 안케와 프레디는 그 뒤에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것도 아홉 해나. 그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언제나 좋지만은 않았다. 안케는 안케대로 프레디는 프레디대로 힘든 때가 있었다. 그래도 둘한테 편지가 힘이 되어주었다. 프레디가 심은 나무가 커다란 숲을 만들었지만 폭풍우가 치고 불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불이 난 일은 나무가 씨앗을 여기저기로 퍼뜨릴 수 있게 해주었다. 안 좋은 일이 나중에 좋은 일로 바뀐 거다. 그곳은 다시 멋진 숲이 되었다.

 

지금까지 나무를 심어본 적 없다. 기념 나무를 심기도 하던데 그런 나무 한그루쯤 있으면 좋겠다. 뜻깊은 일이 없어서.

 

 

 

 

 

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사월에는 지난달보다 책을 좀더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잘될지 모르겠다. 사실 보는 것은 괜찮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집중해서 잘 본다면 어렵지 않을까. 그것보다는 재미있게 보아야 할 말도 좀 생기는 듯하다. 아니 그때그때 다르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사람은 자기한테 익숙한 것만을 좋아한다.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을 보고 재미있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자세가 좋은데.

 

이런 말하면 내가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벚꽃 냄새를 잘 모르겠다. 냄새가 나기는 하는 걸까. 그런데 얼마전에 벚꽃 냄새를 맡은 것도 같다, 달콤했다. 그게 맞는 걸까.

 

 

 

꽃은 피고 지고

사람은 오고 간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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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0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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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0 0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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