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1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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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여러 권이어도 재미가 있으면 죽죽 앞으로 간다. 《토지》도 그렇구나. 이 소설 신문에 연재했을 때 기다린 사람 많았겠다. 스물여섯해 동안 소설 하나에 매달리다니. 글은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빠르다. 예전 사람은 오래 걸려서 이 책을 봤겠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구나. ‘토지’ 끝까지 못 보고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겠다. 이야기 많이 써 보지 않았지만, 시간 흐른 거 나타내기 어려웠다. 박경리 작가는 괜찮았을까. 소설을 보다 보면 시간이 흘렀다. 그런 거 보면서 몇 년일까 했다. 읽는 사람은 그런 거 바로 몰라도 박경리 작가는 그걸 생각하고 썼겠다. 잘 모르는 내가 문제겠지.


 이번에 본 《토지》 11권은 3부 3권이다. 3부 한권 남았다. 임이네는 지난 권에서 결핵성 복막염이었는데, 세상을 떠났다. 사람은 다 죽는다. 홍이는 임이네를 보고 월선이를 덜 생각했다. 임이네한테 잘해주지 못한 걸 아쉽게 여겼다. 사람이 살았을 때는 그 사람이 미우면 잘하기 어려겠지.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것 같다. 홍이는 일본에 가서 돈을 벌어오기도 했다. 그곳 생활이 좋지 않았나 보다. 이제 홍이는 그럭저럭 자리 잡고 사는구나. 예전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친구와 만난 모습에 진주에서 장사하는 일본 사람이 잠깐 나왔는데 일본 사람은 조선 사람한테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남의 나라 땅에 와서 장사하면서 그런 마음이라니. 이때 일본 사람한테 조선은 남의 나라가 아니었구나.


 상현은 만주로 떠난다.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이 말한 걸 보니 상현이 봉순(기화)이를 버린 건가 보다. 다들 그렇게 여겼다. 봉순이는 상현이 딸을 낳고 기르다 평양에 가서는 아편중독이 됐다. 어쩌다가 아편중독이 된 건지. 서희가 그걸 알게 되고 석이한테 봉순이를 평사리로 데리고 오라고 한다. 그 일은 석이 아내 질투심에 불을 질렀다. 석이는 왜 그 사람하고 결혼했을까. 어머니가 하라고 했다고 해도 마음에 안 들면 안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임역관 딸 명희도 그렇게 좋은 결혼하지 않았구나. 사는 건 괜찮아도. 남편인 조용하는 친일파에 동생이 명희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명희를 괴롭히는 느낌이 든다. 사람 마음이 비뚤어졌구나. 명희는 시동생한테 다른 마음 없는 것 같은데. 토지에는 이런 일그러진 남녀 사이가 좀 나온다. 그런 건 왜 넣었을까. 현실에 그런 일이 없지는 않겠지만.


 서희와 길상이 아들 환국이도 많이 자랐다. 이때는 중학교가 지금처럼 3년이 아니었다. 중학교지만 고등학교 과정까지 있었나 보다. 환국이는 서울에서 공부하고 진주로 돌아오기도 했다. 환국이가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양소림 손등에 난 혹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런 게 흠일까. 장애인도 안 좋게 여겼구나. 조준구 아들 조병수 말이다. 조병수는 몸만 그랬지 정신은 아무 문제 없었다. 아버지가 한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여러 번 죽으려 했다. 환국이는 중학교 졸업할 때가 다가왔다. 공부를 잘해서 둘레에서 기대했다. 그런 거 부담스럽겠다. 환국이는 그림 그리고 싶어하는데. 서희한테 이 말 못하겠지. 환국이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친구인 이순철뿐이다. 예전에는 사이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환국이와 이순철은 친구로 지낸다. 이순철이 환국이를 시샘했구나. 이제는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양소림 집에서는 최참판집 환국이와 혼사가 이뤄지길 바랐지만, 손에 있는 혹 때문에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했다. 다음에 점찍은 사람은 진주에서 박영호가 하는 병원에서 조수로 일하는 허정윤이다. 허정윤은 의사가 되려고 공부했는데 학교에 들어갔나 보다. 허정윤은 간호사와 사귀었는데, 둘은 헤어지겠구나. 양소림 집은 부자다. 양반집 사람은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하고는 일본에서 공부하다 만난 신여성과 살기도 했다. 이때 그런 일 많았겠다. 누군가는 가난한 고학생일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과는 헤어지고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도 했구나. 그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지도. 신분제도가 사라졌다 해도 아직 집안을 따졌다. 이것도 여전하던가.


