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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 -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김홍모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기억해야 할 날이 사월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사월은 더 슬프기도 합니다. 슬프다기보다 아프다고 해야 할까요. 다음에는 화가 나기도. 다른 때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책을 안 보면. 《홀》은 ‘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예요. 세월호를 말하는 글을 보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그걸 다 찾아본 건 아니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겠군요. 그렇다고 아주 안 보면 더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보고 기억하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슬프고 아프고 화 나도. 이렇게 말했지만, 저도 제 일에 빠질 때가 더 많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우울함 같은 거. 자신이 하고 싶은 거 많았을 많은 아이가 별이 된 걸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합니다. 사는 게 더 힘들기는 하지만, 늘 안 좋기만 한 건 아니기도 하지요.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주 괴롭다고 하지요. 5·18 광주민주항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아직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더군요. 세월호가 가라앉고 일곱해가 흘렀습니다. 저도 일곱해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배 사고가 났지만 모두 구했다는 말 듣고 다행이다 했는데, 그건 아니었군요. 그 보도는 누가 한 걸까요, 그렇게 말하라고 한 건지. 배는 사고가 나면 빠른 시간 안에 사람을 구조해야 살 수 있겠지요. 배가 바닷속에 들어가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아이가 살아올 거다 믿다니. 그건 방송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지금도 왜 그때 가만히 있으라 했을까 싶습니다. 배 바깥으로라도 나왔다면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았을 텐데. 거기에서 구조된 사람도 남은 사람이 구조되리라 믿었겠지요. 그런 믿음이 깨지다니. 해경은 왔다가 선원만 구하고 돌아가고. 다른 민간 배에도 돌아가라고 했더군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고가 나면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구조하는 분 많겠지요. 배 사고가 날지 아무도 모르고 대비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면 괜찮았을 겁니다. 드라마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곳에 사람을 구하러 가면, 거기 있는 사람이 판단하고 사람을 구조하던데 실제로는 그러지 않는 걸까요. 드라마는 환상일 뿐인가 봅니다. 제가 본 일본 드라마에서 일어난 일은 차 사고로 가스가 터지거나 지진이 일어난 거기는 했지만. 김민용 씨는 아직 배에 사람이 많고, 기자한테 자신이 아는 걸 말했는데 그런 건 방송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김민용 씨는 배가 가라앉으려 했을 때 사람들을 구했어요. 나중에는 구하지 못한 사람을 생각하다 견딜 수 없게 됐어요. 그 일은 김민용 씨 혼자 감당하지 못하고 김민용 씨 아내와 아이도 괴로워했습니다. 이건 김민용 씨 한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예요. 세월호에서 구조된 사람 모두의 이야깁니다.
그때 2014년 4월 16일에 괜찮았던 사람은 없겠습니다. 한국 사람 모두가 충격 받았겠지요. 그걸 지켜보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으니. 거기 있었던 사람은 얼마나 더 괴롭고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김민용 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한해가 되어갈 때쯤 손목을 긋고 여러 번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그런 건 누가 보상해줘야 하는 건지. 나라에서 해줘야 하는 걸까요. 그때 나라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하는군요. 일곱해가 지나는 동안 시원하게 밝혀진 것도 없네요. 알아내려고 하는 거기는 할까요. 이거 쓰다보니 한숨이 나오네요. 제가 뭔가 하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책을 보고 쓰는 것밖에는.
시간은 자꾸 흘러갑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세월호 참사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