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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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공장에서 제품처럼 ‘생산되는 세계,
모든 행동과 생각, 죽음까지도 통제되는 세계에서인간은 어느만큼이나 인간일까?

‘멋진 신세계』는 매끈하게 다듬어진 이상향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세계에 자연인을투입시켜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려는 하나의 예언적인 시도로서, 미래의 공포라는충격을 제시하고, 그러한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을 주창하는 선언서노릇을 한다.
시험관 아기는 이미 일반화되었고, 태아를 냉동시켜 보관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DNA와 두뇌의 뇌파까지 인간의 기술로 변형시키려고 덤비는 현대의 관점에서보면 인류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하거나 인구를 통제하는 시대 또한 그리 멀지않은 셈이다.
과학과 행복과 인간성의 함수는 결국 기계 문명만이 남는다는 불평등 방정식을남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에게는 무엇이 참된 이상향이며, 우리들은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옮긴이의 말 중에서

"여러분은 노예로서 살아가는 신세가 좋습니까?"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서자 야만인은 이런 말을 하는 중이었다. 그의 얼굴은 상기되고 눈은 열정과 분노로 번득였다. "여러분은 아기처럼 살아가는것이 좋습니까? 그래요, 아기들 질질 울고 토하면서 말이에요." 야만인은 그들의 짐승 같은 우매함에 화가 치밀어서 자기가 구하러 온사람들에게 모욕적인 욕설까지 퍼부으며 덧붙여 말했다. 모욕적인그의 말은 거북의 등껍데기처럼 굳어버린 그들의 우둔함에 부딪혀튕겨 돌아왔고, 그들은 둔감하고 심술궂은 불만의 표정이 담긴 멍한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요, 게우면서 말이에요!" 그는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슬픔과 회한, 연민과 의무감 따위의 감정은 그의 주변에 모여 선 인간 이하의 괴물들에 대한 강력하고도벅찬 증오 속으로 흡수되었다. "여러분은 자유롭고 인간다운 사람이되고 싶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인간성과 자유가 무엇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합니까?" 격노는 그의 언변을 차츰 유창하게 만들었고, 그의입에서는 어휘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해를 못 하겠나요?" 그가 되풀이해서 물었지만,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그는 음산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여러분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여러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는 나는 여러분을 해방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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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미래력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7가지 역량
정학경 지음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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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입니다. 미래력을 지닌 아이는 오로지 자기만의 성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나를 둘러싼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그사회의 정신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듭니다. 작지만 강하고 고요하지만 영향력 있는 혁신은 이제 미래력을 지닌 우리 아이들 세대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를 위해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부모의 노력이 우리 아이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 P18

이제는 기계와 경쟁하는 공부를 그만두고 기계를 활용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옆에 있는 친구가 경쟁 상대였습니다. 그래서 경쟁 상대인 친구보다 잘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고민을 바꿔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보다 앞선 고차원적인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과거에 필요했던 인재가 ‘지식 노동자‘였다면 앞으로는 ‘인사이트 노동자 Insight Worker‘가 필요합니다. 인사이트 노동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리치 레서가 새로운 미래 노동자로 제시한개념입니다. 인사이트 노동자는 인공지능보다 높은 통찰력을 가져야 합니다. 기존에 배운 지식으로 단순히 주어진 일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과정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합니다. - P32

운명애 Amor Fati
나의 철학과 역사는 내가 만들어 나간다

아모르 파티 Amor Fatt. 니체가 한 말로 ‘네 운명을 사랑하라‘라는뜻입니다. 이것은 사주팔자대로 운명에 맡겨 수동적으로 살라는말이 아닙니다.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구호를 외친다고 가능한 것도 남들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능성을 극대화할 때 생깁니다. 나의 불완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때 아모르파티가 생깁니다. 아니 만들어 나간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너의 주어진 조건들을 사랑해라. 그리고 거기서 최선을 다해서답을 찾아 나가라‘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자존‘을 회복하는 것이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조건이 어떤지,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는 ‘아모르 파티‘가 부모님들부터 먼저 회복되길 바랍니다. - P59

시수 Sisu
비전을 완성하는 힘
‘공부의 신‘이 아니라 ‘열정의 신‘으로

우리는 꿈을 이루고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런 높은 역경지수를 많이 봅니다.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도 ‘실력‘입니다. 집이 망해서지지리 가난해도, 시험에 떨어져도, ‘지금은 과정일 뿐 결국 나는잘될 거야‘라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를 믿어 주지 않을 때 유일하게 나를 믿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는 결국 잘되고 해낼 것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자기효능감‘입니다. 자기효능감이 있는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이 힘들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잘난 것이 없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제인지는 몰라도 결국 해낼 것이고 설사 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과정속에서 행복했기에 난 손해본 것이 없다고 쿨하게 생각합니다.

