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여름 - 남극에서 펭귄을 쫓는 어느 동물행동학자의 일기
이원영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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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에서는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사람이 가서 살기에 힘든 곳이어서 그렇겠지. 그것도 이젠 옛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여러 나라에서 남극에 기지를 세웠다. 거기에서 무엇을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남극 관찰일까. 과학자가 그곳에서 연구하겠지. 남극은 어느 나라 것이 아니다는 조약인가 하는 게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개발하지 않겠다는 거였던가. 시간이 흐르면 여러 나라에서 남극을 개발하거나 자원을 얻으려 할까. 그건 안 했으면 좋겠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남극 빙하는 많이 녹았고 앞으로도 녹을 거다. 남극에는 펭귄이 산다. 펭귄만 사는 건 아니구나. 남극 지켜야 하지 않을까. 일반 사람도 남극에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 사람도 가는구나. 많은 사람이 신청했는데 네사람이 뽑혔다. 남극에 한번쯤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까. 많은 사람이 남극에 가면 안 좋을 듯하다. 사람 숫자를 제한하고 심사를 엄하게 하기를 바란다. 난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어디든 가고 싶지 않다.

 

 지금은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데 다른 나라에 갈 때는 이것저것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나라에 멋대로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안 좋은 걸 퍼뜨리지 않기. 지금까지 이런 생각 한 사람 거의 없을 듯하다. 그냥 놀러갔겠지. 이제는 지구를 지키는 데 모두 마음 써야 한다. 남극 펭귄 말하다가 이런 말을 하다니. 펭귄 종류는 참 많다고 하는데 이원영이 관찰한 펭귄은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다. 아델리펭귄이나 황제펭귄 임금펭귄은 다른 데 사는가 보다. 예전에 큰 펭귄을 임금펭귄이라 이름 붙이고 그것보다 더 큰 펭귄을 보고 황제펭귄이라 한 게 생각났다. 펭귄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동물원에 데려다 놓은 펭귄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 동물은 다 그렇구나. 어쩌다 사람은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게 됐을까. 그런 이야기도 있었을 텐데 기회가 없어서 못 봤다.

 

 이원영은 어릴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생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 생각하고 이루다니 부러운 일이구나. 펭귄을 연구하기 전에는 까치가 새끼를 기르는 걸 보았다고 한다. 이원영은 까치와 펭귄을 닮았다고 했다. 검정색과 흰색이 있는 게 닮았구나. 까치 꼬리색은 다르게 보이기도 하던데. 그건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인 걸까. 얼마전에 길에서 까치 꼬리를 봤다. 지금은 까치가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 산다. 어릴 때는 별로 못 봤는데 지금은 까치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원영이 이 관찰일기를 쓴 건 2017년 12월 12일에서 2018년 1월 23일까지다. 한국은 겨울일 때 남극은 여름이다. 남극에도 여름이 있구나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남극 탐사를 한 것도 남극이 여름일 때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여름과는 다른 여름이다. 사람은 춥게 느끼겠지. 큰눈보라 블리자드가 칠 때도 있으니.

 

 세종기지를 지은 건 1988년이다. 오래전에 한국 사람이 남극 세종기지에 간 일은 큰일이었겠지. 그때 지은 기지는 전시관이 되고 2016년부터 기지를 새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 남극에 있는 사람은 새로운 기지에서 지내겠다. 세종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펭귄이 사는 곳이 있다. 이건 참 행운이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알고 그곳에 세종기지를 지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한국사람은 펭귄 마을이라 한단다. 네레브스키 포인트보다 괜찮은 이름 아닌가 싶다. 거기에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모여 있었다. 두 종이 가까이에 살았다. 산다기보다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구나. 하지만 알을 낳는 때는 조금 차이가 났다. 이원영은 먹이 때문이 아닐까 했다. 세종기지에서 서쪽으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아들레이섬에서도 펭귄을 보았다. 펭귄을 보았다고 했는데 그냥 보는 게 아니다. 펭귄한테 추적장치를 달고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는지 알아봤다. 펭귄이 바로 사람과 친해지고 마음대로 추적장치를 달게 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다가가면 펭귄은 경계했다. 만화에서 펭귄은 사람하고도 잘 지내는데 사람 마음대로 그리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상상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겠지만.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동물이 없지 않지만 많은 동물은 사람과 떨어져 산다. 사람은 동물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고 마음대로 하는구나. 동물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겠다.

