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아리 - 누구나 겪지만 아무도 말할 수 없던 데이트 폭력의 기록
이아리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왜 같은 사람을 때릴까. 상대를 때려서라도 자기 말을 듣게 하려고. 사람은 맞으면 반발하지 않나. 맞는 사람은 남자보다 여자일 때가 더 많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높은 사람이 계급이 낮은 사람을 심하게 때리고 맞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난다. 그건 특수한 경우고, 보통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쉽게 맞는다. 그런 건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기도 힘들 것 같다. 자신이 뭔가 잘못해서 맞았나 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이런 생각하니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를 때리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구나. 아이가 어릴 때 잘못했다고 때리는 건 아주 안 좋은 거구나. 잘못했다고 해서 맞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옛날에는 죄를 지으면 맞는 벌이 있었다. 사람을 때려서 다스리려 한 건 아주 옛날부터였구나. 그런 게 보통 사람한테도 퍼지고 잘못하면 맞을 수도 있다 생각하게 된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나도 뭔가 잘못하면 맞을까 봐 무서웠던 것 같다.

 

 예전에는 데이트 폭력을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말하지 못했겠지. 언젠가 남자가 사귀던 여자가 헤어지자고 해서 여자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는 뉴스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그건 실제 뉴스를 들었다기보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본 것 같기도). 그런 일이 그때 한번뿐이었을까. 평소에도 남자는 여자를 때리고 심한 말을 했을 거다. 여자는 그런 남자하고 더는 사귈 수 없다 여기고 헤어지자고 했겠지. 남자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그저 여자가 나쁘다 생각하고 심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까. 요즘은 죽임 당하는 여자도 있다. 사귀던 사람한테 스토킹 당해도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좀 예전 일일까. 지금은 달라졌기를 바라는데 어떨지(그런 일 실제 일어났구나. 여자뿐 아니라 엄마에 동생까지 죽였던가). 남자는 자신한테 힘이 있다는 걸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는 무서워하는데. 밤길을 무섭게 여기는 남자는 없겠지. 난 경험해 본 적도 없는데, 왜 이 책에 나온 게 다 무섭게 느껴질까.

 

 그림으로 그렸는데도 생생하다. 그림이어서 더 잘 나타낸 건지도. 이 책을 보다 내가 이아리가 된 것 같았을지도. 남자는 무척 크게 그리고 아리는 작게 그렸다. 실제 모습과 다르다 해도 마음은 그렇게 느꼈겠지. 아리가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는 게 쉽지 않아도 남자와 헤어지면 끝이기도 해서 다행이다 여겼다. 헤어지지 못하고 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사람은 어쩌나. 그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가정 폭력. 그 말이 맞다고 하기도 어렵다. 이건 그냥 내버려두고. 책 제목인 ‘다 이아리’를 봤을 때 다이어리를 이렇게 쓴 건가 했다. 이 제목은 <누구나 다 ‘이아리’가 될 수 있다>다. 많은 사람이 자신한테는 데이트 폭력 같은 일 없을 거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아리는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럴 때 자신을 잘 지켜야 할 텐데.

 

 몸이든 마음이든 맞으면 안 좋다. 자존감 떨어지고 자신이 싫어질 거다. 이런 일은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지. 아리는 결혼하기 전이어서 다행이구나. 그래도 그런 일을 겪으면 아픔이 오래 가는 것 같다. 둘레 사람도 도움 안 되는 말을 했다. 힘내기 어려운데 힘내라고. 자신을 때리던 사람과 헤어지고 그 자리를 채우려고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 아리는 모든 사람이 예전 남자 친구와 같을까 봐 의심했다. 그런 마음도 들겠지. 누구를 꼭 사귀어야 할까. 안 사귀면 안 되나. 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내가 누굴 사귈 마음이 없다고 다른 사람도 그러기를 바라면 안 되겠다. 천천히 자신을 잘 들여다 보고 다친 마음을 낫게 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 아리한테는 그런 사람이 나타났다.

 

 난 장난으로 누군가를 툭툭 치는 것도 폭력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괴롭히는 건가.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고 즐거워하는.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을 때리지 않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요즘은 아이를 때리는 부모 많지 않겠지. 가정이 평화로워야 사회도 평화로울 거다. 누군가를 때리는 건 나쁜 것이다는 걸 부모가 아이한테 잘 알려주기를 바란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길.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때리자 선생님은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좋아해서다 했다.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이었구나. 이젠 그런 선생님 없겠지. 없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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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8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신체 접촉은 서로 조심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가끔 보면 친근함의 표시로 그러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친해지려면 마음이 가까워져야 하는데...폭력은 무조건 나쁜다는데 공감합니다~!

희선 2021-06-09 02:01   좋아요 2 | URL
이걸 올리려고 했는데, 새벽에 여성이 남성을 때리는 모습을 봤다는 기사 제목이 보이더군요 여자든 남자든 사람을 때리면 안 될 텐데... 친해지려면 마음이 가까워져야 한다는 말씀 맞습니다


희선

han22598 2021-06-10 0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글을 읽으면서...드는 생각이.. 우리가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도 상당히 아프잖아요. 그러면. 장난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툭툭 치는것. 괴롭히는것. 보이지 않아도 그 상처는 매우 크다는것. 그 상처가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보이지 않기에 더 치명적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희선님 글 감사해요!

희선 2021-06-10 01:18   좋아요 0 | URL
사람을 때리는 말도 아주 안 좋게 하지 않나 싶어요 상대 마음을 꺾으려고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별 생각없이 해도 듣는 사람은 그런 말에 아주 안 좋아질 듯합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때리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런 말을 자꾸 들으면 정말 자신이 잘못했나 하기도 할 거예요 거기에서 벗어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듯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