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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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이 돌고 돌아 봄이 오듯, ‘소설 보다 봄 2022’도 2022년 봄에 나왔다. 지난해(2021)에는 15일이나 16일에 나와서 이번에도 그때 찾아보니 책이 없었다. 이제 안 나오는 건가 했다. 이 책이 나왔다는 건 4월에 알았다. 책이 나온 것에 조금 마음 놓았다. 그렇게 잘 보지도 못하는데. 한편 단편소설은 어렵다. 이 말 빼놓지 않고 쓰는구나. 자꾸 보다 보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다른 때와 다르지 않게 여기엔 소설이 세 편 실렸다. 세 편이 딱 좋은 것 같다. <윤광호>(김병운), <아무도>(위수정),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이주혜)다. 소설 제목을 먼저 말하다니. 김병운 소설 <윤광호>를 보고 이광수 소설 <윤광호>가 있다는 걸 알았다. 김병운 소설에 나온 광호도 이광수 소설을 보고 자기 이름을 광호라 했단다. 진짜 이름은 따로 있었다. 누군가 윤광호 이름이 광호가 아니라는 걸 알고 놀랐다고 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말은 안 하는 게 나았으려나. 오래전이라고 동성애자, 성소수자가 없었을 리 없겠지. 그런 소설이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이광수 소설 ‘윤광호’가 그런 소설이었다. 광호는 P라는 사람한테 자기 마음을 말했는데, P는 광호한테 미모와 재력이 없어서 거절했다. 그 뒤 광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건 예전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거절당한 충격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는 죽었구나.

 

 첫번째 소설은 성소수자가 성소수자인 광호가 폐암으로 죽은 뒤 광호 이야기를 쓴 거다. ‘나’는 광호를 만났을 때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자신은 성소수자 이야기는 쓰지 않겠다고 했다. 광호는 그 말에 언젠가는 ‘나’가 자기들 이야기를 쓰게 될 거다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나’는 글을 쓰는 걸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자신을 드러내는 걸 조심스럽게 여겼다. 성소수자가 죽는 일이 있기도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과 다르다고 해서 틀린 건 아니지 않나.

 

 위수정 소설 <아무도>에는 남편과 따로 사는 희진이 나온다. 희진이 수형과 따로 살기로 한 건 연애를 하려고였단다. 그러면서도 희진은 수형을 좋아했다. 결혼하고 배우자를 좋아해도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 많은 사람은 그 시간을 잘 넘길지도 모르겠다. 그걸 바람이다 하는구나. 바람은 지나간다. 희진도 다시 자신이 수형과 살게 될 거다 한다. 그때 괜찮을까. 수형은 희진을 별로 탓하지 않았다. 희진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 희진 아버지는 희진이 고등학생 때 누군가를 잠깐 만났던 걸까. 이 소설은 이 정도밖에 말 못하겠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당신이 이 일을 결코 잊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럼에도 너와 함께 생활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함께 살기 위해 부모는 되지 않고.

 

 어떤 마음은 없는 듯, 죽이고 사는 게 어른인 거지 그렇지?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은 미래가 당연히 있다고 믿는 건가? 그러나 이 모든 말을 나는 할 수 없었다.  (<아무도>에서, 88쪽)

 

 

 세번째 소설 <그 고양이 이름은 길다>(이주혜)에서는 쉰셋 구은정이 영이 되어 자근 근종 수술을 받는 자신을 내려다 본다. 수술할 때 정말 그런 일 일어나기도 할까. 은정은 아버지가 어딘가에 잡혀갔다 돌아오고 빈 자루가 되었을 때 가장이 된다. 가장은 무겁겠지. 누군가 짐을 지우지 않는다 해도 가장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거울 것 같다. 돈을 버는 사람이 가장일까, 집안 중심을 잡는 사람이 가장일까. 거의 돈 버는 사람을 가장이다 하는구나. 돈이 뭐라고.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기는 하지. 은정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고 그동안 고생하고 병이 생긴 걸지도. 그런 때 은정은 자신을 돌아본다. 지금까지는 그럴 시간이 없었겠다.

