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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ㅣ 나무자람새 그림책 1
다비드 칼리 지음, 모니카 바렌고 그림, 엄혜숙 옮김 / 나무말미 / 2020년 10월
평점 :
책 제목은 《작가》인데 책 맨 앞에 개가 있어서 어떤 이야길까 했어. 그림책은 이야기보다 그림을 중심으로 봐야 하는데. 그림책에는 많은 게 나오지 않아. 아니 그림에는 여러 가지를 담기도 하겠어. 이 책에는 개와 사람만 있어. 집 안에 있는 물건도 조금 보여. 이 책은 개와 함께 사는 작가가 보면 좋아할까. 이걸 보고 자기 얘기랑 비슷하다 할지도. 개와 함께 사는 작가도 있겠지만, 고양이와 함께 사는 작가도 많겠지. 개를 고양이로 생각하고 봐도 괜찮겠어.
‘탁탁 타닥 탁 타다닥 탁탁’ 이건 무슨 소릴까. 남자는 타자기로 글을 써. 개는 그 소리를 들어. 남자는 글쓰는 사람인가 봐. 언제나 글을 써서 개가 좀 심심해해. 개는 자신이 없으면 남자가 밥도 안 먹고 다른 건 안 할 거다 생각해. 글을 쓰다보면 다른 걸 잊기도 하겠지. 난 그런 적 없는 것 같아. 남자는 글을 쓰다 개한테 밥을 주고 자기도 뭔가 먹었어. 남자는 잠옷을 입은 채로 커피를 마시기도 해. 개는 남자한테 여자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개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재미있군.
남자는 개와 함께 산책하러 가. 개는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를 보고는 남자가 여자한테 말하기를 바라. 남자는 개가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가 아닌 다른 여자한테 말을 해. 개는 그 사람은 아니야 했는데, 남자가 개가 생각하는 걸 알 리 없겠지. 개와 산책하면 개와 산책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겠어. 맞아, 남자는 개와 산책하는 여자와 말을 나눴어. 여자와 함께 밖에 나온 개는 털이 아주 길었어. 그 개는 남자와 사는 개와 사이좋게 지내려고 해.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개는 개를 만났네.
이야기가 끝나고 나온 그림은 참 좋은 모습이야. 개 두 마리가 붙어 있고 밥을 먹고 함께 산책해. 여자와 남자 그리고 개 두 마리는 즐거워 보여. 여자도 글쓰는 사람일까. 그렇다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개 두 마리는 서로 여자나 남자가 글을 더 잘 쓴다고 할지도. 이 생각은 좀 앞으로 나간 걸지도. 글쓰기도 개와 사는 것도 즐겁기를.
사람과 함께 사는 개는 사람을 닮기도 하지. 글쓰는 사람과 사는 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을지도. 고양이도 그렇다고. 고양이는 사람이 글을 쓰려고 노트북 컴퓨터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모니터 앞에 누워버려. 글쓰지 말고 나랑 놀아 하는 걸까. 여기에서 개는 남자가 타자기로 글쓰는 소리만 들었는데. 고양이는 높은 데도 쉽게 올라가지만 개는 그런 거 어려울지도. 정말 난 개를 보고 고양이를 생각했군. 개도 고양이도 함께 살지 않는데. 생각은 자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