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의 태동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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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라플라스의 마녀》를 만났는데, 이건 그것보다 앞에 이야기다. 《매스커레이드 호텔》도 나중에 앞에 이야기를 쓰더니 이것도 그랬다. 앞으로 우하라 마도카가 나오는 이야기 또 나올까. 그건 기다려봐야 알겠구나. 이번에 나온 마도카를 보니 조금 부러웠다. 무엇이 부러웠느냐면 마도카는 별거 아닌 일에 마음 안 쓸 것처럼 보였다. 난 지금도 별거 아닌 일 크게 생각하고 걱정해도 좋아지지 않을 일을 걱정한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안 되는 걸 어쩌란 말인가. 누구나 앞으로 일어날 일은 잘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몰라도 어떤 일을 되풀이해서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안다. 그렇다고 많이 달라지지는 않던가. 날마다 먼지를 털지 않으면 쌓이고, 이건 아주 기초구나.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썩기도 하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이 안 좋아진다. 몸에 안 좋은 것뿐 아니라 괜찮은 것도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 이런 건 살면서 얻는 지혤까. 물리와는 상관없을지.

 

 마도카가 어떤 아이인지 여기에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뇌신경외과 의사고 엄마는 토네이도 때문에 죽었다는 것밖에. 다른 사람은 신비한 아이로 본다. 《라플라스의 마녀》에는 자세하게 나왔을 텐데 잊어버렸다. 그저 뇌가 다른 사람과 다르고 그것 때문에 어떤 걸 보기만 해도 안다는 것만 생각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듯하다. 그 계산을 아주 빠르게 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도 알 수 있다. 마도카가 그렇다고 봐야겠구나. 이런 사람이 마도카 하나뿐일까. 마지막 이야기에 다른 사람이 하나 나온다. 마도카가 찾는 사람이 그 사람일지도. 그러고 보니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알아맞혔던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게 아는 사람 있을까. 사람 행동은 심리학으로 다가가서 볼 수도 있겠다. 어딘가에서는 바람을 잘 읽는 모습을 보기도 했는데, 그건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거겠지. 그것도 깊이 보면 뇌와 상관있겠다.

 

 이번 이야기 어쩐지 따듯한 느낌이 든다. 운동하는 사람과 앞이 보이지 않는 피아니스트면서 작곡가 마음을 낫게 하기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운동 이야기도 썼다. 과학과 운동은 가깝다. 운동하는 사람한테 침을 놔주는 구도 나유타가 나오는 건 뜻밖일까(옮긴 사람이 그런 말을 해서). 운동을 하고 나면 마사지 받고 근육을 풀어줄 것 같기는 하다. 나유타는 운동 하고 아픈 사람한테 침을 놔주었다. 몸도 안 좋고 나이도 먹은 스키 점프 선수는 한번만 뛰고 그만두려 했다. 첫날 두번째 기록이 안 좋아서 둘째날에는 아예 안 뛰려 했다. 마도카는 자신이 신호를 보내면 뛰라고 한다. 첫번째 기록은 아주 좋았다. 두번째는 다른 사람과 거의 같은 조건이어서 마도카는 스키 점프 선수 아내한테 신호를 보내라 한다. 바람을 잘 읽고 좋은 때 뛰어야만 기록이 잘 나올까. 실력도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건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닐까. 스키 점프 선수는 실력과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마지막에 뛰었다.

 

 야구 선수도 나온다. 너클볼을 못 받게 된 포수. 마도카와 투수 그리고 나유타는 포수가 공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고 잘 되는 건 아닐 거다. 경기에서 실수하고 자신을 잃었던 포수는 다시 자신을 갖는다. 세번째에서는 나유타가 다닌 학교 선생님 마음을 풀어준다. 부모는 자식이 위험에 놓였을 때 구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겠지. 죄책감을 느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사람이 바로 그러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지 않고 지금과 앞으로를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피아니스트면서 작곡가인 아사히나 잇세이한테 소중한 사람인 오무라 이사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듯했다. 아사히나는 자신 때문에 오무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아닐까 한다. 나유타와 마도카는 오무라 이사무가 어쩌다가 죽었는지 밝혀낸다. 오무라는 아사히나한테 영감을 줄 자연의 소리를 녹음하러 산에 갔다가 갑자기 분 바람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 나유타는 그저 마도카를 지켜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인가 했는데 나유타한테도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었다. 나유타는 마도카를 만나고 그걸 풀게 된 걸까.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고 해야겠다.

