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우연들 (리커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조금 부지런히 책을 봤다면 좋았을 텐데, 우울한 날이 이어져서 그러지 못했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고 책만 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구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니. 그동안 하기 싫은 거 거의 안 했으니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난 혼자가 될 텐데, 그때 기댈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다. 그런 사람이 없으니 난 뭐든 나 스스로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사람이 남한테 신세지고 싶어서 신세지는 건 아니겠지만. 언제든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생각하면서도 잘 움직이지 않는구나. 지금은 아무렇지 않으니.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걸어야겠다.


 소설가는 소설로 말해야지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소설가든 시인이든 산문을 쓸 수 있다. 요즘은 소설가나 시인이 산문 많이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사람도 많이 쓰던가. 소설이나 시에 담지 못하는 것도 있겠다. 소설이나 시에 자기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그 사람을 알기 어렵다. 몰라도 큰 문제는 없지만. 내가 이렇구나. 아니 지금은 조금 다르기도 하다. 예전엔 그저 소설이나 시를 봤는데, 몇해 전부터는 작가도 보려고 한다. 그러면 소설이나 시가 더 잘 보일까.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재미있게 소설을 봤는데, 지금은 조금 어렵다. 재미있는 것만 생각할 수 없어서 말이다. 아니 재미있으면 좋은 거기는 하다. 재미가 웃기는 것만 나타내지는 않는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도 재미에 들어가겠지. 그렇다고 그걸 내세우면 안 되는구나. 어떤 글이든 그렇다. 그거 알면서 난 그런 거 조금 썼던 것 같다. 안 쓰려고 하는데.


 이 책 《책과 우연들》을 보고 지금까지 김초엽이 글을 어떻게 썼는지 조금 알게 됐다. 김초엽 소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구나 했는데, 김초엽이 소설을 쓰고 얼마 안 됐을 때는 밑천이 바닥날까 봐 걱정했다고 한다. 그런 말 보면서 난 그런 것도 없구나 했다. 김초엽은 자신이 소설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작법서를 보고는 소설을 써 봐야겠다고 했단다.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하다. 아니 조금 다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 소설 써 볼까 하고 썼다는 말. 그렇게 비슷하지는 않구나. 작법서 같은 걸 보면 글이 쓰고 싶어지겠다. 아니 그런 거 보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아무것도 못 쓴다. 글은 그냥 써야 한다. 별거 쓰지도 못했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난 글쓰기 책 별로 안 봤다. 아주 안 본 건 아니지만 그런 거 봐도 글 못 썼다. 작법서는 글을 쓰려는 사람보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 것 같다. 글 쓰다가 막힐 때 보면.


 책을 여러 권 내고 몇해 동안 소설을 썼다 해도 소설은 쓸 때마다 어떻게 쓰면 좋을지 막막할까. 그런 엄살을 부리는 작가도 있겠지만, 거의 어쨌든 쓰겠다. 어쩐지 그런 거 부럽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그걸 부러워하다니, 이런 나 조금 이상한 거겠지. 난 내가 만족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거다.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쓴다. 아니 쓰지 못한다. 쓸 게 없어서. 다른 책을 봐도 쓸거리를 못 찾고 생각도 못한다. 김초엽도 그렇고 작가는 다른 책이나 여러 가지를 보다가 자신이 쓸걸 찾기도 한다. 난 그런 거 못한다.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그러면 그냥 책을 읽어야지 어떻게 하나. 그것도 못하면 더 안 좋을 거다. 책을 이어서 보면 좋을 텐데 그것도 못하는구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나다. 이런 생각으로 흐르다니 바보 같다.


 천천히 며칠에 걸쳐서 이 책을 다 보니 김초엽은 앞으로 소설뿐 아니라 과학 논픽션도 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번 쓴 게 힘들어서 바로 그런 거 쓰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그 책은 못 봤다. 첫번째 소설집도. 소설 쓴다고 늘 소설만 써야 하는 건 아니겠지. 김초엽은 과학을 알고 과학책 보는 것도 즐기니, 거기에서 소설 소재를 더 많이 얻으려나. 시간이 걸린다 해도 김초엽이 꼭 쓰고 싶은 것도 쓰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생각 안 해도 김초엽은 잘 쓰겠다. 지금까지도 잘 썼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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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3-07-22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름처럼 초엽 작가
잘쓰고 있죠
중국에서 번역되어서
국제적인 작가로 !^^

희선 2023-07-23 01:15   좋아요 1 | URL
중국에서 번역되다니, 곧 세계에서 아는 작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 그런 작가 많겠네요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는 책 있는 듯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한국 작가가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좋아하겠지요


희선

새파랑 2023-07-22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 작가님 책은 한권 읽었었나? 그랬던거 같은데~

역시 난사람 이군요 ㅋ 책을 낸다는건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희선님도 최근이 우울했군요. 빨리 떨쳐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희선 2023-07-23 01:19   좋아요 2 | URL
작가는 작가가 되고 나면 더 열심히 쓰는 것 같기도 해요 김초엽 작가도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논픽션도 쓰고 싶다니 그런 거 언젠가 쓰겠지요 소설도 쓰면서... 논픽션 같은 거 보면서 글 소재 많이 얻기도 하겠습니다

새파랑 님 고맙습니다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초엽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가의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들은 항상 무엇을, 어떻게 쓸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겠죠~~

희선 2023-07-23 01:21   좋아요 1 | URL
언젠가 페넬로페 님도 이 책 보시겠군요 어떤 작가든 글을 쓰려고 많이 애쓰겠지요 책을 잘 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싶네요 그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