티쿤올림 Tikkunolam
세상을 이롭게 하는 가치를 만든다
일자리는줄지만일거리는 넘쳐난다

티쿤올람은 ‘세상을 바꾸다‘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유대인들은‘인간은 태어나면서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믿는다. 단순히 부자가 되려는 열망이아니라 이런 티쿤올람의 정신이야말로 이스라엘을 창업가의나라로 만든 원동력이다.

퍼지 사고 Fuzzy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T자형 인재를 원하는미래 사회

디자인적 사고 능력은 크게 현재 상태의 문제를 진단하고 더 나은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1단계가 바로 ‘공감 능력‘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혁신적인 발명품의 출발이 이 ‘공감 능력‘에서 시작됩니다. 타인의 아픔과 불편함에 공감할때 빛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사람들이 어떤 것으로 인해 부족함과 불편함을 느껴 그것을 도와주고 싶다.‘
이 마음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인 것입니다. 이들은 타인의 불편함에 ‘공감‘했고 그 필요를 채워 주고 만족시켜 주고자 제품(서비스)을 고생해서 만들어 냈고, 사람들은 그 제품(서비스)으로 인해필요를 채우고 만족을 느끼기에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것입니다. 

공존 지능 One Body
최고의 경쟁력, 사랑
인성도 실력, 성적처럼 관리해야한다

협업의 달콤함을 맛보게 하라

이제 앞으로의 시험과 평가는 어떤 지식을 활용해 무엇을 만들것인가를 친구들과 협업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대체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에게 옆 친구를 경쟁자로 여기는 ‘입시 중심 교육‘을 시킬 게 아니라, 옆 친구와 협업할 수 있는능력을 가르치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이러한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서 학교에서는 점점 프로젝트 수업, 거꾸로 교실, 문제기반학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입식이 아니고 토론하고 소통하고 함께 협업하는 수업이라는 것입니다. - P229

스칸디 대디의 특징은 친구 같은 친근함과 기꺼이 시간을 아이에게 주고자 하는 열정입니다. 야근이 일상화되어 여유가 없고 자녀교육은 으레 부인이 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는 아버지들에게 필요한모습이 이 스칸디 대디의 모습입니다. 스칸디 대디들은 품안에 있을 때만 자식‘이라는 한국 속담을 잘 아는 듯 자녀를 귀찮아하지 않고 놀아 줄 수 있을 때 더 놀아 주려고 적극적입니다. 시간은 흐르면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죠.
유대인 아버지의 일차적 의무는 ‘교사‘입니다. 유대인 자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선생님으로 알고 ‘우리 아버지인 선생님‘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권위는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최고의권위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보면 유대인 아버지는 가정의 크고작은 문제를 결정하는 최고 결정자임을 넘어서서 영적인 축복까지할 수 있는 존재로 나옵니다. 유대인 자녀에게 아버지는 이러한 권위가 있기에 가르침에 ‘힘‘이 실립니다. 

사과 안에 있는 씨는 셀 수 있다. 하지만 그 씨 안에 얼마나 많은 사과가 들어 있는지는 셀 수 없다. 켄키지

미래가 불안하지만 부모님의 사랑과 내 자녀의 숨겨진 가능성이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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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스트롱맨(stronguan)이에요. 푸틴·시진핑·아베·트럼프·김정은을 보세요. 한결같이 <손자병법》을 상당히 공부했을 만한 사람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죠. 상대방들은 모두 술수를 가지고 우리를 대하는데 우리만 그런술수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우리도 상대편이 사용하는 전략과 술수와 방법론을 파악해서 어떤 식으로우리한테 접근하는지를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상대편의 술수에 걸려들지 않도록 그들의 수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우리가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1917년에 독립운동가 열네 분이 임시정부 수립을 촉구하며제창한 대동단결선언문을 보면 그런 정신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융희 황제가 삼보(주권)를 포기한 경술년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가 주권을 계승한 날이니 그동안 한순간도 숨을 멈춘 적 없음이라. 우리 동지는 완전한 상속자니 저 황제권 소멸의 때가 즉 민권 발생의 때요, 구한국의 마지막 날은 즉 신한국 최초의 날이다."
황제는 나라를 포기했어도, 국민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이죠. 의병도계속 자유를 위해서 싸웠어요. 1910년 8월 29일은 한국이 병탄된 치욕의 날, 나라가 멸망한 날, 국망이고 경술국치이기도 하지만, 거꾸로생각하면 비로소 주권이 국민에게 내려온 새로운 한국이 탄생한 날이라는 거예요. 얼마나 기막힌 논리입니까. 우리의 정통성이 조선과 대한제국을 거쳐 국민에게 넘어왔으니 국민이 국민의 국가를 만들자는선언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은 1919년 3·1운동을발판 삼아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것이죠.

