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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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아주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저는 모르겠어요. 좋아하기는 해도 아주아주 좋아한다 말하기 어려워요. 제 마음은 언제나 미지근합니다. 뜨겁지 않아요. 위는 미지근하고 밑은 조금 뜨거우려나. 좋아하는 게 있어도 ‘나 이거 아주아주 좋아해’ 말하지 않고, 그런 말하는 거 자체가 부끄럽달까. 조금 말해놓고도 창피하게 생각합니다. 왜 창피한지 모르겠네요.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거 잘 말하기도 하는군요. 저는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안 되나 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다가 전문가가 되기도 하잖아요. 저는 늘 자신없고, 그냥 혼자 조용히 좋아하는 게 좋아요.

 

 요즘은 가장 좋아하는 걸 ‘최애’라 하는군요. 저는 이런 말 안 쓰는데,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글을 손으로 쓰고 편지도 씁니다. 그러면서 컴퓨터도 써요. 지금 시대에 널리 쓰이는 말 대충만 압니다. 좀 모르면 어떤가 싶어요. 이 책 《최애, 타오르다》를 보고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책을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뭐가 달랐느냐고 하면 말하기 어렵네요. 야마시타 아카리는 고등학생으로 사는 게 그리 쉽지 않았어요. 남처럼 하지 못하고 할 마음도 들지 않고 몸이 무거웠어요. 어느 날 집에서 어릴 때 본 <피터팬> DVD를 보다가 피터팬을 연기한 게 우에노 마사키라는 걸 알게 돼요. 우에노 마사키는 아이돌 그룹 마사마좌 한사람이기도 했어요. 아카리한테 마사키는 빛과도 같았습니다.

 

 아이돌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이기도 하네요. 그걸 알아도 좋아하게 되면 어쩔 수 없지요. 마사키는 아카리한테 살아갈 힘을 줬어요. 아카리는 최애를 알려고 최애가 하는 말을 받아적고 그걸 블로그에 썼어요. CD를 사고 공연에도 갔지요. 일본 아이돌 그룹은 인기투표도 하는가 봐요. 아카리는 같은 CD를 아주아주 많이 사고 마사키를 밀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돈은 아르바이트해서 마련했지요. 마사키는 아카리가 잘 못하던 것도 하게 했네요. 저는 그렇게 못할 텐데. 좋아해도 공연에 가지 않고 그저 CD만 사서 음악을 듣기만 합니다. 아카리가 CD는 많이 샀지만, 마사키한테 다른 건 바라지 않았어요. 아카리는 마사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겠지요.

 

 소설은 마사키가 팬을 때렸다는 이야기도 시작해요. 아이돌이 그런 일을. 그런 일 있으면 이런저런 말이 금세 퍼지겠습니다. 그래도 아카리는 자신한테는 마사키가 최애다 여기지만, 마사키가 있던 그룹 마사마좌가 아예 해체하고 맙니다. 그 충격 엄청나겠습니다. 아카리는 학교에 제대로 가지 않아서 3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고는 아예 학교를 그만둡니다. 그런 일까지 일어나다니. 아카리는 마사키를 평생 응원하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대상을 잃었습니다. 아카리는 최애가 일반 사람이 되다니 하더군요. 마사키는 아카리한테 척추기도 했는데, 어쩐지 아카리 척추가 꺾인 듯했습니다. 앞으로 아카리는 괜찮을지. 시간이 흐르고 아카리가 조금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언제나 바르고 좋기를 바랄 듯합니다. 아이돌도 사람일 텐데. 많은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아이돌은 힘들겠습니다. 아이돌은 그런 부담감 없을까요. 저나 그렇게 생각할지도. 한국에도 아이돌 많군요. 텔레비전 음악 방송에는 거의 아이돌만 나옵니다. 다른 음악도 있을 텐데. 아이돌 음악이 안 좋다는 건 아니고 한쪽으로 치우친 듯해서. 늘 같은 노래만 듣는 제가 이런 말을 했네요. 저도 좋아하는 것만 듣습니다. 이런저런 사람을 보면서 사람이 하나만 좋아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거기에 아주 많이 빠지지 않으면. 아이돌이 자신한테 힘을 주기도 하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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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6-25 0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애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낯설었는데, 쓰는 사람은 많이 쓰는 말인가봐요.
저는 쓰지 않지만, 가끔씩 보게 되거든요.
아이돌도 많지만, 아이돌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거기에 아주 많이 빠지지 않으면. 아이돌이 자신한테 힘을 주기도 하니.˝
라는 마지막 부분, 공감합니다.^^

