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이라 하면 가벼워 보이는구나. 죄라 하면 무거워 보이겠지. 죄라 여기는 건 좀 큰일일 때가 많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심하게 때리거나, 가장 큰 죄는 누군가를 죽이는 거다. 자신이 죽이지 않고 죽게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밀어내는 건. 이건 죄는 아닐지라도 죄책감을 갖게 하겠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죽인 사람보다 낫다 말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과 같은 거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죽이는 건 다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괴롭힘 당하던 사람이 그걸 못 참고 목숨을 끊으면 어떨까. 괴롭히거나 그냥 보기만 한 사람한테 잘못이 없는 걸까. 법으로 죄는 물을 수 없겠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겠다.

 

 누군가한테 빌붙어 돈을 빼앗는 건 어떨까.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을까. 사람을 죽인 건 어렸을 때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여전히 괴로워하는데. 남의 약점으로 돈을 뜯으려는 사람은 그걸 잘못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예전에 사람을 죽인 사람이 더 끔찍하고 나쁘다 할 수 있을까. 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아주 싫어하는구나. 약점 따위 안 잡히면 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지만. 지금이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도. 어릴 때는 어리석어서라기보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나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도. 아니 난 예전부터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는 뭘까. 진정한이라 해야겠구나. 언론 매체에서는 참된 것을 알리기보다 자극이 되는 걸 더 내보내기도 한다. 주간지는 더하겠지. 한국에도 그런 거 있던가. 잘 모르겠다. 일본에는 그런 거 있다. 주간지든 월간지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크게 떠들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뒷이야기를 캐고 다니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저널리스트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는 게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일까. 내가 피해자와 상관없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오래전에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내고 그걸 알게 되면 어떨지. 그걸 알고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짓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지도. 친구가 되어도 나중에 버림 받을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치르고 세상에 나온 사람은 살기 힘들겠다. 누군가 안 좋게 바라볼 테니. 난 스즈키를 걱정한다고 하는 의료소년원에서 어머니 역을 한 시라이시 야요이 싫었다. 야요이가 걱정하는 건 스즈키가 아니고 스즈키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였다. 어쩌면 자기 아이하고 사이가 나빠진 걸 스즈키한테 보상받고 싶었던 건지도. 야요이 아들 말도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말. 그건 야요이가 자기 엄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이었다면 그런 말 못했겠지. 식구와 남은 다르다. 남보다 자기 식구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의사가 식구보다 아픈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아니다. 식구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남한테 잘하는 거다. 그러다 식구 마음이 떠나기도 하지만. 식구여도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남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식구하고는 좀 다르다. 그런 거 싫은데. 식구도 깨지면 끝이기를 바란다. 난 꽤 차가울지도. 야요이도 자신이 스즈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다. 스즈키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하려고 애쓴 건 인정해야겠다. 그 일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 마음 쓰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건 핑계 아닌가. 아이는 큰 게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쨌든 야요이는 아들하고 사이가 좀 나아진다. 엄마하고 아들이니 그럴 수밖에.

 

 부모 형제 자식이라 해도 돌아갈 수 없을 때도 있구나. 스즈키 히데토가 그랬다. 본래 이름은 달랐는데, 스즈키는 중학교 2학년 때 두 아이를 끔찍하게 죽였다.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한테 마음을 더 써서. 스즈키는 자신만의 신을 만들고 신한테 제물을 바쳤다. 처음에는 고양이였는데 나중에는 사람이 됐다. 사이코패스에도 동물을 죽이다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건 거의 학대 받는 사람이던가. 스즈키는 사이코패스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스즈키는 소년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한 일이 남한테 알려질까 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스즈키는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어릴 때 고양이를 죽이고 아이 둘을 죽인 것도 애정을 바라서였구나. 스즈키가 친구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스즈키는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평생 괴로울 거다. 소년원에서 지냈다고 해서 죗값을 다 치른 건 아니다. 스즈키는 평생 죄를 짊어져야 한다. 스즈키는 한사람이라도 자신과 함께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감시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 스즈키가 친구 만나기 어렵겠지만 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은 스즈키가 죽기를 바랄지도. 피해자 부모도 그렇겠지. 참 어렵구나.

