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4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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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은 여자든 남자든 일찍 혼인시켰다. 언제부터 이게 사라졌던가. 지금은 미성년자는 결혼 못하는구나. 미성년자여도 열여섯살 이상이고 부모가 허락하면 결혼할 수 있던가.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던 허정윤 학비를 대준 숙희는 스물세살에 자신을 노처녀다 했다. 이때 결혼적령기는 열여섯살이었다. 남자는 더 어릴지도. 어느 나라든 옛날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살기 어려웠겠지. 여성이 할 만한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 여기 나오는 때 1930년대는 공장이 생겨서 거기에서 일하면서 야학에 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만난 《토지》 14권, 4부 2권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여성이 공부하는 것은 결혼 잘 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오래 이어진 것 같구나.


 옛날 일 아는 거 별로 없다. 일제 강점기에 동학당이 남고 의병이 되기도 했다는 건 《토지》를 보고 안 듯하다. 동학혁명이 일어난 뒤 그걸 했던 사람이 다 죽지는 않았겠다. 그건 대를 잇기도 했다. 동학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종교보다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기를 바라고 그걸 한 거겠지. 상민 같은 백성이 거기에 마음을 둔 걸 보면. 노비보다 더 천한 신분이 백정이었다. 이건 어느 나라나 그랬을까. 조선뿐 아니라 일본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 부분이 비슷하다니. 돼지나 소 같은 걸 잡는 사람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 못하는데(아주 먹지 못하는 건 아니었겠다). 왜 그때는 소와 돼지 잡는 사람을 낮게 본 건지. 모를 일이다.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은 거의 동물을 잡고 먹었을지도 모르는데.


 백정 자식뿐 아니라 백정 사위나 며느리도 다 차별 받았겠다. 외할아버지가 백정이어서 차별받은 건 송관수 아들이기도 했다. 관수가 형평사운동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겠다. 동학당과도 이어져서 송관수는 쫓겨 다녔다. 아들 송영광은 공부를 잘했는데 외할아버지가 백정이라는 게 학교에 알려지고 안 좋았다. 여자아이와 편지를 나누다 여자아이 집안에서 알고 난리가 났다. 영광이 집을 나가고 관수는 곧 만주로 가려 한다. 딸은 강쇠 아들과 혼인시켰다. 그런 거 나중에 할까 했는데 관수가 딸을 강쇠 집에 데려다 주고 며칠 뒤에 혼례를 치렀다. 이때는 부모가 결혼하라고 하면 해야 했다. 그렇게 결혼하고도 다른 사람을 만난 사람도 있었구나. 그건 양반집 사람이기도 공부를 한 사람이기도 했겠다.


 남편 조병하를 떠난 명희는 친구 여옥과 함께 지내다 통영에서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때 명희가 가르친 건 자수와 바느질이다. 이런 거 보니 왜 아쉬운지. 여성은 자수와 바느질만 가르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희가 공부한 것도 가정과던가. 선생이기는 해도 지금으로 말하면 명희는 임시 계약직이었다. 명희 제자인 인실도 야학에서 학생을 가르쳤구나. 인실은 명희와 좀 다르기도 하다. 사람이 다르니 다를 수밖에 없기는 하겠다. 조병하는 어떻게 하다 인실을 만나고 조금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이제 나이를 먹어서 조병하는 명희를 만났을 때보다 기세가 수그러든 듯도 했다. 현실에서도 여러 사람이 얽히고 설키는데 병하는 인실을 만난 날 일본 사람 오가타 지로도 만난다. 그렇게 이야기를 끌고 가다니.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여성은 결혼하면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웠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쉽지 않고, 남편과 헤어지고 혼자가 되어도 살기 힘들었다. 그런 모습은 전도부인이다 하는 여옥이 잘 보여준다. 전도부인이라는 게 있었구나. 여성이 혼자면 다 다른 사람은 남편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정말 그랬을까. 서로 좋아서 결혼해도 마음이 바뀌는데, 부모가 정해준 사람이어서 자신은 싫었다고 말할지도. 그래도 자기 길을 가는 여성이 있기를 바란다. 아직 못 봤지만. 명희가 좀 달라지지 않으려나 했는데, 힘이 없어 보인다. 그저 목숨이 붙어 있어서 사는 느낌이랄까. 4부 2권에서 제3편은 ‘명희의 사막’이다. 다음 권에서 달라지는 게 있을지, 이걸로 끝일지. 앞으로 보면 알겠다.


 이 말 처음이 아닌데, 내가 소설을 보고 얼마 안 됐을 때는 작가를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소설은 소설 작가는 작가 그랬다. 몇해 전부터는 좀 달라졌다. 소설을 보다보면 작가가 조금씩 보인다. 내가 작가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본 건지 모르겠지만. 《토지》를 보면서 누가 하는 말을 보니, 이건 박경리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토지》 14권에는 그런 거 많이 나온다. 조선과 일본을 말하는 것. 팔은 안으로 굽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뭘 안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한국 사람이 쓴 소설이고 한국(조선) 사람이 어려울 때 이야기니 그럴지도.


 계명회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한 길상이는 돌아왔다. 그런 말만 있고 길상이 모습은 잠깐 나왔다. 조찬하와 오가타 그리고 인실이 진주에 왔을 때. 환국이와 윤국이도 조찬하와 오가타를 만났다. 오가타와 인실은 헤어지겠다. 시대가 시대니. 남자가 일본 여자와 결혼해도 좋게 여기지 않았겠지만, 여성은 더 욕을 먹고 매국노 소리 들었을 것 같구나. 숙이와 동생 몽치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만나지 못하다니. 만나기는 할 텐데 시간이 더 흘러야 하나 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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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8-22 0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 14권째 읽으셨네요.
이 책 읽으면 그당시의 관습이나 역사를 잘 알게 되겠어요.
그 많은 인물과 대사, 에피소드를 만든 박경리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여요.

희선 2023-08-23 23:57   좋아요 1 | URL
작가도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별로다 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써야 했겠습니다 다 좋게 쓸 수 없기는 하죠 실제 세상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사니... 예전에 동학혁명한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몰랐는데 이거 보고 조금 알았습니다 일본 군이 많이 죽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3-08-22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14권!^^
모두들 열심히 읽으셔서 완독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파이팅입니다.^^

희선 2023-08-23 23:58   좋아요 1 | URL
잘 보고 잘 쓰고 싶은데 사람들 이야기를 더 많이 보기도 하네요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사람 편하지 않았겠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았다니 대단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지금 한국이 있군요


희선

얄라알라 2023-08-22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지]에 빠져드신 분들은 토지유니버스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희선님께서도 토지 유니버스에 빠져드신 모습 넘 멋지세요. 저도 책읽는나무님처럼 대리만족느꼈어요 ㅎ

희선 2023-08-24 00:01   좋아요 1 | URL
책이 스무권이어서 어떻게 읽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한번 보면 안 볼 수 없기도 해요 사투리가 조금 어색하고 바로 알아듣지 못한다 해도 보다보면 괜찮아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