 

 마지막 이야기는 ‘라플라스의 마녀’에 나오는 사람이 나온다. 그 사람들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마도카는 잊지 않았구나. 황화수소 가스 때문에 죽은 식구 이야기는 안타깝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거나 여관 사람이 더 조심하라고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라플라스의 마녀는 황화수소 가스로 죽은 사람 이야기로 시작한다. 황화수소가 고여서 위험한 곳도 있지만 그게 더 많이 나오는 때를 안다면 어떨까.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그걸 좋은 일에 쓰고 둘레 사람도 그 사람을 안 좋은 일에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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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나 이틀은 쉬어도 될 듯해

사흘은 좀 길지

하루 이틀 사흘 쓰지 않으면

나흘째에 쓰기 어려워

 

생각나지 않아도

쓸 게 없어도

생각하

쓰기

 

그때 마음이 아니면 어때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유치한 거라도 쓰면 좀 낫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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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조영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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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무척 게으르다. 이 말부터 시작하다니. 무언가를 좋아하려면 부지런해야 하지 않을까. 게으른 내가 그나마 하는 건 읽고 쓰기다. 책을 읽었을 때부터 쓰기도 했다면 읽기를 조금 더 잘 했을까. 모르겠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안 쓴 건 아니다(이 말 몇번째일지). 그때 난 일기와 편지를 썼다. 책을 보다가 나도 재미있는 이야기 쓰고 싶다 생각했다. 어쩌다 한번 짧게라도 이야기를 쓰는 건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해선가. 난 어떤 생각을 하고 그걸 잘 알려고 열심히 하지 않는다. 만화를 보면 무언가를 잘하려고 하루 내내 그것만 하다가 어느 날 잘하기도 하던데, 현실은 만화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하나만 파고드는 게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만화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거다.

 

 만날 사람이 없기도 하지만, 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어쩌면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가 아닐까. 내가 엄마 배 속에 있었을 때 일을 기억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구나. 어릴 때 난 친척집 가는 게 무척 싫었다. 왜 싫었느냐 하면 자주 만나지 않아서였다. 학교도 새학년으로 올라가면 아주 싫었다. 그래도 학교 쉬지 않고 갔다. 학교 다닐 때는 가끔 친구를 밖에서 만나기도 했다. 친구하고 만나기로 하면 그때부터 무척 걱정했다. 친구를 만나면 대체 무슨 말을 하지 같은. 아무 말 안 해도 괜찮다고 여긴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말 안 해도 편한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니고 아직 만나지 못한 건가. 사람을 만나봐야 그런 사람을 만나겠지. 이젠 그런 바람 없다. 말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은 나 자신이구나. 이젠 억지로 친척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건 오래됐구나. 가까운 데 사는 친구도 없다. 가까운 데 친구가 있어서 만난다는 사람 조금 부럽지만, 내가 그런 성격이 아닌 걸 어쩌나.

 

 읽은 책보다 내 이야기를 하다니.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았구나. 그것도 다른 것을. 하나 더 말해볼까. 지금까지 난 해 본게 별로 없다. 이건 게으른 것과 낯가림이 심한 것 때문이구나. 글을 쓰려면 여러 경험을 해 봐야 한다잖은가. 예전에 나도 그런 말을 봤지만, 왜 꼭 그래야 하는데 했다. 난 청개구린가 보다. 책이라도 잘 많이 읽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많이 못 봤다. 내가 살았을 때 만권 채울 수 있을지. 이건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구나. 책 만권 보기. 나한테는 오래 걸리는 목표가 하나 있구나. 책 만권 읽기는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 난 이런 걸 좋아한다. 그렇게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언젠가 이루는 것. 책 만권 보기도 나와 다르게 빨리 이루려는 사람이 있겠지. 난 이걸 생각했다가 잊어버렸다 다시 떠올린다. 책 만권을 읽는다 해도 난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더 든다. 아니 조금은 달라질까. 그러면 좋을 텐데. 내가 달라지기를 바라고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어떤 깨달음을 얻고 싶은 걸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읽고 싶은 거다. 자신이 무언가를 좋아할 때 그게 왜 좋은지 말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여기에서 말한 《사라진 데쳄버 이야기》(악셀 하케)를 말하는 글 작가 블로그에서 몇번 봤다. 나도 이 책을 읽어서 같은 책 보기도 했구나 했다. 사실 예전에 책을 봤지만 거기에서 말하는 게 뭔지 몰랐다. 그저 있을 때 잘해야 하지 않을까 정도만 생각했다. 이번에 그 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어떤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건 박완서가 썼다는 글에 나온 죽음이라는 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도 그 말을 봤지만 그때는 몰랐다. 《사라진 데쳄버 이야기》가 대체 무슨 이야긴지. 제목에 ‘사라진’이 나오는데, 그걸 죽음과 잇지 못하다니. 이제야 할 수 있게 됐구나. 그 책이 어떤 내용인지 다 생각나지는 않고 데쳄버가 조금씩 줄어들다 아주 사라지는 것만 생각난다. 데쳄버가 사라지는 건 그저 보이지 않는다기보다 죽음을 나타내는 건가 보다. 그건 데쳄버한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자신 없는 말을). 데쳄버는 독일말로 12월일 거다. 12월은 한해 마지막 달이다.