그렇다고 해도 경계가 전혀 없진 않았을 텐데 그걸 뚫고 저격을 하신건가요?

그렇죠. 분열하고 있는 무리와 인파 속에서 튀어나와 이토에게 총을쏘았습니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는 도망가질 않았어요. 처음부터 그럴생각이 없었던 것이죠. 도망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안중근 의사의 진짜 싸움은 저격이 아니라 저격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잡혀야 전 세계에 이토가 진짜 늙은 도둑이라는걸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어미는 현세에 너와 재회하기를 바라지 아니하노니 너는 앞으로 신묘하게 형을 받아 속히 현세의 죄악을 씻은 후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하느님(천부)의 아들이 되어다시 세상에 나오거라."
_<황성신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중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려는 것을 보고 경제하지 않을까요?

지금 단계에서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얘기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중국 편을 들 것인지, 미국 편을 들 것인지가 중요한문제가 아니에요 중국의 성장은 기정사실입니다. 우리가 막을 수 있거나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또 미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나라도 아니죠 이럴 때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착취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착취하는 사람에 대한 저항의식이 생깁니다. 그런데 자기착취의 경우에는 착취자에 대한 저항의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죄의식이 생겨요. "내가 잘못해서 안 되는 것이구나"
"내가 더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어"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합니다. 어쩌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행복감을 느끼는 때가 있잖아요.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마음속에 있는 노예감독관이 갑자기 튀어나오죠.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 그게바로 내 안의 노예감독관이고, 자기착취예요.
그 바람에 잠시 행복을 누릴 여유조차 빼앗겨버렸다니 안타까워요.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아주 기본적인 권리, 즉 행복을 느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어요. 바로 사회가 끊임없이 자기를착취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개인의 불행에 대해서는 그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이상한 사회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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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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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기억을 나는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아버지, 혁명가가 아닌 순간의 아버지, 거기서 어린내가 발견한 것은 뻔한 남자들과 다르지 않은 뻔한 행동이었다. 나이 든 뒤에도 나는 하동집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외로 꼰 채 굳이 외면했다. 내가 외면한 것은 하동댁이아니라 위대한 혁명가의 외피 속에 감춰져 있을지 모르는뻔한 남성의 욕망이었을 것이다. 그때 아버지는 감옥에있었고, 나는 아버지가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위대한 혁명가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그래야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알았을까? 자기보다 한참 어린 막내가 면당위원장인 당신을 그렇게나 자랑스러워했다는 걸, 그 자랑이 당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걸, 그게 평생의 한이 되어 자랑이었던 형을 원수로 삼았다는 걸 어쩐지 아버지는 알고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버지는 수시로 작은아버지의 악다구니를 들으면서도 돌부처처럼 묵묵히 우리 집이나 작은집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만 빼끔거렸을 것이다.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람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랩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무엇에도 목숨을 걸어본 적이 없는 나는 아버지가 몇마디 말로 정의해준다 한들 이해할수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옳았든 틀렸든 아버지는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지키려 했다. 나는 불편한 모든 현실에서 몇발짝 물러나 노상 투덜댔을 뿐이다. 그런 내가아버지를 비아냥거릴 자격이나 있었던 것인가, 처음으로아버지에게 미안했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를 불편하게한 아버지의 동지들에게도 이 불편해하는 마음이 미안했다. 이 순간에도 아버지의 동지들은 목청 높여 아버지와의 인연을, 조국통일에의 열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시집 안 간 딸자식에게 언니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비수가 꽂힐 때 알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자식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담았을 때,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혈육을 뿌리치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들뻘의 남자가 아버지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밤 사이 누군가 제 차의 범퍼를 긁었다는 이유였다. 비싼 월급 받으며 일을 이따위로하나, 범인을 잡든가 당신이 돈을 물어내든가 하라고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속에서 열불이 치솟았으나나는 차마 그 현장에 끼어들지 못했다. 고개 숙인 아버지의 뒷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갔을 뿐이다. 나는 왜 학수처럼나서지 못했을까? 내 부모는 평범한 민중이 아니라 위대한 혁명가이니 범한 일상사에 좌우되지 않을 거라 믿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는 그럴만한 돈도 없고 배짱도 없어 일부러 피했던 것일까?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내가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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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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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은 「창세기」의 구절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혼돈의 신 카오스가 먼저 밤의 여신을 만든 다음 짝짓기를 했다. 거기에서 태어난 자손들이 결국은 모든 신과 인간이 됐다. 혼돈으로부터이렇게 우주가 탄생했다는 생각은 그리스 인들의 자연관과 잘 맞는 것이었다. 변덕스러운 신들이 다스리는 예측 불허의 세상이 자연이라는그들의 자연관과 상통했다. 하지만 기원전 6세기에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사조가 태동했다. 그것은 인류 사상사에서 가장 위대한 생각들중의 하나이다.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 라고 불렀다.

