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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학생 시절 힘든 때는 지나간다. 그때뿐 아니라 어느 때든 지나가지만 그때 무척 힘들다. 그렇다고 참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야 할까. 어떤 게 맞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난 어딘가 피할 곳이 있다면 피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어릴 때만 허락되는 일일지도. 난 지금도 피하지만. 아니 이제는 그렇게 참아야 할 건 없다. 내가 크게 따돌림이나 괴롭힘 당한 건 아니지만, 학교에 가기 싫은데도 다녔다. 뭐가 힘들었던가. 공부보다는 친구 사귀는 게 무척 힘들어서. 그건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그때는 무척 큰일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런 건 싫다. 모르는 사람이 잔뜩 있는 곳에 가는 거. 길을 다니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길을 가는 사람은 다 자기 할 일이 있고 남한테 마음 쓰지 않는구나.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곳이 싫다. 이런 거 나만 그런 건 아니겠다. 여러 사람과 함께 뭔가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렸을 때 난 늘 학교에 갔다. 아주아주 가기 싫은 날도 가끔 있었을 텐데. 그런 날 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난 조금 바보였다.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안 했다. 하라면 하라는대로 했다. 지금은 다 귀찮아서 안 하지만. 어렸을 때 좀 그랬다면 좋았을걸. 어떤 선생님이 개근상만큼 좋은 건 없다고 한 말을 듣고는 그 말을 따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아파서 쉰 적이 있어서 개근상 못 받았지만. 중, 고등학교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상 받았다. 개근상 같은 거 받아봤잔데.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집단 따돌림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저 뒤에서 어떤 아이가 불량하다더라 하고 말하는 걸 조금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안 좋은 기억도 없지만 좋은 기억도 없다. 가야 하니 갔던 것 같다.
이 책에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 아이들이 나와서 그때를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인 안자이 고코로는 학교에서 미오리와 미오리 친구한테 안 좋은 일을 겪고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학교에서만 그랬다면 좀 나았을까. 미오리와 미오리 친구는 고코로 집에 와서 고코로를 무섭게 만들었다. 미오리는 왜 그랬을까. 자신이 사귀게 된 남자 친구가 예전에 고코로를 좋아했다고 말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미오리는 어른 앞에서는 착한 아이가 된다. 실제 그런 아이 있을 듯하다. 난 그런 쪽이 아니어서. 옛날에는 몰랐는데, 내가 어렸을 때도 그런 아이 있었을 것 같다. 남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어른이 좋아하는지 아는. 그런 아이는 자라서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까. 자란 다음에는 어릴 때와 달라질지도.
학교에 가지 않던 어느 날 고코로 방에 있던 거울이 빛났다. 고코로가 거울에 손을 대자 손이 쑥 들어가고 몸까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 반대쪽은 성이었다. 거기에는 고코로처럼 거울을 지나서 온 아이가 여섯이나 있었다. 아키, 후카, 스바루, 마사무네, 우레시노, 리노 그리고 늑대가면을 쓴 작은 여자아이. 거울속 다른 세상이구나. 그렇다고 그 세상을 마음대로 다닐 수는 없다. 아이들은 성 안에만 있을 수 있었다. 아침 아홉시에서 저녁 다섯시까지. 기간은 다음해 3월 30일까지다. 아이들이 거울속으로 들어간 건 5월이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성에서 열쇠를 찾고 소원방에서 바라는 일을 빌면 이뤄준다고 했다. 먼저 열쇠를 찾아야 한다. 일곱 아이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괴롭힘 당하거나 따돌림 당했구나.
성에서 아이들은 편하게 지낸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서로 편하게 이야기한다. 학교 친구와는 다르고 학교에 가지 않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도. 학교 이야기를 털어놓은 건 아니지만 서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걸 짐작으로 안다. 고코로와 아이들은 나중에야 어떤 걸 알지만 난 중간에 알았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거여서 책을 읽는 사람은 바로 알겠다. 그건 그렇고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니지 못했는데 성에 다니고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조금씩 달라진다. 학교에 가려고 용기를 낸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고 몇 사람은 자신은 그 자리에 남은 듯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중학생 때는 그런 마음 들까. 그때 더할지도. 나도 비슷한 생각했던 것 같다. 난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앞으로 간다고. 난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앞에서 말 안 했는데 열쇠를 찾고 일곱 아이에서 한사람이 바라는 걸 이루면 아이들은 성에서 지낸 일을 다 잊는다. 좋은 기억일 텐데 잊으면 아쉬울 듯하다. 서로를 잊는다 해도 우연히 만나면 뭔가 느낌은 있지 않을까. 이 말은 기억을 잃는다는 말 같구나. 기억보다 목숨이 중요하겠지. 아이들이 별일 없이 자라기를. 성에서 지낸 기억은 잊어도 예전보다 잘 지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뿐 아니라 언제든 남한테 도움을 바라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용기를 내고 손을 내밀면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어떤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우면 된다. 나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부모 눈치 보고 자기 마음을 숨기는 것도 안 좋겠다. 어릴 때는 학교가 모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도 생각하면 좋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