 

 펭귄은 알을 두 개 낳는가 보다. 두개 낳은 알이 다 부화하고 새끼가 나와도 한마리는 죽을 수도 있다. 펭귄은 새끼가 죽으면 기분이 어떨까. 이런 건 정말 알기 어렵겠구나. 이원영이 아들레이섬에서 추적장치를 단 펭귄에서 한마리가 돌아오지 않았다. 펭귄은 암수가 번갈아 먹이를 잡아오는데 암수에서 하나가 없으면 둥지에 남은 새끼와 다른 한마리는 어떻게 될까. 돌아오지 않은 펭귄 둥지에 있던 펭귄은 얼마 뒤에 사라졌다. 다른 데 간 게 아니고 둘 다 죽어서 다른 게 먹은 거겠지. 자연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게 안타깝다고 사람이 상관하면 안 되겠지. 새끼가 부모만큼 크면 새끼만 한곳에 모인다. 부모는 먹이를 잡으러 갔다 돌아와서 자기 새끼한테 먹이를 주었다. 부모 펭귄과 새끼 펭귄은 알아보겠지. 펭귄은 한해에 한번 깃갈이를 하는데 부모 펭귄은 새끼를 기른 다음에 했다. 깃갈이를 할 때는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이건 신기한 일이구나. 이것 말고도 신기한 일 많겠다.

 

 수컷과 수컷이 함께 있는 것도 봤다. 펭귄은 여름은 남극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다른 곳에서 지낼까. 펭귄이 다음 해에 같은 짝을 만날 때도 있지만 다른 짝을 만나기도 한단다. 새끼를 잘 길렀는지 못 길렀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그건 펭귄 본능일지도. 자손을 남기려는. 펭귄 새끼 귀엽다. 펭귄도 자기 새끼를 귀엽게 여길까. 펭귄이 사라지지 않아야 할 텐데. 북극곰은 살 곳이 더 없던가. 지구는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생물이 하나씩 사라지다 언젠가 인류 차례가 올지도 모르겠다. 지구를 생각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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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2-11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극의 황제펭귄 생각나요. 책과 다큐로 보았지만 감동적으로 생생한 영상이요. 그들끼리의 허들링^^

희선 2020-02-12 00:01   좋아요 0 | URL
황제펭귄이 추운 겨울을 나는 방법이군요 본능일지 모르겠지만 펭귄은 서로 도우면서 사는군요 황제펭귄 새끼 무척 귀엽더군요 만화에서 봤지만...


희선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 시인선 121
박세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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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시를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른 때보다 시를 더 만났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은 여전히 많군요. 그저 제가 못 알아듣는 거겠지요. 박상수 시인이 쓴 해설 제목은 <부서지고 작아진 마음 전문가>예요. 시인은 시인이 쓴 시를 알아보는군요. 시를 쓴다 해도 저는 쉽게 쓰고, 깊이 있게 쓰지 못합니다. 그게 시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박세미가 쓴 시를 보니 이런 시는 못 쓰겠구나 했습니다. 박세미뿐 아니라 어떤 시인이 쓴 시든 저는 못 쓰겠군요. 저는 그냥 저대로 쓸까 합니다. 앞으로도 시 같지도 않은 걸 쓰겠다니. 이야기 쓰고 싶다는 말 했으면서. 시 형식으로 이야기 쓰고 싶기도 해요. 그런 시 아주 없지 않지요. 이런 말을 하니 조금 창피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건 그냥입니다. 쓰지 않는 것보다 쓰는 게 낫습니다. 잘 쓰지 못해도. 시를 만나는 것도 다르지 않군요. 잘 알아듣지 못해도 제가 쓰지 못하는 걸 만나면 좋아요. 이렇게 생각하고 쓸 수도 있구나 합니다.

 

 저는 박세미 시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해도 다른 사람은 알기도 하겠지요. 아픈 마음을 자주 말하는 걸까요. 해설을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죽으려고 하거나 사람이 아닌 작은 피규어가 된다면 다른 데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 혼자여도 무언가(누군가일지도)를 기다리기도 해요. 기다려도 오지 않으면 슬프겠지만, 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 희망이 조금 있는 거겠지요. 잘 몰랐는데 시가 어두웠군요. 저는 어둠은 별로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어둠보다 잿빛,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희미함. 이건 시를 본 제 마음일 듯하네요. 잘 모른다면서 이런 걸 쓰다니. 시집을 만났다는 증거를 남기려구요. 아무것도 안 쓰고 다른 책으로 넘어갈까 하는 생각 잠깐 했어요.