N. : 은하수 은하 안에 있는 별들의 총수fo: 행성계를 가지고 있는 별들의 비율, 또는 행성계를 동반할 확률.
ne: 주어진 행성계에서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행성들의평균 개수.
f: 생명이 실제로 탄생할 수 있었던 행성들이 차지하는 비율.
또는 생명 탄생 확률.
f: 태어난 생명이 지적 능력을 갖출 수 있기까지 진화할 수 있는 확률.
fe: 지적 생물이 우리와 교신할 수 있을 정도의 고도 기술 문명으로 진화할 확률.
f: 행성의 수명에서 고도 기술 문명의 지속 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이제 이 인자들을 모두 곱하면 우리와 교신할 수 있다고 믿어지는문명권들의 총수 N을 알 수 있다. (N = NxfXnXfixexx) 여기서 오는 모두 비율이나 확률을 의미하므로 0과 1 사이의 값을 갖는 소수이다.
따라서 1보다 작은 인수를 하나씩 곱해 갈 때마다 매우 큰 수였던 No은 점점 줄어든다.

즉 50억 년 이상을 기다려야 비로소 현재 지구 문명 수준의 사회가 태동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값을 그대로 사용하여 곱셈을 계속하면, N. X XnXf>fXXL=110‘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어느 특정 시점에서 볼 때,
고도의 기술을 자랑하는 문명권이 우리 은하에 겨우 열 개 정도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열 개라는 값은 정상 상태의 개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같은 수준의 문명 열 개 정도가 은하에서 항시 공존한다는뜻은 아니다. 은하 어디에선가 문명권 하나가 자멸하면, 은하의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문명권이 태어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은하에총열개 정도의 문명권들이 항시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떻든N=10은 두 손으로 모두 셀 수 있는 작은 숫자임에 틀림이 없다. 어쩌면 N=1일 수도 있다. 한 문명권이 성간교신이 가능할 수준에 도달하자마자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면 은하수 은하에는 우리와 대화를 나눌 상대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끼리의 대화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고도의 기술 문명을 꽃피우기 위해서 인류는 수십억 년 동안 거의 고문에 가까울 정도의 노고를겪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파멸의 길로들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광막한 코스모스의 바다 속에 감춰진 새로운 세상과가능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외계 문명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우리는 아직 갖고 있지 않다. 우리와 같은 문명의 운명은 결국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 파괴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하지만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별들의요새와 보루에서 내려다본 지구는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로 작디 작은푸른 반점일 뿐이다. 이렇게 여행은 시야를 활짝 열어 준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도 더 큰 집단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인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까운 가족에게 다음에는 사냥과 채집 활동을 자기와 같이 하는 이들에게만 충성을 바치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충성의 대상을 자기가 속한 마을에서, 부족으로,그리고 도시 국가에서, 국가의 순으로 점차 넓혀 갔다. 사랑할 대상의 범주를 계속해서 넓혀 왔다는 이야기이다. 충성의 대상은 오늘날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조직으로까지 확대됐다. 초강대국은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달리 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어느 정도 함께 노력할 수있는 사회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인간화의 과정과 인격 함양을 경험하게 된다. 현대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야 할 시대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하나의 생물 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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