 

 어렵고 맞는 답이 없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 미성년자가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미성년자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남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랬다고 또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생각이 실제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할지도. 이런 말해도 나도 예전에 죄지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우연히 내가 그런 일을 알게 된다면 둘레 사람한테 말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지켜볼 거다. 달라졌을지도 모르니.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는 무척 넓어. 138억년 전 큰 폭발이 일어나고 팽창했다는데 지금도 하고 있다지. 그게 끝나는 날은 올까. 끝나면 어떻게 될까. 우주는 살아 있나 봐. 지구도 살아 있다 말하지. 사람한테는 지구도 꽤 넓고 큰데 우주는 더하지. 인류가 달에 갔지만 아직 우주 멀리까지 가지는 못해. 여전히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언젠가 인류가 자유롭게 우주를 다닐 날도 오지 않을까. 그건 많이 나중일 듯해. 아니 이건 알 수 없는 일이군. 꼭 오래 연구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연구를 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할 거야. 그래도 우주에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돈이 많이 들 테니. 다른 데 가는 거 안 좋아하는 내가 우주라고 가고 싶겠어.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가겠지만. 우주를 다니려면 체력도 있어야 해.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어떨까. 외계인이라기보다 외계 생물이라 해야 할까. 만화나 영화 소설에서는 외계 생물이 지구로 쳐들어 오는 걸 많이 그리기도 했지. 그런 것 때문에 외계 생물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 같아. 만화에서는 사람하고 가깝게 그리기도 하지만. 만화에서는 사람이 우주를 쉽게 다니지. 이 별에서 저 별로. 손오공은 순간 이동으로 어디든 다녀. 그러고 보니 손오공은 외계에서 지구로 왔군. 내가 말한 손오공은 서유기가 아닌 드래곤볼에 나오는 사람이야. 드래곤볼에서는 우주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다고 해. 그런 식으로 상상하다니. 난 고작 평행세계만 생각하는데. 평행세계도 우주가 통째로 있어야 하는 걸까. 지구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을 보면 우주 외계인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

 

 제목인 ‘지구에서 한아뿐’은 ‘지구에서 하나뿐’이라 여겨도 돼. 경민(본래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대)은 멀고 먼 우주에서 지구 그것도 한국에 사는 한아를 보고 2만 광년을 날아서 지구로 왔어. 경민은 본래 한아가 사귀던 사람으로 늘 한아를 두고 어딘가에 다녔어. 캐나다로 별똥별을 보러 가서는 아예 우주로 가. 우주로 갈 수 있다니. 외계에서 온 다른 경민은 한아 남자친구인 경민한테 자신이 가진 우주 자유여행권과 경민 이름 얼굴 여러 가지를 바꿨어. 한아는 경민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놀랐지만 경민 얼굴을 한 경민을 받아들여. 한아를 만나려고 큰 빚을 지고 2만 광년이나 날아왔으니. 다른 나라 사람이다 생각하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을지.

 

 난 조금 걱정했어. 외계인이 지구에 온 거잖아. 연구한다고 끌고 갈 수도 있어서. 다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소설속 세상에는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일 평범한 일인가 봐. 그저 지구에 쳐들어오는 게 아니면 괜찮았어. 그렇다 해도 경민이 아주 사라지는 건 안 되는 듯해. 지구에는 경민 부모나 친구가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어. 한아는 한때 자신이 좋아한 경민과 경민 모습을 한 외계인을 따로 생각하기 어려웠어. 그 일은 그리 길지 않았군. 한아도 예전 경민이 아닌 지금 경민을 생각해. 한사람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 생각나기도 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군. 영혼이 다르면 다른 사람이지. 재미있는 이야기야. 여러 가지 상상도 재미있고.

 

 지구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우주 먼 곳에서 지구로 오는 건 어떨까. 그걸 생각하면 바로 내칠 수 없을지도. 우주에서 온 경민은 한아한테 잘했어. 예전 경민이 한아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닌 듯하지만. 늘 함께 하기는 어려웠을지도.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4-16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젠가는 외계인이 오기도 하고 서로 갈등과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엔 서로 교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나라들의 무역처럼 말이죠. 우리가 죽고 나서 먼훗날의 일일 것
같지만... ㅋ

희선 2020-04-18 03:04   좋아요 0 | URL
사람은 모르는 걸 무서워하기도 하죠 외계인이라 해도 서로 알려고 하면 좀 낫겠습니다 바로 쳐들어오지 않아야 할 텐데... 영화 같은 데서도 외계인과 이야기하려고 하는군요 언젠가 나타날 외계인이 지구인과 사이 좋게 지내기를...