희선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06-28 00:33   좋아요 3 | URL
최애라는 말 많이 듣기는 했지만, 저도 잘 안 쓰는군요 그냥... 쓰고 싶은 사람만 써도 괜찮겠지요 어떤 말이든 다르지 않네요 아이돌이 되려는 사람 많다고 들었고, 된다 해도 오래 가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화려해 보여도 쉽지 않은 일인 듯합니다

여기 나오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걸 나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면 나았을지도 모를 텐데...

유월 사흘 남았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되다니... 서니데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6-25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애가 타오르면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이 되는 건가요. 저도 성격이 좀 밋밋해서 뭘 좋아해도 최애까지 가기 힘들어요.
그저 조용히 제가 좋아하는 몇가지를 하고 있을 뿐인데 그 마저도 허우적대고 있어요.
최애, 타오르면 좀 외로울 것도 같아요^^

희선 2022-06-28 00:37   좋아요 3 | URL
뭔가 아주 좋아하는 게 있는 게 부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그게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있었을지도... 좋아하는 만화영화... 그런 거 보다 끝나면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젠 덜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쉬울 때 있지만...

조금 좋게 여기는 게 더 오래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희선

바람돌이 2022-06-25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돌 팬덤은 역시 중고교생들. 사실상 걔들한테 허용된 오락이 별거 없어요. 그러니 뭔가 몰두할게 필요하고 아이돌은 아주 안전한 선택이죠. 사실은 저도 오빠부대 출신.... ㅎㅎ 저희집 딸애가 초등부터 고3때까지 아이돌에 빠져 완전 빠순이로 살더니 대학 들어가면서 지 놀기 바쁘니까 다 버리더라구요. ㅎㅎ

희선 2022-06-28 00:39   좋아요 2 | URL
어떤 소설가가 자기 중고등학교 시절은 아이돌로 시작해서 아이돌로 끝났다고 한 듯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중고등학생 때보다 덜 좋아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음악은 좋아해도 괜찮을 텐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오래 활동해야 그러기는 하겠네요 지금은 아이돌 오래 하는 듯해요 그런 거 괜찮게 보입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6-25 23: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애를 영어로 bias라고 하더라구요
아이돌 중에서도 좋아하는 멤버를 bias라고...!

희선 2022-06-28 00:42   좋아요 3 | URL
최애가 영어도 있군요 지금은 한국 아이돌을 다른 나라 사람도 좋아하는군요 그런 게 한국에 좋은 영향을 주면 좋겠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건지 잊어버렸지만, BTS가 벌어들인 돈이 엄청나다는 말을 하더군요 경제에 도움을 준 거군요


희선

scott 2022-06-28 0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중딩 고딩)이 아이돌은 아니여도 아역배우로 활동 했었는데
소속사의 노예이자 영혼까지 맡겨 놔야 하능

팬덤으로 먹고 산다는게
보통의 인내와 마음가짐 아니고서는
견디기 힘들어요

희선 2022-06-28 00:45   좋아요 3 | URL
scott 님은 발이 넓으시네요 아역배우로 활동한 사람도 친구라니... 아역배우도 쉽지 않겠지요 아이돌도 다르지 않군요 처음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안 좋겠지요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될 듯합니다

뭐든 쉽지 않군요 저는 조용히 좋아하는 게 더 좋아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