 김환이 죽었다. 지삼만 때문에. 김환은 잡히고 감옥에 갇혔다. 함께 끌려간 사람이 고문 받다 죽자 김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문 당하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랬겠지. 동학당 사람은 그리 남지 않았다. 지삼만은 김환을 따르던 사람을 다 흩어지게 했다. 지삼만은 이상한 종교를 만들고 교주가 되었다. 지금 말로 신흥종교구나. 김환과 함께 다니던 강쇠는 복수하려고 한다. 김환은 그런 거 바라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 김환 안됐구나. 서희 엄마 별당아씨가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둘이 아무도 모르는 데서 조용히 살았을 것 같은데. 나라를 잃었는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살다니 할지도. 그때 그런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 조선 사람은 많든 적든 나라를 빼앗긴 영향 받았겠다.


 일본은 독립운동하는 사람을 모두 잡으려고 했다. 계명회 사건으로 길상이 잡혔다. 그 일로 여러 사람이 잡혔는데 일본 사람도 있었다. 한국 여성이 일본 사람과 사귄다는 말도 퍼졌다. 그때 나라를 넘어 서로 좋아한 사람 있었을 텐데. 이중섭도 일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나. 석이도 참 안됐다. 봉순이는 왜 기생이 되어서. 그저 소리꾼이 됐다면 나았을 텐데. 소리꾼도 광대라면서 차별받았겠지만 기생보다 덜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일하는 사람도 안 좋은 일 당했구나. 몸파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하라고 했겠지. 사람 마음은 형편이 좋을 때만 좋구나. 자기 형편이 아니고 상대 형편이 좋을 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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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8-0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서 하신 <토지>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겠다는 말씀과 마지막 문단에서 하신 사람 마음이 상대 형편 좋을 때만 좋다는 말씀이 뭔가 와 닿습니다. 저도 <토지> 읽고 싶은데 아직 엄두가 안 나네요. 희선 님 마지막까지 화이팅 입니다!!!

희선 2023-08-10 01:24   좋아요 2 | URL
예전에 이 책이 다 나오기를 기다린 사람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스물여섯해 동안 썼으니... 지금은 책이 다 나왔으니 보려고 하면 누구나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어떻든 똑같이 대하면 좋을 텐데, 사람 마음은 바뀌기도 하네요 저도 그럴지도... 저도 저를 잘 모르겠네요 마음 바꾸지 않고 싶네요 꼬마요정 님 고맙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09 10: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벌써 11권까지 오시다니 희선님 진짜 멋집니다! 아마 조만간 완독 보시겠네요^^ 화이팅!

희선 2023-08-10 01:31   좋아요 1 | URL
저는 책을 한권만 봐서 그렇군요 거리의화가 님은 여러 권 함께 보시니 끝나는 것도 비슷할 것 같네요 여러 권 보는 거 멋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8-09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이 더위에 넘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요? ㅎㅎ
정말 읽는 속도가 빠르네요^^

희선 2023-08-10 01:33   좋아요 2 | URL
책은 천천히 보지만, 시간을 많이 들이려고 합니다 2023년 초에는 하루에 책을 한시간이나 두시간 정도밖에 못 봤어요 이건 서너시간 길면 다섯시간 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2023-08-11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2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