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한테

산타가

찾아가길

 

 

 

 

 

 

 

달마을에서 맞은 성탄절

 

 

 

할아버지 꿈은 언젠가 달에 미스터리 책방을 여는 거였다. 마침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결혼하고 얼마 뒤에 지구에서는 달에 마을을 만든다면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사람을 모았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달에 가는 사람에 뽑혔다.

 

우주로 나가는 첫 인류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다. 그동안 할아버지는 책을 많이 모아두고, 달로 떠나기 전에도 여기저기에서 책을 사들였다. 할아버지는 커다란 책방보다 아무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작은 책방을 하려 했다. 책방에 소설가는 부를 수 없다 해도 여러 행사도 계획했다. 미스터리 소설 쓰기나 미스터리 소설 퀴즈대회 같은 것을. 그게 잘됐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한두 번은 괜찮지 않았을까.

 

다섯 해가 흐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구에서 달로 이사했다. 할아버지가 모은 책을 다 가지고 오지는 못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책이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야 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달과 지구 사이를 쉽게 다닐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실제 그렇게 되었다. 지금 달은 관광지에 가깝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달로 올 때도 종이책을 보는 사람이 얼마 없었는데 이제는 더 없다.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꾸린 달마을은 사라지지 않았다. 책방 이름은 달마을이다. 달에 있어서 달마을이라 지었다.

 

아버지는 이십대에 잠시 지구에 간 적도 있지만 어머니와 만나고 달로 돌아와 책방을 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함께 책방을 꾸렸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기 한 해 전에 세상을 떠나고, 할아버지는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나한테 많은 미스터리 소설을 가르쳐주었다. 책방은 내 놀이터였다. 친구가 없어도 책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리 소설에 둘러 싸여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무엇보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게 되고 그것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아직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부모님을 도우면서 책방에서 소설을 조금씩 쓴다. 손님이 아주 가끔 와서 책을 보거나 글 쓸 시간은 많다.

 

내일이 성탄절인데 달은 지구만큼 성탄절에 바쁘지 않다. 지구 어느 나라나 성탄절을 뜻있게 보내는 건 아니지만, 부모님은 늘 성탄절과 새해를 지구에서 맞았다. 지금 책방에는 나 혼자다. 난 지금까지 진짜 눈을 본 적이 없다. 달에도 비나 눈이 내리지만 그건 기계로 만들어 낸 거다. 달에도 낮과 밤이 있다. 난 밤이 더 좋다. 밤에는 파란 지구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어두운 밤에 파란 지구를 바라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구가 그리운 걸까.

 

새벽 영시가 지났다. 책방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도 되지만 책방에서 밤을 새우는 것도 멋질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깜박 존 사이에 성탄절이 찾아왔다. 난 잠을 깨려고 창가로 가서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때 지구 쪽으로 무엇인가 힘차게 달려갔다. 그건 순록이 끄는 썰매였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은 성탄절이 다가오면 나한테 산타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선물을 주곤 했는데. 정말 산타가 있다니. 산타가 모는 썰매를 둘러싼 하얀 알갱이가 눈이라는 건 바로 알아보았다.

 

지구로 달리던 썰매가 갑자기 멈추고 산타가 뒤돌아보았다. 보일 리 없는 산타 얼굴이 보였다. 산타는 활짝 웃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 또 다른 꿈은 산타가 되는 거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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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6-12-25 1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의 창작글이지요. 그림만 그리시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그림책 한권 내셔도 좋을것 같아요~

희선 2016-12-28 00:22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썼습니다 좀더 재미있게 쓰고 싶었지만... 그래도 쓰는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저만 재미있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고맙습니다


희선

맥거핀 2016-12-26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보슬비님 말씀대로 진짜 그림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이야기입니다. 읽고 생긋생긋 웃었어요. 이제 사실 산타는 믿지 않지만, 산타를 믿고 싶은 새벽입니다.

희선 2016-12-28 00:27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 텐데... 그림은 잘 못 그려도 혼자 상상은 했군요 맥거핀 님이 생긋생긋 웃었다니, 기분 좋네요 누군가를 웃게 만들었다니... 산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죠 동화에 나오는 산타와는 달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있잖아요


희선

2016-12-28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29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