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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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큰병에 걸리고 수술이나 치료한다고 하면 낫기를 바란다는 말밖에 못하겠다.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구나. 가까이 있는 사람도 다르지 않겠지만, 곁에서 지켜주기만 해도 아픈 사람한테는 힘이 될 것 같다. 윤지회 남편이 그렇게 보였다. 어쩌면 자신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을지도. 윤지회는 2018년 3월에 동네 병원에서 위암이라고 해서 큰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았다. A 병원은 위암 1기로 보인다 했는데 B 병원은 시티를 찍어보고 위암 3기로 보인다고 했다. 암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앞이 캄캄할 듯하다. 수술을 했더니 4기, 말기였다. 힘든 항암 치료도 오래 해야 했다. 이 책이 나오고도 항암 치료 끝나지 않았겠지. 올해 9월에는 암이 난소로 전이돼서 수술과 치료를 처음부터 다시 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2월까지만 나왔다. 다음 책이 나온다면 뒷이야기 알 텐데. 한해 이야기가 책으로 또 나오기를 바란다.

 

 내가 어렸을 때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암에 걸린 사람은 거의 죽었다. 지금은 암이 잘 낫는다고도 하지만, 암으로 죽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암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사람이 오래 살게 돼서. 암만 그런 건 아니구나. 치매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서워하는 병이 암과 치매구나. 그것만은 안 걸리기를 바란다고 할까. 난 열심히 치료하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돈도 없지만 내가 아파도 날 돌봐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아프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혼자라고 수술이나 치료 못할 건 없지만. 윤지회한테는 아직 어린 아이가 있다. 아이 때문에 살아야겠다는 생각 들었겠지. 사람은 다 커도 엄마가 있기를 바라는데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마음이 텅 빈 듯할까.

 

 수술을 받고 윤지회는 처음 항암 치료를 받는데 무척 힘들어했다. 암 치료를 하면 세로토닌이 나오지 않아 더 우울하기도 하단다. 독한 주사와 독한 약을 먹으니 몸이 평소와 다르겠지. 지난해 십이월에 난 감기 걸렸다 생각하고 약을 먹었는데 더 아픈 것 같았다. 감기 걸려도 난 거의 약 안 먹는다. 그때는 무척 아파서 약 먹으면 좀 빨리 나을까 해서 먹었는데. 십이월 마지막 주에서 다음해 일월 첫째주까지 고생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그건 감기가 아니고 독감 같기도 하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 겨우 두 주 힘들었을 뿐인데. 항암 치료에 견줄 수 없구나. 윤지회는 항암 치료 받을 때마다 무척 힘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항암 치료가 조금 익숙해지고 10월에는 주사는 빼고 약만 먹었다. 약만 먹어서 몸이 좀 나아서 윤지회는 그림을 그리고 지낸다. 약이 윤지회 몸을 괴롭게 했겠지만 조금씩 낫게도 했겠지. 암을 없애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

 

 사람은 무슨 일이 없으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윤지회도 다르지 않았다. 수술하고 바로는 기침하기도 힘들었다. 잘 먹지도 못했다. 한달 한달 지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 좋았다. 음식을 먹게 되고는 부산 친정에 갔을 때 맛집에서 여러 가지 냉면을 먹었다. 윤지회는 냉면을 좋아하는가 보다. 사람은 먹을 기운이라도 있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힘 없어서 숟가락 들 기운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 먹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몸이 안 좋을 때는 몸에 좋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고 기운을 차려야 한다. 그게 살 힘을 주기도 할 거다. 윤지회는 아프고 자신한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마음이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별로 연락하지 않아서 조금 섭섭한 마음도 가졌지만.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됐을 때는 무척 기뻤겠다.

 

 다른 사람이 아픈 모습을 보는 건 우울한 일이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보면 그럴 테지만 이런 그림과 글을 보면 좀 다르다. 아주 힘든 건 적지 않아설지도. 윤지회는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서 이걸 그리고 썼다고 한다(그림 일기구나).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나왔다. 앞에서 두번째 책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건 윤지회가 살아가는 게 보고 싶어서였다. 다 나은 모습이 담긴 그림과 글도 보고 싶다. 윤지회는 여전히 살아야 한다 생각하고 치료하겠지. 그러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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