희선
 
소년의 마음 사계절 만화가 열전 12
소복이 지음 / 사계절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만화책일까 그림책일까. 만화책과 그림책 중간. 소복이는 몇해 전에 한짱짜리 그림으로 알았다. 소식지에 실렸다고 해야겠다. 그림 한장에 짧은 글을 곁들였는데 따스한 느낌이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고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림일기라고 해도 되겠구나. 시간이 흐르고 소복이 이름이 쓰인 책을 만났다. 그 책 제목이 뭐였는지 잊어버렸다. 《시간이 좀 걸리는 두번째 비법》이었던가. 생각 안 난다면서 이런 말을. 그때 책을 봤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예전에 썼던 수첩 찾아보면 있을 텐데, 앞에 쓴 제목 맞는 것 같다. 그때는 왜 할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을까. 거기에서도 말보다 그림으로 말했다. 그림만 보고도 무언가 말 잘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못한다. 이 책도 글보다 그림이 더 많다. 천천히 보면 알 수 있을 만한 그림이다.

 

 남자아이는 방이 없다. 누나가 둘이어서. 만약 누나가 하나였다면 남자아이한테 방을 줬을까. 그건 알 수 없구나. 방이 두개 있는 아파트로 하나는 누나 둘이 쓰고 하나는 엄마 아빠가 썼다. 어린 남자아이는 방 두 개 사이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겠지. 그 남자아이는 지금은 그림 그리지 않으려나. 누나가 이런 그림을 그린 걸 보면, 이건 소복이 동생 이야기기도 하다. 상상도 조금 있겠지. 자신이나 둘레 사람 일을 그림이나 글로 잘 나타내는 사람 부럽구나. 난 잘 못한다. 나한테 있었던 일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기도 하구나.

 

 나도 어릴 때는 그림 그리고 놀기 좋아했을까. 잘 모르겠다. 아주 어릴 때 일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림 그리고 논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여기 나온 남자아이보다 어린 아이는 벽에 그림을 그릴지도. 남자아이는 누나가 방에서 나오면 좋았다. 자신과 놀아줄 것 같아서. 두 누나는 잠깐 놀다가 남자아이와 맞지 않아서 둘만 방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남자아이는 소를 그렸다. 소가 남자아이와 놀았다. 엄마 아빠가 싸울 때는 말을 그렸다. 말도 남자아이와 즐겁게 놀았다. 남자아이한테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친구였다. 밖에 나가서 논 적은 없었을까. 어쩌면 남자아이는 혼자 밖에 나가기에는 어렸을지도.

 

 엄마와 싸운 아빠가 거실에서 남자아이와 함께 잤다. 남자아이는 밤이 무서웠다. 밤은 죽음을 생각하게 했다. 할머니가 죽은 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던가 보다. 남자아이는 밤에는 물고기를 그렸다. 그랬더니 밤에 바닷물이 차올랐다. 남자아이는 책상을 뒤집어서 배처럼 타고 창문으로 나왔다. 꿈같은 이야기구나. 남자아이가 책상 배를 타고 바다에 둥둥 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남자아이가 전화를 받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남자아이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하자 할머니가 헤엄쳐서 나타난다. 남자아이는 무척 기뻤다. 할머니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이 죽었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는 울었다. 그런 남자아이한테 할머니는 남자아이가 생각하면 어디에나 있다고 말하고 달랜다.

 

