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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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 《변두리 로켓》을 보고 이게 한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변두리 로켓’은 나오키상을 받았던데, 이건 처음부터 두권은 쓸 생각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몇달전에 본 소설 마지막에 다음을 예고하는 것 같은 말이 있었다. ‘변두리 로켓’은 모두 네권이다. 한권 봤으니 나머지 세권도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쿠다제작소가 무얼 만드는지도 알고 싶었다. 작가는 이야기 하나를 쓰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또 떠올랐나 보다. 로켓에 쓰이는 밸브 시스템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거 봐도 모르기는 마찬가지겠다. 밸브 시스템이 여러 가지에 쓰일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둬야겠다. 과학, 그것도 무언가를 만드는 거 잘 모른다. 이 책 보다보니 <닥터 스톤>이 생각나기도 했다. 거기에서 여러 가지 만드는 게 나와서 말이다. 언젠가는 로켓을 만들 거다.

 

 로켓을 만들려다 실패한 쓰쿠다 고헤이는 그 책임을 지고 우주과학개발기구 연구원을 그만두고 아버지 회사인 정밀기계를 만드는 쓰쿠다제작소를 물려받았다. 쓰쿠다는 로켓 엔진 만들기를 실패하고 밸브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그걸 만들고 특허도 받았다. 로켓을 만들어 쏘아올리려는 데이코쿠중공업에서 쓰쿠다한테 밸브 시스템을 팔라고 했지만, 쓰쿠다는 그걸 팔지도 돈을 받고 쓰게 하지도 않고 쓰쿠다제작소에서 밸브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데이코쿠중공업이 로켓을 쏘아올리는 데 쓰쿠다제작소도 한몫했다. 그게 언제까지나 이어지는 건 아닌가 보다. 데이코쿠중공업은 다음에는 밸브 시스템을 경쟁입찰한다고 한다. 이 때 나타난 경쟁회사는 사야마제작소다. 사야마제작소는 쓰쿠다제작소와 비슷한 때 시작하고, 지금은 시나 나오유키가 사장이다. 시나는 자신이 나사에서 일한 과학자였다는 걸 밀었다. 어디나 간판이 중요한지. 그건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은 좋은 간판에 더 마음이 끌리기도 한다. 사야마제작소는 로켓 엔진 밸브 시스템을 데이코쿠중공업과 함께 개발한다는 걸 조건으로 걸었다.

 

 이번 ‘가우디 프로젝트’는 로켓 엔진에 쓰인 밸브를 심장 판막에 쓰려는 이야기다. 다른 회사에서 설계도만 주고 밸브를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건 인공심장에 쓸 거였다. 그걸 맡은 사람은 잘 만들어내지 못하고 쓰쿠다한테 불만을 가지게 됐다. 밸브를 만들어달라고 한 회사는 쓰쿠다제작소에 시제품만 만들게 하고 거래는 사야마제작소와 할 생각이었다. 인공심장이나 인공판막에 들어가는 밸브를 만드는 곳은 사야마제작소와 쓰쿠다제작소밖에 없을까. 그건 아닐 것 같기는 한데, 두 회사가 경쟁하는 이야기가 됐다. 책을 보면서 어느 한쪽은 괜찮고 어느 한쪽은 별로다가 아니고 선의의 경쟁을 하게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야기 풀어가기 힘들까.

 

