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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 소설 ㅣ 대환장 웃음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1년 1월
평점 :
이 소설 《왜소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웃음 소설에서 하나다. 예전에 웃음이 들어가는 소설 봤는데, 《괴소 소설》 《흑소 소설》 《독소 소설》 이렇게 세 가지다. 이런 소설 재미있게 본 것 같은데, 세 가지 다 안 보고 두 가지만 본 것 같다. 나중에 못 본 거 봐야지 생각하고 잊어버렸을 거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많이 봤지만, 못 본 것도 조금 있다. 이번에 본 ‘왜소 소설’은 출판사 이야기다. 왜소(歪笑)는 비틀린 웃음이라 하면 될까. 이런 것은 쓴웃음과 같은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는 짧은 소설 열두편이 실렸고, 규에이 출판사 편집자와 여기서 책을 낸 작가 이야기가 담겼다.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전설의 편집자>는 웃겼다. 정말 편집자는 골프를 배워야 할까. 골프만이 아니었구나. 서적 편집부에서 일하게 된 아오야마는 골프를 배우고 작가와 골프를 쳐야 했다. ‘전설의 편집자’는 시시도리 편집장인데, 시시도리는 작가 마음에 드는 일을 하고 원고를 받았다. 골프는 아주 적은 점수 차이로 작가한테 졌다. 작가 기분이 안 좋으면 슬라이딩 무릎꿇기를 하고,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걸 하게 해주기도 했다. 잘 나가는 작가는 원고 받기 어렵기는 하겠다. <드라마는 나의 꿈>에서 편집자 고사카이는 아타미 게이스케 소설 《격철의 포엠》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면서 아타미한테 전화한다. 하지만 그건 원작과 아주 다른 거였다. 아타미는 싫었지만 타협한다. 얼마 뒤 이름이 잘 알려진 배우가 아타미 소설 영상물 저작권을 사려 했는데, 편집자 고사카이는 그 소설 영상물 저작권이 팔렸다고 한다. 고사카이는 전화한 사람이 누군지 몰랐고, 그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곳은 없으리라고 여겼다. 편집하는 사람은 작품을 알아보기도 해야 할 텐데, 고사카이는 그런 거 잘 못하는 거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앞에서 ‘전설의 편집자’가 시시도리 편집장이라 했는데, 시시도리는 아타미 다음 소설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려고 한다(<베스트셀러 만들기>). 그것도 조금 억지스럽기는 했지만. 작가 이미지를 가짜로 만들고 인터뷰를 하고 사인회를 열었다. 그게 잘 됐느냐 하면 아주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아타미 소설에 빠져든 사람은 조금 있는 것 같았다. <허무승 탐정 조피>로 ‘제1회 규에이 신인상’을 받은 다다노 로쿠로, 필명은 가라카사 잔게 이야기도 여러 편 나온다. 선배 작가와 골프를 치러 갔다가 앞으로 선배 작가를 앞지르겠다고 마음먹는 <신출내기>. 사귀는 사람이 거의 가라카사 매니저가 되고 새로운 소설을 쓰게 하는 <천적>. 이 뒤에는 시시도리 편집장이 있었다. <소설가 사윗감>에서는 가라카사가 결혼하려는 모토코 아버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소설이라는 걸 조금 알게 된다. 가라카사가 쓴 소설을 보고 모토코한테 가라카사를 잘 도와주라고 한다. 소설가는 안정된 일이 아니어서 부모가 걱정도 하겠다.
문학상이 많다고 하는데 그걸 만들려고 힘쓰는 사람도 있을까. <문학상 신설 분투기>에는 그런 모습이 담겼다. 상을 받은 작품은 예상과 달랐다. 실제 그런 일도 있겠지. <대타를 찾아라!>는 문예지에 실을 소설이 하나 빠져서, 미스터리를 쓰지 않는 작가 아타미한테 의뢰한다. 아타미는 돈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는데, 얼마 뒤 다른 소설가한테 미스터리를 쓰게 했다면서 아타미한테는 쓰던대로 쓰라고 한다. 그건 아타미한테도 다행한 일었다. 아타미는 미스터리를 쓰지 못했으니 말이다. <작가 은퇴 기자 회견>은 그저 형식이었다. 기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자신이 소설을 그만 쓰겠다고 은퇴 기자 회견을 열어달라고 한 작가는 그 뒤에 소설을 쓴다. 그건 은퇴가 아니구나. 그래도 작가는 형식일 뿐인 은퇴 기자 회견을 하고 마음의 짐을 내리고, 이제 마음 편하게 소설을 쓰게 됐을지도. 작가는 달리 은퇴라는 게 없기는 하다. 글을 안 쓰면 그 작가 글을 보던 사람은 이제 글 안 쓰나 하고 시간이 가면 잊는다.
일본에는 일이 잘 안 되면 작가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 있을까. 그런 이야기 몇 번 본 것 같다. 작가로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얼마 안 될 텐데. <최종 후보에 오르다>에서 이시바시 겐이치는 일터에서 안 좋은 자리로 밀려나고 소설을 쓰고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한다. 그게 마지막에 남았지만 상은 받지 못한다. 편집자가 다시 응모하라고 하지만, 이시바시는 하던 일 하기로 한다. 그렇게 소설가가 되겠다고 꿈을 가졌다가 그만둔 사람 많을 것 같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