 

 

 

카스텔라가 무너진다

 

넌 반드시 불행해질 거야

가장 가벼운 말이었어

 

아무도 카스텔라 무게를 나누어 들지 않는다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진 적이 있지

드디어 누구 하나 죽은 것일까

 

기둥이 있다는 건 공간을 나누겠다는 것

이건 달콤한 개념이지

 

공간을 나눈다는 건 목적을 가지겠다는 것

그러나 나는 목적도 없이

방안에 다락방을, 다락방 안에 텐트를,

맨 마지막엔 인디언 텐트를 지을 거야

 

선풍기 바람에 방문이 서서히 닫히는 걸 본 적 있지

가볍고도 간결한 덩어리

 

카스텔라가 있었다

소리도 없이

 

-<무게는 소리도 없이>, 81쪽

 

 

 

 뭔가 알아서 앞에 시를 옮긴 건 아니예요. 가벼운 말이다 하지만 ‘넌 반드시 불행해질 거야’ 하는 말은 무거운 말입니다. 그 무게에 마음은 짓눌리고 무너지는 걸지도. 카스텔라처럼 부드러운 마음, 밖에서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닫아버리는 마음이군요. 멋대로 자기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겠습니다. 가볍게 한 말에도 상처받는 사람 있지요.

 

 

 

내게 가장 재수없는 일은

당신이 내 이름을 자꾸 부르는 것일까

당신이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르지 않는 것일까  (<뜻밖의 먼>에서, 103쪽)

 

 

 

 이 부분은 시에서 마지막 연으로 앞에서 말한 것과 상관없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내게 가장 재수없는 일은 당신이 내 이름을 자꾸 부르는 건지, 한번도 부르지 않는 건지’ 그건 자기 이름을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겠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자꾸 부르면 짜증날 테고,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이름을 한번도 부르지 않으면 슬프겠지요. 그런 것과 상관없는 시일지도 모르겠네요. 제 마음대로 생각했습니다. 언제나 그러는군요.

 

 제가 만난 시집이 한권 늘었습니다. 시집에 담긴 시를 알든 모르든 그저 제가 만난 시집이 늘어난 게 기쁩니다. 다시 만나고 싶은 시인 시를 만나는 게 더 좋은 일이기는 합니다. 어떤 시든 만나는 데 뜻을 둬도 괜찮겠지요. 앞으로도 피하지 않고 시(시집)를 만나야 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모르는 시인 많습니다. 몰랐던 시인을 알게 되는 것도 반가운 일입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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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1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2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13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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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다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읽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건 여기 나오는 수지 때문일까. 수지는 어릴 때 높은 열이 나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듣고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에는 날 때부터나 나고 얼마 지나지 않고 하나를 못할 수도 있다. 그건 비정상일까.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못 보거나 못 듣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일지도. 세상에는 장애인이 있을 텐데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많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고 집 밖에 나오지 않아설지도.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세상을 다르게 보고 들을 거다. 그건 보이거나 들리는 사람은 알 수 없겠다. 눈이 보이고 귀가 들리던 사람이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무척 무서울 거다. 세상에는 위험한 게 많다는 걸 아니까. 거기에 익숙해지면 달라질지도.

 