 

 은정은 서른해 넘게 한 회사에 다녔다. 거기에서 소희 언니를 만났는데. 사장이 은정을 일본 출장에 데려간 뒤로는 사이가 멀어졌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딱 잘라내다니 그런 거 보니 무섭구나. 소희 언니도 다른 사람처럼 사장과 은정 사이를 자기 마음대로 생각했던가 보다. 사장은 자신과 은정 소문이 회사에 퍼진 걸 알았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했을지도. 은정은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져도 그 회사에 다니다니 대단하다. 은정은 사장 비밀을 지키려고 했던 걸까. 사장이 일본에서 만난 사람이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건 사장이 죽고 남겨준 서랍장 때문에 알았다(사장이 만난 사람 남성 아니었던가. 난 남성으로 봤는데). 어쩌면 은정도 잠시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이 괜찮았던 걸지도. 거기에서 은정은 가장이 아니었다.

 

 벌써 봄은 가고 여름엔 ‘소설 보다 여름 2022’가 나왔다. 그건 바로 보면 좋을 텐데. 이렇게 생각해도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이젠 겨울이 나오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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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9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덕분에 <윤광호>란 소설이 있다는 걸 저도 처음 알았네요. 덕분에 담아갑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여전하지요. 불교계는 그래도 좀 바뀌는 것 같은데 기독교 쪽은 여전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듯합니다.

희선 2022-12-22 23:27   좋아요 2 | URL
예전보다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안 좋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독교는 성경을 말하고 이렇다 할지도... 그래도 불교계는 바뀌려고 하는군요 종교는 여러 가지를 잘 받아들이는 거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희선

미미 2022-12-19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윤광호>가 인상깊었어요. 겉보기로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많이들 고독하겠구나 실감하게 되요. 찾아보니 ‘겨울‘편 나왔네요 ㅎㅎ

희선 2022-12-22 23:31   좋아요 2 | URL
같은 성소수자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지 않기도 하겠습니다 아니 그건 사람이라면 다 그렇겠네요 세상은 남자 여자 둘로만 나누기도 하니 자기 이야기를 터놓지 못하기도 하겠습니다 겨울 나왔더군요 여름 가을도 봐야 하는데, 2022년 건 다 늦게 보겠네요


희선

scott 2022-12-23 0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 소설집은 착한 가격으로 다양한 작품을 읽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옆에 쌓아 놓고 보는 걸 좋아해서
이런 계간 문학지는 한꺼번에 쌓아 두고 읽어 버려요 ㅎㅎ^^

희선 2022-12-22 23:33   좋아요 2 | URL
쌓아놓고 보시는군요 저는 한권씩 보는 것도 힘듭니다 단편이어서... 예전에도 단편소설 봤지만, 잘 몰랐고 지금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네요 어렵게 느껴서 한권 한권 봅니다 책이 가볍고 싸서 좋지요


희선

새파랑 2022-12-19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었었네요~! 리뷰 보니까 기억이 확 납니다~! 세 작품다 좋았던거 같아요 ㅋ 언제 다시 봄이 올까요? ㅡㅡ

희선 2022-12-22 23:34   좋아요 3 | URL
겨울이 가면, 눈이 녹으면... 어쨌든 봄은 옵니다 철은 어김없이 찾아오니, 이번 겨울은 추우니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일월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희선

mini74 2022-12-21 13: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2년 봄, 이제 벌써 2022년 겨울이네요.
그러다보면 다시 2023 봄 이 오겠지요.

희선 2022-12-22 23:35   좋아요 2 | URL
많이 늦게 봤습니다 어느새 겨울이 나왔는데... 몇달 지나면 봄이 나오겠네요 앞으로도 잘 나오면 좋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