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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고양이
김경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고양이는 참 귀엽고 따듯하겠습니다. 만져본 적은 없지만 그럴 것 같아요. 저는 뭔가 안는 걸 안 좋아해서 고양이를 안지는 않겠지만. 여러 번 말했는데, 이제 한국에도 고양이 집사 많겠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을 거의 집사라 하지요.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챙겨주는 것도 즐겁겠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알지도 모르죠. 자신이 고양이를 돌본 게 아니고 고양이가 자신을 돌본 것 같다고. 이 만화 <남은 고양이>에서 은수도 그러더군요.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돌본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 책 ‘남은 고양이’는 말 그대로 두 마리에서 한마리 남은 걸 말해요. 은수는 고양과 고선생과 살았는데 고양이 열네해 살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이건 사람이 아닌 남은 고양이 고선생이 슬픔에 빠진 사람을 보는 거예요. 보기만 하지는 않는군요. 고선생은 은수가 고양을 떠나 보내고 슬퍼하자, 언젠가 자신도 떠나면 은수가 어떻게 지낼지 걱정해요. 고선생은 은수가 자신이 없어도 살아가게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합니다. 고선생이 그런 생각을 하다니 기특하네요. 실제로 고양이는 사람을 보고 마음을 알지도 모르죠. 사람과 하는 말은 다를지라도 고양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말하겠지요. 사람이 고양이 말을 몰라서 아쉽네요.
오래 함께 살던 고양이가 떠나면 마음 아프겠지요.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다르지 않은데. 은수는 고양이 떠나고 힘이 없어요. 밥도 잘 안 먹고 컵라면이나 빵도 먹다 남겨요. 재미있는 건 그렇게 남은 밥 컵라면 빵이 슬퍼하는 거예요. 슬퍼하는 걸 보고 재미있다고 하다니. 밥 컵라면 빵은 사람이 먹고 영양소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남은 고양이 고선생은 밥과 컵라면과 빵 그리고 한짝 남은 양말과 모임을 만들어요. 그게 재미있었어요. 여럿이 모인 건 은수를 생각하고 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남아서 슬프기도 할까요. 다 먹고 다 써야 하는 건 남으면 아쉽겠습니다. 남은 고양이는 좀 다르겠습니다. 은수도 고양이 떠났지만 고선생이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해요. 둘에서 아직 하나는 남았네요. 그걸 잊지 않아야 할 텐데.
은수가 고선생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잊지 않아도 고양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도 했겠지요. 고선생 나름대로 은수를 위로하는 모습 귀여워요. 고선생만 그러지 않을 것 같네요. 어떤 고양이든 사람과 살면 사람을 생각하겠습니다. 은수는 고선생과 마음이 잘 맞기도 했어요. 은수는 고선생과 오래 살아서 고선생 몸짓만 봐도 밥이 먹고 싶은지 자기 무릎에 안고 싶은지 아는 거겠습니다. 고선생은 은수한테 기대는 거 좋아하더군요. 이불도 따듯해서 괜찮겠지만 사람 몸이 더 따듯하겠습니다. 폭신하고 따듯한 사람 몸을 좋아하는 거군요. 모든 고양이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고양이 잘 모릅니다. 그저 이렇게 책을 보고 조금 알 뿐입니다.
남은 밥 컵라면 빵은 이제 남지 않게 됐어요. 고선생은 셋과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은수가 잘 먹는 거니 괜찮다 여겼습니다. 무언가를 잃은 슬픔이 다 가시지는 않아도, 시간이 가면 조금 나아지겠지요. 아직 고선생이 있으니. 고선생은 은수와 오래오래 살면 좋겠습니다. 아니 함께 사는 동안 즐겁기를 바라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