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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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이라 하면 가벼워 보이는구나. 죄라 하면 무거워 보이겠지. 죄라 여기는 건 좀 큰일일 때가 많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심하게 때리거나, 가장 큰 죄는 누군가를 죽이는 거다. 자신이 죽이지 않고 죽게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밀어내는 건. 이건 죄는 아닐지라도 죄책감을 갖게 하겠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죽인 사람보다 낫다 말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과 같은 거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죽이는 건 다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괴롭힘 당하던 사람이 그걸 못 참고 목숨을 끊으면 어떨까. 괴롭히거나 그냥 보기만 한 사람한테 잘못이 없는 걸까. 법으로 죄는 물을 수 없겠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겠다.

 

 누군가한테 빌붙어 돈을 빼앗는 건 어떨까.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을까. 사람을 죽인 건 어렸을 때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여전히 괴로워하는데. 남의 약점으로 돈을 뜯으려는 사람은 그걸 잘못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예전에 사람을 죽인 사람이 더 끔찍하고 나쁘다 할 수 있을까. 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아주 싫어하는구나. 약점 따위 안 잡히면 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지만. 지금이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도. 어릴 때는 어리석어서라기보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나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도. 아니 난 예전부터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는 뭘까. 진정한이라 해야겠구나. 언론 매체에서는 참된 것을 알리기보다 자극이 되는 걸 더 내보내기도 한다. 주간지는 더하겠지. 한국에도 그런 거 있던가. 잘 모르겠다. 일본에는 그런 거 있다. 주간지든 월간지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크게 떠들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뒷이야기를 캐고 다니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저널리스트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는 게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일까. 내가 피해자와 상관없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오래전에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내고 그걸 알게 되면 어떨지. 그걸 알고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짓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지도. 친구가 되어도 나중에 버림 받을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치르고 세상에 나온 사람은 살기 힘들겠다. 누군가 안 좋게 바라볼 테니. 난 스즈키를 걱정한다고 하는 의료소년원에서 어머니 역을 한 시라이시 야요이 싫었다. 야요이가 걱정하는 건 스즈키가 아니고 스즈키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였다. 어쩌면 자기 아이하고 사이가 나빠진 걸 스즈키한테 보상받고 싶었던 건지도. 야요이 아들 말도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말. 그건 야요이가 자기 엄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이었다면 그런 말 못했겠지. 식구와 남은 다르다. 남보다 자기 식구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의사가 식구보다 아픈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아니다. 식구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남한테 잘하는 거다. 그러다 식구 마음이 떠나기도 하지만. 식구여도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남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식구하고는 좀 다르다. 그런 거 싫은데. 식구도 깨지면 끝이기를 바란다. 난 꽤 차가울지도. 야요이도 자신이 스즈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다. 스즈키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하려고 애쓴 건 인정해야겠다. 그 일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 마음 쓰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건 핑계 아닌가. 아이는 큰 게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쨌든 야요이는 아들하고 사이가 좀 나아진다. 엄마하고 아들이니 그럴 수밖에.

 

 부모 형제 자식이라 해도 돌아갈 수 없을 때도 있구나. 스즈키 히데토가 그랬다. 본래 이름은 달랐는데, 스즈키는 중학교 2학년 때 두 아이를 끔찍하게 죽였다.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한테 마음을 더 써서. 스즈키는 자신만의 신을 만들고 신한테 제물을 바쳤다. 처음에는 고양이였는데 나중에는 사람이 됐다. 사이코패스에도 동물을 죽이다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건 거의 학대 받는 사람이던가. 스즈키는 사이코패스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스즈키는 소년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한 일이 남한테 알려질까 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스즈키는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어릴 때 고양이를 죽이고 아이 둘을 죽인 것도 애정을 바라서였구나. 스즈키가 친구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스즈키는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평생 괴로울 거다. 소년원에서 지냈다고 해서 죗값을 다 치른 건 아니다. 스즈키는 평생 죄를 짊어져야 한다. 스즈키는 한사람이라도 자신과 함께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감시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 스즈키가 친구 만나기 어렵겠지만 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은 스즈키가 죽기를 바랄지도. 피해자 부모도 그렇겠지. 참 어렵구나.

 

 어렵고 맞는 답이 없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 미성년자가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미성년자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남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랬다고 또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생각이 실제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할지도. 이런 말해도 나도 예전에 죄지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우연히 내가 그런 일을 알게 된다면 둘레 사람한테 말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지켜볼 거다. 달라졌을지도 모르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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