 사야마제작소도 나름대로 기술이 있기는 하겠지만, 사장인 시나는 자신이 나사에서 일했다는 걸 많이 내세웠다. 기술자는 시간을 들이고 경험을 쌓게 하기보다, 실력이 괜찮다 싶은 사람을 다른 회사에서 빼돌리고 생각만큼 일을 못하면 바로 다른 사람으로 바꾸었다. 쓰쿠다는 실력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경험을 쌓게 하려 했다. 하지만 나카자토는 자기 마음대로 일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쓰쿠다제작소를 그만두고 사야마제작소로 간다. 자기 실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 마음을 잘 보듬어줬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한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없기는 하다. 과학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거다. 과학은 무언가를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드는 게 아니다. 쓰쿠다제작소 사람은 그걸 알았다. 그런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호쿠리쿠의과대학 이치무라와 그 지역에 있는 작은 공장 사쿠라다 사장 사쿠라다는 인공판막을 만들려 했다. 그리고 쓰쿠다제작소와 함께 하자고 한다. 처음에 쓰쿠다는 의료기기 만드는 데 위험성을 생각하고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 거 보니 의료기기에 투자하거나 만드는 사람 대단하다 생각했다. 위험성을 알고도 의료기기를 생각하고 만든 사람이 있어서 지금 의료가 많이 좋아지지 않았나. 장기 이식을 하고 목숨을 늘리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장기 이식을 받아야 하는 게 자신이거나 가까운 사람일 때는 다르게 생각하겠지. 경쟁회사 사야마제작소하고도 문제가 있었지만, 의사와 의사가 대립해서 문제도 있었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생각해야 하는데 힘이나 지위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니. 왜 사람은 위로 올라갈수록 그렇게 다른 데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비슷해질 수 있을지도. 돈이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데, 있으면 더 있었으면 하기도 한다. 그런 데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사람 목숨이 달린 걸 만들려면 마음을 많이 써야 한다. 자기 이름을 날리려고 검증도 되지 않은 걸 쓰면 사람이 죽는다. 실수해도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람 목숨이 걸린 건 실수하면 안 된다. 의료기기 만들기 쉽지 않겠지만, 만들어 내는 사람 대단하구나. 혼자 하는 건 아니겠지. 쓰쿠다제작소 사람은 아픈 아이를 생각하고 인공판막을 만들려 했다. 성실함은 중요하다. 쓰쿠다제작소는 성실함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뤘다. 다음에는 어떤 걸 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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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10 08: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변두리 로켓이라는 제목이 좀 의아했는데 이런 내용을 담고 있군요. 이 책의 시리즈가 4권이나 있네요. 가우디 프로젝트의 과정이 흥미로울 것 같아요^^

희선 2022-02-11 23:34   좋아요 3 | URL
일본에는 기계 부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공장이 있기도 하더군요 한국에도 있을지...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이 작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알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다른 건 책보다 드라마 봤습니다) 이 작가 책은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그거 보고 작은 공장을 알기도 했네요 여기 나오는 쓰쿠다제작소는 아주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아요


희선

mini74 2022-02-10 1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인기인가봐요. 도서관 갈때마다 표지며 눈이 가서 보면 항상 뒤에 편만 하나 정도 남아있더라고요. ~

희선 2022-02-11 23:34   좋아요 2 | URL
앞에 건 없고 뒤에 것만 있다니...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그렇겠군요 돈보다 꿈을 갖게 하는 일터 같은데 실제로 그런 곳 있겠지요


희선

서니데이 2022-02-10 22: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가 드라마가 되면서 유명하지만, 이 책도 여러권 출간되는 것을 보면 우리 나라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자와 나오키와는 또 다르지만, 소재가 괜찮더라구요.
희선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2-02-11 23:36   좋아요 3 | URL
한자와 나오키에도 마을 공장이 나오죠 그게 중심은 아닐지라도... 한자와 나오키는 작은 공장을 도와주려고도 하는군요 여기에도 은행에서 일하던 사람이 이 쓰쿠다제작소에 와서 일을 하다가 은행을 아주 그만두고 쓰쿠다제작소 직원이 돼요 첫번째에서 그랬군요 그때 돈을 빌리던 은행이 돌아서서...


희선

scott 2022-02-11 0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케도 준!
로켓 시리즈 일드로 잼 나게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과학 기술력은 이렇게 소규모 업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

자부심, 긍지, 인내 등등을 드라마에서 아주 많이 강조 해서
공익 드라마 처럼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ㅅ^

희선 2022-02-11 23:37   좋아요 2 | URL
이건 예전에 드라마 한번 만들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만들었더군요 예전 건 못 봤지만... 아베 히로시가 쓰쿠다로 나오는 거 보기는 했어요 한자와 나오키에서 한자와 나오키 아버지 공장에서 만드는 나사가 로켓에 들어간다고 한 거 생각나기도 합니다 변두리 로켓에서는 로켓에 들어가는 밸브 시스템을 만들었네요 실제로도 기술이 뛰어나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