 아이가 처음 죽음을 알게 되면 무섭겠지. 남자아이는 할머니하고 친하게 지내서 할머니가 죽고 더는 볼 수 없어서 슬펐겠다. 그 뒤 남자아이는 누나 엄마 아빠가 죽을까 봐 걱정했다. 남자아이가 날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할머니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알고 남자아이는 마음을 놓은 듯하다. 할머니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남자아이는 식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 본다. 아이는 그렇게 자라는 거겠지. 어렸을 때는 식구를 그렇게 애틋하게 생각하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만큼 마음을 많이 나타내지는 않겠지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바뀌지는 않겠지.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학생 시절 힘든 때는 지나간다. 그때뿐 아니라 어느 때든 지나가지만 그때 무척 힘들다. 그렇다고 참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야 할까. 어떤 게 맞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난 어딘가 피할 곳이 있다면 피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어릴 때만 허락되는 일일지도. 난 지금도 피하지만. 아니 이제는 그렇게 참아야 할 건 없다. 내가 크게 따돌림이나 괴롭힘 당한 건 아니지만, 학교에 가기 싫은데도 다녔다. 뭐가 힘들었던가. 공부보다는 친구 사귀는 게 무척 힘들어서. 그건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그때는 무척 큰일이었다. 아니 지금도 그런 건 싫다. 모르는 사람이 잔뜩 있는 곳에 가는 거. 길을 다니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데. 길을 가는 사람은 다 자기 할 일이 있고 남한테 마음 쓰지 않는구나. 여러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는 곳이 싫다. 이런 거 나만 그런 건 아니겠다. 여러 사람과 함께 뭔가 하는 것보다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어렸을 때 난 늘 학교에 갔다. 아주아주 가기 싫은 날도 가끔 있었을 텐데. 그런 날 쉬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하루도 쉬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난 조금 바보였다.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안 했다. 하라면 하라는대로 했다. 지금은 다 귀찮아서 안 하지만. 어렸을 때 좀 그랬다면 좋았을걸. 어떤 선생님이 개근상만큼 좋은 건 없다고 한 말을 듣고는 그 말을 따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아파서 쉰 적이 있어서 개근상 못 받았지만. 중, 고등학교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상 받았다. 개근상 같은 거 받아봤잔데.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집단 따돌림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그저 뒤에서 어떤 아이가 불량하다더라 하고 말하는 걸 조금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안 좋은 기억도 없지만 좋은 기억도 없다. 가야 하니 갔던 것 같다.

 

 이 책에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 아이들이 나와서 그때를 생각했다. 중학교 1학년인 안자이 고코로는 학교에서 미오리와 미오리 친구한테 안 좋은 일을 겪고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학교에서만 그랬다면 좀 나았을까. 미오리와 미오리 친구는 고코로 집에 와서 고코로를 무섭게 만들었다. 미오리는 왜 그랬을까. 자신이 사귀게 된 남자 친구가 예전에 고코로를 좋아했다고 말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미오리는 어른 앞에서는 착한 아이가 된다. 실제 그런 아이 있을 듯하다. 난 그런 쪽이 아니어서. 옛날에는 몰랐는데, 내가 어렸을 때도 그런 아이 있었을 것 같다. 남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어른이 좋아하는지 아는. 그런 아이는 자라서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자신을 좋아하는지 알까. 자란 다음에는 어릴 때와 달라질지도.

 

 학교에 가지 않던 어느 날 고코로 방에 있던 거울이 빛났다. 고코로가 거울에 손을 대자 손이 쑥 들어가고 몸까지 그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 반대쪽은 성이었다. 거기에는 고코로처럼 거울을 지나서 온 아이가 여섯이나 있었다. 아키, 후카, 스바루, 마사무네, 우레시노, 리노 그리고 늑대가면을 쓴 작은 여자아이. 거울속 다른 세상이구나. 그렇다고 그 세상을 마음대로 다닐 수는 없다. 아이들은 성 안에만 있을 수 있었다. 아침 아홉시에서 저녁 다섯시까지. 기간은 다음해 3월 30일까지다. 아이들이 거울속으로 들어간 건 5월이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성에서 열쇠를 찾고 소원방에서 바라는 일을 빌면 이뤄준다고 했다. 먼저 열쇠를 찾아야 한다. 일곱 아이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괴롭힘 당하거나 따돌림 당했구나.

 

 성에서 아이들은 편하게 지낸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서로 편하게 이야기한다. 학교 친구와는 다르고 학교에 가지 않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도. 학교 이야기를 털어놓은 건 아니지만 서로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걸 짐작으로 안다. 고코로와 아이들은 나중에야 어떤 걸 알지만 난 중간에 알았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거여서 책을 읽는 사람은 바로 알겠다. 그건 그렇고 아이들은 학교에 잘 다니지 못했는데 성에 다니고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조금씩 달라진다. 학교에 가려고 용기를 낸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고 몇 사람은 자신은 그 자리에 남은 듯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중학생 때는 그런 마음 들까. 그때 더할지도. 나도 비슷한 생각했던 것 같다. 난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다른 사람은 다 앞으로 간다고. 난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앞에서 말 안 했는데 열쇠를 찾고 일곱 아이에서 한사람이 바라는 걸 이루면 아이들은 성에서 지낸 일을 다 잊는다. 좋은 기억일 텐데 잊으면 아쉬울 듯하다. 서로를 잊는다 해도 우연히 만나면 뭔가 느낌은 있지 않을까. 이 말은 기억을 잃는다는 말 같구나. 기억보다 목숨이 중요하겠지. 아이들이 별일 없이 자라기를. 성에서 지낸 기억은 잊어도 예전보다 잘 지내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뿐 아니라 언제든 남한테 도움을 바라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용기를 내고 손을 내밀면 그걸 잡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이 없으면 어떤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도우면 된다. 나도 잘 못하면서 이런 말을. 부모 눈치 보고 자기 마음을 숨기는 것도 안 좋겠다. 어릴 때는 학교가 모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도 생각하면 좋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원 - 꿈꿀수록 쓰라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어느 쪽을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다.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아닌 아이가 한 일이니. 아이가 어느 쪽일지 생각한다고 해야겠구나. 가해자든 피해자든 좋지 않은 듯하다. 큰일이 아니면 피해자인 게 그나마 낫겠지만 목숨이 달렸다면 어떨까. 아니 목숨이 달렸다 해도 엄마 아빠 마음이 다 똑같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믿으면 피해자로 죽었을 테고, 아이가 살아 있기를 바라면 사람을 죽인 사람이 된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아주 안 좋다. 처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으련만. 아이, 더욱이 남자아이는 사춘기 때 많이 거친 듯하다. 그때를 잘 보내면 좋을 테지만 그게 쉽지 않을지도. 자신만 가만히 있는다고 괜찮은 일은 아닌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할까. 모르겠다.