 한국도 청각장애인한테 수화보다 구화를 더 가르치려고 할까. 수지 엄마가 수지한테 수화를 가르치려 하지 않은 게 수지 귀가 들리지 않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선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저 수지가 자신의 곁을 떠나 자신이 모르는 곳으로 가는 게 두려워서였다. 엄마도 처음이니 잘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곁에 있어야 할 때는 없어지다니. 왜 엄마를 이렇게 안 좋게 그렸을까. 난 안 좋게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멋대로 죄책감을 갖고 희생해야 한다 생각하고,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면서 아이를 두고 떠나다니. 아이랑 함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없나. 차라리 처음부터 그러지. 내가 이런 말할 처지는 아니구나. 난 부모를 떠나 홀로서기도 못했으니 말이다. 딱히 누군가 때문은 아니다. 그저 세상과 잘 사귈 수 없을 듯해서 그랬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나이를 먹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둘레가 그렇게 만들었지만 홀로서기를 하게 되는 수지는 대단하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은 어떨까. 조용할 것 같다. 난 시끄러운 소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소리는 괜찮지만 크게 튼 음악소리는 정말 싫다. 이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구나. 크게 말하는 소리도. 난 하루에 한두 마디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말 안 할 때가 더 많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도 달리 말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렇지는 않겠다. 수화하면 되니까. 수화하는 사람을 수다스럽다고 한 말 들은 적 있다. 그건 소설에서 봤던가.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듣고 싶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그 세상에 있고 싶은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데 보이고 들리는 사람은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의학으로 해결하려 했다. 수지 엄마와 할머니는 수지를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수지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인공와우 수술을 해주었다. 인공와우로 듣는 소리는 다를 거다. 나도 그건 몰랐다. 그저 보통으로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다. 기계 도움을 받아 듣는 건데.

 

 어른은 왜 아이 마음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정할까. 난 다 싫다고 할 것 같지만. 무언가 해주겠다고 할 사람이 아주 없구나. 수지는 싫어했지만 그래도 난 그게 부러웠을까. 모르겠다. 수지가 할머니 엄마 고모와 살았지만 그리 가난하지는 않았다. 할머니와 엄마가 있어서 귀가 들리지 않아도 수지가 괜찮았구나. 할머니가 죽고 엄마는 어디론가 떠나고 수지는 혼자가 된다. 이때 스무살이었을까. 수지는 인공와우수술을 받고 일반학교로 옮겼는데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고등학교 3학년이니 다니던 학교에 다녀도 괜찮았을 텐데. 그래도 수지한테는 친구가 있었다. 하나뿐이지만. 한민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전색맹으로 색깔이 안 보였다. 세상을 흑백으로 보는 것도 많이 다르겠구나. 한민은 누구보다 흑백 명암을 잘 알았다. 그런 건 보통 사람은 쉽게 알기 어렵겠지. 수지와 한민은 장애인이라 해도 서로 다르다. 이건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모두 서로를 다 알지 못한다. 수지는 한민이 자신을 다 알지 못해 아쉬웠지만 사람은 다 그렇다는 걸 깨닫는다. 할머니와 엄마 때문에 알았다고 해야 할까.

 

 혼자가 된 수지는 처음에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는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수지는 한민과 산책듣기를 함께 하기로 한다. 다른 사람과 산책하면서 그곳을 말하게 하는 거다. 실제 이런 일 있을까.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난 혼자 걷는 게 더 좋지만 누군가는 걸으면서 자신이 보고 듣는 걸 남한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걷거나 울면서 걷기도 하겠지. 산책을 하고 자신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한 사람도 있다. 산책을 하면서 온전히 자신을 만나서일지도.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괜찮지만 자기 자신을 만나는 시간도 있어야겠지. 수지와 한민은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는 거구나.

 

 

 

희선

 

 

 

 

☆―

 

