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22 소설 보다
김기태.위수정.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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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소설 보다 가을 2022》를 빨리 보고 빨리 써야겠다 생각했는데, 그 생각대로 못했다. 그렇다고 책 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늘 책을 보는 시간은 비슷하구나. 하루나 이틀 어쩌다 길면 사흘 걸리기도 한다. 사흘 동안 보는 건 아주 게으른 건지도. 그렇게 봐도 깊이 보는 건 아니기도 하다. 그저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뿐이다. 책을 천천히 보는 건 어떤 걸까. 아주 조금 보고 그 글을 생각하는 걸까. 그 글에서 뭔가를 떠올려 보는 것도 괜찮겠다. 책을 그렇게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겠다. 한번쯤 그렇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난 어떤 이야기일지 알고 싶어서 그러지 못하겠다. 단편은 여러 번 보면 조금 알지도.


 여기 담긴 소설 세 편은 다 괜찮다. 내가 보기엔 그랬다. 첫번째 <전조등>(김기태)에는 ‘나’가 평범하게 큰 문제없이 사는 모습이 나온다. ‘나’는 부모 말 잘 듣는 4남매에서 막내였다. 그리 튀지 않고 잘 사는 사람. 그런 걸 바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를 보면 어쩐지 어색한 느낌도 든다. 왜 그럴까. 인터뷰 글에 ‘나’가 사는 게 연극 같다는 말이 쓰여 있었는데, 그것 때문일지도. ‘나’가 아주 재미없게 사는 건 아니다. ‘나’는 자기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개성이 없으면 어떤가. 언젠가는 개성 있는 사람을 다 좋게 여기기도 한 듯한데. ‘나’가 앞으로도 지금과 다르지 않게 살지, 뭔가 다른 일을 겪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겠다.


 위수정 소설은 지난 봄에도 실리고 가을에도 실렸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지금 생각하니 위수정 소설은 ‘소설 보다’에서만 봤다. 처음 본 게 <은의 세계>였다. 이번 소설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서는 나이 많은 원희가 중심인물이다. 그러면서 셋째를 가진 딸과 치매로 요양원에서 지내는 시어머니 모습도 보여준다. 여성 삼대 이야기는 아니지만, 여러 세대 여성이 나오는구나. 시어머니는 치매가 나타나기 전에는 멋졌는데. 치매가 사람을 아주 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안 좋은 걸까. 이렇게 말해도 내가 치매에 걸리고 모든 걸 잊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원희는 피아노 전공이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는 피아노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음악을 들었다. 친구 수임과 젊은 피아니스트 고주완 연주회를 보고는 고주완 팬이 된다. 나이를 먹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있지 않나. 남편과는 다른. 나이 든 원희와 수임을 보고 안 좋은 말 한 사람이 여성이라니. 사람은 누구나 나이 먹고 주름도 생기고 죽는데. 수임은 성형수술했지만. 세상은 남성이 나이 드는 모습은 넓은 마음으로 보는데, 여성은 그렇지 않다. 나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멋지게 나이 드는 여성도 있을 텐데. 나이 먹고 주름이 생기는 걸 자연스럽게 여겨야지.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예전과 다르지 않기도 하다.


 마지막 소설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이서수)에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습이 담겼다. 간호사 사영과 프리랜서 작가 심가진. 그리고 수미 언니. 처음 코로나가 퍼질 때는 많이 걱정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보다 코로나를 덜 무서워하는 것 같다. 여전히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목숨을 잃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의료 일을 하는 사람은 많이 힘들겠다. 조금 다른 두 사람 가진과 사영 사이는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다. 가진은 사영이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생각한다. 가진도 사영이 어떤지 모르겠지. 사영이 가진을 생각하고 가지고 온 스팸을 받고는 가진 마음이 풀리고, 사영이 산 물건을 가진한테 나눠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왜 난 그 부분이 재미있는지. 나도 그럴 때 있어선가.


 흔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렇게 생각해도 사람은 자신보다 남이 낫다고 생각한다. 가진도 사영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은 프리랜서지만 사영은 간호사여서. 그래도 가진은 사영이 작은 손으로 많은 사람을 살렸겠다 여긴다. 가진한테 그런 마음이 있어서 가진과 사영 사이가 아주 끊어지지 않는 거겠다. 이런 사이도 괜찮겠다. 가진과 사영이 거리를 둔다 해도 둘 사이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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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9-17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2년은 작년인데, 아직도 그게 올해 같은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2023년이나 2022년이나 모두 현재나 과거가 된 시점인데, 가끔은 그 날짜들이 실제로 아는 것과 달리 먼 미래의 어느 시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계간지로 나오는 책들이 신간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계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희선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희선 2023-09-17 23:50   좋아요 2 | URL
이 책 2023 가을 나왔어요 한해 전 책을 봤네요 때에 맞춰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네요 2023년 건 다음해에 볼지... 2022년 겨울 걸 봐야 2023년 걸 보죠 이건 소설이 얼마 담기지 않아서 봅니다 소설이 얼마 없어도 어렵기도 하네요

계간지는 철을 알게 해주기도 하네요 그런 것도 늦게 볼지도... 바로 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봐도 괜찮겠지요

서니데이 님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9-18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이야기는 저도 단편집에서 읽었네요. 오늘 당근에 안 쓰는 물건 내놓으면서 소설가들이 당근하는 소설 제법 쓰는데(그래봤자 정용준 미스터 심플이랑 이거 두 개만 봄 ㅋㅋ) 나는 물건 여럿 팔고 나눠주고도 큰 이야기는 못 건졌다 싶었어요. ㅎㅎ

희선 2023-09-19 02:03   좋아요 1 | URL
어떤 분도 당근에서 책을 괜찮은 거 싸게 샀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게 있다는 것만 알고 잘 모릅니다 소설가는 그런 경험을 살려서 소설을 쓰네요 그런 걸 적절하게 소설에 잘 넣어야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3-09-19 10:20   좋아요 1 | URL
저는 물건 처분만 해봤지 뭘 사본 적은 없는데 폐기물 처리비도 만만치 않아서 너무 저렴하다고 좋아하며 가져가시는 분 보면 그래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저 물건은 버려지는게 잠시 지연되겠구나 싶어서요.

희선 2023-09-20 23:48   좋아요 1 | URL
자신은 이제 안 써서 버려야 하는 게, 누군가한테는 있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건도 버림 받는 게 늦어져서 좋아할 것 같습니다 버리는 것도 쉽지 않죠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면 그나마 괜찮지만, 스티커 사서 버려야 하는 것도 있네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