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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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단어의 집》을 봤을 때 사전이 생각났어요. 김소연 시인은 《마음 사전》을 쓰기도 했지요. 이 책 제목을 보고 그런 책인가 했는데,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시뿐 아니라 글쓰는 사람은 낱말을 자기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러지 못합니다. 따로 말을 정리하지도 않고 잘 적어두지도 않아요. 뭔가 떠오르거나 느낌이 와야 적을 텐데 그런 일은 없습니다. 가끔 찾아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일은 없네요. 그걸 생각하니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이 책이 어떤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어떤 낱말을 생각하고 글을 썼는지, 쓰다 보니 그 낱말이 떠오른 건지. 둘 다일까요. 안희연은 아직 쓰지 못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거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언제나 쓸 게 없고, 언젠가 글이 될 것도 없습니다.

 

 마음이 안 좋을 때 저는 자거나 아무것도 안 해요. 여전히 그러는군요. 안희연은 음식을 만들더군요. 음식 만들기는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안희연은 여름에 당근을 채썰어서 라페를 만든답니다. 라페는 이 책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음식 만들기도 집중해야 하고 그거 하나만 생각해야 하죠. 마음이 시끄러울 때 음식을 만들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뜨개질도 만들기와 다르지 않겠습니다. 사람마다 마음 푸는 게 있으면 좋은 거죠. 저도 자기보다 다른 거 하는 게 나을 텐데. 기분이 안 좋아서 편지 못 쓰겠다 했는데, 막상 쓰니 기분이 좀 나아지더군요. 그것도 집중하고 다른 걸 생각해설지도. 손을 움직인 것도 있겠네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말을 만났습니다. 가시손이에요. 자신이 손 대면 물건이 부서지거나 고장 난다고 하는 사람 있잖아요. 전자기계일 때가 많기는 한데. 그건 그 사람 손 때문이 아니고 다른 것 때문일 텐데. 전자기계와 체질이 안 맞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보통 사람보다 몸에 뭔가 많아서(물?). 뭔가는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시손은 북한 말인가요. 이건 때렸을 때 아픈 걸 말하는 것 같기도. 저는 평범합니다. 뭘 만졌을 때 부수지 않고 그대로 씁니다. 거기에선 영화 <가위손> 이야기를 했어요.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를 슬프게 보더군요. 저는 조금 거리를 두면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도. 좋아한다고 해서 꼭 붙어 있어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이상한 건지. 에드워드는 가위손으로 나무를 손질하고 얼음으로 눈을 만들기도 하네요. 안희연은 가위손이 멋지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어요. 가시손은.

 

 저도 힘이 들 때 뭔가 잘 안 될 때 떠올릴 말이 있으면 좋겠네요. 안희연은 탕종이라는 말을 떠올려요. 탕종은 빵을 만드는 기법에서 하나로 탕종 기법으로 만든 빵은 식감이 좋고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고 손가락으로 꾹 눌러도 천천히 본래대로 돌아온답니다. 삶도 유연하고 회복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안희연은 독일에 사는 친구와 편지를 쓴대요. 한나라에 사는 사람한테 쓰는 편지도 잘 갈지 안 갈지 걱정되는데 다른 나라는 더 걱정될 것 같아요. 그건 그것대로 멋지겠습니다. 안희연 친구 이름은 한여름이었어요. 지금도 편지 쓰겠지요.

 

 살면서 이기는 때는 얼마나 될까요. 안희연이 친구한테 ‘오늘도 질 것 같아.’ (150쪽)하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친구는 ‘비긴 걸로 해라. 슬프니까.’ (154쪽) 했답니다. 삶에 이기면 좋겠지만 졌다고 늘 아쉬워하기보다 비겼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습니다. 사람이 산다고 하지만, 사람은 다 죽음으로 갑니다. 죽는 날까지 즐겁게 살아야죠. 그게 잘 되지 않지만. 글쓰는 사람만 세상을 잘 바라보고 비밀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닐 거예요. 누구든 세상을 잘 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 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그게 작다 해도 그냥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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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9-13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긴 거로 해라는 말 재미있네요
힘도 되고요. ^^

희선 2022-09-14 00:02   좋아요 0 | URL
정말 늘 진 것 같은데 비겼다 생각하면 좀 낫겠지요 이런 건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stella.K 2022-09-12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읽어보고 싶네요.
연휴 마무리 잘 하십시오.^^

희선 2022-09-14 00:03   좋아요 1 | URL
언젠가 만나 보시면 좋겠네요 연휴 다 지나갔습니다 다른 때랑 다르지 않은데도 그러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9-1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마음 사전‘을 읽어 보았는데 언어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면 저런 표현이 나올까 감탄했었어요. ‘단어의 집‘도 그럴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이 안 좋을 때 밀린 집안일을 땀을 뻘뻘 흘리며 합니다. 그러다보면 맘이 좀 풀려 있더라고요.
힘이 들 때 떠올릴 수 있는 단어도 생각해봐야겠어요^^

희선 2022-09-14 00:08   좋아요 0 | URL
김소연 시인은 라디오 방송에서 목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시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여행 이야기 하면서 시를 읽었는데, 지금도 시나 글을 읽어요 책은 예전에 한권 봤군요 시집도 처음에 나온 거 보기는 했는데, 어려웠던 기억이... 마음 사전 못 봤지만, 괜찮을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거 멋진 일입니다 청소로 마음을 닦으라는 말도 있군요 집안 일 하는 것도 정리 청소와 다르지 않겠지요 땀을 흘리면 기분 좋기도 하고 깨끗해진 집을 보면 기분 좋기도 하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2-09-12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은 기분 전환에는 좋은 과정 같아요.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어도 만들면서 딴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요, 그리고 완성품을 먹어볼 수 있으니까요.
희선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9-14 00:12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한테 해주는 음식도 좋지만, 자신이 먹으려고 정성을 쏟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저는 거의 안 하는군요 잘 못하고 그거 할 시간에 다른 걸 하지 하네요 저는 그래도 음식을 하면서 자기 마음을 다잡는 사람도 있겠지요

명절 연휴 지나갔네요 별로 안 좋기도 하네요 그러고 보니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그랬는데,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나다니... 좀 우울하네요 서니데이 님 새로운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9-13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단어의 집!
김소연 시인님의 마음의 사전 후속 작품이네요

하룻 동안 쓰는 단어를
모아 본다면

제 하루의 모습이 슬라이드 영상 처럼 펼쳐 질 것 같습니다 ^^

희선 2022-09-14 00:14   좋아요 0 | URL
마음 사전,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말했네요 그걸 본 사람은 그 책 좋아하겠습니다 자기만의 낱말을 정리하고 싶을지도...

저는 별로 쓰는 말이 없군요 그저 라디오 듣기도 하고 책읽는 그런 단순한 하루네요 라디오에서 들은 말을 생각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예전에는 라디오 방송 듣다가 괜찮은 말 들으면 그걸 써 볼까 하기도 했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