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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
크리스 버터워스 지음, 샬롯 보아케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19년 4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20/pimg_7987151333349018.png)
커다란 나무가 맨 앞에 있군요. 이건 잎이 무성해진 여름 나무겠지요. 맨 뒤는 잎을 다 떨군 겨울 나무네요. 나무는 언제나 좋지요. 이 책 《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예요. 나무는 사람과 가까이 있습니다. 자신이 사는 곳 둘레에서 나무를 하나도 못 보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요. 숲은 아니어도 길을 걷다 나무를 만나면 기분 좋기도 합니다. 제가 만나는 나무는 길에도 있고 지나는 아파트나 학교에도 있어요. 나무 이름 많이 모르지만 여러 가지 나무를 만납니다.
지금 같은 봄에는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겠습니다. 나무는 겨울에도 쉬지 않는다고 하는데, 겨울엔 쉬었다 따스한 봄이 오면 기지개 켜고 일어날 것 같기도 해요. 봄엔 나무만 깨어나지 않는군요. 개구리, 뱀, 곰, 다람쥐……. 겨울잠을 잔 동물과 땅속에서 겨울을 난 씨앗이 깨어나겠습니다. 처음엔 아주 작아서 안 보이겠지만, 비가 오고 하루하루 지나면 새잎이 보이겠지요. 작고 부드러운 연두색 새잎. 그런 거 만져본 적은 없어요. 나무를 좋아해도 만지지 않는 게 낫겠지요. 봄에 꽃이 피어도 나뭇가지는 꺾지 않기. 나무를 느끼려면 나무를 안아보는 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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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나뭇잎 색이 진해져요. 볕이 뜨거워서 나무는 여름에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답니다. 사람도 목이 마르면 물 많이 마시는군요. 봄뿐 아니라 여름에도 꽃은 핍니다. 꽃이 피면 벌이나 나비가 찾아와 수분을 도와주지요. 여름에 작은 열매가 열리고 자랍니다. 사람이 혼자 살지 않듯 자연도 서로 돕고 사는군요. 때론 바람이 도움을 줍니다. 잎이 무성한 여름에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면 시원한 소리가 들립니다. 나뭇잎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네요. 나무야, 고마워.
언제든 나무는 좋은데, 가을엔 나무가 예쁘기도 하죠. 열매도 익고 나뭇잎은 빨갛게 노랗게 물들잖아요. 나뭇잎 색이 그대로인 나무도 있군요. 그런 나무는 그것대로 좋습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열매를 맺는 나무. 많은 열매에서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는 건 그리 많지 않다지요. 어린 나무가 커다랗게 자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친구 같은 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울할 때 찾아가서 말하게. 아쉽게도 그런 나무 만나지 못했어요.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으면 될 텐데. 하나가 아니고 여러 나무를 만나야겠어요.
바람이 차가워지고 가을이 끝날 무렵에 나무는 겨울을 나려고 잎을 떨구어요. 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가 조금 애처롭게 보이지만, 다음 봄을 생각하면 그런 마음 덜하겠습니다. 겨울 동안 나무는 힘과 영양분을 자기 몸에 쌓아뒀다 따스한 봄이 오면 꽃과 새잎을 피우겠지요. 나무는 그런 삶을 되풀이하면서 사람보다 오래 살고 여러 가지를 보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