 

 별 문제없어 보이는 가정에 어느 날 큰일이 닥친다. 그건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 이시카와 다다시가 살인사건과 상관있다는 거였다. 다다시는 집에 없었다. 아빠인 가즈토와 엄마인 기요미는 다다시가 그저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얼마전에 다다시는 얼굴에 멍이 들어서 집에 오고 공작용 칼을 사기도 했다. 기요미가 다다시한테 왜 얼굴에 멍이 들었는지 물어도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공작용 칼은 가즈토가 빼앗았다. 한동안 별일 없었는데 다다시는 쉬는 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누군가한테 맞고 죽고, 시체는 차 트렁크에 있었다. 차를 버리고 달아난 사람은 두 사람으로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죽은 구리하시 요시히코는 다다시 친구였다.

 

 책을 읽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다시가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는 다다시 부모를 잠깐 떠올리니 몸이 덜덜 떨릴 듯하다. 자기 식구가 어떤 범죄와 상관있다고 생각하면 그럴 것 같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 가장 가까이 산다 해도. 부모가 가장 모르는 것도 아이 마음이 아닐까. 남의 마음도 알기 어렵지만. 다다시가 조금밖에 나오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나는 다다시가 어느 쪽일지 생각하기 어려웠다. 아빠인 가즈토는 다다시를 믿고 피해자이기를 바랐고, 엄마인 기요미는 다다시가 어쨌든 살아 있기를 바랐다. 피해자면 죽고 가해자면 산다니. 한 아이가 더 죽었다는 말이 나온다. 가즈토는 순수하게 다다시를 믿은 건 아니다. 다다시가 다른 사람을 죽였을 경우에는 앞으로 일하기 힘들어서였다. 실제 밝혀진 게 없을 때도 가즈토는 다른 사람한테 안 좋은 말을 들었다. 그렇다고 가즈토가 다다시가 죽기를 바란 건 아닐 거다. 엄마는 아이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살아 있기를 바랄까.

 

 아는 사람 식구나 아이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전과 다르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다른 식구한테 잘못은 없지만 예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다시를 믿기도 믿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다. 믿으면 죽고 믿지 않으면 나중이 걱정이니. 언론은 빨리도 다다시를 알아내고 집에 찾아왔다. 가즈토 집앞에는 텔레비전 방송 관계자와 기자가 나타나서 누군가는 다다시가 구리하시를 죽였다고 보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안 좋은 말이 떠돌았다. 다다시가 범인으로 밝혀지면 가즈토 집안은 그곳을 떠나야겠구나. 이름도 바꾸고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한다. 가즈토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기요미는 다다시가 살아 있기를 바라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각오한다.

 

 앞에서도 말했듯 어느 쪽이든 끝은 좋지 않다. 아예 아무 상관없으면 좋을 텐데. 다다시는 그저 다른 곳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 거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바란 건 그거였구나. 부모는 아이가 그저 아프지 않고 자라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아이 마음이 어떨지도 마음 써야겠다. 부모 쉽지 않겠구나. 아이가 길을 벗어난 게 꼭 부모 탓만은 아니겠지만. 부모와 아이가 이야기를 자주 하면 어느 정도 서로를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는 부모가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고 큰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어른 힘을 빌리기도 해야 하는데.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