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스트롱맨(stronguan)이에요. 푸틴·시진핑·아베·트럼프·김정은을 보세요. 한결같이 <손자병법》을 상당히 공부했을 만한 사람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죠. 상대방들은 모두 술수를 가지고 우리를 대하는데 우리만 그런술수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우리도 상대편이 사용하는 전략과 술수와 방법론을 파악해서 어떤 식으로우리한테 접근하는지를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상대편의 술수에 걸려들지 않도록 그들의 수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우리가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1917년에 독립운동가 열네 분이 임시정부 수립을 촉구하며제창한 대동단결선언문을 보면 그런 정신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융희 황제가 삼보(주권)를 포기한 경술년 8월 29일은 즉, 우리 동지가 주권을 계승한 날이니 그동안 한순간도 숨을 멈춘 적 없음이라. 우리 동지는 완전한 상속자니 저 황제권 소멸의 때가 즉 민권 발생의 때요, 구한국의 마지막 날은 즉 신한국 최초의 날이다."
황제는 나라를 포기했어도, 국민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이죠. 의병도계속 자유를 위해서 싸웠어요. 1910년 8월 29일은 한국이 병탄된 치욕의 날, 나라가 멸망한 날, 국망이고 경술국치이기도 하지만, 거꾸로생각하면 비로소 주권이 국민에게 내려온 새로운 한국이 탄생한 날이라는 거예요. 얼마나 기막힌 논리입니까. 우리의 정통성이 조선과 대한제국을 거쳐 국민에게 넘어왔으니 국민이 국민의 국가를 만들자는선언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한 정신을 이어받은 1919년 3·1운동을발판 삼아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것이죠.

그렇다고 해도 경계가 전혀 없진 않았을 텐데 그걸 뚫고 저격을 하신건가요?

그렇죠. 분열하고 있는 무리와 인파 속에서 튀어나와 이토에게 총을쏘았습니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는 도망가질 않았어요. 처음부터 그럴생각이 없었던 것이죠. 도망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안중근 의사의 진짜 싸움은 저격이 아니라 저격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잡혀야 전 세계에 이토가 진짜 늙은 도둑이라는걸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어미는 현세에 너와 재회하기를 바라지 아니하노니 너는 앞으로 신묘하게 형을 받아 속히 현세의 죄악을 씻은 후 내세에는 반드시 선량한 하느님(천부)의 아들이 되어다시 세상에 나오거라."
_<황성신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중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려는 것을 보고 경제하지 않을까요?

지금 단계에서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얘기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 중국 편을 들 것인지, 미국 편을 들 것인지가 중요한문제가 아니에요 중국의 성장은 기정사실입니다. 우리가 막을 수 있거나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또 미국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나라도 아니죠 이럴 때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착취를 당하는 사람에게는 착취하는 사람에 대한 저항의식이 생깁니다. 그런데 자기착취의 경우에는 착취자에 대한 저항의식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죄의식이 생겨요. "내가 잘못해서 안 되는 것이구나"
"내가 더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 했어"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합니다. 어쩌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행복감을 느끼는 때가 있잖아요. 커피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면서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마음속에 있는 노예감독관이 갑자기 튀어나오죠.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 그게바로 내 안의 노예감독관이고, 자기착취예요.
그 바람에 잠시 행복을 누릴 여유조차 빼앗겨버렸다니 안타까워요.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인간이 누려야 할 아주 기본적인 권리, 즉 행복을 느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어요. 바로 사회가 끊임없이 자기를착취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개인의 불행에 대해서는 그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이상한 사회가 됐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