 나는 먼저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던 할머니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나를 존중하고 내 결정을 존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존중할 것이다. 그 시간을 존중할 거다 다짐하면서 나는 산책을 멈추지 않았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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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요괴 대여점 시리즈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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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오래된 물건에 마음이 생긴다는 말을 했는데, 여기에는 그런 물건이 나온다. 그건 부상신(쓰쿠모가미)으로 가재 집기가 백년 묵으면 그렇게 되기도 한단다. 그런 물건이 모여서 이야기하면 어떨까. 사람은 그걸 무섭게 여길지 재미있게 여길지.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그걸 반기지는 않겠다. 물건에 귀신이 들렸다고 부수거나 팔지도 모르겠다. 못 쓰게 부수거나 버리기보다 다른 데 팔면 좀 낫겠다. 그런 걸 받아주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는 지금 시대도 있지만 에도 시대가 많다. 요괴를 나오게 하려면 에도 시대가 편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요괴가 없다 여기는 사람이 더 많을 테니 말이다. 에도 시대에는 요괴가 있다 여기는 사람이 많았겠지. 지금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겠지만 물건 빌려주는 가게는 별로 없다. 요괴가 나와서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기보다 그저 작가가 에도 시대를 좋아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이즈모야는 중고물건을 팔기도 하고 물건을 빌려주는 가게로 오코와 세이지가 함께 한다. 누나와 동생이라는데 둘은 피붙이는 아니다. 아이가 없던 오코 작은아버지가 세이지를 양자로 들였다. 몇해전 오코 아버지가 죽고 혼자가 된 오코는 이즈모야에 오게 된다. 작은아버지도 세상을 떠나 이즈모야에는 오코와 세이지 둘만 남았다. 이즈모야에는 오래된 물건이 좀 있다. 오코와 세이지는 그런 물건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부상신은 자기들끼리는 이야기해도 사람하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말을 써서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구나. 좀 재미있지 않은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물건이 요괴가 돼서 그런 규칙을 만든 건 아닐까 싶다. 보통 물건이 아니어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츠루야는 가게를 싸게 샀는데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있었다. 세이지는 츠루야에 물건을 빌려주러 갔다 낮에 귀신을 본다. 츠루야는 그 가게에 귀신이 나온다는 걸 알고도 사고 예전 가게 주인은 귀신이 나와서 싸게 판 거였다. 부상신이 그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이즈모야에 돌아와서 떠들었다. 예전 가게 주인이 사귄 여자가 아이를 갖고 버림 받았는데, 여자가 낳은 아이가 죽고 얼마 뒤 여자도 죽었다. 부상신은 귀신이 복수하려는 걸 도와주려고 하는데, 세이지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예전 주인은 자신이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독감에 걸려 죽은 사람도 있었는데 그게 왜 자기 잘못이냐고 여기고. 귀신이 나타난 것도 왜 자신한테만 그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했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 있다. 남한테 해를 끼쳤으면서도 자기 잘못이 아니다 여기는 사람. 많은 사람은 자신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츠루야는 예전 주인 때문에 식구를 잃었다. 귀신한테 혼나봐라 하는 마음으로 츠루야를 샀다. 남한테 옮길 수 있는 병, 가벼운 감기여도 조심해야 한다.

 

 네해 전에 오코를 좋아하는데 집안에서 혼담 이야기가 나와서 집을 떠난 사람이 돌아왔다. 오코는 그 사람이 자기 때문에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조금 걱정했다. 집에 돌아왔다면 바로 오코를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며칠전에 집을 나가서 소식이 없었다. 세이지와 오코는 그 사람이 찾던 향로가 어디 있는지 부상신한테 이야기를 듣고 오라고 한다. 부상신은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오코가 부상신을 팔아버리겠다고 하자 그 말을 듣기로 한다. 맨 앞에서 오코가 스오(향로면서 이름이기도 하다)를 찾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나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바로 아니다 하면 안 되나. 오코는 세이지가 자신한테 누나라고 하는 것에 화냈다. 오코 마음은 세이지한테 있었나 보다. 세이지도. 어쩐지 부상신은 다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부상신과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듣기만 해도 알 수 있겠지. 둘은 사촌이지만 남이다. 한국 사람은 그런 거 이상하게 여기겠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한다. 지금도 일본 사람은 사촌끼리 결혼할 수 있다 해도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거다.

 

 부상신은 사람이 말하는 걸 듣고 사람 속마음을 아는 것도 같다. 나한테는 백년 넘은 물건은 하나도 없다. 그런 물건이 있다면 말하는 거 조심해야 할지도. 오코랑 세이지만 부상신이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즈모야에서 부상신이 편하게 말하는 건 세이지와 오코가 가만히 있어서다. 부상신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말해도 진지하게 들을 사람 없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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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시인선 122
배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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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시집은 색깔이 예쁘기도 한데 검정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장례식을 떠오르게 하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다. 난 배영옥 시인을 몇달 전에 알았다. 우연히. 이 시집이 나왔을 때쯤이 아니었을지. 그때는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한해가 지난 뒤였다. 배영옥 두번째 시집은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고 1주기를 맞았을 때 나왔다. 그런 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죽음은 더 많은 사람이 아는데. 2018년에 내가 몰랐던 거고 아는 사람은 알았겠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을 텐데. 모든 사람 죽음을 알 수는 없겠다. 난 내가 죽은 걸 다른 사람이 몰랐으면 한다. 아마 알기 어려울 거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면 ‘어쩌면…….’ 하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나중에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사람 인연은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남는 사람 얼마 없겠다.