 

 죽음. 사실 난 죽음을 그렇게 가깝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설에서 누가 죽으면 슬프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잊었다. 2019년에 죽음은 나와 가까이 있었다. 아니 그건 2017년부터였구나. 그때 아닌 척했지만 죽음을 생각한 건 그래서였다.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내 마음도 잘 모르다니. 슬프다, 마음 아프다, 덧없다. 책을 보고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그게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 죽음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죽는 게 무섭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누군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무섭겠지만. 그게 아니고 다른 거로 죽는다면 그냥 받아들일 듯하다. 난 내가 죽을 날을 조금 알지 갑자기 죽을지. 자신은 남고 다른 사람이 죽는 건 좀 힘들 것 같다. 힘들다. 나도 데쳄버처럼 줄어들다 아주 사라지면 좋을 텐데. 그렇게 사라지고 내가 있었다는 흔적도 사라지면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걸 잘 알고 잘하려면 시간을 들여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건 누가 하지 마라 해도 하겠지만. 사실 난 하기 싫은 건 거의 안 하고 산다. 어떤 건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 아주 잠깐 하고 만다. 하기 싫은 정리, 버리기, 청소(다 같은 말이구나)는 어떻게 하면 할까. 내 바람은 물건이 얼마 없는 방에서 지내긴데. 그건 죽을 때까지 이루지 못하려나. 이 말하려고 한 게 아닌데. 누구나 좋아하는 걸로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난 꿈이 크지 않구나. 좋아하는 걸 하다가 잘된 사람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지 몰라 하는 꿈을 꾸기에는 내가 긍정스럽지 않다. 난 없는대로 없는 것 안에서 하려는 사람이다. 절실함이 모자란 것일지도. 그래도 언젠가 괜찮은 글 쓰고 싶다. 그러려면 책 읽고 써야겠구나.

 

 이 책을 읽고 싶게 썼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어쩐지 작가한테 미안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써야 했는데. 재미없는 내 말만 하다니. 이 책을 보면 ‘나랑 비슷하다’거나 ‘나하고는 좀 다르네’ 생각할 거다. 이건 어떤 책에서든 느낄까. 책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괜찮지 않나. 내가 책을 보고 쓰는 건 나를 알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를 좋아하려고인가. 아직도 난 나를 좋아하지 못한다. 가끔 내가 나를 괜찮다 생각하다가도 바로 별로야 한다. 다음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빠진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괜찮은 주문 같은 말을 생각하면 좋을 텐데. 좋아하는 게 아주 많아도 좋아 같은 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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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2-3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새해를 앞두고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2020년 새해에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소원하시는 것을 이루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20-01-01 00:57   좋아요 1 | URL
몇 분 사이로 해가 바뀌었습니다 아직 해는 못 보지만... 새해 첫날은 어쩐지 기분이 좋아요 지난해와 다르지 않을 듯하지만... 이번 해도 다른 해와 비슷하게 지낼 듯합니다 다른 것보다 좀 더 마음이 자라기를 바라야겠습니다

서니데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짓기도 하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0-01-03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게으르고 느린 편입니다. 그래서 좋은 점은 꼼꼼하다는 거죠. 느린 대신 꼼꼼하죠.
이것도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것은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거든요.
저의 장점이라면 꾸준함, 일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지 않는 끈기, 지구력은 있어요.
희선 님이 책 만 권 읽기, 를 말하시니 님도 꾸준함이라는 강점이 있을 듯합니다.
저어겐 만 권은 너무 많고 3분의 1로 줄여 꾸준한 독서를 할까 합니다.
꾸준함을 무기 삼아 사는 걸로...

마음을 듬뿍 담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희선 2020-01-04 01:29   좋아요 1 | URL
천천히 하는 게 많다 해도 속도를 내야 하는 건 하기도 하죠 저는 그런 게 그렇게 많지 않지만... 저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책읽고 쓰기는 그게 되기는 했네요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면 좋을 듯해요 그게 자신이 좋아하는 거면 더 좋겠지요 좋아하는 건 그렇게 되기는 하는데, 좋아해도 하기 싫을 때 있어요 그럴 때는 잠깐 쉬면 다시 하겠지요

만권, 다 볼지... 몇해 전에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걸 꼭 해야지 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언젠가 이룬다면 좋을 듯합니다 만권은 덜 생각하고 천천히라도 죽 책을 읽을까 합니다

몇 권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기는 하죠 페크 님은 책을 깊이 있게 꾸준히 보시겠군요 그러면서 글도 쓰시고...

페크 님 고맙습니다 새해가 오고 사흘이 갔습니다 아직 2020년이 익숙하지 않네요 설이 가고 이월쯤이 가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독이 담긴 말을 들으면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나 자신까지 부수고 싶다

 

독이 담긴 말이

나를 삼키지 못하게

두 손을 맞잡았다

 

시간이 흘러도

독은 다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모든 걸 부술 기회를 엿본다

 

독에 지지 않아야 하리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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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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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큰병에 걸리고 수술이나 치료한다고 하면 낫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구나. 가까이 있는 사람도 다르지 않겠지만, 곁에서 지켜주기만 해도 아픈 사람한테는 힘이 될 것 같다. 윤지회 남편이 그렇게 보였다. 어쩌면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을지도. 윤지회는 2018년 3월에 동네 병원에서 위암이라고 해서 큰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았다. A 병원은 위암 1기로 보인다 했는데 B 병원은 시티를 찍어보고 위암 3기로 보인다고 했다. 암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앞이 캄캄할 듯하다. 수술을 했더니 4기, 말기였다. 힘든 항암 치료도 오래 해야 했다. 이 책이 나오고도 항암 치료 끝나지 않았겠지. 올해 9월에는 암이 난소로 전이돼서 수술과 치료를 처음부터 다시 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만 나왔다. 다음 책이 나온다면 뒷이야기 알 텐데. 한해 이야기가 책으로 또 나오기를 바란다.

 

 내가 어렸을 때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암에 걸린 사람은 거의 죽었다. 지금은 암이 잘 낫는다고도 하지만, 암으로 죽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사람이 오래 살게 돼서. 암만 그런 건 아니구나. 치매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서워하는 병이 암과 치매구나. 그것만은 안 걸리기를 바란다고 할까. 난 열심히 치료하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돈도 없지만 내가 아파도 날 돌봐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아프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혼자라고 수술이나 치료 못할 건 없지만. 윤지회한테는 아직 어린 아이가 있다. 아이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 들었겠지. 사람은 다 커도 엄마가 있기를 바라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마음이 텅 빈 듯할까.

 

 수술을 받고 윤지회는 처음 항암 치료를 받는데 무척 힘들어했다. 암 치료를 하면 세로토닌이 나오지 않아 더 우울하기도 하단다. 독한 주사와 독한 약을 먹으니 몸이 평소와 다르겠지. 지난해 십이월에 난 감기 걸렸다 생각하고 약을 먹었는데 더 아픈 것 같았다. 감기 걸려도 난 거의 약 안 먹는다. 그때는 무척 아파서 약 먹으면 좀 빨리 나을까 해서 먹었는데. 십이월 마지막 주에서 다음해 일월 첫째주까지 고생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건 감기가 아니고 독감 같기도 하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 겨우 두 주 힘들었을 뿐인데. 항암 치료에 견줄 수 없구나. 윤지회는 항암 치료 받을 때마다 무척 힘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항암 치료가 조금 익숙해지고 10월에는 주사는 빼고 약만 먹었다. 약만 먹어서 몸이 좀 나아서 윤지회는 그림을 그리고 지낸다. 약이 윤지회 몸을 괴롭게 했겠지만 조금씩 낫게도 했겠지. 암을 없애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

 

 사람은 무슨 일이 없으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윤지회도 다르지 않았다. 수술하고 바로는 기침하기도 힘들었다. 잘 먹지도 못했다. 한달 한달 지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 좋았다. 음식을 먹게 되고는 부산 친정에 갔을 때 맛집에서 여러 가지 냉면을 먹었다. 윤지회는 냉면을 좋아하는가 보다. 사람은 먹을 기운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힘 없어서 숟가락 들 기운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몸이 안 좋을 때는 몸에 좋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 그게 살 힘을 주기도 할 거다. 윤지회는 아프고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별로 연락하지 않아서 조금 섭섭한 마음도 가졌지만.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됐을 때는 무척 기뻤겠다.

 

 다른 사람이 아픈 모습을 보는 건 우울한 일이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럴 테지만 이런 그림과 글을 보면 좀 다르다. 아주 힘든 건 적지 않아설지도. 윤지회는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서 이걸 그리고 썼다고 한다(그림 일기구나).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앞에서 두번째 책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건 윤지회가 살아가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다 나은 모습이 담긴 그림과 글도 보고 싶다. 윤지회는 여전히 살아야 한다 생각하고 치료하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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