 

 어두운 말로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 시인은 세상에 없으니. 시인은 시를 남겨둬서 괜찮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여기 담긴 시를 보고 배영옥을 그리워하겠다. 배영옥와 가깝게 지낸 사람. 발문을 쓴 이영광도 배영옥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로 배영옥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전에 얼굴을 보러 갔다. 그런 시간을 가져서 좀 낫지 않았을까 싶다. 며칠 뒤 배영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펐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괜찮겠지 여긴 사람도 떠날 수 있다. 다 슬프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좀 나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다. 배영옥 어머니는 배영옥이 스무살에 죽었는데 여전히 슬퍼했다. 그런 슬픔은 평생 가겠지. 지금 배영옥은 저세상에서 어머니를 만났을지도.

 

 

 

주인공인

나만 없을 것이다

벅찬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찍 떠났으므로

엉킨 실타래 같은

검은 부재의 바람이 불고

태극기 휘날리고

잿빛 비둘기만 구구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무거운 공기가

이제 진짜 안녕이라며

작별을 고할 것이다

새 없는 공중으로 검은 비가 내릴 것이다

한가한 사람들도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인 나만 홀로

슬플 것이다

 

-<훗날 장례식>, 50쪽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느낌은 어떨까. 예전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그럴 때 난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듯. 지금도 난 못해서 아쉬운 건 없다. 아직 만나지 못한 책이 많구나. 살아 있는 동안 책 많이 보고 글도 쓰고 싶다. 이것도 욕심이구나. 다른 건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자신의 장례식에는 자신이 없다. 세상을 떠났으니 없겠지. 장례식은 죽은 사람보다 남은 사람을 위한 거다. 요즘은 죽기 전에 자기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던데. 이건 일본에서만 하는 건가. 죽기 전에 먼저 장례식을 치르면 언제 죽어도 괜찮다 생각할까, 남은 사람을 더 소중하게 여길까.

 

 

 

 어느 날 나는 신원 불명 변사체로 발견될 것이다 뼈만 남은 주검과 대조로 함께 발견된 벌레들은 희고 통통할 것이다 쇠파리떼가 환영한다는 듯 윙윙대며 머리통 주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닐 것이다 검시실로 옮겨지고 행방불명 이름들이 차례로 호명되어도 누구 하나 명확한 사인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함몰된 두개골에 고여 있는 마지막 눈빛 3D 영상 속에서 안면 윤곽과 함께 되살아날 것이다 온몸의 뼈마디가 갑자기 표정을 얻더라도 내 주검은 아무런 의심도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국경 밖을 떠돌던 영혼이 실수로 불려나오더라도 아무도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나 모래도 나는 여전히 신원 불명 변사체로 남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지워진 실종된 이름의 일부이거나 전부인 나는, 아마 벌레의 족속으로 기록될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벌레의 족속>, 90쪽

 

 

 

 앞에 옮겨 쓴 시를 보니 내 죽음이 생각났다. 여름에 죽지 않아야 할 텐데 싶다. 어쩐지 이 시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것 같다. 두개골이 들어갔다고 하니 말이다. 배영옥은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썼을까. 신원 불명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여기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시가 여러 편 실렸다. 시를 어느 한 시기에만 쓴 것 같지는 않은데.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하리라는 걸 모를 때 쓴 시도 있을 듯하다. 배영옥은 쿠바에 갔다 오기도 했다. 그때 산문집을 내고 어머니 이야기를 했던가 보다.

 

 

 

다음에, 하고 돌아서는데

너무 많은 다음에 치인 다음이

손사래를 친다

다음이 다음을 기다리는 줄 모르고

기다리는 다음이

영영 세상을 등지는 줄도 모르고

다음에, 다음에 올게요  (<다음에>에서, 65쪽)

 

 

 

 내가 생각하는 ‘다음에’ 와 같은 뜻으로 썼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아니 맞겠지. 뒤로 미루는 말 다음에.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본 시집에는 비슷한 말이 있었다. 거기에는 ‘나중에’가 쓰여 있었다.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다음과 나중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늦지 않아야 할 텐데. 배영옥을 난 늦게 알았구나. 더 일찍 알았다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겠다. 정 없는 말을 했구나. 중요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지 않는 게 좋겠다. 뒤로 미뤄도 괜찮은 일과 바로 해야 하는 걸 잘 알아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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